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정신 오늘의 젊은 작가 18
김솔 지음 / 민음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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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긴 한데 취향은 아니다.

연대기같은 방식의 서술은 어쩌면 마르케스같기도 한데, 내가 그걸 별로 안좋아해.

그리고 소멸되려는 무언가가 자꾸 되살아나서 이야기가 되는데, 그것도 그다지......

어떤 ‘사건’이라는게 없다는 느낌인데, 그렇지만 ‘사건들’은 엄청나게 많고....

‘나는 어떤 모호한 문장에서 태어난 게 분명하다. 그것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향해 날아갔는지 알 수는 없다.’(작가의 말 중) 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 그 자체가 이 이야기가 된 것이 아닐까.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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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조 퀴넌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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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옹고집쟁이 서평가의 책읽기.

번역 제목이 좀 가벼워서 하마터면 안 읽을 뻔했다.
상세 내용을 조금 접하고 바로 구매했는데,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웃기고 재밌는 사람이다.

어찌나 취향이 확고하신지, 좋아하는 작가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조금이라도 비위를 상하게 한 책이나 작가에겐 가차없다.

어차피 내가 골라 읽어야 하는 것이 책이라면 확실한 주관이 이도저도 아닌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저자 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책 선택에도 확실한 호불호가 있는 편이고, 해가 지날 수록 불호의 숫자가 늘어난다.

좋아하던 작가의 글들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던 책들이 지금은 지우고 싶을 만큼 끔찍하기도 하다.

저자는 책에 낙서하기를 즐기지만, 요즘의 나는 책은 흠집없이 읽는 주의라서 얇은 플래그를 붙여놓는다.
저자는 독서토론에 흥미가 없다고 하지만, 요즘의 나는 독서 토론이라는 것을 시도해보고 꽤 즐기고 있는 중이다.
공통점이라면 책을 빌려 읽지 않는 것, 중고서적을 사지 않는 것, 동시에 여러권의 책을 늘어놓고 읽는다는 것 정도일까.

꽤 촘촘하게 쓰인 책에 관한 이야기라 언급되는 책 중 읽어보고 싶은 책이 적어도 50권은 되는데, 국내 미출간된 작품이 많아서 아쉬웠다. 번역된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서, 그 배는 더 시간을 소모하는 원서 읽기는 아무래도 무리지 않을까. 그 책들이 출간되려면 내가 무슨 짓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완고한 저자의 글이 진심 재밌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추천할만 한 책.

나는 1년에 책을 적어도 100권은 읽고 탄력 받으면 그 두배까지도 읽지만 매년 한 해를 마감할 때면 올해도 뭐 하나 해놓은게 없구나 생각한다. - 10

책 읽기는 ‘여기는 멍청이 인구 밀도가 어지간히 높군요’라고 말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디스 워튼은 죽었을지 모르나 어중이떠중이보다는 그녀를 벗으로 삼는 편이 월등히 낫다. - 12

나는 오디오북을 듣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오븐에 구운 파스타가 귀로 듣는 물건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 16

좋은 책은 저자들이 우리 대신 다 생각을 해놓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고 말고 할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나 끔찍한 책은 저자가 이 다음에 또 무슨 믿기지 않는 헛소리를 하려나 궁금증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뇌에 자극을 준다. - 205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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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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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자의 예정된 비극.

충신이었던 맥베스지만 눈꺼풀에 탐욕이 더해지는 순간 그야말로 본데없는 악인으로 변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나약하고 욕심많은 존재에 대한 경고일지도.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14)라는 문장은 인간사 어디에나 가져다 붙여도 말이 되는 명문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읽었던 것 같은 느낌은 역시 너무나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고,
읽어보니 디테일이 하나도 기억에 없는 것을 보면 처음 읽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분명히 읽었다고 홀로 착각하고 있는 고전이 숱하게 있을 것이다.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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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 바통 2
최은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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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련된 이야기 7.

음식자체는 파인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음식을 먹는 인간들은 그다지 파인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속상한 이야기들.

이은선의 <커피 다비드>가 가장 취향이었달까. 아니면 그냥 커피를 좋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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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문학동네 시인선 43
리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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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째 읽는 리산 시인의 시집.

완전 취향이고, 너무 좋다.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 산문을 쓰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시집 뒤쪽에 실리는 해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특별히 시 비평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지 타인이 헤집어 놓은 시를 볼 필요가 있나 싶기 때문.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훑어보고 말았다.

산악

오늘은 내 마음이 적막하여 네게로 가는 길 쪽으로 지난 겨울 눈들을 쌓아두고 배꽃 날리는 병풍 앞에 앉았으니 저 꽃잎들 피었다 지고 또 지도록 너는 꿈속에서도 나를 찾지 마라

세상과 불화한 내가 홀로 대취해 있을 때 너는 왔었구나 두드려도 들리지 않는 혼몽의 숲을 두드리며 너는 그렇게 왔던 것이냐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고 다 들려도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단다 천리만리 밖을 떠돌던 귀먹은 마음이여 철새는 울다 가는데

그립다는 말 바람결에 돌아오니 능소화 가지마다 불덩이구나 더러 눈시울에 맺히는 것이 툭툭 지는 꽃멍울인지 눈물방울인지 남염부주지 화염산 불속에서 생겨나 서라벌 뒤란을 헤매던 사내도 저보다 붉진 못하리 (전문)

무엇으로도 태어나지 못한 것들은 결절이 되었네 길 잃은 것들 허방을 향해 손을 내미는데 뒤집을 마지막 패도 없이 어디로 가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잡꾼 중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허공 속에 오래 머물며 이쪽과 저쪽의 줄을 이어주고 싶지만
어둠이란 너무도 쉽게 줄이란 줄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 장고 라인하르트씨 중

수신되지 못하고 떠돌던 모스부호들이 별처럼 쏟아지는 정박지의 밤이 있다 당신과 내가 세상 끝에서 타전한 침묵의 변주를 듣게 되는 밤이 있다 - 국경수비대 - 무어인의 달력 중


2018.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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