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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분별없는 열정.
나이를 더 먹어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나의 판단이 섣부를 수 있다고 말하는 책.
그럼에도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고 나니, 도대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그걸 제대로 알아 들었나,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상속에서 진화한 안나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등의 생각이 이어진다.
누구하나 마음에 묵직하게 남는 캐릭터가 없다. 얘는 이래서 쟤는 저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정을 미루고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 성미에 맞지 않았고, 수도없이 마음이 바뀌는 그 변덕스러움에 지레 제발이 저려 고개를 돌리게 했다.
안나가 전면에 내세워진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애정은 레빈에게 몰빵되어 있는 것도.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여성이 유일하게 선택한 것이 독배였다는 것, 그로 인해 죽음으로 완성되는 인과응보의 서사인 것도.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넘쳐나는데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이야기가 다만 불행한 러브스토리라기 보다는 당시 러시아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덕성과 인간을 바라보는 톨스토이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었다.
아래에 이어지는 것은 독서를 하며 붙인 플래그를 다시 떼어내며 순서대로 적어본 나름의 인물 묘사이다.
스테판 아르카지치(오블론스키)
쉽게 사랑에 빠지는 서른네 살의 미남인 자신... 그러나 대머리.
불륜 상대인 가정교사의 교활한 검은 눈동자...(라고 본인이 회상)
더 이상 아름답지도 않고 나이많은 쇠잔한 그녀 아내(너보다 어림).
여동생이 관계를 회복시켜줄거라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내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중 자유주의에 애착을 갖지만 그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여성편력적이고 게으른 생활방식이 그에 가깝기 때문.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내가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내고 울부짖는 것을 보고 저속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함.
사려깊은 아버지와 남편이 되려 아무리 노력해도 매번 잊어버림.
변죽은 좋음, 상대의 기분에 상관없는 유쾌함이 돋보이는 인물.
안나 아르카지예브나(카레니나)
1권 169페이지에서 이미 모든일에 불길한 예감을 받게 됨. 촉 좋은 여자.
그러나 자제력과 현명함은 극히 낮음. 무섭고 잔혹함을 뿜어내는 매력을 가짐. 감정기복에 무력함.
자신의 삶을 사는 일에 무한한 갈증을 가지고 있으나, 이미 아내, 엄마로서 사는 일에 매몰되어 있고 현실을 타개할 정신적 자양분이 없음.
남편이 올곧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랑의 상대로 보았을때는 여지없이 혐오감을 표출(애정없이 결혼하지 말라는 교훈을 줌)
브론스키와의 만남이후 굴종하고 살아오던 무대위의 삶이 거짓으로 점철되어있음을 깨달음.
사랑에는 감당해야 할 부채들이 생긴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음.
남편 알렉세이를 조금만 좋아했었다면 좋았겠지만, 남편은 사랑의 말뜻 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 남편에겐 오직 야심, 성공을 위한 야심 뿐이라고 여김.
자신이 타락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짓을 말하는 것을 더 참을 수 없어함.
역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일에는 무기력하고 그저 자연스럽게 일이 풀릴것이라는 안일함.
사랑을 위해 모든 오명을 뒤집어 쓰고도 사랑을 위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본인의 의지로 행한 첫번 째 일이기 때문일텐데, 그 의지가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에 인지부조화가 일어난 것이 아닐까.
점점 브론스키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 전형적인 집착.
죽음으로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집착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
돌리(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남편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함. 이유는 그를 남편으로 여기고 사랑하던 습관을 떨칠수 없어서.
종속적 여성관을 어머니에게 그대로 물려받음. 모성적 가정적 습성에 따라 움직임.
콘스탄친 레빈
자신의 충만한 영혼이 더럽혀지는 것에 몹시 경계를 함.
가난한 민중을 생각하며 자신의 부를 부끄러워함, 청빈을 지향.
어머니를 신성시함(기억에도 없으면서) 미래의 아내상도 아름답고 신성하고 이상적인 여성... (한숨...)
그런 남자의 눈에 키티가 들어옴(키티 도망쳐).
농민의 힘과 온순함 정직함에 매혹되지만, 또한 그들의 만사태평 방종 만취 거짓말때문에 적의를 가지기도 함.(정작 민중을 위한 교육이나 법률적 이익에는 반대적입장. ㅡ.ㅡ)
키티에 대한 사랑에 눈이 멀어 순간에도 수십번씩 마음을 바꾸는 모습에 사랑때문인가 생각했지만, 정치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나, 다른 남성을 평가하는 마음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뭘까. 얘는.
레빈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은 신을 믿지 않는 다는 것. 옳지 않다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어쩐지 믿지 못하는, 이 책에서 결국 레빈의 역할은 신을 찾아 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을까?
