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는 필요 없어, 네가 있으니까
봉현 지음 / 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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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감성적인 연애담.

외롭고 쓸쓸한 정서가 쭉 이어진다.

문든 나는 이제 더 이상 이런 감성이 없는게 아닐까 하는 외롭고 쓸쓸한 기분도 좀 들었다.

봉현 작가의 일러스트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는 글이 더 우선 순위인것이 좀 아쉬웠다.

낯선 세상에 우리뿐인 낯선 오늘. - 34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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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파친코 1~2 세트 - 전2권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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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부터 1989년에 이르는 자이니치의 주목받지 못한 역사가 서술된다.
더 잔혹한 현실을 살아간 재일 조선인들이 있겠지만, 읽는 내내 열불이 난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아마 이런 류의 감정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것이겠지.

양순과 순자, 경희, 요셉, 한수, 이삭, 노아, 솔로몬....

장애가 있었지만 누구보다 상냥하고 자랑스러웠던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패배의 연대기가 시작되는데, 답답한 상황임에도 어떻게는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일세대가 개고생의 연대기라면 이세대는 차별과 편견의 연대기랄까.

자이니치 뿐 아니라 일본인이지만 소수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라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있다.

주류 사회에 편입이 불가능했던 재일 조선인들이 부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음지의 산업에 종사하는 일이었기에, 야쿠자가 되거나 고리대금업자가 되거나 파친코산업에 몸을 담을 수 밖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노아조차도.

최근 일본의 이슈 몇가지와 이 이야기가 겹치면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스모 모래판위에 쓰러진 시장에게 응급처치를 하던 여성 의료인이 여자라는 이유로 모래판에서 쫓기듯 내려와야 했고(후에 소금을 뿌렸다고...),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동의없이 강제 불임시술을 시키고, 여성의 도장 사이즈가 남성의 것보다 작게 규정되어 있는 현실(커플용 젓가락도 여성용이 더 작게 제작됨)....
아시아의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선진화?되고 부를 누린 일본이라는 나라가 행하는 정교하고 비상식적인 차별의 사례들에 자이니치도 한 부분일 뿐일까 하는 생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그런 상황에서 의아할 정도로 윤리적이고 예의가 바른 편이라 소설적인 미화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전미도서상 후보작이었고,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30여년의 준비를 거친 작품이라서 기대가 많았다.

재미있고,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문장의 힘은 조금 부치는 느낌이었다.
단 두권으로 속도감있게 역사를 서술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11

아내가 고리대금업자들 밑에서 일하는 게 더 나쁠까? 아니면 요셉이 그들에게 빚을 지는 것이 더 나쁠까? 조선 남자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소리는 언제나 개소리였다. - 268

인간은 원래 끔찍한 존재야. 맥주나 마셔. - 220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내 사랑, 넌 언제나 외국인으로 살아야 할 거라고. 절대 일본인이 되지 못해. 알겠어? 자이니치는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거 알지 하지만 너만 그런 게 아냐. 일본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도 다시 받아주지 않아. 나 같은 사람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지. 우리는 일본인인데도 말이야! 난 병에 걸렸어. 오래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어떤 일본인 남자한테서 옮은 병이야. 그 남자는 죽었어.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 여기 의사들도 내가 떠나버리기를 바라고 있어. 잘 들어, 솔로몬, 넌 여기 머물러야 해.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안돼. 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야 해. 부자가 되면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어. 하지만 아름다운 솔로몬, 저들은 우리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 361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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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화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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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길을 돌아 결국 연대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이야기를 끝내야 할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지치는 이야기다.

기운이 쪽 빠졌다.

그만큼 날것이고 격렬하다.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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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나혜석 지음, 장영은 엮음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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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은 책들과 많이 겹치는 내용들.

안타까운 삶이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그와 연대해주지 못한 그 시대가 싫어지는 것도 여전하다.

비단 과거의 삶만이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을까.

좀 더 눈을 크게 떠버린 사람들이 외면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런 상황.

공적 영역에서의 여성의 존립 근거에 대해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수와 무지에 대해 더 예리한 잣대를 들이대고, 비난하는 것은 여전한 일이다.

공적 영역이라는 것을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따라서 이런 생각과 연관지을 수 있는 사건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일수도, 세상 모든이의 손가락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같은 기준을 양성에 기대하는지 부터 돌아보게 된다.

페미니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변화가 더딘 사회에 대한 환멸보다는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더 많다. 나는 과연 공정한가, 과거의 나는 왜 그렇게 미숙했나,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일들에 나는 용기를 더 낼 수 있나....

