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 나의 읽기, 당신의 읽기
황석영.성석제.김연수.천명관.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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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 작가 여럿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에 대한 추천사를 남겼다.

어쩔 도리없이 읽고나니 열권 남짓의 문동 세계문학 전집이 즐겨찾는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긴다.

이것은 고도의 낚시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명백한 판촉 행위인것... ;ㅂ;

그러나 좋아하는 작가들이 이렇게 재미나게 읽었다우...라고 추천을 한 책을, 더군다나 언젠가 읽어야지 했던 고전인 경우, 안 읽을 순 없는 노릇이다.


좋은 소설이란 ‘답‘이 아닌 그 시대를 산 인간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것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밖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 고전이 매번 사람들에게 다르게 읽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 23, 백영옥.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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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5-1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
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작가들이 좋다고 생각한 책도 저 같은 일개 독
자에게는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hellas 2017-05-19 15: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열권정도만 읽어볼 생각이 나는거겠죠. 이미 읽은 책은 이견도 꽤 있습니다:)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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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작가의 페르소나인 듯한 아이리스의 괴롭고 외로운 경험들이 예민하지만 신경질적이지 않은 그 어떤 지점의 시선으로 다루어진 것이 좋았다.

손에 베일 것만 같은 예민함이, 조금만 삐끗하면 추락할 것 같은 위태로움이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데, 지적으로 충만하나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관계맺기에 능란하지 못한 여성으로 설정되는 아이리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과연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될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게 만들었다.

화자인 아이리스라는 캐릭터는 고스란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아이리스와 대항하는 남성들의 캐릭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자신을 감추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속삭임의 익명성을 애호하는 모닝, 결국 어떤 꿍꿍이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한 조지, 스티븐, 패리스, 유약한 모습으로 쓸쓸하게 퇴장하는 마이클.

그들과의 관계를 거쳐 결국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 아이리스를 타자화하여 바라보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시리 허스트베트를 처음 만난 소설이고 작가 자신의 첫 소설이어서 여러 측면에서 기준점이 될 작품이었는데, 무척 좋았다.

단언하건데 나는 시리의 애독자가 될 것 같다.

덧붙여 의역된 제목인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은 무척 시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불쌍한 클라우스, 말도 안 되는 무의미는 반드시 찾아올텐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무의미는 찾아온다. - 198

당신은 다른 사람들 같지가 않아요. 잠시 말을 쉬었다가 그가 말했다.
하지만 대체로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패리스가 말했다. 당신은 날 수 있어.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냥 날갯짓만 퍼덕퍼덕 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패리스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에요.
그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고 아이러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말이 시간을 두고 가라앉아야 할 때가 자주 있죠. 있잖아요, 한동안 땅 속에 묻어두는 거. - 242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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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문학과지성 시인선 494
서효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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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는 반성을 모르는 굴뚝이었다. 솟구치다 사라질 연기를 위해 반성을 모르고 살았다. 나는 남성 시인이고 이성애자며 판정받은 장애가 없다. 돈 안 되는 시를 쓴다며 이른바 예술 한답시고 인중에 힘깨나 주고 지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사회적 오른손잡이로서 불편함과 마주해 악수하지 않았다. 내가 겪지 못한 불편은 누군가에게 불쾌와 상처, 고통과 폭력이었다. 문단이라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문학은 반성을 토대로 지속될 것이다. 수년간 발표한 시를 모으니 그때는 몰랐던 여성혐오가 지금은 보여 빼거나 고친 시가 몇 있다. 온갖 곳에 염결성과 예민함을 드러내면서 하필 방종했던 부분이다.
여수의 굴뚝을 얼마간 지나치면 장인의 묘가 나타난다. 꽤 높은 둔덕이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공장들 너머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두번 절을 하는 동안 딸아이가 묘와 묘 사이를 뛰어다닌다. 삶과 죽음의 간격에서, 반성과 망각의 틈에서 감히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는다.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되는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 시인의 말 중.


오늘은 맘에 드는 시간이 없다. 인간은 모두 같은 얼굴이고, 담배는 몸에 해롭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유해하고, 너와 나는 썩고 있다. - 취향을 찾아서 중.

사람이 죽는 일은 거대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잠자코 앉거나 서서, 각자의 도착지를 생각할 것이다 - 지축역 중.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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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내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겁니다. 완벽한 행복은 없어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걱정마 곧 불행의 소나기가 당신 머리 위에 쏟아질테니까.˝ 라고 카버가 말을 건넨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라는 불안을 별 것 아닌 일상안에 빼곡하게 담아내는 가차없음이 카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

가장 대중적 작품인 <대성당>은 낙관과 희망을 가득 담은 결말이지만, 그 외 카버의 거의 전 작품이 불행을 그리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이혼했다, 나는 실직했다 로 시작하는 대다수의 작품들 안의 인물들은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지 못하고, 만성적인 알콜 중독에 시달리고 있으며, 경제적 궁핍에 직면해 있고,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나 희망 따위도 품지 않는다.
카버 자신이 십대 시절 가족을 꾸리고 부모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내야 할지 모르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처럼 그의 캐릭터들도 어쩔 줄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

그것이 카버가 바라보는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어쩔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죠? 나만 그런거 아니죠? 솔직히 탁 터놓고 얘기해 봅시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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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안희연 지음 / 서랍의날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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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따라가 볼까 싶다가도 금방 마음이 돌아서는.

아무래도 이십대의 우울에서 많이 흘러와 버려서인가.

시인의 시를 읽을 때와는 달리 쉽게 마음을 주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제목이 주는 여운에 끌렸는데

아쉽다.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 허수경. 22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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