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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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읽는 손원평 작가.

서른의 반격이라고는 했지만, 결국 어떤 것에 대한 반격이었나.

이 시대의 고민들을 우겨넣기만 한 것은 아닌가.

나는 남들과 다르다 온몸으로 외치고, 나를 봐달라고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어필해야 하는 세상에 던져진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어떤 대답이 있었나.

그렇지만 딱히 작가가 그런 대답을 내놔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왜 이런 찝찝함이 남는 것인지.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일종의 피로감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한다. 질문과 상념이 모여 태어난 작품이라고 작가가 이야기하니, 그래서 이런 상념이 남는가 싶다.

진정한 악의 축이라고 여기던 김부장의 김빠지는 퇴장 장면에서 인생의 씁쓸함을 느낀다면 나는 김지혜에 가까운가 김부장에 가까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어떤 짓을 해도 천지 개벽을 해도 김부장보다는 김지혜에 가까운게 사실일지라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면 언젠가 인생 전체가 창피해질 날이 옵니다. - 22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복입니다. 눈에 보이는 전복 말고 가치의 전복요. - 67

그때 나 홀로 결심했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있을 때 혼자였던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특별히 그 결심에 무슨 이름을 붙여주고 싶진 않다. 집단의 기억이 아니라 온전히 내 가슴에만 새겨진 외롭고 아름다운 그림 조각이다. 거기서 나는 조금 슬픈 예감을 했다. 모두가 오늘을 잊어버리고 말 거라고. 지금의 열기는 곧 사그라질 불꽃같은 거라고 말이다. - 90

지환과 규옥이 던진 정반대의 명제들은 계속 나를 괴롭혔다ㅏ. 지환은 현실을 영리하게 따르라고 강조했고 규옥은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 용기를 가져보자고 했다. 정반대에 놓인 두 개념에 공통점이 있다면, 어느 쪽이든 마주하긴 괴롭다는 거였다. - 132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인지, 우리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채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아른거렸다. 멀리서 본 우리의 몸짓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고 시시했으며 한심하고 애잔했다. - 209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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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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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그레이스> 1화를 보다가 이건 책 부터 읽고 봐야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읽었다.

어떤 책이든 캐릭터를 머릿속에서 그려내는데 약간의 수고와 시간이 들어가는 걸 감안해보면, 1화를 보고 시작한 건 매우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다.

읽으면서 진짜 여주인공 캐스팅은 정말 잘했구나 싶다는 생각 무한 반복.

반면 조던 박사를 드라마에선 어떻게 그려나갈지 모르겠으나, 약간 사기성짙은 캐스팅이 아닐까한다. 아무래도 주요 화자의 매력을 어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살인마 그레이스의 잊혀진, 잊은, 잊은척하는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서사는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결국 내가 마주한 것은 진실도, 실체도 아닌 어떤 체념(진실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여성들의 삶의 지난함)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레이스에게 어른스럽게 굴었지만 결국 17살도 안된 소녀였던 메리가 불법적이고 비위생적이며 과연 제대로 행해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던 낙태시술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 그레이스에게 가장 큰 불행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믿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존재의 상실이 어떤 거대한 전환점일 수는 있겠지만, 그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그레이스라는 하층민 여성이 끝끝내 어떤 행복의 지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 그런게 있었을까 하는 의문.

사실에 기반한 어떤 인물로 이야기를 그려낸 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지점이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그레이스의 기억의 소환을 매우 다채롭게 그려냈다. 역시 애트우드라는 생각이 들게...
단 한명의 유의미한 남성 캐릭터가 없었다는 점 역시 애트우드 답다 라는 생각.

묵직한 이야기다. 매우 추천. 이제 드라마를 정주행해야겠다.


