형태뿐인 사랑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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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애소설 맞는것 같긴 한데 왜인지 연애하는 기분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고.

개인에게 닥친 거대한 고난 때문에 사랑의 감정이 옅어지고 동지애가 싹터서 일까?

사실 읽기 전에도 히라노 게이치로의 연애소설이 달달할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패한 결혼에 큰 실망도 없고,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게 남지도 않았고, 무심한 아버지에게 큰 기대도 없는 어쩌면 감정이 한발짝 물러선 타입의 남자 아이라는 비바람 부는 날의 우연한 사고로 구미코를 만나고....

까지 인트로를 그려놓으면 뭔가 감정이 휘몰아치는 무언가가 다가올 듯도 한데 ,ㅋㅋ 그렇진 않다.

뭐지? 이 기분?

진지한 연애담이어서 심심하고, 그렇지만 다행이라고 느끼는 이 기분.ㅋㅋㅋ

다만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와 일종의 화해를 하는 장면은 아이라의 조금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족에게만 보여질 수 있는 민낯 같은 것?

2017.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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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90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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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봄에서 온 시.

곧 봄일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과 이미 삼십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의 시라는 사실과.

두 개의 사실 중 무엇이 더 다가오는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으나.

그 속에 나는 없구나(깨어진 손 중.)하는 자각과 그 속에도 내가 있구나 하는 자각.



슬픔이 나를 깨운다

슬픔이 나를 깨운다.
벌써!
매일 새벽 나를 깨우러 오는 슬픔은
그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히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 나를 그대로 누워 있게 하고
어제와 그제, 그끄제, 그 전날의 일들을 노래해준다.
슬픔의 나직하고 쉰 목소리에 나는 울음을 터뜨린다.
슬픔은 가볍게 한숨지며 노래를 그친다.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
모르겠어...... 나는 중얼거린다.

슬픔은 나를 일으키고
창문을 열고 담요를 정리한다.
슬픔은 책을 편쳐주고, 전화를 받아주고, 세숫물을 데워준다.
그리고 조심스레
식사를 하시지 않겠냐고 권한다.
나는 슬픔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지 않다.
내가 외출을 할 때도 따라나서는 슬픔이
어느 결엔가 눈에 띄지 않기도 하지만
내 방을 향하여 한발 한발 돌아갈 때
나는 그곳에서 슬픔이
방안 가득히 웅크리고 곱다랗게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2017. Feb.

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
내 쓸쓸함도 무사하다네. - 비유에 바침 중.

그는 자기가 죽은 것을
그다지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 아주 조금
외롭고
길거리 나무 그림자보다 깊이
몸을 두지 못한 것이 난처할 뿐. - 죽음 위의 산책 중.

생이 짙게 다가온다, 마치
면도날에 살을 베면
의혹에 차서
하얗게 침묵하고 있다가
서서히 배어나는
피같이
향기로운 꽃 만발한. - 돌아오라, 소렌토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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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속에 피가 흐른다 - 김남주 시선집
김남주 지음, 염무웅 엮음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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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본인의 입으로 말했듯,
웬놈의 시가 땔나무꾼 장작 패듯 그렇게 우악스럽고 그렇게 사납냐고...(시의 요람 시의 무덤 중)
결국 감옥안에 남는 것들은 개털들 뿐이라고(개털들 중)
일생을 단 하나의 주제만으로 골몰하던 시인의 시들은 변하지 않은 세상을 부끄럽게 여기게 한다.

불이 아니면 안된다고 자못
피대를 올리는 녀석들이 있다
놈들을 조심하라 그들은 적당한
아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불 앞에서 불과 타협한다 - 불 중.

오늘밤과 같이
눈앞이 캄캄한 밤에는 시라도 써야겠다
쌓이고 맺힌 서러움
주먹으로 터지는 네 분노를 위하여
고이고 고인 답답함
가슴으로 터지는 네 사랑을 위하여
차마 바로는 보지 못하고
밥상 너머로 훔쳐보아야만 했던
내 눈 속 네 얼굴을 위하여
시라도 써야겠다
그 알량한 시라도 써야겠다
오늘밤과 같이
눈앞이 아찔한 밤에는 - 아우를 위하여 중.

오늘도 나는 어느 집회에 가야한다
가서 세상이 한번 뒤집히기를 요구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여 시를 읽고 말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쓰디쓴 입맛을 다셔야 할 것이다
사물의 핵심을 찌르지 않고 비껴가는
내 시와 말이 비겁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한때 핵심을 비껴가는 시를 쓰고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음을 떠올리면서 - 길 중.



2017.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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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간 고양이 - 화묘·몽당(畵猫·夢唐), 고양이를 그리고 당나라를 꿈꾸다 화묘 시리즈
과지라 지음, 조윤진 옮김 / 달과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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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나오는데 안볼 이유가 없었다.

고양이는 진리다.

당나라 이야기도 은근 재밌고.

2017.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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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 따라서 당나라도 못갈 이유 없고요!^^ㅋㅋㅋ 정말 나라 경계를 왔다 갔다 그러는 개나 고양이 ㅡ 있겠죠? 걔들은 경계란걸 모르니...

hellas 2017-02-11 11:06   좋아요 1 | URL
바이링구어 되고 그러겠죠? ㅋㅋ 상상하니 귀엽네요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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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저물기를 기원하는 사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탸는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

35년간의 반복적이고 폐쇄적이고 소멸에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작업을 하면서 그는 정신적으로 교양있는(?) 사람이 되어갔지만, 동시에 현실에 머무는 육신은 지우는 일을 해온 것이 아닐까 싶다.

은퇴를 하면 자신의 폐지 압축기를 사들여 자신의 공간에 압축기와 함께 머무는 꿈을 꾸었다고는 하지만, 그럴 수 없으리라는 것을 어쩌면 직감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무척이나 지적인 철학을 지녔으나 더럽고 비루한 육신을 가진 한탸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읽는 내내 고민했고, 다 읽은 후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가벼운 볼륨의 책이지만 한번 읽는 것으론 부족한것 같다. 다시 읽어보면 조금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플래그를 덕지덕지 붙이며 읽었으나, 재독을 위해 더 긴 글은 쓰지 않겠다.

보후밀 흐라발이라는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 보리밭보리밭이라고 부른 것도 (작가에게) 사과한다.

2017.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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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7-02-11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리밭!!!! 최고^^

hellas 2017-02-11 11:05   좋아요 1 | URL
초반에 입에 안붙어 친구들에게 보리밭보리밭이라고 ㅋㅋㅋ알려주고 막

[그장소] 2017-02-1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자키 쓰쿠루 ㅡ가 내내 그랬는데 ..어라~ 이젠 잘 발음이 되네요 .. 이상하네 읽을땐 가시 처럼 꺼끌꺼끌 했는데 ... 소화가 된건가...hellas 님이 보리밭 이라 하신
보후밀 흐라발 ㅡ 어쩐지 이스트에 부푸는 반죽 그것처럼 부드럽게 느껴져요 ..

hellas 2017-02-11 11:10   좋아요 1 | URL
저도 다 읽은 후엔 보후밀 흐라발 발음 잘되네요 ㅋㅋ 왜인지 읽으면선 보리밭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