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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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막스로 달리고 달리는 이야기.

멀지 않은 어두운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 ‘우환’은 이름대로 미래도 현재도 그 과정도 우환투성이다.
초반에는 좀 밝은 결말을 기대해 볼 여지는 있었지만, 2권에 들어서면 기대는 꺽이고 예정된 불행만 다가온다.

불행한 인생을 바꿔보려 하지만, 아주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만 나아지는 이야기다.
그래서 1권에서 종인이 하는 말을 2권에서는 순희가 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

영화감독의 소설이라 시각화하기 어렵지 않았다. 다만 간략하게 서술하는 방식에 조금 적응이 필요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돈이 많이 들겠구나 싶었다. 무척 재밌다.
그러나 나는 1권과 2권 사이 거의 한달여의 틈을 두고 읽었다. 우선순위의 책을 볼 여지는 있었다는 뜻이다.

인생 하나가, 지 혼자 망쳐지나 - 237 / 362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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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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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울하고 암담하고, 결말이 느닷없다는 점이 당혹스럽다.

작가 자신의 불행을 모티브 삼은 이 이야기는 오로지 장애를 가진 아버지의 입장의 글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고난 앞에 지금의 시대라면 상식적으로 의아한 행보의 아버지 ‘버드’는 그 닉네임처럼 부유한다.
물론 아픈아이가 태어난 일은 누구나 당혹스러운 일이며 어느 누구도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엄청난 일이다.

아프리카에 갈 미래를 꿈꾸는 이 철모르는 아빠는 부인의 산고중에도 동네 양아치와 드잡이를 하더니, 막상 출산이후에는 술과 섹스에 빠져들어 도피를 꾀한다. 당장의 괴로움은 이제 아프리카에 갈 일은 요원하겠구나 정도의 심정이라 그 지점에서 독자로서 당혹스러웠으나, 태어난 아이를 축복하지 않는 것은 버드 뿐만이 아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아이, 부상병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은 아이는 그저 죽는 것만이 유일하게 해야할 일인냥.

버드의 도피처인 히미코는 그에게 위로와 동시에 자기기만의 기회를 주는 존재로 등장했는데, 그녀의 이 역할이 어쩐지 위악같이 느껴져서(게다가 히미코에게 버드는 가해자의 범주아닌가), 이야기의 전반을 차지하는 이 두사람의 대화 내내 불편할 따름이었다. 정작 아버지가 된 버드는 내내 상황의 주도권을 히미코에 일임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 모양새 때문일까.
그야말로 버드는 막바지의 결심 전까지 ‘우울한 백치’(240) 같을 뿐이다.

어떤 이라도 버드의 어떤 결정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조차도 읽는 내내 아이의 무탈을 빌었는지 어쩐지 모르겠다. 같은 심정으로 괴로웠고, 냉담한 시선들에 온 몸이 시렸으나......

물론 작가에게는 모티프만 같을 뿐인 이 이야기는 결국 어떤 해피엔딩의 형태가 되었으나, 사실 내가 원한 결말은 사적으로 출판했다는 비극의 형태였는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남았다.
그리고 작가 자신이 이 이야기를 ‘청춘 소설’이라고 여긴다고 한 점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방황이 청춘이라는 것인지 묻고 싶을 따름.

‘그가 꿋꿋이 견지하고 있는, 의지에 의해 선택된 명랑함과 낙관주의는 눈물겹게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299, 해설)이라고? 정말 모를 문장이다.

‘아폴리네르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하며 교수는 그럴듯한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반복했다. 그러고는 버드를 향해, 라기 보다 차라리 세 사람의 조교수를 향해 “글쎄, 태어나지 않는 것보다 태어나는 편이 좋은 건지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시대니까.”- 63

“분유도 힘차게 빨고, 팔다리의 움직임도 활발해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분유를 빨고 무엇 때문에 움직여? 하고 원망스럽게 묻고 싶은 것을 버드는 참았다. 버드는 대책 없는 불평꾼이 되어 가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 125

몇 번짼가 잠이 깼을 때, 버드는 자신이 집행유예의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버드는 자신이 지금 외톨이가 아니라 히미코와 함께 밤을 보내고 있는 사실에서 뜻밖에도 깊고 강한 위로를 발견했다. 버드가 어른이 되고 나서 그처럼 타인을 필요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176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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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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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십년 전쯤 읽었던 책. 
그때도 지금도 뭐그리 플래그를 많이 붙여놓았나 싶지만, 얼마전 읽은 <사양>의 허무가 영향이 있었는지, 지금 읽고 있는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의 불행이 영향이 있었는지, 깊고 검은 우물같은 우울이 남았다.