나는 빛이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빛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는 말할 수 있다...... - 유진 마레, <흰개미의 정신>

메리는 소수의 몇 사람은 가진 게 너무 많고 나머지는 가진게 너무 없는게 신의 섭리일 리 없다며 씩씩거렸어요.(...) 그러면서 기회만 보이면 숲으로 달아나 활과 화살을 들고 돌아다닐 거라고, 그러면 머리를 묶거나 코르셋을 입을 필요도 없을 거라고 했어요. 저에게 같이 가자고도 했고요. - 225

제가 실수를 해서 그걸로 걱정하면 메리가 위로해 주면서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실수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수 없는 법이라고 했어요. 제가 허니 부인한테 모진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면 식초 한 병을 마시고 혀로 내뱉는 여자라 늘 그런 식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고요. 그러면서 우리는 노예가 아니고, 하녀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하녀로 살지도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했어요. 이건 일종의 직업에 불과하다면서요. (...)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고, 이 땅의 사람들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느냐에 따라 출세를 하는데, 원래 그래야 하는 법이라고도 했죠. - 235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경고의 의미라는 것을요. 선생님이 침대를 평화로운 곳으로 생각하신다면 그건 침대가 휴식과 편안함과 단잠의 상징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죠. 침대에서 위험한 일들이 아주 많이 벌어지거든요. 침대는 우리가 태어나는 곳이니 우리가 인생 최초의 위기감을 맛보는 곳이죠. 여자들이 아이를 낳는 곳이니 종종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선생님 앞에서 차마 말할 수 없는 남녀 간의 행위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죠. 선생님도 무얼 말하는지 아시겠지만, 누구는 그걸 사랑이라 하고, 누구는 절망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참아야 할 모욕일 뿐이라고 하죠. - 240

어떤 사람들은 이걸 이브의 저주라고도 부르는데 자기가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이브에게 주어진 진짜 저주는 무슨 문제가 생기자마자 그녀 탓으로 돌렸던 바보 같은 아담을 참고 견뎌야 했던 거라고 말했어요. - 245

나는 그를 쳐다본다. 그는 조그만 하얀색 네모가 그려진 노란 넥타이를 하고 있는데, 농담을 하는 게 아니다. 정말 모르는 거다. 그와 처지가 비슷한 나자들은 자기가 어지럽힌 것을 치우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는 우리가 어지럽힌 것뿐 아니라 그들이 어지럽힌 것까지 치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그들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앞날을 걱정하거나 저지른 일의 결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렇게 길러졌을 뿐이다. - 316

한 무리에 수탉이 한 마리 있으면 암탉들이 행복해진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한 마리도 많아요. - 322

불완전한 것이 우리의 낙원이다. - 윌리스 스티븐스, <우리 풍토의 시>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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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판을 타고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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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읽기 시작하고 나서는 복잡한 생각이 든다.

환경에 대해, 인류의 의무에 대해 조금은 생각하게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볍고 유쾌하기도 한데, 디테일을 나의 현재 세계에 대입하면 입맛이 쓴 이야기다.

세상의 거의 모든 문제는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의무를 등한시하는 태도의 문제랄까. 그런 기피자들에 대해 광의의 짜증이 솟구쳤다.

재미와 생각의 거리, 이 둘이 적당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다.

이제는 청소년이 화자인 책은 조금은 흥미가 떨어진다.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 화자의 어색한 어른스러움 때문인 것 같다.

다만 이곳에 문제가 있다는 걸 섣불리 인정하면 자네의 일이 더 커질 테니까. 인정하는 순간 진짜 문제가 생기는 거란 말일세. 실체 없는 그 어두움이, 이름을 부르는 순간에 가시화된다고. -71

근데 이걸로 뭘 하게?
기억해야지. 우린 똑똑히 보고 듣고 기억해두면 돼.
뭘?
지금을. - 211

2017.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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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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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게 부모가 되어갈 수 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주변에 육아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효진, 엄지원 주연의 ‘미씽 : 사라진 여자’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엄마(모성애를 강요받고 결국은 모든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부당함과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는)와 보모(누군가의 삶에 큰 보탬과 의지가 되지만 결국 자기라는 존재는 희미해져가는)의 (어쩌면) 대립하는 구도.

그러나 두 여성의 관계를 단순하게 그렸다고 할 수는 없다. 미안함, 애착, 애정, 질투, 우월감, 생존본능, 불안, 경계, 충족과 안정이 이 둘 사이 관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 어쩐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분열된 자아를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자극적인 범죄의 재구성이 아닌, 어쩌다 이런 결말로 어쩌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지를 뛰어난 심리묘사로 보여준다.