자신이 가장의 역할에 허둥지둥 올라타는 동안 아내 키티는 본능적으로 안주인이되어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함. (이해하지 못하는 레빈도,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본능적인 어머니로 상정한 톨스토이도 못마땅함)
그는 자기가 무엇인지, 자기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인식할 가능성을 전혀 깨닫지도 보지도 못하면서, 그러한 무지 때문에 자살을 두려워할 정도로 괴로워하면서, 그와 동시에 인생에서 자신만의 고유하고 일정한 길을 굳건하게 개척해 가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509)
브론스키
책임을 생각하지 않고 쾌락에 몰두하는 어리석음.
한눈에 사랑에 빠져 무작정 안나를 따라 빼째르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지만, 결정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주며 무모함을 드러내는 것은 젠더 권력 우위에 있는 남자인게 아닐까 생각)
상대를 사랑한다는 느낌보다는 사랑하는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게 아닐까 싶음.
맹목적이고 현란한 수사로 상대를 쟁취할때까지 밀어붙이는 유형.
난생처음 가장 지독한 불행,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돌이킬수 없는 불행이 경마에서 지고 말이 죽는 경험.
안나가 자신만을 의지하고 모든 것을 거는 것에 점점 부담감을 느끼고, 사회적인 행동반경이 줄어드는데 대한 압박감을 느낌.
알렉세이에게 자신에게는 없는 지고한 무언가 있다고 느끼는 장면... 아무래도 톨스토이의 생각일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향유하지도 못했어.”
수치를 면하려고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고....말함.
안나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혼자)하고 무턱대고 찾아가 키스를 퍼붓더니 이혼과 아들에 대해 생각하는 안나를 전혀 이해는 못하고 “그것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이따위 소리나 하고 앉았음.
지역 기반에서 고독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자각이 절망으로 이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질투는 모욕하는 행위와 같아서, 아내를 신뢰해야 한다고 믿지만, 아내를 설득하는 무기로 여론과 예의, 종교와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들이댄다.
부정한 아내, 배반당한 나를 인지하고 상황을 외면하려고만 함.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에 골몰.
모든 파탄의 와중에도 업무적 성과를 이루고 만족스러워 하며 그저 자신의 일상을 살아감.
아내의 죽음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하기도.
키티
미혼 여성들은 굴욕감 없이는 가정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는 키티의 말.
키티와 레빈의 결혼에서 주도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누군가 우리는 모두 순종적인 아내라며, 그것이 가문의 전통이라고 말함.
레빈의 형 니콜라이의 병수발하는 모습에서 성녀 이미지를 보여줌.(한숨)
그 외 :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여자는 추한 종말을 맞게 되기 마련.(운명론적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드러남), 사랑스러운 오십세 청년 등장. 영포티? ㅡ.ㅡ 여성교육은 유해하다고 남자들끼리 토론. 리디야 이바노브나..세료자에게 안나가 죽었다고....(이것이야 말로 여적여)
세료쟈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지 궁금.
불현듯 그의 생각이 변했다. 그는 그녀에 대해, 그녀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사생활, 그녀의 생각, 그녀의 소망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자 아내에게도 그녀만의 특별한 삶이 있을 수 있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무시무시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는 황급히 생각을 떨쳐 버렸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들여다보기를 두려워하던 심해였다. - 313
난 결코 불행해질 수 없어. 하지만 그녀도, 그도 행복해져서는 안 돼. - 101
하지만 때가 온 거야. 난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살아 있는 여자야. 내게는 죄가 없어. 사느님은 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여자로 만드셨어. 이제야 그걸 알겠어. - 122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 저마다 나름의 충분한 슬픔이 있는 법이죠! 그리고 자제심을 되찾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침착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 337
그녀의 슬픔은 그것이 혼자만의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브론스키와 나눌 수 없었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의 불행은 주로 브론스키 때문이었는데도 그 자신은 그녀와 아들이 만나는 문제를 지극히 사소한 것으로 여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심연을 그가 결코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 문제가 언급될 경우 그의 차가운 태도 때문에 자신이 그를 증오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했기에 아들에 관한 모든 것을 그에게 숨겼다. - 620
사람들은 안나를 공격하고 있어. 무엇 때문에? 과연 내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적어도 날 사랑하는 남편이 있긴 해. 내가 바라는 방식의 사랑은 아니지만, 난 그를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안나는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잖아?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하느님이 우리의 영혼에 그것을 불어넣었잖아. 어쩌면 나도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몰라. 그녀가 모스크바로 날 찾아온 그 끔찍한 시절에 내가 그녀의 말을 들은 것이 과연 잘 한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 난 그때 남편을 버리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어야 했어. 어쩌면 난 정말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과연 지금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난 그를 존경하지 않아. 그가 필요할 뿐이야. - 126
당신은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난 다 알고 싶어요. 하지만 난 당신이 날 있는 그대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기뻐요. 무엇보다 난 사람들이 내가 무언가를 입증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아무것도 입증하고 싶지 않아요. 난 그저 살고 싶을 뿐이에요. 나 자신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불행을 끼치고 싶지 않아요. 나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어요. 그렇지 않아요? - 143
2017. 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