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맛
김사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시끌했던 사건이 있던 출판사의 책이고,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났더라? 싶지만, 어쨌든 회사를 인지하면 사지 말아야지 했던 곳의 책인데.

오래전 사둔 걸 발견했다.

출판사에 먼저 눈이 갔지만, 김사과의 에세이라서 읽었다.

여러 도시를 전전하는 글쓰는 유목 작가의 평소 모습이다.

매우 건조하게 불퉁한 얼굴로 거리를 바라보는 것 같은 모습.

그럼에도 또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그래서 (작가는 지리멸렬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초반에 렌트한 집 주인이 작가 일행의 행태를 보고 한달만에 쫓아내려는 모습을 보니, 그럴 일이 생긴다면(생길 일도 없지만) 나는 김사과 작가에게는 집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잠깐 생각했다.

소설가의 글은 소설이 더 좋다고도 생각했다.

열광은 얼마나 찰나인가.
기적은 얼마나 일회용인가.
하지만 영혼은 얼마나 그것에 사로잡히는가. - 149

남자가 사라진 자리, 붉은 핏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조명에 비친 그것은 붉지 않았다. 검다. 아니, 주황색이었다. 어쩌면 그건 피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결국 나는 영원히 그것의 진짜 색깔을 몰랐다. 하지만 진짜 색깔이란 대체 무엇인가. - 221

2018. ja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 네스뵈의 신간이 출간되었고, 잊을 만 한 타이밍이 되서 책장에서 한권 골라들었는데,

순서가 조금 뒤죽박죽이 되는 선택을 했지만, 그게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았다.

해리 홀레 형사 같은 마초면서 큰 거부감 안드는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군더더기 없이 잔인하고, 재밌다.

잔인해서 재밌다는 건 아니고, 재밌는데 잔인하다는 말이다.

요 네스뵈는 이 처량한 형사양반을 어디까지 망가뜨려야 만족하게 될지 그것도 궁금하다.

범죄의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사람 구지 불러들여서 딱히 전폭적인 지원도 안해줘서 궁지에 몰리게 했다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준다는 듯이 구는 경찰청 사람들도 좀 웃기는 구석이다.

노르웨이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서 사실 주요 캐릭터 외에 조연, 단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끝까지 이름이 헷갈렸는데 그게 걸림돌이 안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간을 살인자로 만드는 것은 대체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 선천적인걸까? 유전자에 깃들어 특정한 사람만 물려받는 잠재력일까? 아니면 필요에 의해 형성되고, 세상과 부딪히며 개발되었다가, 생존 전략이자 목숨을 구해주는 병이며 이성적인 광기가 되는걸까? - 18

턱은 왜 그렇게 된 건가?
설명하자면 길고 재미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돌아온 걸 환영하네. 아버지 일은 유감이야.
전 사직서를 제출한 걸로 아는데요.
그거야 전에도 있었던 일 아닌가.
그럼 대체 몇 번이나 더 내야 합니까? - 58

2018. ja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사기를 참고 있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렇게 참아서 내가 무슨 덕을 보나.

라는 마음이 든건 이승신씨의 영수증 출연 클립을 봤기 때문이다.

당장 사야할 책이 적어도 열권은 되고 북플을 읽다 보면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자꾸 늘어나는데......

그래도 새벽에 책 사는건 자제해야지. 이게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새벽에 쓴 연애편지 같은 기분이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북깨비 2018-01-15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무슨 덕을 보나 ㅋㅋㅋ🤣 헬라스님 귀여우십니다 😂 저는 전에는 사고 싶은 책들을 모아놨다가 한번에 질렀는데 요즘은 그냥 그때 그때 사요. 모아뒀다가 사면 (예를 들어 오늘 읽고 싶은 책을 한달뒤에 사면) 막상 도착했을때는 그 책이 읽고 싶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책장에 안 읽은 책이 하나 또 쌓이고 그래서 요즘은 읽고 싶을때 바로바로 사요.

hellas 2018-01-15 10:15   좋아요 1 | URL
매우 힘이 되네요. 사러갑니다>_<

다락방 2018-01-15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헬라스님, 저는 이미 질렀습니다. 머그컵 두 개 받았어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hellas 2018-01-15 10:16   좋아요 0 | URL
그래요. 많이 참았어요. 저도 두개 받을래요>_<
 
끄라비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판>과 <맥락의 유령>이 좋았다.

