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혜리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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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빙하기가 도래하든,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든, 소행성이 다가오든.

어쨌든 인간이라는 종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이상 피하고만 있으면 안된다는 충고.

모르는 척도 이 이상하면 파렴치라는 경고.

과거의 역사 속에 사라져간 종들에 대해서도, 현재 위기에 내몰린 종들에 대해서도

대중은 무관심하지만 고집스런 연구를 지속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저자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지의식 이상의 애정이 담겨 있고, 적절하게 유머러스해서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모범적인) 연구원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며
(북유럽 스러운 스웨터에 골덴 재킷을 입은 그 연구원은 재킷을 단정하게 벗어 옷걸이에 걸면서)
하루가 어땠냐는 가족의 질문에 (심상한 말투로) 대답한다.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지구는 멸망할 것 같아.˝
(괄호 부분은 내 상상이다.)

이런 분위기가 있는 책.

이 책에 따르면 2000만년 전엔 한반도에 코뿔소도 살았다고 한다. 한국이 언급되어 있어 기억에 남았다.

정보가 넘치지만 결코 지루할 겨를 없었다. 다만 3쇄한 책인데도 눈에 띄는 오타는 거슬렸다.


그리피스는 가방에서 수술용 장갑 한 켤레를 꺼냈다. 그리고는 조용히 일어나더니 개구리를 재빨리 낚아챘다. 다른 한 손으로는 면봉을 꺼내 들어 그 끝으로 개구리 배를 문질렀다.- 이 샘플은 후에 실험실로 보내져 Bd유무를 확인할 것이다 - 찾던 종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잎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그러고는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개구리는 무표정으로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았다. (중략) 그리피스가 개구리에게 ˝넌 정말 아름다운 녀석이야˝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 31

인간의 활동이 지구 육지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를 변형시키고 있다.
세계 주요 강들 대부분을 댐으로 막거나 방향을 틀고 있다.
비료공장들이 자연적으로 고정된 양보다 더 많은 질소를 뿜어대고 있다.
어업으로 바다 연안에서 주요 생산물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양을 잡고 있다.
인간은 지구상 마실 수 있는 지하수의 반 이상 소비한다. - 141

실만은 마체테로 쳐내면서 가끔씩 새로운 식물을 보면 멈춰서서 특이점을 가리키곤 했다. 실만은 식물에 대해 말할 때 꼭 사람들이 영화배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한다. 어떤 나무는 ‘카리스마 있고‘, 어떤 나무는 ‘웃기고‘, ‘미친 것‘ 같다거나 ‘깔끔하고‘ ‘영리하다‘고 표현했다. (중략) 새롭게 발견되었다는 그 나무는 겉보기엔 평범했지만 다들 실만의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해보았다. 우선 다른 나무들보다 컸고 ‘위엄‘있고 ‘조각상 같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 212

마일수 실만이 애정과 열정을 열대지방 나무에게 쏟아붓는다면 콘-하프트에게는 그 대상이 새다. 언젠가 나는 그에게 아마존에 있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얼마나 많이 구분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무슨 질문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다시 묻자 그는 ‘전부‘라고 답했다. - 230

알래스카보호단체의 책임자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희망을 가져야만 합니다. 저도 희망을 가져야 하죠. 희망을 가지는 그 자체가 우리가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 336

오르도비스기 멸종의 경우는 빙하작용, 페름기 말에 발생한 멸종은 바다의 화학작용 변화와 지구 온난화, 백악기의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멸종은 소행성 충돌같은 원인이 있다. 가장 최근의 멸종을 새로운 원인이 있다. 소행성도 아니고 대규모 화산폭발로 일어난 것도 아니다. 바로 ‘잡초 같은 어떤 종‘때문이다. 월터 앨버레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대멸종이 인간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하고 있는 겁니다.˝ - 340


2017.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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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울하십니까? (일반판) 문학동네 시인선 4
김언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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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울하십니까?

네.

아주.

늘.

그래요.

시집을 읽고나니 더요.


나는 참아주었네, 아침에 맡는 입 냄새를, 뜻밖의 감촉을 참아주었네, 페미니즘을 참아주고, 휴머니즘을 참아주고, 불가분의 관계를 참아주었네, 나는 참아주었네 오늘의 좋은 시를, 죽을 필요도 살 필요도 없는 오늘을, 참아주었네, - 나는 참아주었네 중.

2017.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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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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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직면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그것이 희망이라면 더 그렇다.

절망 뿐인 세상 속에서 아들을 지키려는 부성으로 이 책을 읽었었는데, 다시 보니 아니다.

아들과 아버지라는 관계가 흐려지고 그저 두 인간이 남았다.

