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택시 - 매 순간 우리는 원하지도 않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지점들을 지난다 아무튼 시리즈 9
금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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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맛이 좋고 매우 취향의 말투를 가지고 있어서 믿고 읽었다.

역시 유쾌했다.

요즘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다 사들이고는 한꺼번에 다 읽어버리고 싶어서

오히려 좀처럼 책이 안 읽히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새 다 읽었네.

택시 타길 좋아하지도 않고, 경기도러라서 어쩔 수 없는 자가 운전자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아주 잠깐은 택시타고 창밖을 보며 해지는 강변북로를 달려보고 싶어진다.

일종의 대리만족이 이 슬림한 책을 읽는 동안 가능하다.

택시라는 교통수단이 나와는 멀어진지 꽤 되었지만 예전의 불쾌하거나 유쾌하거나 차분했던 기억들이 소환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영원의 관점으로 응시하면.... “이라고 시작하는 말을 어딘가에서 하게 될 것만 같다.

내가 출판계에 너무 오래 몸담고 있었던 걸까? 나는 수영을 배우면서도 수영을 잘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돈을 벌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물론 일을 하면 돈을 받아야 한다. 될 수 있으면 큰 돈을. 하지만 종종(실은 자주) 현실은 우리를 배신한다. 그것이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매년 갱신하고 있는 출판계에서 내가 배운 교훈이다. 한숨과 눈물, 그리고 자기혐오도...... 일지를 쓰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수영이 안 는다고? 시나리오를 썼는 돈을 못 벌었어? 좋아. 그래도 그 과정을 기록해두면 어딘가 쓸 데가 있겠지. 나는 8년차 프리랜서 서평가. 필요하다면 뭐라도 쓰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택시에 대해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 22

가끔은 택시가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여름엔 에어컨이, 겨울엔 전기장판이 좋은 이유를 굳이 설명해야 하나? 나는 싫어하는 책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너무 두꺼워서. 너무 얇아서. 주인공이 너무 멍청해서. 주인공이 너무 똑똑해서. 너무 적은 사건이 벌어져서. 너무 많은 사건이 벌어져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그런데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한담? 어린 시절 읽은 피너츠의 한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 라이너스를 왜 그렇게 좋아하냐는 질문에 샐리 부라운은 이렇게 대답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 괜찮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 안 돼. 왜냐하면 그게 더 어려우니까.” 바로 이것이 내가 피너츠를 좋아하는 이유다. - 37

며칠 전, 이 책에 매달려 있는 내게 아내가 다가왔다. 한밤중이었다. 한동안 나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던 아내는 홀로 방으로 돌아가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다 뭐라고......” 우리는 언젠가는 택시에서 내려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책은 어디선가 끝이 나게 마련이다. 정말 다행이지 뭐야...... -154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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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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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큰 기대 없었는데, 매우 좋았다.

노을 진 인생의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달까.

평범하고 나쁠것 없어 보이는 인생을 보낸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동화같은 관계.

더하기 일, 더하기 일, 더하기 일, 빼기 일, 빼기 일.... 같은 이야기여서 여운이 남았다.

결국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조금 궁금했다가 말았다.

그게 본질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몰랐는데 영화로도 있나 보다.

정신없고, 심란하고, 불쾌했다가, 잠깐 기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이 책을 꺼내들었는데

결국 다시 일어나 앉아 작은 맥주 한캔, 크래커 한 봉지를 뜯게 되고,

그 뒤에 딸려오는 야심한 밤의 허기 때문에 곤란해졌다. ㅋ

왜 뒤에서 이러고 있어요? 애디가 말했다.
사람들 눈에 덜 띌 것 같아서요.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요. 누군가가 보겠죠.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요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13

다른 사람의 인생을 고쳐줄 수는 없잖아요. 루이스가 말했다.
늘 고쳐주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죠. - 156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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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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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포장없이 날 것 그대로이기도 하고, 새는 나는 것이니까.

기대한 뭔가는 부족했다.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중이지. 너는 지금의 내가 되기 전의 나야. 아니면 내가 되어가는 중인 너라고 말해야 하나?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보는 게 무서워 견딜 수 없어. 감자 눈을 파내면서 그 여자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 - 77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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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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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올 해 처음 마음에 꼭 드는 소설.

문장 한줄 한줄이 너무 아름답다.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문학은 너무나도 많지만 오스트레일리아 포로의 시점의 책은 처음이었고,

독일군이 아닌 일본군에 대한 이야기는 아시아 작가가 쓴 경우 외엔 읽은 기억이 없다. (확신은 못하겠네...)

플래그를 붙이며 읽다보니 책 옆면은 플래그가 빼곡하게 붙어 버렸는데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포로들을 학대하는 일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던 나카무라는 하이쿠를 즐겨 외웠는데, 포로를 죽이는 동안에도 잇사의 하이쿠를 암송하며, 포로들에게 통역하게 했다.

