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일생 4 - 완결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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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막 있진 않고.

후루룩 넘겨 읽을 정도로 재미없진 않고.

그림체는 취향아님.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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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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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에게 끝나지 않는 숙제랄까. 정체성이란 것.

사실 그게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이민자로 살아본 적 없는 이가 쉽게 말할 부분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생존을 위해, 관습에 의해 감정적으로 닫혀있는 부모로 부터 새로운 세계로 인도받은 2세대의 어떤 혼란과 부정적인 감정들.

라잔과 존 강은 아마도 헨리에겐 새로운 부모의 모습이었을지도.


내가 읽은 작가의 세번째 작품인데,

문장이 쉴새없이 나를 몰아쳤다. 격한 감정을 묘사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감정적으로 우울에 가까운 상태가 이 책을 어쩌면 약간 더 감정적으로 읽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가족’ 하나 남았는데, 조금 쉬었다가 읽어볼까.

다음 작품도 무척이나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돌아서지만
벗어나지는 않는다,
혼란스러워,
과거를읽고,
또 한 번 읽지만,
아직은 어둠. - 월트 휘트먼

원본은 파기했다. 나는 사물들의 다른 판본, 별로 귀하지 않은 복사본을 더 좋아한다. - 19

마침내 나는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녀는 얼른 마주 키스했지만, 그것은 진술이라기보다는 답변 같았다. - 31

무서워. 방금 당신하고 내 생각을 했어. 나는 뭘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니야. 그녀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미트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팔을 그녀 배에 걸쳤다. 릴리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그 방식, 아주 느린 방식, 우리 대화가 망가져 가는 아주 느린 방식이었다. - 115

곧 릴리아는 진정했고 울음을 그쳤다. 릴리아는 잘 울었지만, 우리 관계의 초기였던 당시에는 그것을 몰라 그녀가 울 때마다 나는 최악을 걱정했다. 우리 사이에 뭔가 파국이 일어날까 봐, 복구 불가능한 상처가 생기는 것일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내가 정작 두려워해야 했던 것은 보이지 않는 상처, 우리의 좋았던 마지막 해에 그녀가 우는 것으로 끝내려 하지 않았던 것, 심지어 이야기를 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 119

나는 아버지에게 그런 것들을 묻지 않았다. 그녀가 죽을 때 아버지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 나름의 말로 할 수 없는 그늘진 방식으로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관습에 따라, 그녀의 시신을 지역 시체 안치소로 옮겨 씻긴 다음 화장을 했다는 것, 유해는 한문이 아름답게 새겨진 순금 상자에 넣어 한국으로 부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비탄에 젖은 피붙이에게 보내는 우리의 선물. - 131

아이는 마지막으로 숨을 놓으면서, 왜 아버지가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처진다. 죽어 가는 사람은 통증은 느끼지 못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각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죽어 가는 사람은 약간 위에서 자신이 죽은 현장을 보며, 그가 어떤 사람이든 나이가 몇이든 그 마지막 광경으로부터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 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좁은 것이고 부서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길고 넓은 군도에 흩어져 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를 부를 수도 엇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를 볼 수도 없다. - 166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혀와 심장과 마음이 담긴 모든 범주의 침묵을 기념한다. 나는 현장의 언어학자이다. 당신 역시 그 곤혹스럽고 전문적인 위력을 알지 모르겠다. 그 위력은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단단한 표현을 찾아낸다. 지금 그 얼굴을 보라. 당신이 보는 것은 언젠가는 모두 희미해질 것이다. 너의 싸늘한 냉기만 남기고. - 260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해야겠죠. 나는 그에게 나의 삶의 일관된 답을 제시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만. - 296

당신은 강박에 사로잡혀 있어, 헨리.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한 번에 조금씩만 살려고 해, 당신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만 살려고 해.
안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 335

물론 여기에는 약간 필사적인 면이 있다. 근심과 공포. 우리는 삶의 무수한 구멍들을 다시 채우려는 것일까? 처음에도 그런 목적이었을까?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랬다 해도, 그것은 미트라는 결과, 어떤 경이로운 것, 우리의 모든 후회를 영원히 지워버릴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는 갔다. 나는 나 자신에게 계속 그렇게 말해야 한다. 영원히 잃어버렸다. - 422

자네를 태워 주게 해서 고맙네, 파키. 자네는 착한 사람이야.
착하게 굴 생각은 없습니다.
무슨 상관인가.
안녕히 가세요, 잭.
헬리. 그가 불쑥 말한다. 목소리가 이상하다. 우리를 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게. 잊을 수 있어. 잊을 수 있는 것은 잊게. - 497

이제 나는 늘 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내가 그녀의 장기 투숙객이 되는 게임을 한다. 나는 영원한 방문객이다. 그녀는 나를 그런대로 좋아하고, 내가 있는 것을 견디어 낸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일지 누가 알겠는가?- 507

이제 그녀는 최대한 성의를 다해 아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고저와 억양까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나는 그녀가 아름다운 모국어 여남은 가지를 말하는 소리,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 주는 그 어려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 끝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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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9-21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 처음 시작하는 대목부터 좋아 빠져 들어 읽었었지요. 아내가 남편을 떠나며 남긴 리스트 나오잖아요. 떠나는 마당에 이렇게 조목조목 적을 수 있을까 했었지요 ^^
개정판이 여러번 나오나봐요. 제가 읽은 건 번역본 제목도 네이티브 스피커 였는데...

hellas 2017-09-21 08:11   좋아요 0 | URL
좀 감정을 휘두르는 이야기였는데 아무래도 기분을 많이 탔나봐요. 번역이 좋아서 더 좋았네요. 역자는 다른가요?:)

레삭매냐 2017-09-2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자는 같은 분입니다 정영목 씨.

저는 과연 개정판으로 나올 적에 번역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

이창래 선생의 데뷔작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존자>가 최고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hellas 2017-09-21 09:09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생존자. 가족은 못읽었어요. 빨리 읽어야겠네요:)
 
반지하 앨리스 민음의 시 237
신현림 지음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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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적인 타인의 고통이라는 생각이 자꾸.

얼마전 최영미 시인의 일화가 떠올라서 더 그랬을까.

힘겹게 싸워가는 동시대인에게 바치는 위로가 과연 되었을까?

서로의 마음에 등불이 환히 켜졌을까?

끔찍함 마저 끌어안았을까?

슬픔은 음미할 수 있는 것일까?

복잡했다.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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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스 푸디카 창비시선 410
박연준 지음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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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게 가득찬 허기를 이야기해도 공허하지는 않았다.

텅 빈 터를 바라보지만 쓸쓸하지도 않았다.

비너스의 정숙한 자세라곤 하지만 매혹의 이미지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버티어야 할 것은
버틸 수 없는 것들의 등에 기대어
살기도 한다 - 고요한 싸움 중.

행복은 흘러다니다 더 큰 이름에
부딪쳐 죽어요
대체로 잘 죽습니다 - 하층민 중.

나는 고인채로 찰랑이다,
온 세상으로 흘러다녔다 - 베누스 푸디카3 기억의 탄생 중.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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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96
신철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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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만큼 슬프다는 것.

제목에 이끌려 읽었다.

이끌린 만큼 좋다.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을 잠깐 뒤돌아보게 하는 것.
다만 반걸음이라도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
그것이 시일 것이라고 오래 생각했다. - 시인의 말 중.

역전과 추월이 불가능한 세계에서 우리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앞차의 꽁무니만 바라보고 있다 - 다리 위에서 중.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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