극한으로 밀쳐진 생존 싸움의 현장에서 두 인간은 끊임없이 갈등했다.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지만, 세계는 필멸의 프로세스로 작동하고
이전의 세계를 경험한 이는 오히려 더 불신하고 절망한다.
재앙의 세계에서 태어난 이는 근거는 없으나 희망을 찾는다.


희망을 찾는 이에게는 희망이 정녕 존재하는가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희망을 근거삼아 자신의 세계를 애써, 눈물겹게 확장하려는 시도가 포인트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남자의 죽음 이후 소년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그래서인지 자연스러운 과정 같았다.

이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지는 초장부터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도.

소년은 어떻게 연민과 공감을 체득했는지, 남자는 왜 소년에게 아내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는 것 처럼 보일까 같은 것들.

그런 희미한 인상과 감정들이 짙게 드리워진 감상이 남았다.



이 소설이 뿜어대는 냉기와 스산함에 몸살이 날 것같았지만 이런 저런 방법으로 열심히 극복하고 완독하고 나니

얼마 전 구입한 ‘여섯번째 대멸종‘이라는 책이 옆에 놓여있다.

로드의 세계에 닥친 재앙이 무엇인지 알아 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읽던 책은 잠시 제끼고 대멸종의 세계가 궁금해졌기에 우선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날은 왜이리 을씨년스러운가.

당신의 주위를 돌아보라. ‘늘‘이라는 것은 긴 시간이다. 하지만 소년은 남자가 아는 것을 알았다. ‘늘‘이라는 것은 결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 35

할 일의 목록은 없었다. 그 자체로 섭리가 되는 날. 시간. 나중은 없다. 지금이 나중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슬픔과 재 속에서의 탄생. 남자는 잠든 소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있는 거야. - 64

그는 회색 빛 속으로 걸어나가 우뚝 서서 순간적으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보았다. 유언 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 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시커먼 우주. 그리고 쫓겨 다니며 몸을 숨긴 여우들처럼 어딘가에서 떨고 있는 두 짐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 그리고 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 - 149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남자는 까맣게 타버린 도서관 폐허에 서 있었다. 시커메진 책들이 물웅덩이에 잠겨 있었다. 책꽂이들은 넘어져 있었다. 줄줄이 수천 권으로 배치되어 있는 거짓말들에 대한 어떤 분노. 남자는 책 한 권을 집어들어 물을 먹은 묵직한 페이지를 넘겼다. 남자는 다가올 세계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래서 놀랐다. 이것들이 차지하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기대라는 것. 남자는 책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한번 둘러 본 뒤 차가운 잿빛으로 나갔다. - 213

남자는 자신이 위험하게도 이 횡재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에도 했던 말을 했다. 행운이란 이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 남자는 거의 매일 밤 어둠 속에 누워 죽은 자들을 부러워했다. - 260

2017.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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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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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주절댄다해도 타인의 죽음 끝에 붙이는 나의 하소연은 그저 변명으로 남을 뿐이라는 것을.

수긍할 수 있는 변명이지만, 그 태도는 여전히 뻔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로 그려지는 그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두어번 정도 울컥하는 지점이 있는 것은 그야말로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하는 것으로, 감동 이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파인더 속에는 입을 다문 채 무릎에 앉은 딸의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는 오미야 씨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아, 정말 측은하고 애틋한 좋은 그림이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나는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가슴속에서 묘한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아, 찍고 싶다. 찍고 싶다. 가능하면 아무도 모르게 지금의 쓰무라 씨 표정을 찍고 싶다. 쓰무라 씨의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저 납덩이같은, 빛이 없는 눈을. - 238

괜찮아, 신페이. 살아 있으니까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은 거야. 허접한 생각, 입에 담을 수 없는 한심한 생각도. 그러나 생각했다고 해서 그게 다 현실이 되는 건 아니야. 우리는 말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을 그렇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어. 그러니까 자책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자신을 아끼는 사람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지. 깔보거나 비난해서는 안되는 거야. 안 그러면 나처럼 돼. 나처럼 사랑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인생이 되는 거라고, 쉽게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헤어지는 건 순간이야. 그렇지? - 306

2017.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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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 National Geographic 2017.2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부 엮음 / National Geographic(YBM시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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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인데 지나칠 수가 있나.

게다가 위기의 소형 고양잇과 기산데...

너무나도 예쁜 녀석들이 겁이 많고 눈에 잘 안띄니 연구도 지원도 미비하다는데...

지구 정복해서 고양잇과 파라다이스라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과부들의 삶에 대한 기사... 답답하다 증말.

왜 남편이 먼저 죽은일이 부인의 잘못이고, 쫓겨날 이유고, 재산 및 자녀에 대한 소유권을 뺏길 일이고, 친척 남성의 n번째 부인이 될일인지 증말 모르겠네.

고양이에 집중하고 싶었으나.... 분노의 방향은.

그렇다.

2017.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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