왜라고 묻고 그랬기 때문에 라고 답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투명하게 외롭고 뒤틀린 인간의 모습이 보일 수 있게.

공쿠르상 수상작에 깊은 공감을 한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완전 추천.



한 주 두 주 흘러갈수록 루이즈는 점점 더 놀랍도록 눈에 띄지 않으면서 동시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간다. 미리암은 이제 늦는다고 알리는 전화조차 하지 않고, 밀라는 엄마가 언제 오느냐고 묻지도 않게 된다. 루이즈가 있다.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이 건조물을 있는 힘을 다해 두 팔로 지탱해주는 루이즈. 미리암은 그런 보살핌을 수용한다. 하루하루 그녀는 고마운 루이즈에게 일을 하나씩하나씩 더 넘겨버린다. 이 보모는 암전 속에서 연극 무대장치를 옮긴다. 루이즈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힘차게, 바삐 움직인다. 투명한 마법의 줄을 잡고 있는 자가 바로 루이즈이다. 이 줄이 없으면 마법은 일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비슈누, 생명을 유지시키는 신, 질투의 신이자 인류를 보호하는 신이다. 그들에게 젖을 먹이는 암늑대, 그들 가정의 행복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원천이다. - 71

몸속에서 증오가 솟아오른다. 증오는 그녀에게로 와서 노예근성과 어린아이 같은 낙관을 저지한다. 모든 것을 흐려놓는다. 그녀는 슬프고 혼란스러운 꿈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다른 이들의 내밀한 삶, 그녀는 절대 가질 권리가 없는 내밀한 삶을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들었다는 느낌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돈다. 그녀는 한 번도 자기 방을 가져보지 못했다. - 204

루이즈는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다. 그녀는 눈물과 투정과 히스테릭한 기쁨에 더 이상 너그럽지 않다. 가끔 손으로 아당의 목을 잡고 기절할 때까지 흔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녀는 고개를 크게 저어 이런 생각을 털어낸다. 그러면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되긴 하지만 이미 그녀는 끈끈한 검은 늪에 휩쓸리고 말았다.
누군가 죽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 - 273

2017.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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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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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없는 열정.

나이를 더 먹어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나의 판단이 섣부를 수 있다고 말하는 책.

그럼에도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고 나니, 도대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그걸 제대로 알아 들었나,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상속에서 진화한 안나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등의 생각이 이어진다.

누구하나 마음에 묵직하게 남는 캐릭터가 없다. 얘는 이래서 쟤는 저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정을 미루고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 성미에 맞지 않았고, 수도없이 마음이 바뀌는 그 변덕스러움에 지레 제발이 저려 고개를 돌리게 했다.

안나가 전면에 내세워진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애정은 레빈에게 몰빵되어 있는 것도.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여성이 유일하게 선택한 것이 독배였다는 것, 그로 인해 죽음으로 완성되는 인과응보의 서사인 것도.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넘쳐나는데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이야기가 다만 불행한 러브스토리라기 보다는 당시 러시아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덕성과 인간을 바라보는 톨스토이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었다.

아래에 이어지는 것은 독서를 하며 붙인 플래그를 다시 떼어내며 순서대로 적어본 나름의 인물 묘사이다.

스테판 아르카지치(오블론스키)
쉽게 사랑에 빠지는 서른네 살의 미남인 자신... 그러나 대머리.
불륜 상대인 가정교사의 교활한 검은 눈동자...(라고 본인이 회상)
더 이상 아름답지도 않고 나이많은 쇠잔한 그녀 아내(너보다 어림).
여동생이 관계를 회복시켜줄거라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내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중 자유주의에 애착을 갖지만 그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여성편력적이고 게으른 생활방식이 그에 가깝기 때문.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내가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내고 울부짖는 것을 보고 저속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함.
사려깊은 아버지와 남편이 되려 아무리 노력해도 매번 잊어버림.
변죽은 좋음, 상대의 기분에 상관없는 유쾌함이 돋보이는 인물.

