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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할말이 많지만 다하자니 끝이 없을 이야기.
내 이름은 빨강이라고 어느 남자 작가는 말했지만, 오브프레드는 빨강은 나의 색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선언한다.
이토록 안정적으로 보이는 지옥에 나는 절대 속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던지듯.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 안에 내가 존재했다면 어느 지점 쯤일까 하는 불안함으로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나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무대위에 올려진 주인공은 누구도 믿을 수 없기에 끊임없이 회상하고 사유하며 독백한다.
빈약한 힌트만 주어진 길을 독자로서 더듬더듬 걷는 것은 유독 이 소설에서는 유쾌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여성이라는 나의 입장때문이라고 여겼지만, 그렇게 결론 내리기엔 이야기 속 세계의 남성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어쩌면 존엄하지 않은 인간들이 페이지마다 살아있어 불쾌한 것 아닐까.
여성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상상 일까?
여기에 그려진 모든 장치들이 수많은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미래의 모습 일지도 모른다.
오브프레드와 다른 오브썸원에게 던지는 나의 작은 응원이 허무로 남는지 안도로 남는 지는 불투명하다.
이야기로서도 사상적으로서도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소설이다.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메타픽션이고, 에스에프적이며, 서스펜스와 드라마가 넘쳐난다. 이것은 그야말로 whole package…
루머일 수도 있지만, 마거릿 애트우드가 속편을 쓴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다면 기대한다. 앞으로 쓰여질 속편도, 애트우드의 다른 이야기들도.
우리는 미래를 갈망했다. 우리는 어쩌다 터득하게 되었을까? 영영 채울 수 없는 허기를 갈구하는 이런 재능을, 도대체 어디서 배워버린 걸까? 갈망이 공기 중에 떠돌았다. - 10
2017. aug. 재독 후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