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 시선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민음사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낭만이 촌스러운 시절에 낭만을 읽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다.

라는 헛소리를 하게 된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불러세운 시를 지나치지 않는 섬세한 사람이었겠지.

2017. Ma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학....

지루하지 않게 읽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실패했다.

페미니즘을 접목했으나 정론 경제학에 대한 (경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큰 줄기여서

자꾸 흩어지는 집중력을 붙잡기 힘들었다.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에서 유쾌한은 페미니스트를 수식하는 말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저자는 유쾌한 사람인듯 하다)

그렇지만 아주 얻은게 없는 건 아니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

페미니즘은 늘 경제학의 문제였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싶어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 10

매일 아침 15킬로미터를 걸어가서 식구들에게 필요한 땔감을 모아 오는 11세 소녀는 국가의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 나라의 총 경제 활동을 측정하는 GDP를 계산할 때 그녀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 성장에도 중요하지 않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정원을 가꾸고, 형제자매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집에서 기르는 소의 젖을 짜고, 친척들의 옷을 만들고,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쓸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활동 중 어떤 것도 주류 경제학 모델의 ‘생산 활동‘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이지 않는 성이 있다. - 31

우리 모두가 합리적인 개인이라는 가정을 받아들이면 인종, 계층, 성별 등에 대한 의문은 의미 없어진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운 존재들 아닌가. 콩고에 사는 한 여성처럼 말이다. 그녀는 통조림 세 개를 얻기 위해 민병대 군인들과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 칠레에 사는 한 여성처럼 말이다. 그녀는 과일 수확을 하며 살충제를 들이마셔 2년 후에 신경이 손상된 아이를 출산 할 것이다. 혹은 모로코에 사는 한 여성처럼 말이다. 그녀는 공장에 일자리를 얻으면서 큰딸을 자퇴시키고 집에서 동생들을 돌보게 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늘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자유라는 단어는 단어에 불과하다. 정말로 단어에 불과하다. -86

경제학자들은 남성이 자기 가사 도우미와 결혼하면 그 나라의 GDP가 감소하고, 자기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면 GDP가 상승한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 농담이기는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성 역할을 보는 관점을 잘 나타내는 예다. 이처럼 똑같은 일이 어떤 때는 GDP에 포함되고 어떤 때는 포함되지 않기도 한다. - 94

주류 경제학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페미니스트적 관점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임무다. 페미니즘의 관점은 불평등부터 인구 증가, 복지 혜택, 환경, 그리고 노령화 사회가 곧 직면하게 될 돌봄 인력의 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깊은 관련이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권리‘이상의 훨씬 큰 문제에 관한 것이다. - 298

2017. Ma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방서점 - 금정연과 김중혁, 두 작가의 서점 기행
프로파간다 편집부 엮음 / 프로파간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가벼운 읽을 거리로 생각했다가 의외의 무거운 생각으로 마무리 되었다.

아무래도 언젠가는 내 책방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오래된 꿈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실적인 한계와 어려움들을 여과없이 들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경영 전반과 큐레이션까지 한 사람의 몫으로 한다는 것이 어떤 과중함인지도 어렴풋.

인터뷰가 진행되는 분위기는 유쾌한데 내용물은 좀 암담하다.

그 암담함을 (좌중 웃음)으로 잘 포장해보려는 시도가 보이지만...

책을 덮으며 작은 한숨이 쉬어진걸 보면 그 시도는 실패했다.

기존에 하던 분들이 항상 너무 낭만을 갖지 말라는 얘기를 하는데 낭만이 없으면 이걸 못 열거든요. 낭만을 현실화시키는 몫은 다 자기 몫이니까. 운영이 힘든 건 다 알고 시작하시는 것일 테고. - 76, 고요서사.

얼마 전에 어떤 분을 만났는데, 내가 같은 물건을 사도 돈을 어디서 쓰는지에 대한 나의 의식적인 선택이, 내가 무엇을 지지하고 내 삶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대한 하나의 실천이라고 말하더군요. - 101, 책방 만일.

생각했던 것보다 신념에 차서, 서점이 꼭 해야 될 일이어서 하는 사람은 없구나, 개인적인 플랫폼으로 서점을 운영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자기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 그 중간 다리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고, 그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굳이 서점을 위해서 인생을 바치겠다는 게 아니어서 더 좋았습니다. - 257, 대담.

천천히 잘 소멸하자는 건데, 우리는 비겁하고 품위 없고 비루하게 소멸해 가고 싶지 않으니까요. 저는 이게 문화, 트렌드, 이런 식의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269, 대담.

2017. Ma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에게, 파리
목수정 지음 / 꿈의지도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래도 파리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인듯.

큰 흥미도 재미도 없었다.

자잘한 삶의 풍경들이 제거되어 있는 이런 동네에 대해 프랑스 사람들은 흔히 ‘sinistre(을씨년스런)‘ 이란 표현을 쓴다. 여기서의 시니스트르(sinistre)는 ‘vivant(생동감 넘치는)‘의 반댓말이다. 부촌과 빈촌의 이분법을 비껴가는 프랑스식의 가치평가다. - 196

2017. Ma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없는 사람인지는 명확한데.

누가 없는 사람인지는 불분명하다.

애초에 싸우는 사람들의 시점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작가의 말에 이부에 많은 것을 기대하거나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는 말이 크게 와 닿았다.

자유로운 개새끼... 라고 생각하면서.

무지하고 의지없는 용역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세상은 참으로 한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한 겨울 차가운 농성장 바닥에 앉아있는 기분으로 읽었다.

나라니. 무오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쫓으며 미행이나 하는 잡역부에 불과하고 그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는 싸움꾼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장과 싸우는 싸움꾼이다. 무오는 꿈도 꿔본 적이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도망을 칠 수 없다. 도망을 쳐서는 안된다. 나라니. 그는 나와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다. 무오는 도트가 도망을 칠 수 있다는 것을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 94

니가 가진거 다 걸었는데 그 싸움 그만두고도 괜찮을 것 같아? 그만두면 살 것 같지? 아니 너 지금 싸우니까 살아있는 거야. 그러니까 더 싸워. 계속 싸워. 나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너 이해 못하지만 니가 끝까지 싸워서 이 싸움 이기면 그땐 너 이해할게. 그래서 니가 나도 포기하고 애들도 포기했구나, 이렇게 이기려고. 그래서 그랬구나 싶을 거 같애. 근데 너 여기서 그만두면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어차피 끝까지 가지도 못하고 그만둘 싸움 때문에 헤어졌다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억울해서. 그러니까 너 그만두지 마. 끝까지 싸워. - 105

‘착각하지 말자. 나는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고 있다.‘
다시 한 번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꾸만 헛갈렸다. 자기가 농성대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착각 속에서 무오는 진짜 금아기획에서 일을 했고 불시에 해고를 당했고 복직을 위해 동료들과 함께 싸우고 있었다. 무오는 그들이 사용하는 말투를 조금씩 닮아가고 행동거지도 비슷해지고 있었다. 자기가 싸우는 사람이라는 기분에 도취되기도 했고, 실제로 헬기에서 최루액 봉지를 떨어뜨릴 때는 진짜로 격분해서 새총을 쏘아댔다. 자신이 자기 옆에 있는 이들과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 그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그들과 함께 웃었다. 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 197

조용히 나가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김무오 씨, 우리,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든 걸 이 싸움에 다 걸었습니다. 우린 정말 여기에 다 걸었어요. 자기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요. 다 걸었어요. 전부를 걸었습니다. - 209
2017. Ma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