나와 같은 생각의 알고리즘에 빠져드는 여성들이(남성들도)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이 더 열렬히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과 글과는 별개로, 페미니즘과 관련한 무수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반갑지만

여전히 읽을만한 책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나혜석은 칼자루를 쥔 남성 중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칼날을 쥔 여성들이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과 글을 남겨야 한다고 믿었다. 칼날조차 놓쳐 버리면 ‘순환’의 시간은 결코 오지 않는 다고 나혜석은 예상했을 것이다. 당장의 상처를 피하기 위해 칼자루를 쥐게 될 기회 자체를 일찌감치 포기해 버리는 것이 가장 슬프고도 위험한 일이라고 나혜석은 판단했다. - 9, 서문 중

이른바 신여성이라 불리던 여성 지식인들의 연애와 결혼이 유독 스캔들의 대상이 되었던 한국 근대사회의 풍경을 나혜석의 글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공인으로 활동하는 여성들에게 스캔들은 치명상이다. 공적 영역에서 여성의 존립 근거가 그만큼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대체로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최대한 감추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그것이 적어도 사회에서 살아남는 데 안전한 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혜석은 정반대의 길을 택하여 직접 말하고 직접 글을 쓰며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그 대가를 너무나도 혹독하게 지불했으나, 나혜석은 자신의 말과 글을 중단하지 않고 공개했다. 남성 중심의 전근대적 사회가 정작 바라는 일은 여성들의 발화를 봉쇄하는 것이었다. 나혜석은 이러한 구조를 오랫동안 체험했기 때문에 침묵이 보신의 길임을 분명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순에 저항했다. 남성 중심의 전근대적 사회와 지난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혜석의 삶과 글은 역사적 가치를 획득할 자격을 갖추었다. - 152

여성이 직접 말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일체의 행위 자체가 당시 남성들에게는 그저 못마땅한 일이었다. 나혜석은 불완전한 상태로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방황하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여성의 삶을 꿈꾸었고, 그 꿈을 글쓰기로 실천했다. 여성의 삶이 모순적이고 분노와 좌절의 연속인데, 어떻게 여성의 언어가 아름답고 완전하고 완벽하기를 바라느냐는 나혜석의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 233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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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스 형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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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가 책이라서 아끼다가 꺼냈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 책을 대하는 두가지 방식 손에 들어오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 읽거나. :)

버지스 남매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있고, 성장한 그들의 가족도 온전히 행복하지 못하다.

여기에 결정적인 사건 인종 혐오 범죄에 휘말린 - 이 부분의 작가의 사건 선택 방법은 좀 나이브하다고 느껴지지만, 애초에 잭의 실수였다고, 잭은 외로운 아이라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변명하는 태도 같은 것 - 조카의 뒷수습이 추가되었다.

어쩌면 조카의 사건에 가족들의 문제들이 추가되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이야기내내 설득력을 얻지만, 결국 납득할 만한 해피엔딩이 되어 버리는 통에 사실 누군가를 제대로 알지 못한들 어떠한가라는 생각으로 책을 덮게 된다.



“그런데 메인에 왜 소말리족이있는 거야?” 헬렌이 문을 통과해 옆방으로 가면서 물었다. 그녀가 돌아보며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족쇄를 찬 게 아니고서야 누가 셜리폴스에 가겠어?”
밥은 헬렌이 그런 식으로 말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버지스 가족의 고향을 싫어하는 티를 노골적으로 내면서도 전혀 거릴낄 게 없다는 투였다. 짐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 사람들은 족쇄를 찼으니까. 가난이 족쇄지.” - 35

헌법의 위대함과 모든 인간에게는 생명권과 자유권, 행복추구권이 있음을 믿는 밥, 그런 밥 버지스마저 술 달린 스카프를 두른 키 큰 남자가 셜리폴스 골목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 이렇게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친 것이긴 했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수가 너무 많지만 않다면야. - 101

수전이 그 시위를 자신이나 재커리를 반대하는 시위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지역 성직자 중에 그걸 하나로 뭉쳐서 생각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걱정돼요. 뭐든 ‘반대하는’거 있잖아요. 폭력에 반대하고, 종교적 차이에 대한 편협함에 반대하고. 그 사람들이 옳아요. 하지만 잘잘못을 가리는 건 법이죠. 목사라면 희망을 불어넣어야 해요. 물론 목소리를 내야 하고요. 하지만 희망을 심어줘야 해요. 진부한 이야기죠? - 141

그리고 이제는 너무 늦었다. 무언가가 너무 늦었다고 믿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언제나 조금씩 더 늦어지고, 그러다보면 마침내 너무 늦어버린 순간이 온다. - 444

어떻게 하면 좋지, 밥? 나는 이제 가족이 없어.
형은 가족이 있어. 밥이 말했다. 형을 미워하는 아내가 있잖아. 형한테 잔뜩 화난 자식들도 있고. 형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동생들도 있고. 머저리같이 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머저리가 아닌 조카도 있고. 그런 게 가족이야. - 546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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