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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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과 동시에 재미있다!라는 입소문이 돌아서 매우 관심있는 책이었다.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글이어서 짧고 강렬한 느낌이다.

어쩌면 인간이란 이기적 동물들이 다 망하는 이야기일까.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뿜어 내고 있는 단편들이 많았다.
읽고 난 후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 것을 보면 나 역시 작가의 세계관에 매우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망할 인류.... 라고.

희망과 낙관을 이야기하는 글도 많았음에도, 절망과 비관의 인상이 더 크게 남았다.
충분히 즐겼으나 우울에 우울을 더하고 싶진 않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은 작음 차별에도 크게 분노했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시스템으로, 법적으로 최대한 지원했다. 언론들은 연신 고쳐야 할 차별을 뉴스로 내보냈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무엇이든 차별을 하는 것들은 희대의 몰상식한 것들이고, 매장당해 마땅한 것들이었다.
그러자,
“뭐야? 가능하잖아?”
세상에 모든 차별이 사라졌다. 사람들 스스로도 놀랐다. 세상에서 차별을 없애는 게 가능했다니?
시간이 흘러 신인류 아이들이 자라난 뒤에도, 아이들의 여섯 손가락을 놀리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 스스로도 창피해하지 않았다.
그냥 별것 아닌 당연한 일이었다. - 94,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중.

2018.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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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년의 미학 썅년의 미학
민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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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익숙한 에피소드들.

“문명인이 됩시다”라는 말을 좋아하는 작가는 나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썅년이 되겠다고, 그러나 나를 썅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고 말한다.

즐겁고 의지가 되는 자세가 아닐까. 응원한다.

2018.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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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으로 구하기 어려울 수록 ‘그래서 대체 무슨 이야긴데!’라는 조바심이 난다. 몇번이나 재고없음으로 취소되는 중고 거래, 출판사에 문의까지 했던, 하여튼 안달복달하며 구한 책이다. 
1권과 2권이 각각 구판 신판으로 구해져서 만족감은 다 채워지진 않았다. 그 점은 매우 유감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기대 만큼 흥미롭다. 

세대간의 몰이해, 타인종에 대한 몰이해, 종교에 대한 몰이해, 아니 큰 맥락에서 인간에 대한 몰이해를 이야기하고, 영국이라는 잇몸에 뿌리 박힌 다양한 하얀 이빨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가족의 연대기에 한 가족이 더해지며, 세 가족의 구성원들이 복작대는 이야기므로, 어쩔수 없이 다수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대표성이 뚜렷해서 그다지 복잡하다고는 할수 없다.

가장 가까운 감정을 느낀 인물은 3세대라 할 수 있는 ‘아이라’다. 이민자,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자라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반면, 밀라트는 근본주의자화 되어가는 과정은 퇴행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종교로의 귀의라기 보단 자신이 떠나온 세계의 구습으로의 퇴행.

등장인물 그 누구의 삶도 이해는 할 수 있으나, 그 누구의 삶도 적극적으로 응원할 수는 없는 묘한 이야기다.
삶은 누구에게도 녹록치않고 끊임없이 불만족을 생성하는 늪 같았다. 문제에 문제,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어찌보면 시트콤같고, 어찌보면 비극같고, 우화같은 이야기의 결말이 조금 엉성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지금의 유럽을 바라보면, 문제작으로 꼽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런 진실들에 대해서 항상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나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진실들에 대해 신경 써야 해. - 130

직선이 아니야.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고. 난 지금 손금을 읽는 것이 아니야. 인생은 돌고 도는 원이고 다른 세대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 와. 그래서 운명을 읽을 수가 없는 거야. 인생은 경험해야 하는 거야. - 187

사람들은 때로 치아의 중요성을 잊어버리지. 그러나 우리는 규칙적으로 새 이빨이 나는 하등동물과는 다르단다. 우리는 포유류야, 알지? 그리고 포유류는 치아에 관해서는 두 번의 기회만 있을 뿐이야. 설탕 더 줄까?
두 번의 기회뿐임을 유념하며 아이들은 설탕을 거절했다. - 268

뭐가 문제니? 도대체 뭘 입고 있는 거야? 어디 숨이나 쉬겠니? 아이리, 얘야, 저는 정상이야. 넌 그저 신에게 정직한 보든 가의 체격을 물려받았을 뿐이야. 네가 정상인 것을 모르겠니?
그러나 아이리는 자신이 정상이라는 걸 몰랐다. 거대한 거울인 영국이 있고 그 거울에 비치지 않는 아이리가 있었다. 낯선 나라에 있는 낯선 사람. - 11

물어봐도 될까? 너희 아버님은...... 직업이......?
조이스는 이 아이의 부모가 무엇을 하고 사는지, 무엇을 했는지 궁금했다. 돌연변이 꽃을 처음 발견했을 때 어디서 변종이 생겼는지를 알고 싶어 하듯. 하지만 잘못된 질문이었다. 문제는 부모가 아니었다.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세기의 문제였다. 새싹이 아니라 덤불. - 97

영국인들은 책임질 일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맡는 데 선수다. 그러나 이들은 또한 자신들이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 147

