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읽어본다
요조 (Yozoh)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어본다 시리즈의 두번째 선택.
딱히 선택이라기 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읽기 시작했다.

이전 남궁인 저자의 독서에세이와는 또 다른 면에서 취향이 겹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뭔가 좀 다른 결이 있었다.

나쁘다가 아니라 다르다이니까 그러면 그러는 대로 즐겁게 훔쳐보았다.

타인의 취향을 훔쳐본다는 것이 어쩌면 일상에는 작은 두근거림이기도 하다.

그림책, 동화, 시집, 잡지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지인에게 추천을 받고 망원동에 있는 어느 독립서점에 한번 방문해보셨다고 한다.
그런데 늦은 시간이라 문이 이미 닫혀 있었다고. 허탈한 마음으로 잠시 바깥에서 외관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뒤에서 주인장이 “문 열어드릴까요”하더란다.
그렇게 문 닫힌 책방 문을 다시 열고 안으로 들어가봤더니 생각보다 책이 빼곡하게 즐비하지 않아 내심 내실 없다는 생각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꽂혀 있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보다보니 자기 취향의 책들만 콕 찝어놓은 것 같았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집에 우연히 놀러갔다가 자기 취향의 책들만 꽂혀져 있는 서재를 발견하고 나면 그 사람과 덜컥 친해지고 싶은 기분이 들듯이 곧장 이 책방과 친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조용히 속으로 감탄하고 있던 사이 책방에는 동네 단골들이 하나둘 들어와서 주인장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길에서 구조한 것으로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들어 있는 라면 박스를 둘러싸고는 소곤소곤 고민을 나누고 있더란다. 고즈넉한 저녁 밤, 작고 편안한 어느 공간 안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보고 또 누군가는 작고 연약한 다른 존재를 걱정하고 있는, 그 옹기종기함이 새삼 너무나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전자책을 사면서, 혹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을까. - 307

2018. Feb.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희곡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7
양승국 엮음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화기 이후 근현대를 지나는 희곡 8편.

일단은 개화기를 거쳤기에 친일이거나 공산주의자고,

여성을 재산을 일부로 보는 시선과 희생을 강요하거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씬이 곳곳에 있다.

그야말로 대환장 쇼지만.

우리나라 연극사에 의미있는 작가와 작품들이라는 점을 부정하진 않겠다.

기생집에 팔아먹고, 일본으로 팔아먹고, 중국으로 팔아먹고, 미군정에 팔아먹고....

딸들을 더럽게도 팔아쳐먹는다. 환멸...

그 중 흥미로운 작품이 <사랑에 울고 돈에 속고> 홍도야 우지마라 하는 그 작품인데,

이야말로 현대 통속 막장극의 원류 아닐까 한다.

극악무도 시월드와 신분차이를 극복할 뻔한 사랑, 오해, 갈등, 살인, 왕따 까지 버무려진 이야기라 매우 매력적이다.

읽어 볼 만한 작품들이지만 집중해서 읽는다면 복장터질 몇몇 순간들은 각오하고 읽어야 하겠다.

2018. feb.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과 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려서 읽으라고 해서 읽고는 까마득하게 잊고있던 책인데

다시 읽으니 새삼 잔인하고 새삼 감동적이다.

그야말로 마초 이미지의 정점인 작가여서

다시 읽는(혹은 읽은 줄 알았는데 읽지 않은 책이라서 처음읽는) 고전들 리스트에서 좀 뒷순위로 밀려있었지만.

늙어가는 존재의 생명력이랄까 불사르고 사라질 어떤 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로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는 부분은 사실 노인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마놀린이라는 캐릭터 때문이었는데.

좀처럼 드문 젊은이(아이) 의 의랄까 그런 부분에서 오는 찡함.

워낙 해설들이 충분히 넘쳐나는 소설이니 그부분에 내가 얹을 말은 없겠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104

이젠 할아버지하고 같이 나가서 잡기로 해요.
그건 안돼. 내겐 운이 없어. 운이 다했거든.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운은 제가 갖고 가면 되잖아요. - 126

2018. Feb.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학동네 시인선 88
문성해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찬찬히 읽고 있자니 찬찬히 흘려보내는 기분이 된다.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육화되는 과정이라는 해설이 맞춤하다고 생각했다.

2018. Feb.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총 열편인 마르틴 베크 형사 시리즈.

스웨덴의 대표적인 경찰 소설이고, 노르딕 느와르의 원류?라고 하기에.

스티그 라르손도 요 네스뵈도 언급하는 작품이라기에.

기대했던 이상으로 현실감 넘치고 전개는 느리지만 쪼는 맛은 반감되지 않는다.

온갖 과학 수사와 넘쳐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수사물에 익숙해져 있지만,

거의 50년 정도 이전의 스웨덴 범죄물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국제 공조라는 것이 우편과 전보, 감이 좋지 않은 국제 전화로 이루어지는 느린 세계.

마르틴 베크 형사의 경찰로서의 윤리에 대한 생각들이 와닿는 소설.

무척 마음에 들었고 이 시리즈도 끝까지 잘 읽게 될 것 같다.

마르틴 베크는 몸을 곧추세웠다. ‘경찰관에게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덕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는 속다짐을 했다. ‘나는 끈질기고, 논리적이고, 완벽하게 냉정하다. 평정을 잃지 않으며, 어떤 사건에서든 전문가답게 행동한다. 역겹다, 끔찍하다, 야만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신문기사에나 쓰일 뿐 내 머릿속에는 없다. 살인범도 인간이다. 남들보다 좀더 불운하고 좀더 부적응적인 인간일 뿐이다.’ - 88

전과도 없고 용의자 선상에 오른 적도 없었던 웬 인물이 할란드의 어느 경찰관 앞에서 느닷없이 눈물을 터뜨리며 칠 년 넘게 묵은 교살 범행을 털어놓았다. 너무나 늦게 찾아온 결말이 과연 늙은 형사에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안겼을까? 마르틴 베크는 가끔 그게 궁금했다. - 231

소냐 한손이라는 이름의 여자도 있다. 어쩌면 그녀는 두 번 다시 완벽한 평온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소녀일 때처럼 두 무릎 사이에 손을 끼우고 꿈도 없이 깊게 잠드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겉으로는 이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겉으로 그들은 모탈라, 스톡홀름, 네브래스카 링컨의 사무실에 얌전히 앉아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결코 공개해서는 안 될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했다. 그들은 영원히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기억은 아닐 것이다. - 421

2018. feb.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