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도서 리뷰며 뭐며 통계자료를 보내주고 사은품을 보내주는 걸 보니 새삼 연말 각성.

올 해 읽은 책 중 별 넷 이상의 책들을 정리해 보았다.

어김없이 문학에 편중되어 있고, 어김없이 비문학의 별 넷은 거의 없다.
별 반개 정도 관대하게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리스트가 너무 방대해져서 넷을 기준으로 적어본다.

다른 장르를 점점 더 잘 읽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뭐 어때 내맘이지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균형을 맞춘답시고 책을 들여봤자, 나는 땡기는 책만 읽을테니..

2017년 독서의 일순위 키워드는 페미니즘이었고, 올해의 작가는 아무래도 마거렛 애트우드였다.

전에 비해 고전을 읽는 비중도 줄어 들었는데 아마 사적인 독서 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더 심했겠다 싶다. 내년엔 이론서도 좀 더 많이, 고전도 좀 더 많이 라고 아주 작게 생각해본다.

순서는 시간 순, 문학 소설, 시, 비문학으로..

한국 문학
<소설>
뜨거운 피 - 김언수

상냥한 폭력의 시대 - 정이현

제8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고백의 제왕 - 이장욱

바깥은 여름 - 김애란

현남 오빠에게 - 구병모 외

딸에 대하여 - 김혜진

개그맨 - 김성중

<시>
슬픔이 나를 깨운다 - 황인숙

유에서 유 - 오은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임솔아

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 - 서정학


외국 문학

로드 - 코맥 매카시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디어 라이프 - 앨리스 먼로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재독)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 - 시리 허스트베트

미국의 목가 - 필립로스

시녀 이야기 - 마거렛 애트우드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양과 강철의 숲 - 미야시타 나츠

눈먼 암살자 - 마거렛 애트우드

영원한 이방인 - 이창래

척하는 삶 - 이창래 (재독)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그레이스 - 마거렛 애트우드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비문학

탐방서점 - 금정연, 김중혁

헬페미니스트 선언, 그날 이후의 페미니즘 - 윤김지영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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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 김성중 소설집
김성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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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딛지 못하고 투명해져가는 허공의 아이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와 공생하게 되는 사람들, 웃을 수 없어 웃기는 사람이 된 개그맨,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길고긴 노년을 보내야만 하는 사람들, 어느 편도 진정한 신일 수 없는 세상의 사람들, 수다스러운 의자와만 소통하는 사람, 진짜 자신의 꽃이 무엇인지 갈팡질팡하는 세계, 결과를 알 수 없는 모험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 악몽이라고 생각하지만 본래의 삶이 오히려 악몽인 세상.

이런 것들의 세계를 매끄럽게 창조해낸 단편들.

이전에 읽었던 단편에서도 느꼈지만 김성중 작가의 상상의 세계는 리얼하다.

리얼하게 절망적이고 희망없는 세계를 지난친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 태도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비관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포를 능청스럽게? 재현한 세계들에 첨벙첨벙 빠지다 보면 어느새 책 한권을 다 읽게 된다.

신작을 기다리게 되는 작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알 수 없는 사건의 수사관이 되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고개를 숙인 채 이 모든 불가해함을 노려보는 도리밖에 없었다. - 146, 게발선인장 중.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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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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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것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그 마음에 대하여” 쓴 이야기들.

아무리 작은 마음이라도 허투루 날려 버리지 않는 이야기들이여서 좋았다.

마지막 달이라서 왠지 감상에 빠지고 싶진 않았는데, 이야기 + 산문이라서 가볍게 접근했다가 감상적인 내가 되어버렸다.


세상의 모든 어리고 늙은 동물들과, 그들의 검고 약하고 동그란 눈망울에 대하여, 인간의 언어로는 완벽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에 대하여, 인간의 눈으로는 완전히 감지할 수 없는 어떤 시야에 대하여, 거기 고인 암흑과 가느다란 빛줄기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은우는 제 곁에 엎드린 작은 생명체의 메마른 등뼈를 밤새 쓰다듬고 쓰다듬었다. - 화요일의 기린 중. 19

완전히 녹지 않은 채 도심 길가 한편에 아무렇게나 쌓인 눈의 형상은 ‘한순간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것들’의 운명을 암시한다. 한순간 아름다웠으나 한순간 깨끗하게 소멸하지는 못한 것들, 구질구질하게 남겨졌다가 결국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들의 남루한 운명말이다. - 눈+사람 중. 168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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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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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이거 이제야 읽었나.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인줄 몰랐다면 너무 무지한가.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 놓은 조금은 유치하고 괴랄한 이미지의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혼자 착각하고 멀리했었던가 하는 자책을 했다.

