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서 유 문학과지성 시인선 488
오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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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같지만 아름다워서.

엄청나게 진지해졌다.

오은 시인의 다른 시집들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단다 대명사와 조사가 결합하면 가능해진다
나는 누구에 속하는지 자신이 없었다 냄비 속에서 불안이 끓어 넘치고 있었다 배고픔과 배 아픔이 동시에 찾아왔다

아침에는 심술을 부리고 도리질을 쳤다 손길이 다가오면 뿌리쳤다 자발적으로 가난해졌다

언제고 활짝 피어날 수 있단다 대명사와 조사가 결합하면 막연해진다
나는 언제에 속하는지 자신이 없었다 냄비가 뜨거워서 떨어뜨리기 일쑤였다 쉽게 달아오르고 재빨리 식어버렸다

낮에는 냄비 바닥처럼 우는소리를 했다 전체가 까매지고 한 곳은 특히 새까매졌다 우발적으로 우울해졌다

밤이 되었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 한 말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움찔움찔 몸서리를 쳤다 부끄러워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내일 할 말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설레서 이불을 또 한번 뒤집어썼다 한여름에도 이불은 꼭 덮고 자야 돼 덮어야 안심이 된다

자신이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말했다 명사와 조사가 결합하면 근사해진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밤에는 착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불을 덮고
가만히 밤이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2017. Mar.

귀퉁이가 좋았다
기대고 있으면
기다리는 자가 되어 있었다 - 계절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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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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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다.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전개 상황에서 졸렸던 책은.

나 홀로 친분 쌓은 작가 미야베 미유키지만, 재미가 없을 때도 있다.

에도 시대물은 좋지만, 현대물은 그저그런 일본 드라마를 보다가 느끼는 지루함을 종종 느끼게 된다.

어쨌든 최종 감상이 ‘이런 사기꾼들...ㅋ‘ 였음.

환기를 위한 책으로도 조금 모자랐다.

2017.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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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아옌데 - 혁명적 민주주의자
빅터 피게로아 클라크 지음, 정인환 옮김 / 서해문집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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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옌데라...

참고 삼아 가볍게 읽어야지 들었다가 낚였다.

절대 가벼울 수 없는 역사라는 무게와 간단하게 칠레 근현대사라는 지칭 이면의 무수한 죽음들.

정치적 리더라는 자리가 한 개인의 매력으로만 유지 될 수 없다는 진실.

나와 큰 상관없는 남미의 정치사라지만 읽을 수록 남의 집 얘기는 아닌것이.

고구마 고구마 고구마...

이상을 가지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군부 독재에 도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다 결국 얻은 승리는 외압과 내부의 적과의 대립으로 끝내 실패. 그리고 안녕.....

슬프다. 결국은 강대국의 진영논리에 이끌려 휘둘리는 약소국의 국민들이라는 존재.

정말로 남 얘기가 아니라서, 현명하게 살아야 겠다는 울먹울먹으로 마무리 되는 느낌.

평화적인 방식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 한들
지지해주는 견고한 무엇이 없으면 어느 방향으로도 쓰러질 수 있는 것.

당시 미국의 무자비한 적색 공포가 소름끼친달까. 역시 남 일이 아니고.

다만 영원히 쓰러져 지워져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일면 희망을 준다.

라틴아메리카의 진보적 정부 구성에 좋은 선례이자 참고자료가 되니까.

아옌데라는 유령은 으스스하고 스산한 유령으로만 남지 않을 것 같아 위안이 되기도.

물론 70년대의 그것과 현재 진행형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하루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좋은 사람이다.
1년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더 좋은 사람이다.
여러 해 동안 투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더욱더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평생을 두고 투쟁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절대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기존 반공주의와 보수 이념에 바탕을 둔 극우적 이데올로기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번져갔다. 미국이 약속했던 경제성장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과도하게 무장한 채 편집증에 사로잡혀 미국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각국의 군부는 ‘진보를 위한 동맹‘의 유산으로 남았다. 1960년대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 극우 군사정권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 137

www.facebook.com/SalvadorAllendeRevolutionaryDemocrat

2017.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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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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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도무지 맞춰지지 않는 퍼즐.

카버의 단편들에서는 언뜻 그런 느낌을 받는다.

퍼즐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 일생의 과제도 아니므로, 구지 그 맞춰지지 않는 부분을 찾아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다.

이미 아는 그림이니까.

그럼에도 휑한 구멍같은 부분들은 항상 그저 어둡기만 하다.

나는 이혼했다. 나는 실직했다. 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에서 희망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그 어둡고 막막한 구멍을 메울 생각이 없다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들을 읽어도 좋다.

뭘 기다리는 걸까? 난 알고 싶다.
8월이다.
내 인생은 변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 뚱보 중, 17

나는 어떤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일까? 그는 알고 싶었다. - 제리와 몰리와 샘 중, 259

2017.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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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부서
제니 오필 지음, 최세희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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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불친절한 고백이다.

완전한 예술가를 꿈꾸던 여성이 가정과 육아에 메이고, 배우자의 불륜을 목도하면서

전개되는 심리, 단상.

분노와 갈망과 재치가 일렁이는 언어로 분석, 이라는 설명이 있으나.

분노와 갈망, 혼돈, 무력감은 느껴져도 재치라고 하는 부분들은 그다지 재치로 느껴지지 않았다.

되집어 생각해보니, 결혼에 대해 아름답고 완전무결한 무엇으로 그린 문학작품이 있었나 싶은것이.

결혼이라는 제도가 이토록 불완전한 것임에도 몇백년간 유지 될 수 있었는가 생각하면 결국은 여권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떠나서는 생각할 수도 없이 그렇다.


오늘 뭐 했어, 퇴근한 당신이 그렇게 물어보면 나는 텅빈 하루를 애써 꾸며내느라 너무도 힘이 들었어. - 37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거. 그것이 그의 신조다. 그렇다면 그는 어쩌다 나 같은 사람이랑 결혼을 했을까? 나는 자주, 그리고 쉽게 미워하는 성격인데. 가령, 나는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사람들을 미워한다. 최고의 기량 그 이상을 발휘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 퇴폐적으로 부유한 자신을 ‘호방하다‘고 자찬하는 사람들. 당신은 너무 비판적이에요, 정신과 의사한테서 그 말을 듣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울면서, 그 말을 곱씹어 생각한다. - 44

분노는 불꽃처럼 보였다. 사랑은 희미한 얼룩처럼 보였다. - 56

앨커트레즈의 한 죄수에 관한 일화가 있다. 독방의 죄수였던 그는 밤마다 단추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어둠 속에서 다시 그것을 찾아 헤맸다. 그는 밤마다 그런 식으로 새벽까지 심심소일했다. 나에겐 단추가 없다. 다른 모든 면에서도, 나의 밤은 늘 똑같다. - 58

수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여자 때문에 아내를 저버리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자기 아내가 미쳤다고 말한다. - 131

미국에서 외도 중인 배우자가 상처를 준 상대 배우자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1천 시간으로 추정된다. 서두른다고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아내는 남편이 정말, 정말 안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고작 515시간을 채운 남편이. - 157

신용카드 영수증 뒷면에 그녀가 휘갈겨 쓴 글이 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이 쓴 것을 읽는다. 나는 한 점 부끄럼없는 마음으로 가르치지만, 최근 들어... 최근 들어, 내 창문은 좀 더러워졌다. - 200

2017.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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