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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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퍽 좋아하는 저자의 하루키 작품론이다.

애초에 이 책을 구입한 계기가 기억나지 않고, 아마도 하루키라고 하면 ‘그 따위’ 소설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과, 오랜 팬이었던 내 마음을 대변하지 않을까 하는 맘이었나?
혹은 그저 예쁘고 단정한 고양이 표지 때문이었나?

알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아주 충분히 드러나 있으나, 반복되는 키워드는 중언부언 아닌가 생각된다.

하루키를 그저 즐기면 되지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었나 하는 감상이 남았지만, 저자의 이야기들엔 대체로 동의하고 애정도 지지한다.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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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에서의 하루 문학과지성 시인선 515
김선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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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좋은 시인, 좋은 시집을 찾았다.

지루한 대기 시간에 읽던 책을 끝내고 백업으로 준비한 목성에서의 하루를 폈는데, 시어들이 콕콕 들어와 박히며 발끝까지 좋은 기분이 되었다.

쥐었다 폈다 하는 시가 나도 쥐었다 놨다 하는 것 처럼.

다른 시집도 찾아 읽어야지!!!

사랑했던 날들을 지나
사랑한다 말한다. - 시인의 말

나는 손을 씻으며 오래 생각한다
길고 슬픈 발음을 가진 이름들과
가라앉은 어떤 여행에 대해,
이전의 이후에 대해 - 그날 이후 중

사랑했던 날들을 지나 사랑한다 말한다 이해와 오해 사이의 책, 새들이 떨어질 때마다 책을 베고 잠들었다 밤마다 백발이 되는 꿈, 서정의 절기는 끝났고 나에게는 붉고 어두운 책등이 남았다 - 남은 것과 남을 것 중

지금은 다만 있다, 로도 충분한 세계 - 1인용 식탁 중

우리들은 점점 흐려진다. 흐르는 빛과 지나가는 안개와 돌아오는 길이 그런 것처럼. 눈물이 차오를 때마다 낯선 길들이 이어진다. 흐려지면 흐릿한 것을 말하고 낯설어지며 낯선 길을 간다. 검은 물빛을 지나고 낡은 거미줄을 지나고 주저앉는 각자의 지붕들을 견디는 텅 빈 도심 쪽으로, 무심하게 내일 쪽으로. - 전 날의 산책 중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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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미래 - 헬레나와의 대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최요한 옮김 / 남해의봄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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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말하는지, 말하고자 하는 그것이 이상적이고 윤리적이라는 것, 모두 잘 알겠고, 그런 세상이면 참 좋겠다.
희망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왜 읽는 내내 한숨만 나는지.

제 1 세계가 아닌 곳, 아니 미국이 아닌 곳에서는 일류국가에 대한 근본없는 욕망이 존재하고, 그것이 독재도, 혁명도, 민주주의 비슷한 무엇도 만들지만, 저자가 말하는 희망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실천할 리더( 혹은 다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

아마도 그 의구심은 인류에 대한 의구심이겠지, 인간이란 옳고, 좋기가 힘든 존재라서.

개인적으로는 사소하게 당장 로컬푸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려는 시도는 해보았으나, 그 실천이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가 이미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고, 그렇기에 거대 자본의 윤리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경제에 대해 뭐 별로 아는 것 없지만, 지나친 비약아닌가 싶은 부분도 분명 있다.

어쨌든, 과연... 이런 세상이 가능한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희망보단 불신이 팽배하니 기분이 가라앉는 독서가 되었다.

윤리적으로 살자, 인간들아...라는 마지막 감상을 남기며.