안나 아르카지예브나(카레니나)
1권 169페이지에서 이미 모든일에 불길한 예감을 받게 됨. 촉 좋은 여자.
그러나 자제력과 현명함은 극히 낮음. 무섭고 잔혹함을 뿜어내는 매력을 가짐. 감정기복에 무력함.
자신의 삶을 사는 일에 무한한 갈증을 가지고 있으나, 이미 아내, 엄마로서 사는 일에 매몰되어 있고 현실을 타개할 정신적 자양분이 없음.
남편이 올곧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랑의 상대로 보았을때는 여지없이 혐오감을 표출(애정없이 결혼하지 말라는 교훈을 줌)
브론스키와의 만남이후 굴종하고 살아오던 무대위의 삶이 거짓으로 점철되어있음을 깨달음.
사랑에는 감당해야 할 부채들이 생긴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음.
남편 알렉세이를 조금만 좋아했었다면 좋았겠지만, 남편은 사랑의 말뜻 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 남편에겐 오직 야심, 성공을 위한 야심 뿐이라고 여김.
자신이 타락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짓을 말하는 것을 더 참을 수 없어함.
역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일에는 무기력하고 그저 자연스럽게 일이 풀릴것이라는 안일함.
사랑을 위해 모든 오명을 뒤집어 쓰고도 사랑을 위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본인의 의지로 행한 첫번 째 일이기 때문일텐데, 그 의지가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에 인지부조화가 일어난 것이 아닐까.
점점 브론스키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 전형적인 집착.
죽음으로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집착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

돌리(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남편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함. 이유는 그를 남편으로 여기고 사랑하던 습관을 떨칠수 없어서.
종속적 여성관을 어머니에게 그대로 물려받음. 모성적 가정적 습성에 따라 움직임.

콘스탄친 레빈
자신의 충만한 영혼이 더럽혀지는 것에 몹시 경계를 함.
가난한 민중을 생각하며 자신의 부를 부끄러워함, 청빈을 지향.
어머니를 신성시함(기억에도 없으면서) 미래의 아내상도 아름답고 신성하고 이상적인 여성... (한숨...)
그런 남자의 눈에 키티가 들어옴(키티 도망쳐).
농민의 힘과 온순함 정직함에 매혹되지만, 또한 그들의 만사태평 방종 만취 거짓말때문에 적의를 가지기도 함.(정작 민중을 위한 교육이나 법률적 이익에는 반대적입장. ㅡ.ㅡ)
키티에 대한 사랑에 눈이 멀어 순간에도 수십번씩 마음을 바꾸는 모습에 사랑때문인가 생각했지만, 정치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나, 다른 남성을 평가하는 마음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뭘까. 얘는.
레빈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은 신을 믿지 않는 다는 것. 옳지 않다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어쩐지 믿지 못하는, 이 책에서 결국 레빈의 역할은 신을 찾아 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을까?
자신이 가장의 역할에 허둥지둥 올라타는 동안 아내 키티는 본능적으로 안주인이되어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함. (이해하지 못하는 레빈도,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본능적인 어머니로 상정한 톨스토이도 못마땅함)
그는 자기가 무엇인지, 자기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인식할 가능성을 전혀 깨닫지도 보지도 못하면서, 그러한 무지 때문에 자살을 두려워할 정도로 괴로워하면서, 그와 동시에 인생에서 자신만의 고유하고 일정한 길을 굳건하게 개척해 가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509)