타고나길 죽은자의 것에서 타고나 흉물스러운 외양을 가졌지만, 순수한 선이었던 비인간을 받아들이지 못한 한심한 창조자에게 끝끝내 동정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 라는 것 말고는 빅토르의 행동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원인을 제공한 자가 의무를 방기했을 때 치루는 댓가라는 것, 책임으로 부터 회피하는 순간 시작된 이 거대한 불행, 자승자박 아니고 뭘까.

새로운 지식에 대한 경고와 자연에 대한 경외가 이야기 전반에 걸쳐 드리워져있지만, 그보다는 버림받은 비인간에 대한 연민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흉물스러운 괴물의 외모를 가졌지만, 스스로 사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뛰어난 지성을 지닌 비인간은 어쩐지 그 시대에 억눌려 있던 여성으로서의 메리 셸리 자신의 또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삶을 영위할 동반자에대한 갈구, 애정에 목말라하는 모습 또한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었을 거라는 추측.

이런 감성과 지적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말 못하는 괴물로만 그린 영화는 어쩌면 좀 악의적이지 않은지.

하긴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조금 다른 결의 감상을 가졌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지금이 딱 좋은 독서 타이밍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친구여, 열의는 물론 경외와 희망에 찬 그대의 눈빛을 보니, 내가 알게 된 비밀을 전해줄거라는 기대를 품는 모양이지만 그건 안 될 말이다. 이야기를 끝까지 주의 깊게 듣고 나면, 내가 그 조제에 대해 말을 아끼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당시의 나처럼 몸도 사리지 않고 열의에 들뜬 그대를 파멸과 명약관화한 불행으로 이끌 수는 없으니. 나로부터 배우도록 하라. 가르침을 듣지 않겠다면 적어도 내 사례를 보아 깨닫도록 하라. 지식의 획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성이 허락하는 한계 너머로 위대해지고자 야심을 품는 이보다 고향을 온 세상으로 알고 사는 이가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 65

프랑켄슈타인,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대하면서 나만 짓밟지는 말란 말이다. 나야말로 당신의 정의, 심지어 당신의 관용과 사랑을 누구보다 받아 마땅한 존재니까. 기억하라, 내가 당신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당신의 아담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타락한 천사가 되어, 잘못도 없이 기쁨을 박탈당하고 당신에게서 쫓겨났다. 어디에서나 축복을 볼 수 있건만, 오로지 나만 돌이킬 수 없이 소외되었다. 나는 자애롭고 선했다.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다시 미덕을 지닌 존재가 될 테니. - 132

내 불행에서 배우고, 당신의 불행을 자초하지 마십시오. - 285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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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12-2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만 보고
저도 책으로는 만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영화로 본 것을 책으로 읽었다라고 착각
했던 게 아닐까요.

닥터 프랑켄슈타인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hellas 2017-12-20 14:50   좋아요 0 | URL
이미지가 주는 세뇌가 좋은 작품을 가리는 경우 같아요. 꼭 읽어보세요. 재밌어요:)
 
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로런스 블록 외 지음, 로런스 블록 엮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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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가 작가군에 포함되어 있어도 책은 노잼일 수 있지.

호퍼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쓴 단편들인데 꼭 그림에 못박힌 어떤 이미지에 집착하다보니 생겨나는 서사의 단절같은게 있기도.

재밌는 작품도 있었지만(질 D. 블록/ 마이클 코넬리/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글보다는 역시 호퍼의 그림 한장이 더 좋은 경우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흥미유발이 어려웠다. 집중을 못한 탓일수도 있지만.

2017.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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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12-1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 읽어 보려고 생각했었는데 노잼일 수도
있다는 문장에 콕 들어 박히네요 :>

아무래도 패스해야지 싶습니다.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요.

hellas 2017-12-19 16:03   좋아요 0 | URL
원료가 훌륭하고 필진이 화려하지만.... 그런 점이 있었네요 저는.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셔도 좋겠지만 우리에겐 읽을 책이 너무 많죠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