이 나라에서 20년을 사는 동안 밴 영국식 억양으로 사마드가 씁쓸하게 말했다.
정말 모르겠다. 요즘 나는 이 나라에 들어온다는 건 악마와 계약을 맺는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구나. 검사대에 여권을 내밀고, 도장을 받고, 돈을 벌려고 일을 시작하고...... 그러나 돌아가려 하지! 여기 있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이 춥고 습하고 비참한 곳에. 형편없는 음식에다 끔찍한 신문...... 누가 계속 있고 싶겠니? 그렇지만 악마와 계약을 했고..... 이것이 사람들을 길들여 놓고 어느 날 문득 이미 돌아가기는 틀렸다는 것을 깨닫지. 자식들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자신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오. 확실히 그렇지 않아요.
그러고 나면 소속에 대한 생각 자체를 단념하게 되는 거다. 갑자기 이것, 이 소속감이라는 것이 어떤 더럽고 끝나지 않을 거짓말처럼 보이고...... 난 출생지란 우연히 결정된 것이고 모든 것이 하나의 우연이라는 것을 믿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믿는다면 어디로 가겠니? 무얼 하겠지? 중요한 게 뭐가 있겠니?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사마드가 이 지옥세계를 묘사했을 때 아이리는 그 우연의 땅이 자신에게는 낙원으로 들린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웠다. 그것이 자유처럼 들렸던 것이다.
내 말 알겠지, 아이리? 네가 이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마드가 진정으로 의미한 것은, ‘우리는 같은 언어로 말하지?’, ‘우리는 같은 곳에서 왔지?’. ‘우리는 같지?’ 하는 것이었다.
아이리는 사마드의 손을 꽉 누르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물을 막으려면 그가 듣기 원하는 말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예, 예, 예, 예.” - 218

이런 과장된 이야기 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과거는 항상 긴장의 연속이고 미래는 완벽하다는 신화, 그 사악한 거짓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아치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과거와 미래는 그렇지 않다. 결코 그런 적이 없다. - 410

2018. jun /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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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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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비단>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어쩌면 ‘영적’인 글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노베첸토도 그런 이야기다.

여객선에서 태어나 죽음도 배와 함께하는 피아니스트 노베첸토.
자신에게 이름을 부여한 선원 대니의 입버릇 처럼 ‘염병할 규칙’을 허물고 신화처럼 살다가는 이야기.

누군가와 겨루고 승패를 결정짓는 일에 무심한 그는 그 외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었다고 했다. 세상도 그렇게 바라보고 싶었을텐데 결정적 순간에 그는 배안에 남는 선택을 한다.
타인에게는 무한의 세계인 바다위에서 평생을 한 그에게 오히려 육지는 무한의 영역이었을까.
배라는 공간과 88개의 피아노 건반을 삶의 터전으로 산 그는 바다라는 광활함은 무슨 의미일까.

타자를 이해하려 할때 생각해 볼 만한,
의외의 무엇을,
노베첸토가 하선을 결심하고 다시 포기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된다.

공연과 소리내어 읽는 소설의 중간쯤이라는 작가의 말을 보니 모노로그 극으로 이 이야기를 본다면 또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진다.

노베첸토, 이건 누가 뭐래도 규칙위반이야.
노베첸토는 연주를 멈추었다. 그는 말수가 적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였다. 그가 선장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염병할 규칙. - 34

2018.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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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항구
올리비에 롤랭 지음, 우종길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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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이 되어서 개인 중고거래를 통해 책을 구했다.

하붑스라 불리는 남서부의 바람이 모래와 먼지를 동반해 부련, 시계가 백미터 이내로 줄어드는 곳이다.

희뿌연 수단 항구처럼, 희미하기만 한 친구의 죽음을 쫓아가는 이야기다.
“이보게 친구”라는 말에 이어 백지로 남은 친구의 편지 때문에 말이다.

그렇게 명료하지 않은 이 여정은 의외의 지점에서 사유를 요구한다.
그래서 좋았을까?


나는 살아 남기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데 그 밖의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나는 말도 하고 글도 쓰지만, 그에 대해 아는 바는 하나도 없다. 사람이 알면 무엇을 알랴? - 8

이것을 원하고 저것을 거부할 때, 사람들은 철학에 의지했으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면, 철악의 부식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전통에 의지했다. 사람들은 지식의 거대한 양수 혹은 무기력한 어중이떠중이 군중이 먹여 살리는 일종의 다수라는 태반 속에 잠겨 있지 않았다. - 35

요약하자면, 나는 때 이르게 늙어버린 반면에, A는 끝까지 늙은 소년으로 남아 있었고, 그 때문에 자신을 상실한 것이었다. - 112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 부르던 옛 노래 가락이 내 머릿속에서 맴을 돈다. 우리 이제 더는 숲에 가지 못하리, 월계수 수풀이 잘렸으니. 그리고 또 오래 전부터 그대를 사랑해, 영원히 잊지 못하리. 그 앞의 가사도 그 다음의 가사도 더 이상은 기억이 안난다. 이제 그 무엇에 대해서도 결코, 나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 162

2018.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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