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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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겨울이 깊어지니 찾아오는 고양이들이 많이 늘었다.

보통은 조용히 밥먹고 돌아가는데, 몇몇 눈치 없는 애들은 거기에서 서로 기싸움을 하기도 한다.

전부터 쭉 오던 서너마리는 이제 친해질 법도 하지만, 그 녀석들은 여전히 밥만 얻어먹지 까칠하고.

새로 등장한 몇몇은 나와 거리를 좁히지만, 내가 곁을 내주지는 않는다.

적당히 경계하고 그렇게 데면데면한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다.

비록 나에게 사료 한줌씩 얻어먹고는 있더라도.

그냥 오다가다 밥얻어먹고, 밥 내주는 관계로 얼굴이나 익히고,

동네에 딱히 시비거는 사람 없으면,

그게 공존의 시작이 아닐까.

책의 내용은 딱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혹시 뭐라도 새로운 팁이 있나 해서 들여다 보았고, 따뜻한 책이다.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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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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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건강을 찾으려면,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물으려면 그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한겨레 21의 칼럼을 묶어 편집한 이 책은 똑 떨어지는 해법을 제시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저 이 사회와 그 구성원이 생각해야 할 모든 지점을 이야기 했다.

피해 당사자들에게 아픔을 감당하라고만 하지 않고, 모두가 해봐야 할 생각들.

총기 규제에 대한 이야기만 조금 와닿지 않았을 뿐, 그 외 모든 주제들에 공감했다.

이미 알던 사실들일지라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다면 한명이라도 더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원인의 원인’ 그것이 개인의 것이 아닌 사회의 문제임을 여러번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잘 모르던 얘기여서 충격적이었던 이야기가 원진 레이온 산재에 대한 것인데,
1966년 일본에서 넘어온 기계가 한국의 천명가까운 노동자의 건강을 망치고, 또 중국으로 넘어가 몇명일지 모를 환자를 만들어 내고, (추정이지만)이제 그 기계가 북한으로 넘어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자본과 소수의 결정권자들의 도덕성이 왜 중요한지 설명한다.(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저자의 연구에 몇년 후에는 디테일한 여성문제(낙태에 대한 문제를 다뤘지만 좀더 다양한.. 예를 들면 생리대성분에 대한 것이라든지...)에 대한 역학조사도 포함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 사실 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관습적으로만 사고하게 될 때,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 219, 군 동성애자 유죄 판결을 규탄하는 긴급 집회 발언 중.

크리벨 교수는 위험을 바라보는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며 ‘ 사전주의 원칙’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르는 ‘충분한 근거’를 기다리는 대신, 이제 불확실성 속에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핵심 원칙 중 하나는 새로운 물질을 사용하고자 할 때 그 것을 사용하려는 기업과 사람들이 그 유해성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사회를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중이,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283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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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 틂 창작문고 5
진연주 지음 / 문학실험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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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서정성에 속았다.

누굴 탓해... 잘 안 알아본 내가 잘못.

불안의 변증법이라고 했나?

변증법 - 모순 또는 대립을 근본원리로 사물의 운동을 설명하려는 원리.라고 나와있네.

그렇다면 이게 불안의 변증법인가 생각하면 아닌것 같다.

문학실험실이라니 뭔가 실험적인 것이겠지만, 자꾸 개를 죽이고 고양이를 죽이는건 아무리 좋은 글이었다가도 짜게 식어버리는 내 탓일까.

불안한 인간에 대한 어떤 감정과 상태를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다루는 연작들인데, 결국 독자로서의 나에게는 불안이 아닌 불편만 남았다.

실험 류는 나와는 안맞는다는 생각만 +1 되었다.

내게서 열정이 빠져나간 지는 오래다. 나는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고 바람대로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아무 짓도 하지 않는 일은 분별력 없는 일일 테지만, 그 무엇도 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테지만, 나는 더 이상 분별력을 지니고 싶지도 않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해도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짓도 하지 않는 일이 도움이 됐다. 무중력 상태처럼 나를 들어 올려 고통에서 한 발 벗어나게 해주었다. 고통은 이제 내게서 한 발 물러나 좀 더 먼곳에 머물렀으며 나는 어떤 도취 상태에 나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 41, 검은 방 중.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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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 창비시선 416
리산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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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에 이렇게 멋진 시들을 찾아 낼 수 있었던 내 손에 감사. ㅋㅋㅋ 잘 뽑았다.

