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 테이크아웃 20
김이환 지음, 박혜미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사능 오염으로 폐쇈된 지역으로 자살을 하러 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전사는 등장하지 않으니 그들의 죽음의 이유나 당위를 알 수는 없다. 뭐... 타인의 죽음에 대해 당위를 따지면 무엇하나 싶긴 하지만.

어찌됐든, 주인공이 그 길 중에 어린아이를 구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는 부분은 오묘하다.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면서 대체 왜?
나는 죽지만 너는 살아라. 그런 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보다 우울해 지는 이야기.

- 나는 사람을 구하러 온게 아니야, 죽으러 왔지. - 16

2018. de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문학동네 시인선 111
이현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그대가 풀어놓은 양들이 나의 여름 속에서 풀을 뜯는 동안은 삶을 잠시 용서 할 수 있어 좋았다 - 양들의 침묵 중

-밤을 부르러 가는 저녁의 뒷모습은
상처받은데도 없이 다리를 절었다
우리의 체온에 실망하지 않으려고 짐승은
보통의 표정을 지킨다 - 보통의 표정 중

- 다 버렸는데도 남아서 아픈 마음에 대해
번번이 나는 의문을 희망으로 착각하는데
너는 진즉 깊은 사료를 마쳤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털을 고르고 있다, 결백한 피조물의 모습으로 - 악마인가 슬픔인가 중

마음의 방황, 정처없어, 어딘가 안착하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방황이 시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2018. de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발 살인사건 코니 윌리스 소설집
코니 윌리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을 것이다! 라고 쟁여둔 코니 윌리스만 4권인데, 드디어 첫발을 뗐다.
그리고 무척 마음에 든다. 소소한 사건들 안에 담긴 따뜻한 정서랄까 하는 것들.
등장하는 문학 작품들도, 부록으로 실린 추천 영화 도서도 좋다.

고양이 발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에 홀려 샀는데, 역시 고양이로 낚으면 성공률 높게 낚이고, 좋아하게 되는 마법이란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말미에 실린 추천영화에 <스포트라이트, 2015>가 있어 봐야겠다 새삼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추천 영화라는 것도 킬링 포인트. ㅋㅋ

- “당신은 사람이 진실한 말을 듣고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믿지 않나요?”
“저는 스크루지가 너무 쉽게 변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말했다. “살면서 제가 만난 스크루지들과 비교해보면요.”- 21, 말하라, 유령

- 그건 희망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 모양이지만 어떻게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려는 결심이었다. 소공녀가 추운 다락방에서 행복해지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나는 즐겁게 지내다 올게.” 아이는 마지막 순간 뒤를 돌아 다시 말했었다. 그 말은 나를 한꺼번에 꾸짖고 상기시키고 교훈을 주었다. 그리고 위로했다. - 47, 말하라, 유령

- 나는 문앞에 서서 투페가 나더러 살인을 저지를 수 없다고 말했더 것을 떠올렸다. 그는 틀렸다. 누구나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 유전자에 새겨져 있으므로. - 128, 고양이 발 살인사건

- 요즘같은 리부트와 리메이크의 시대에도, 지난주보다 오래된 작품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 - 136, 절찬 상영중

2018. de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신애 단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백신애 지음, 김문주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시대의 언어로 쓰인 말이라 낯설지만 입말로 해보면 충분히 쉽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인용을 올
리는 부분에 있어 기술적인 문제로 안타깝지만 나름의 번역으로 인용한다.

<나의 어머니>
- 연습을 시키고 있는 나는 아직 예전 그대로의 완고한 시골인만큼 일반에게 비난을 받지나 않을까?...하는 여러가지로 완고한 시골에서 신여성들의 취하기 어려운 행동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다른 위원들과 같이 여러번 토론도 하여보았으나 내가 없으면 연극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수밖에 없다는 다른 위원들의 간청도 있어서 나는 끝까지 주저하면서도 끝까지 일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 - 3

- 보통학교 교원으로 있던 내가 여자 청년회를 조직하였다는 이유로 학교 당국으로부터 일조에 권고사직을 당하고 나서는 그대로 할 일이 없으니 부득이 놀 수밖에 없이 되었다. 그래서 날마다 먹고는 식구가 단촐한 얼마 안되는 집안일이 끝나면 우리 어머니의 말씀마따나 빈둥빈둥 놀아대인다. 어떤 때는 회관에도 나가고 또 어떤 때는 가까운 곳으로 다니며 여성단체를 조직하기에 애를 쓰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또는 밤이 새이도록 책상 앞에서 책과 씨름을 하는 것 뿐이다. 한푼도 벌어들이지 못하지마는 어쩐지 나는 나대로 조금도 놀지 않는것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종종 “아까운 재주를 놀리기만 하면 어쩌느냐!’고 벌이 없는 것을 한탄하시기도 한다. 벌이를 하지 않으면 아까운 재주가 쓸데 없는 것이라는 것이 우리 어머니의 생각이다. - 4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근대적 여성관을 떨치지 못한 시대에 신여성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답답한 심경이 담겨있다. 시대를 앞서 뛰어난 지성과 인식을 갖는다는 것이 과연 재능인가 생각한다. 그 생각의 끝은 자조가 아니라면 좋겠다. 편이기를 바라고 충분히 편이 되줄 수 있는 이들에게 비난받는 당시 여성들은 얼마나 외롭게 그 자리에 서있었던 것일지.

