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베블런
엘리자베스 매켄지 지음, 이지원 옮김 / 스윙밴드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우당탕탕 대소동. 정신없는 다람쥐와 그에 버금가는 두 가족.

분명 재밌는 설정이고, 사랑스럽고 정떨어지는 인물들인데 정작 나는 시큰둥 했을까를 생각하면.

정신머리 없는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고 싶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 이야기라서 인듯.

베블런에게 깊은 연민과 지지를 보내지만 정작 베블런도 주위에 두고 싶지는 않은 인물이라서.

혹은 분별없는 이 날씨 때문일지도.

각자의 가족에게 원한을 쌓아두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폴과 베블런.

행복하길 바래. ㅋㅋㅋ

한때 그녀는 지구 위의 모든 사람이, 이전 세대의 오락과 쓸모를 위해 몸 공장에서 생산된 하인이라고 생각했다. 한 인생이 일종의 변명처럼, 다른 인생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소모되는 것이라고. - 17

폴이 너와 전혀 맞이 않는 상대고 네 인생을 망칠 거라는 인식이 점점 더 분명해지지 않는지, 그것만 확실히 해둬. 앨버틴이 이렇게 말하고서 물었다. 너 <결혼 - 죽거나 살거나> 읽어봤어?
베블런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돌프 구겐뷜-크레이그의 역작이야. 그 사람 말에 따르면, 결혼은 오직 죽음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지속적이고 불가피한 대립이지.
돌겠네!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베블런은 전에 없이 괴로워했다. 난 이미 오직 죽음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지속적인 대립을 겪고 있어, 엄마랑. - 103

폴은 차라리 발톱을 모조리 뽑히는 편이 낫겠다는 식으로 굴었다. 그는 그 무해한 만남을 앞두고 표나게 기분이 가라앉았고, 만나는 동안에도 불만 가득한 채 민달팽이처럼 축 늘어져 있어나 방어적인 태도로 감정을 폭발시켰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미친 사람처럼 낄낄댔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거부했다. - 197

베블런은 어떤 경험을 그녀만큼 즐기지 않는 사람들과는 그것을 함께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렇게 했다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기분이 울적해지거나, 혹은 그 어느 때보다도 명료하게 제 인생의 한 시간이 쓸쓸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어린 시절 그녀가 어머니와 함께 어떤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그녀의 눈에는 그 모임이 아무리 멋지고 흥겨워 보였더라도, 멜러니는 나중에 그에 대해 혹독한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217

2017. ju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용이 유의미할지라도 재미가 없으니 나에겐 실패.

선과 악에 대한 흔한 오해는 그것이 눈에 보이는 실체로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다. 세상이 선과 악이라는 두 영역으로 나뉘어 태초부터 영원까지 대결한다는 가정, 최후의 아마겟돈에서 선이 승리하고 악이 소멸되리라는 믿음.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가정과 믿음에 불과하다. - 227

2017. ju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녹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3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걸음씩
지금 여기에서
오직 한 걸음씩 - om의 녹턴 중

2017. ju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스러기들 토라 시리즈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지음, 박진희 옮김 / 황소자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도 처음 읽은 아이슬란드 작가의 소설.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은 있다.

북유럽인의 pc함이랄까 여하튼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가져야 할 모든 선량함과 정의감은 토라에게는 충분한데.

이게 또 지루할수 있는 부분이고, 역시 결함이 없는 캐릭터는 매력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루하게 읽히고 반면 내던져 버리기엔 결말이 너무 궁금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기사를 읽다보니 왠지 남자의 시신인 듯한 인상을 받았어.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이 그렇더라고. 아무리 21세기라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여자들에 관해서는 다르게 글을 쓰지. 기사에서 어딘가 좀 더 조심스러워 하는 느낌이 들었달까. - 188

2017. ju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화영의 번역수첩 - 1974~201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해할 수 없는 언어의 세계를 내가 믿고 의지해 읽어 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번역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여기는 것과는 또 별개로 때때로 나의 오독과 몰이해를 번역의 탓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니 참 간사한 것.

이번에 이방인에 대해 좀 깊이 생각할 기회가 있어 겸사겸사 ‘미리 사두었던’(ㅋㅋㅋㅋ 책은 쟁여두면 다 쓸모가 있는 것이다) 그간의 작업 후기를 엮어 낸 번역수첩을 읽었다.

카뮈에 대한 이해를 해보고자 읽었는데, 실비 제르맹의 작품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얼마전 분노의 날들 사두었는데 후훗… 역시 쟁여두면 인연이 닿는다.

그야말로 1도 모르는 누군가의 책을 사두었는데, 다른 책을 읽다가 그 구매의 당위성을 얻는 기분. 일종의 면책일수도 있지만….



작가가 한 권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얼굴도 모르는 남녀 군중들 속으로 종이로 된 수천 마리의 새를, 바싹 마르고 가벼운, 그리고 뜨거운 피에 굶주린 새떼를 날려보내는 것이다. 이 새들은 세상에 흩어진 독자들을 찾아간다. 이 새가 마침내 독자의 가슴에 내려앉으면 그의 체온과 꿈을 빨아들여 부풀어오른다. - 132, 미셸 투르니에의 독서론

놀랍게도 그 속에 내 글도 한 편 실려 있는 거예요. 아무리 봐도 내가 쓴 적이 없는 글이라 여간 의아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바로 내가 독일 신문에 독일어로 쓴 바로 그 글을 누군가가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었어요. 그런데도 그 글은 전혀 내 글이 아니더군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이상한 번역을 원문과 대조해보니 한 군데도 ‘틀린 데’가 없더라는 점이에요. 문학 텍스트의 번역은 이처럼 그냥 틀리지만 않으면 되는 게 아녜요. - 140, 미셸 투르니에 대화 중

찬미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그와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정은 함께 찬미하는 가운데서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과 예술은 무엇보다 찬미의 한 방식이다. - 152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적어도 얼마간의 침묵이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입담’좋은 리얼리스트들로부터 거리를 두고서, 예컨대 전기 불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골 마을의 밤하늘 같은 것, 그 시끄러운 세상을 다 지나고도 거기에 아직 초롱초롱 빛나는 별빛 같은 것이 내게는 필요하다. 적어도 잠시 동안만이라도. 이러한 마음 상태 속에서 생각해낸 것이 르 클레지오였다. - 192

어느 가을날 저녁 프라하의 구시가 골목으로 한 여자가 걸어간다. 심하게 다리를 전다. 그녀의 왼쪽 다리는 오른쪽 다리보다 훨씬 짧다. 그녀가 다리를 쩔뚝거리는 것은 두 세계 사이를 번갈아 딛고 가기 때문이다. 여자는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 현재의 세계와 과거의 세계, 살과 숨의 세계와 먼지와 침묵의 세계 사이에서 끝없이 다리를 쩔뚝거리고 있다. 그 여자는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 사이를 오간다. 사라진 자들과 살아 있는 자들의 것이 한데 섞인 눈물의 남모르는 밀사가 되어. 그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 침묵 위에 한 발을 디딘 다음 다른 한 발은 언어의 세계로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그래서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우리 독자들의 마음도 심하게 다리를 전다. - 341, 실비 제르맹, 프라하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번역 후기 중


2017. Ju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