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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음, 김지선 옮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 레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페미니스트가 상상하는 유토피아를 그리는 프로젝트.
원저의 57인의 저자에 한국 작가(라고 통칭하자) 7인의 글이 더해졌다.
도발적인 상상 어쩌구 해서 좀 더 구체적인? 다양한? 뭐 그런 것들을 기대했었나 보다.
읽다보니 애잔해지는.. 뭐랄까 도발적으로 상상력을 끌어올려도 후련하지 않은 기분이랄까.
동어 반복일 수밖에 없는 이 독서를 잠시 쉬어야 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다만 한권의 책으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좋았다.
결과적으로는 역시 같은 사건과 경험을 공유하는 한국 저자들의 글이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엄마는 ‘인간이 두끼만 먹어도 전쟁이 멈출 것‘이라고 매일 짜증을 부리셨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계급성을 음식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완벽한 식단에 대한 강박과 자부심이 컸다. 내가 어른이 되고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이 문제였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평생을 남의 밥걱정을 하고 살아야 한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문명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54, 정희진, 동네급식소
Q: 이게 가장 힘든 거라고 보는데요, 폭력을 영속화하지 않고 폭력에 맞서는 징벌 유형이 있을까요?
A: 그동안 정말 뛰어난 변호사들과 일하면서 민사소송에 관해 많이 배웠거든요.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금전적 징벌이 가장 제 마음에 드는 책임의 유형인 것 같아요. 그냥 고통스럽기만 한 게 아니라 돈이 드는 피해일 때, 즉 학교를 그만두고 치료받아야 한다거나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거나 할 때 그 재정적인 책임을 타인에게 지울 수 있다면 진짜 변화 가능한 정의죠. - 127, 로렌 치프 엘크, 치유에 주목하는 처벌
유토피아는 그 자체에 현실의 결핍과 부재가 필요하다. 이름도 어디에도 없는 곳을 뜻한다. 나는 유토피아를 고정된 장소나 구체적인 세계로 표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토피아는 그 결핍과 부재를 동력 삼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동적이고 유연한 순간들의 총합 또는 가능태여야 한다. 사람들이 선하다는 모호한 기준에 매몰되기보다 여전히 부족하기를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야 인간이고, 그래야 계속해서 꿈꿀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상상하는 유토피아는 갈등이 없는 곳이나 고정되고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어떤 갈등이 권력관계에 따라 매장되거나 은폐되지 않고 온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운동성 그 자체다. - 355, 이진송, 건너가는 힘
2017.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