-이동이 지나치게 자유로운 초국적 기업, 규제가 풀린 은행이 만들어 내는 돈, 정권과 기업의 유착관계에서 글로벌 기업이 지배하는 체제가 탄생한다. 결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전 세계가 ‘바닥을 향한 경주’에 나서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회와 환경, 보건의 기준이 가장 낮은수준으로 내려간다. - 49

-개발이 시작되자 로컬 경제는 사실상 해체되었다. 의사결정권은 마을과 가정에 있는 여성에게서 멀리 도심지에 있는 남성이 장악한 관료제로 옮아가고, 초등교육은 지역의 자원과 필요가 아니라 도시 경제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 82

- 경제성장의 열망은 본질적으로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의 욕구라기 보다는, 거대한 기계같은 비인간적인 규모의 체제에서 온 것입니다. 더구나 이 기계는 소비주의를 능동적이고 체계적으로 촉진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체제 안에서 학교 교과서부터 광고와 미디어까지 소비주의를 조장하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며 특히 남반구에서는 문화 정체성마저 파괴합니다. 국내 총생산(GDP)으로 평가하는 경제라는 개념은 인류 역사에서 최근에야 벌어진 현상입니다. 거의 모든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반복하니까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경제 성장은 인간의 필요와 무관합니다. 그건 기업들이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우리가 얼마나 빨리 지구의 자원을 써버리는지 평가하는 기준일 뿐입니다. - 129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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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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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가치관에 입각한 전쟁 대서사시이고, 아킬레우스를 중심으로 한 영웅 서사.

애초에 200여쪽이 안되는 카산드라의 참고로 800페이지가 넘는 일리아스를 읽었으니, 반전에 가까운 서사에 대한 나의 감상은 아무래도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미케네와 트로이의 전쟁은 신들의 대리전 성격이 강하고, 그러므로 변덕스럽고 잡스런 신들의 모습이 가감없이 드러나고, 인간들 역시 명예를 위해서 윤리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신이나 인간이나.. 라고 할까.

주인공인 아킬레우스는 포상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분노하여 아가멤논과 반목하고, 친구의 전사로 인해 재참전해 헥토르를 죽이고 잔혹한 복수를 서슴치 않는다. 백미로 일컬어지는 프리아모스와의 극적 화해(불과 12일 짜리)도 사실 크게 와닿진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스펙터클, 화려함, 긴장, 폭력성까지 토탈 패키지로 갖추고 있는 대중문화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다만 윤리가 없어보이는 침략과 살육이 무슨 대서사가 필요하냔 말이다 싶은 마음이 있는것.
고전에 현재의 잣대를 들이대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
그러나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계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들을 지워낼 수는 없는 것 같다.

대략 헤아려 보니 6일 정도 기간에 집중해서 나누어 읽었는데, 지겨울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흥미로운 분노의 서사였다.

오딧세이아도 언제가는 읽겠지.???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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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1-0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어마어마한 책을 읽으셨네요! 저는 항상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
최근에 읽는 소설책에서는 오딧세이 얘기가 자꾸 나와서 오딧세이도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지만 역시 아직.. ( ˝)

hellas 2018-11-07 12:15   좋아요 0 | URL
계기가 있으니 읽게 되네요. 생각보다 술술 읽힙니다. 재미도 나름 있고 다만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랄까 ㅋㅋ 여튼 읽고 나니 뿌듯하긴 해요:)

유부만두 2020-02-29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벌하고 징그럽게 이기적이에요. 신들이나 사람이나. 전 아테네의 육탄전이 재미있었어요.
 
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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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랄게 없는 늑대가 행하는 정의는 옳은 것인가?

간혹 느끼지만 일본 대중문화에선 야쿠자를 이상화한다는 감각이 있다. (생각해보니 그건 우리나라도 그런것 같지만...) 그들과 결탁되어 있는 자가 법을 집행하는 이야기라니 일단 완전한 정의라는 측면에선 처음부터 결함이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의 정의가 이와 뭐가 그리 다를까 하는 마음.

반목하는 야쿠자와 그 와중의 경찰과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그려지는데, 오가미를 이상화하는 기본 자세가 어쩐지 오가미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고 밝혀둔다.

야쿠자의 역사에 대해 대략 역자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데, 이 대략의 역사가 이 책을 읽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물론 다 읽고 나서 읽었기에 후에 이해의 도움이 되었다.)

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의외의 내용도 있고... 그것만으로도 일단 나쁘지 않았다. 오락거리로 충분했다.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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