또 한명의 최애 시인을 리스트 업 할 수 있어 기쁘다.

추천합니다. 읽어봅시다. :)

여기 앉아서 저기에 속한 듯 검은 옷을 입고
검게 그을린 마음으로 저기에 속한 듯
그러므로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며
언젠가 통증으로 죽으리 흐드러지는 봄 - 도문대작 중.

무용한 것들은 방해받고 쇠약해지며 절멸한다
횡단 항로를 건너 날아들었다 돌연 사라진 새떼처럼
울음소리 가득한 어둠속으로 사라져
다시는 나타나지 못한다 - 진눈깨비 중.

그리하여 우리는 단지 유령일 뿐
깊게 출렁이며 흘러가는 강물의 그림자도
만나지 못한다 대낮의 백양나무와
삼나무 그림자 속에도 들지 못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단지 유령일 뿐
두통과 불면의 밤을 지나온 유령일 뿐
서로의 그림자 속에 들지 못하므로
우리는 대낮과 밤 속에는 태양도 별빛도
서로의 그림자를 만들지 못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단지 유령일 뿐
유리잔 속에 떠도는 몇모금의 상념일 뿐
연기로 부유하는 흐린 영혼의 구름일 뿐
우리는 서로에게 그림자를 만들지 못하므로
꿈꾸어도 죽어가는
꿈구지 않아도 사라지는

그리하여 우리는 단지유령일 뿐
몇번의 혼숙과 합숙의 날들 속에서도
새벽닭이 우는 희부연 들판을 바라보며
가야 할 곳의 몰락과 몰락의 지평선을 아득히 바라보는
우리는 단지 유령일 뿐이어서
빛과 어둠의 상처를 보듬지 못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단지 유령일 뿐
눈물의 가장 깊은 그림자를 만지지 못한다
아무런 상처의 그림자도 만들지 못한다 - 프리미어리그의 세탁부들 전문.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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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테 안경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조 바사니 지음, 김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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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고 하도 극찬을 한 것을 들어서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보다.

파디가티가 편안하고 즐겁고 품위있는 마을 의사 역할만을 성실히 수행했다면 쓸쓸하게 끝나지는 않았겠지.

수상한 시절에 남들과 다른 이들이 겪어야 했던 어떤 것.

마침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햇살이 밝은 낮에는 그에게 최대한 경의를 표하고 밤에는 산로마노 거리의 인파에 떠밀려 그의 곁에 바싹 붙어 서게 되더라도 알아보지 못한 듯 행동하는 것. 영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속 프레드릭 마치처럼 의사 파디가티는 두 삶을 살았다. 하지만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 20

하지만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나는 잠자코 있었다. 델릴리에르스와 파디가티를 생각했다. 한 명은 가해자, 다른 한 명은 피해자. 보통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파디가티는 나를 잘못 봤다. 증오가 아닌 그 어떤 다른 것으로는, 나는 결코 증오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 125

증오가 아닌 다른 것으로는 내가 처한 부당함을 대변할 수 없다고, 너희들이 나를 밀어넣은 유배지에서 나는 기쁜마음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

세상이 다시 나를 받아준다고 얼핏 관용적인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그들의 진심이 아니라는 것. 그 사실을 아무일도 아니었다는 듯 잊을 수 없다는 것.

언제나 세계는 불평등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나, 그 불평등함이 제도적인 힘을 가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하는 과제가 있는것 아니겠는지.

아버지의 기쁨은 부당하게 쫓겨났다가 선생님의 복귀 명령을 받고 교실로 돌아온 학생의 기쁨과 같았다. 삭막한 복도에 영영 추방되어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갑작스럽게 친구들이 있는 교실로 돌아가는 것이 허락된 그 학생은, 벌칙을 면했을 뿐 아니라 아무 잘못이 없음을 인정받고 완전히 명예를 회복했다고 기뻐한다. 결국 아버지가 그 아이처럼 기뻐하는 것이 옳지 못한 걸까? 나에겐, 그렇다. 지난 두 달 동안 내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고독감이 바로 그 순간 한층 더 심해졌다. 총제적이며 결정적이었다. 나는 나의 유배지에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 142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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