고통의 세상
벚꽃이 피면
그 세상도 꽃을 피운다.

얼마나 역설이고 모욕인지. 그 아름다운 싯구를 입에 담고 저지르는 만행은...

포로와 일본군과 일본군에 가담한 또 다른 아시아인들과, 그들의 고향, 가족들이 흩뿌려놓은 카드들 처럼 펼쳐져 있다.

물론 화자인 도리고 에번스의 이야기도.

문장의 유려함에 넋을 잃어 흩뿌려진 이야기들의 (약간의) 산만함은 잊어버렸다.

전범들이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지 않는 에필로그들을 보며, 세상 어디나 있는 불의를 실감한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과거가 없고, 불행한 사람에게는 과거만 있다. 노인이 된 뒤 도리고 에번스는 이것이 어디서 읽은 말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만들어냈다가, 이것저것 뒤섞었다가, 다시 부숴버렸나? 가차없이? 바위가 자갈이 되고, 자갈이 흙이 되고, 흙이 진흙이 되고, 진흙이 바위가 되는 식으로 세상은 굴러간다. 그가 세상이 왜 이러저러한 모습인지 설명해달라고 다그칠 때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 그대로다. 세상은 그냥 그런거야. 원래 그래, 아들. - 15

도리고 에번스는 미덕을 싫어하고, 미덕이 찬양받는 것도 싫어하고, 그에게 미덕이 있는 것처럼 구는 사람들도 싫어하고, 덕이 있는 척 행세하는 사람들도 싫어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덕이 있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을수록 그는 미덕이 더욱더 싫어졌다. 그는 미덕을 믿지 않았다. 미덕은 잘 차려입고서 갈채를 기다리는 허영이었다. -75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도리고에게는 거대한 속임수 같았고, 도리고 자신은 여기서 가장 잔인한 역을 맡은 사람이었다. 사실은 아무 희망도 없는 곳에서 희망을 내미는 사람. - 298

콜레라의 전염을 막기 위해 환자의 소지품은 모두 불에 태웠다. 사람들이 새로 가져온 시체 세 구와 그들의 소지품을 장작더미 위로 올리는 동안, 인부 한 명이 토끼 헨드릭스의 스케치북을 들고 도리고 에번스에게 다가왔다.
태워. 도리고 에번스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인부는 기침을 했다.
결정을 내리기가 힘듭니다, 대령님.
왜?
이건 기록이라서요. 보녹스 베이커가 말했다. 헨드릭스의 기록입니다. 미래에 사람들이 이걸 보고 이곳에 대해 알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토끼의 소망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것이요.
기억?
네, 대령님.
결국은 모든 것이 잊히게 돼 있다, 보녹스. 지금은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해.
보녹스 베이커는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보녹스 베이커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령님?
그렇지, 보녹스. 주문처럼 외우기도 하지. 어쩌면 그건 상당히 다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걸 남겨두어야 합니다. 이곳이 잊히지 않게요. - 303

나는 하느님한테 아무런 이의가 없다. 도리고 에번스는 보녹스 베이커와 함께 장작을 밀고 쑤셔서 시체들이 불길에 골고루 감싸이게 하며 말했다. 하느님의 존재를 놓고 다른 사람들과 논쟁하는 것도 귀찮아.
내가 지긋지긋하게 싫은 건 바로 나 자신이니까. 이런 식으로 끝을 내는 게.
이런 식이라니요?
하느님 방식. 하느님이 이랬네 하느님이 저랬네 하는 것.
사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씨발 놈의 하느님이었다. 이런 세상을 만든 씨발 놈의 하느님. 그 씨발 놈의 이름. 앞으로도 영원히 씨발. 평생 동안 씨발 놈. 우리를 구해주지 않은 씨발 놈. 여기를 돌아보지 않고, 저 씨발 놈의 대나무 위에서 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주지 않은 씨발 놈. - 312

순간적으로 그는 무서운 세상의 진실을 본 것 같았다. 끔찍한 공포에서 도망칠 길이 없고, 폭력이 영원한 세상, 세상이 창조한 문명보다 폭력이 더 위대하고 유일한 진실이며, 폭력만이 진실한 신이기 때문에 인간이 숭배하는 어떤 신보다 폭력이 더 위대한 곳. 마치 인간은 폭력의 세력이 영원히 유지되도록 폭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폭력은 항상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결코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끝나는 날까지 다른 사람들의 부츠와 주먹과 끔찍한 행동 아래에서 죽어갈 것이다. 인류의 모든 역사는 폭력의 역사였다. - 365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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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그려야 한다
리카(Licar).피즈(Piz) 지음 / 미니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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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만 보이면 참질 못하고 그만....

그려야 한다면서 나 이렇게 그렸다를 보여주는 ㅋㅋ

그래도 고양이들은 참 예쁘지. :)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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