<꺼래이>
- 그저 순이들은 바람맞이에서 까물거리는 등불을 두 손으로 보호하듯 냉각해진 몸둥어리 속에서 까물거리는 한 끼의 ‘삶’이란 그것만을 단단이 안고 무인광야를 가듯 웅크려질 대로 웅크리고, 눈물 콧물 흘려가며 쩔룸쩔룸 걸어갔습니다. - 23

- ‘꺼래이’라는 그 귀에 익고 그리운 소리가 그때의 순이들에게는 끝없는 분노를 자아내는 말 같았습니다. - 30

무력하게 신세한탄만 하는 무리 중 용기를 내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 ‘순이’. 그들의 고난과 차별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냐마는, 온 몸이 시린 기분이다.

<적빈>
- 자기도 예 세월 같았으면 너희들은 감히 나의 집에도 만만히 못 들어올 상놈들이다 하는 뜻을 암시하여 양반자랑을 한 것은 지금 생각하면 다- 우스운 일이었다. ‘돈 없고 가난하면 지금 세상은 이런 것’이라 하는 것만은 날이 갈수록 더 똑똑하게 알리어질 뿐이었다. - 58

극단의 가난이 인간을 어떻게 야만적으로 만드는지. 문학에서 종종 비춰지는 가난의 전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경우라면 왠진 다르게 느껴졌다. 왜일까? 여성 작가가 그려낸, 가장 밑바닥에서 고스란히 모든 피해를 떠안는 여성의 이야기라서 일까 생각했다.

<광인수기>
-내 이놈 하느님아, 얘이 빌어먹을 개새끼같은 하느님아.(...) 저 빌어먹다 낮잠 잘 하늘님은 저를 위해주고 겁내하면 할수록 점점 더 건방이 늘고 심술이 늘어가드라. 나를 영 사람으로 여기지 않더라. - 81

- 아예 당초에 인간이란게 공부를 잘못하면 제 행동이 옳든 그르든 간, 아니 아무리 틀린 일이라도 교묘하게 이론만 갖다붙여서 그저 합리화하려고만 하는 재주만 늘어갈 뿐인 것이라오. - 108

미친 여자의 넋두리라 위장한 통렬한 가부장제의 비판이다. 어딜봐서 이 여자가 미친 여자일까. 세상이 억울해서 미친 여자로 만들었을 뿐.

<아름다운 노을>
- 울지 말어요, 사람의 삶이란 괴로움이란 것이야요, 괴롬이 즉 삶이란 말이지요. - 123

성별과 연령 반전의 비극 로맨스랄까. 여성 문인이 드문 시절이라도 이러 시도가 없으리라 생각지는 않았지만, 막상 보니 반갑다. 비극이라도......

빈궁문학, 현실주의문학, 여성주의 문학이라...
왜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좀더 이 시기의 여성주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

2018. no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벨킨 이야기 / 스페이드 여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최선 옮김 / 민음사 / 200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대 러시아 문학의 기초가 되었고 이후 모든 시, 소설, 드라마에 영향을 미쳤다니 업적이 대단한 푸슈킨이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전해듣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러니와 유머가 있다. 치명적인 사건들이라기엔 좀 모자라는 사건들이지만 인생의 깊이가 있다.

따지자면 벨킨 이야기 보다는 스페이드 여왕이 취향이다.
악의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지만, 결국 어디에선가 불행을 비껴나 살아가는 여성이 보이기 때문이고, 완고하고 이기적인 노부인의 복수라도 통쾌한 구석이 없지 않다.

- 가난는 악덕이 아니며 재산과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는 것이다, 등등의 결론을 내렸다. 자기합리화를 위한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 교훈적인 격언들은 놀랄 만큼 유용한 경우가 많은 법니다. - 47

- 그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가 마침내 그의 소맷부리에서 종이뭉치를 보았다. 꺼내어 보니 5루블, 10루블짜리 지폐 몇 장이 구겨져 있었다. 두 눈에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분노의 눈물이! 그는 종이 쪼가리들을 구겨서 움켜쥐고 땅바닥에 팽개쳐 신발 뒷굽으로 밟아버리고는 걸음을 떼었는데...... 몇 발자국을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돌아섰다...... 그러나 지폐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83

2018. no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