단편을 읽을 무드가 아니었는지, 조금 지루했다.

예술은 만인의 것이 될 수 없다. 예술에 필요한 감각은 태어나거나 혹은 훈련되어야 하는데, 누구나 그럴 기회를 잡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54, 아르판 중

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말이 안되기도 엄청 되기도 하는 말이라 남겨본다.

2018. ja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석을 위한 변명.

오래 전에 사두고 근대문학 전반에 마음이 멀어져서 묵혀두다가 숙제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아무래도 밀린 숙제는 짜증스럽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재미가 없을 수는 없는 생애랄까.

그러나 허울좋은 모던보이.... 그 이면을 보게된 이후로 대체 이 양반 뭔가 싶은 면이 끊임이 없이 등장해서 오히려 모르는 채로 지내는 것이 나은게 아닐까 생각도 한다.

외양과 스타일만 모던 보이이며, 그 시대 있을 법한 가부장적 유교의 틀에서 그다지 해방될 생각 없는 남성이 아닌가.

자신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여성이 친구와 결혼했다고 뺏겼다고 생각하고, 수차례의 집안 강압?에 못이긴 결혼을 하고 부인들을 어떻게 책임지고 부양했는지는 생략되고, 그런 와중에 기생과 빠진 사랑은 어디로 봐도 그다지 책임감 있는 모습은 아니지 않나? 그 전력을 보다보면 참 그 시대의 남자란 편리한 족속이구나 싶은 생각만 들게된다.

시대가 하수상하여 스스로 뜻을 펼치기 어려운 시대였으나, 저자의 백석 감싸돌기는 좀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모던보이’의 윤리성의 파행을 근대성의 파행이라고 변명하기엔 찜찜한 감이 없지 않다.(207) 라니... 찜찜한 감이 없지 않은 정도는 넘어서지 않을까.

백석은 만주 시절에 일본어로 된시를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았고, 시인으로서 일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자는 글을 쓰지도 않았다. ...... 1940년을 전후해서 거의 모든 시인과 작가들이 일본에 무릎을 꿇고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했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백석의 행동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227) 라니...

김응교가 공개한 ‘문인창씨록’에서 백석이 ‘시라무라 기코’로 창씨개명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1943년경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대로라면 백석은 안둥세관에 창씨개명을 하는 조건으로 들어갔거나, 그 후에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명단에는 친구 허준도 ‘기노시타 슌’으로 성씨를 바꾼 것으로 되어 있다. 자의에 의한 것이든 외부의 강압에 의한 것이든 백석이 창씨개명에 참여한 사실은 분명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백석이 이렇게 바꾼 일본식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 나선 일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백석은 백석이고자 했다.(278) 라니...

대단한 반일 행위라고 해야하나...

어쩔수가 없이 삐딱하게 읽힌 이 평전을 그렇다고 폄하할 수는 없다.
백석에 대해 꽤 많은 정보(결과적으로 필요이상인 경우도 있지만)를 얻게 되고 그의 문학적 어프로치도 시집 한권을 읽는 것보다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예술가로서의 성취도 감히 나 따위가 왈가왈부할 수 없이 눈부시지만,
분단 현실로 인해 우리가 볼 수 없던 백석의 흐릿한 발자취가 어쩌면 그를 좀 더 스타일리쉬한 예술가로 바라보게 하는 면이 있지 않은지 생각했다.

2018. ja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