결함의 시대였다. 분명 많은 이들은 그랬던 시대였지만, 요조는 풍족과 안정을 보장받는 사람. 어쩌면 자신의 운으로 부여받은 보장이 이 인간을 망쳐버린 것이다. 명망있는 집안의 똑똑한 아이는 오히려 그 행운으로 불행해진 인간이 된다.
자신의 행운을 부채의식으로 짊어진다고 모두가 요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갈림길에서 마이너스의 확률을 획득하는 요조에게 호리키라는 자는 악마의 다른 형태, 불행의 가이드일지 모른다.
세상에 자격이 없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익살과 굴종으로 위장하고 살아온 요조에겐 어쩌면 더할 나위없는 유유상종 파트너지만, 무구한 신뢰는 죄인지 되묻는 자의 순진함을 최상급의 이기로 이용하는 자이기에 비호감을 획득했다. 

요조 대신 변명하는 마음으로 악역을 설정하고 나면 요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결과적으로는 아니다. 나약한 심지는 그렇게 짜부러들게 마련이다. 전형의 헛 똑똑이다. 매번 배신당하고 좌절하고 분노하지만 세상을 바꾸겠다는 아니 최소한 나라도 변화해야한다는 신념은 없었다.

얼마 전 어떤 책을 읽다 그 안의 찌질한 주인공을 보며 결국 인간의 만듦새는 운명론적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요조는 탈락할 인간이었겠지, 다만 그 탈락이 너무 늦어 세상에 민폐를 뿌린 것이다.

아, 나는 요조를 위한 변명을 하고 싶은것인가, 요조가 어서 빨리 나가 죽기를 바라는 것인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마무리 되는 독서는 적어도 며칠은 사람을 심란하게 한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이지 자주 참 행운아다.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 16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자네가 나를 매방하는 거겠지.’
‘너는 너 자신의 끔찍함, 기괴함, 악랄함, 능청맞음, 요괴성을 알아라!’
갖가지 말이 가슴속에서 교차했습니다만, 저는 다만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진땀 나네, 진땀.”하고 웃을 뿐이었습니다. - 93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 134

마담이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 138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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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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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동산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48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장한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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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을 읽고 난 후, 벚꽃 동산이다.
의도치 않은 묘한 접점이랄까.

체홉의 벚꽃 동산에는 현실에 무지한 몰락 귀족이 등장한다.
몰락의 날카로운 예감에 스스로 사라져가는 느낌의 사양과는 사뭇 다르다.
현실을 인지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이상한 안도를 하는 벚꽃 동산의 인물들은 오히려 현실적인지도 모르겠다.
다가오는 불행은 겪어 본 일이 없으므로.

갈매기는 덧없는 사랑과 예술, 타협하기 어려운 자질 부족, 자격지심으로 범벅이 된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일본문학에서 러시아 문학으로 이어지는 독서의 공통분모는 벚꽃 동산에서의 계급의 몰락, 갈매기에서는 마지막 선택의 옵셥이 죽음이 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시대적 배경과 집필 시기의 차이를 생각해도 ( 약 반세기 정도의 차이 같다) 어쩐지 러시아 상류, 중산층의 인식은 조금 나이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러시아 고전은 조금 교조적이지 않나 하는 선입관도 조금 영향이 있을 것이다.(그리고 아마도 러시아정교의 토속신앙적인 면모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체홉은 앞으로도 꾸준히 읽어볼 생각인데(시키는 사람이 있는건 아니지만) 이 희곡집이 좋은 발판이 될 것 같다.

+ 사족이지만, 체홉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스타니스랍스키에 대해 해설에 등장하는데, 연기 수업의 고전같은 그 스타니슬랍스키가 그렇게나 오래된? 사람이라는게 좀 재밌었다. 그렇다면 교수법으로 스타니슬랍스키를 레퍼런스로 삼는 것은 그리스고전식 연기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너나, 네 어머니나 너의 외삼촌도 다른 사람들의, 그들의 저택 현관 안으로는 들어오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의 희생을 대가로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는거야. 우리는 최소한 200년은 뒤떨어져 있어. 우리에게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과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우리는 그저 관념적인 넋두리나 읊으면서 인생이 따분하다고 투덜거리거나 보드카를 퍼마시고 있을뿐이지. 지금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과거를 속죄하고 청산해야 해. 그 속죄는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비상한 노력과 중단 없는 노동에 의해서만 가능하지. 이 점을 알아야 해. 아냐. - 53, 벚꽃 동산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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