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크리스마스 에디션 리커버 한정판)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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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위저드 베이커리...

어쩌다 보니 못/안읽고 넘어갔는데, 크리스마스 에디션 리커버라기에 이 기회에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나는 이 책을 무척이나 오해하고 있었지.

마법사 파티시에가 달달한 에피소드들을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진절머리나는 인간사를 큰 희망없이 담은 이야기 였다니.ㅋㅋㅋ

달달하지 않은 점이 취향이었지만, 책 한권으로는 좀 부족하다 싶었다.

시리즈물로도 손색 없겠다는 생각.

인간은 어째서 헛된 것들에 삿된 욕망을 품게 될까.

무분별한 욕망으로 자신 뿐 아니라 타인까지 망가뜨리는 일. 그 일들이 아니면 사실 인간사에 특별한 사건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버지는 동화 속의 새엄마가 ‘절대로’ 없다고 단언했으나 ‘절대로’ 만큼 폭력적인 말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동화가 아무리 가공의 이야기라도 덮어놓고 허튼소리는 하지 않는다. 시대와 문물이 변한대도 사람의 속성에 그리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 26

우주는 왜 저런 빵처럼 단순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시간은 왜 커피 맛 식용 종이처럼 입속에서 녹아버리지 않을까. 사람의 영혼은 어째서 웨이퍼처럼 바삭거리며 간단히 부서져 버릴 수 없을까. - 82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더욱 빨리 달린다. 추억이라니. 환상이라니. 그 모든 것은 내게 있어서는 줄곧 현재였으며 현실이었다. 마법이라는 것 또한 언제나 선택의 문제였을 뿐 꿈속의 망중한이 아니었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간판이 멀리서부터 보였다. 이렇게 달리니 꼭 언젠가 그날 같아서 웃음이 난다. 그러나 그때는 나를 붙드는 현실에서 격렬히 도망치다가 그곳에 다다랐을뿐이다.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248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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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로 살고 있니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숨 지음,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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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닿지 않을 독백을 지치지 않고... 상대에게가 아닌 자신에게 던지는 말들이어서 일까.

좀처럼 와닿지 않고 한두발짝 앞에 툭 떨어져 버린 말들.

화자의 그녀에 대한 집착이 이해가 되는 순간은 놓아버린 자신을 떠올리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너무 찰나.

어디선가 읽은 문장들은 그녀에게 와 튕겨져 나간 문장들이었을까.

한 발짝, 한 발짝 더. 는 누구에게 던지는 말이었을까.

공허하게 남는 말들.

내 삶이,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와 삶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것 같은. 나 자신이 짝이 아닌 받침대 위에 생뚱맞게 올라가 있는 찻잔만 같을 때가요. - 84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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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즌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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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끌어올리는데 솔직히 너무 오래 걸렸다.

시리즈가 열 몇개나 된다고 하고, 오픈 시즌이 ‘조 피킷’의 처음임을 생각하면.

후속 시즌을 읽을지 말지 조금은 고민된다.

수렵감시관이라는 것도, 다양한 야생이 살아있는 환경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서.

그러나 환경이 어떠하건, 진실을 은폐하고 이익만을 쫓으려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니 이런 환경감시 스릴러? 도 있는 것이겠지.

그나저나 대체로 권선징악 불행하지 않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은 소설답다.

조는 고기를 얻으려 사냥하는 사람은 문제 삼지 않았다. 적어도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고기를 사먹는 것보다는 훨씬 정직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치즈버거를 먹으면서 사냥을 반대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먹을 고기 때문에 수많은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사냥감을 스토킹하고 뒤쫓고 해체하고 먹는 것은, 고기 가공처리 공장에서 무시무시한 망치로 소를 때려죽이는 것보다 훨씬 납득할 만한 행동이었다. - 114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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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00
황유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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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낮잠을 자고 꿈에서 누군가와 싸웠다
짐승의 털이라도 가진다면 웅덩이게 몸이라도 던지겠지만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만 편지를 세탁기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 오병량, <편지의 공원> 중.

시집을 꽤 자주 사서 읽지만 아직 시는 잘 모르겠는 나에게 매우 좋았고, 좋을 것같은 티저 시집.

티저라니.. 앞으로 구매할 문학동네 시인선을 고르는데 매우 유익하다. 모두 읽으면 좋겠으나 시 초심자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인용을 모두 하기엔 좋은 시가 너무 많아서 이만...

나무에게 남은 게 이름뿐이라도 계절이 되면 잎이 돋고 떠나갔던 것들 돌아오는 모양이라 조금은 미련을 남겨두어도 괜찮아서 좋다 - 김정진 <버드맨> 중.

심란한 구석에 손목을 내리고
문득 멸망한 유물론자처럼 앉아 있어요
저녁은 친절하고, 사월은 불길하니까
환하게 염불을 외며
교양 있게 슬퍼하는 거야
미쳐도 곱게 미치는 거지 - 이용한, <불안들> 중.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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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창비시선 417
장석남 지음 /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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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봄
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
발이 땅에 닿아야만 하니까 - 입춘 부근 중

바다는
어디서부터 가져온 파도를 해변에, 하나의 사소한 소멸로써
부려놓는 것일까
누군가의 내부를 향한 응시를
이 세계의 경계에 부려놓는 것일까 - 파란 돛 중

더 어두운 데로 귀를 기울여
음악을 듣는다
별이 나올 것이다
뭇별들이 파도칠 것이다
귀에서 별이 쏟아질 것이다
뺨과 목덜미가 빛으로 낭자할 것이다
세상에 없는 악기가 될 것이다 - 악기점 자리/ 낭만조 중

신형철의 해설이 무척 좋았다. 시도 시고.. :)
해설의 일부에서는 음성 지원도 된다. 그의 글은 종종, 자주 감상적이고 에두르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또 그게 그래서 맛인 경우라고 생각한다.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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