브론스키
책임을 생각하지 않고 쾌락에 몰두하는 어리석음.
한눈에 사랑에 빠져 무작정 안나를 따라 빼째르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지만, 결정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주며 무모함을 드러내는 것은 젠더 권력 우위에 있는 남자인게 아닐까 생각)
상대를 사랑한다는 느낌보다는 사랑하는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게 아닐까 싶음.
맹목적이고 현란한 수사로 상대를 쟁취할때까지 밀어붙이는 유형.
난생처음 가장 지독한 불행,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돌이킬수 없는 불행이 경마에서 지고 말이 죽는 경험.
안나가 자신만을 의지하고 모든 것을 거는 것에 점점 부담감을 느끼고, 사회적인 행동반경이 줄어드는데 대한 압박감을 느낌.
알렉세이에게 자신에게는 없는 지고한 무언가 있다고 느끼는 장면... 아무래도 톨스토이의 생각일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향유하지도 못했어.”
수치를 면하려고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고....말함.
안나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혼자)하고 무턱대고 찾아가 키스를 퍼붓더니 이혼과 아들에 대해 생각하는 안나를 전혀 이해는 못하고 “그것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이따위 소리나 하고 앉았음.
지역 기반에서 고독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자각이 절망으로 이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질투는 모욕하는 행위와 같아서, 아내를 신뢰해야 한다고 믿지만, 아내를 설득하는 무기로 여론과 예의, 종교와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들이댄다.
부정한 아내, 배반당한 나를 인지하고 상황을 외면하려고만 함.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에 골몰.
모든 파탄의 와중에도 업무적 성과를 이루고 만족스러워 하며 그저 자신의 일상을 살아감.
아내의 죽음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하기도.

키티
미혼 여성들은 굴욕감 없이는 가정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는 키티의 말.
키티와 레빈의 결혼에서 주도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누군가 우리는 모두 순종적인 아내라며, 그것이 가문의 전통이라고 말함.
레빈의 형 니콜라이의 병수발하는 모습에서 성녀 이미지를 보여줌.(한숨)

그 외 :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여자는 추한 종말을 맞게 되기 마련.(운명론적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드러남), 사랑스러운 오십세 청년 등장. 영포티? ㅡ.ㅡ 여성교육은 유해하다고 남자들끼리 토론. 리디야 이바노브나..세료자에게 안나가 죽었다고....(이것이야 말로 여적여)
세료쟈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지 궁금.


불현듯 그의 생각이 변했다. 그는 그녀에 대해, 그녀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사생활, 그녀의 생각, 그녀의 소망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자 아내에게도 그녀만의 특별한 삶이 있을 수 있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무시무시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는 황급히 생각을 떨쳐 버렸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들여다보기를 두려워하던 심해였다. - 313

난 결코 불행해질 수 없어. 하지만 그녀도, 그도 행복해져서는 안 돼. - 101

하지만 때가 온 거야. 난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살아 있는 여자야. 내게는 죄가 없어. 사느님은 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여자로 만드셨어. 이제야 그걸 알겠어. - 122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 저마다 나름의 충분한 슬픔이 있는 법이죠! 그리고 자제심을 되찾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침착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 337

그녀의 슬픔은 그것이 혼자만의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브론스키와 나눌 수 없었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의 불행은 주로 브론스키 때문이었는데도 그 자신은 그녀와 아들이 만나는 문제를 지극히 사소한 것으로 여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심연을 그가 결코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 문제가 언급될 경우 그의 차가운 태도 때문에 자신이 그를 증오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했기에 아들에 관한 모든 것을 그에게 숨겼다. - 620

사람들은 안나를 공격하고 있어. 무엇 때문에? 과연 내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적어도 날 사랑하는 남편이 있긴 해. 내가 바라는 방식의 사랑은 아니지만, 난 그를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안나는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잖아?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하느님이 우리의 영혼에 그것을 불어넣었잖아. 어쩌면 나도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몰라. 그녀가 모스크바로 날 찾아온 그 끔찍한 시절에 내가 그녀의 말을 들은 것이 과연 잘 한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 난 그때 남편을 버리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어야 했어. 어쩌면 난 정말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과연 지금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난 그를 존경하지 않아. 그가 필요할 뿐이야. - 126

당신은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난 다 알고 싶어요. 하지만 난 당신이 날 있는 그대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기뻐요. 무엇보다 난 사람들이 내가 무언가를 입증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아무것도 입증하고 싶지 않아요. 난 그저 살고 싶을 뿐이에요. 나 자신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불행을 끼치고 싶지 않아요. 나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어요. 그렇지 않아요? - 143

2017.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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