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 법 1~4 세트 - 전4권
성혜림 지음 / 플레이블(예원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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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후원에 핀 제비꽃>을 너무 재밌게 읽었던 지라 나오자 마자 읽었다.
역시 흥미진진. 뻔한데 재밌어!
로맨스판타지란 그런 것, 예상가능한 재미를 마구마구 주는 것이 미덕이다.
어쨌든 해피엔딩일테니까라는 믿음. 주말이 훅 갔네.:)

남자 주인공의 부하인 버나드... 씬 스틸러다.ㅋㅋㅋ

- 끝은 기껏해야 죽음이다. 그녀는 입꼬리를 들어 올려 웃었다. 죽음을 앞두고 어울리지 않았으나, 기사였던 에스텔은 언제나 그렇게 웃었다. - 76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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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서은혜 옮김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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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같은 , 사실주의적인, 판타지같은 다양한 단편들.

다채로움이 가장 눈에 띠는 작가다. 아쿠타가와는 이 책으로 처음 읽어봤다.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수많은 일본 작가의 책들을 읽었는데, 정작 상 이름의 주인인 이 작가는 참 늦게 만났달까. 낯선데, 기묘하고, 또 이상하게 현대적이라 뭐라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느낌이다.

뭔가 끝이 아닌 것만 같은 지점에서 문을 닫아버리듯 맺어지는 결말이 있는 작품들이 종종 있는데, 내가 채 캐치하지 못하는 일본의 무엇?을 놓치는 건가 생각된다.
또 유사한 느낌의 주제에서도 작가의 시각이 달리느껴지는 부분들도 세월의 흐름이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라쇼몬>, <지옥변>, <갓파>가 가장 흥미로웠다.
특히, 태중의 갓파에게 태어날지 말지 의사를 묻고 원치않는 경우 그대로 소멸이 가능한 것. 뭔가 상당히 효율적인 상상인지도 모르겠다.

- 하인은 다른 건 다 관두고라도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든 수를 내야 할텐데하고, 말하자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든 해 보려고, 부질없는 생각들을 해가며 아까부터 스자쿠 대로에 내리는 빗소리를 무심코 듣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릴 여유가 없다. - 48, 라쇼몬

- “여보.”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진 후, 이렇게 불렀을 때도 도시코는 여전히, 남편에게서 안색 나쁜 얼굴을 돌린 채였다.
“왜?”
“내가...... 내가 나쁜 걸까요? 그 아기 죽은 것이......”
도시코는 갑자기 남편의 얼굴을, 묘하게 열에 들뜬 눈길로 쏘아보았다.
“죽은것이 기뻐요. 안됐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래도 나는 기쁘다고요. 기뻐해서는 안 되는 걸까요? 여보.”
도시코의 목소리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격렬한 힘이 담겨 있었다. 사내는 와이셔츠 어깨와 조끼를, 이제는 가득 비치기 시작한 눈부신 햇살로 도금하며서 그 물음에 대해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앞을 턱 가로 막고 있는 것처럼. - 89, 엄마

- 뭐, 사내를 죽이는 것쯤이야,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엄청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여자를 빼앗게 되면 반드시 사내는 죽는 거거든요. 다만 나는 죽을 때 허리에 찬 칼을 쓰지만 당신들은 칼은 쓰지 않고 그저 권력으로 죽이고 돈으로 죽이고 여차하면 위해 주는 척하는 말만으로도 죽이죠. 그러면 피는 흐르지 않고 사내는 멀쩡하게 살아 있지, 하지만 그래도 죽인겁니다. 죄의 깊이를 생각해 보면 당신들이 더 나쁜지 내가 더 나쁜지, 어느 쪽이 더 나쁜지 알 수 없지요. - 211, 덤불 속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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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산부인과 가봤어? - 한국여성민우회

산부인과 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몇몇의 고정관념과 몇몇의 불쾌함,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하고, 여성 질환의 기초적 궁금증을 다룬다.
의도가 좋으니 후원해 구입하고 몇 권은 주변에 나눴는데, 정작 이제야 자세히 읽어보게 된다.

뭐 뻔히 아는 이야기들이어서 실질적 도움이 되었냐고 한다면 아니라고 해야겠다.
그러나 이런 뻔함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 책이 중고등학교의 교육 자료로서 활용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느 것은 다름아닌 남성권력, 남성의 얼굴을 한 의학과 한의학이다. 가부장적인 사회일수록 여성에 대한 지배와 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다. 말 잘 듣게 고분고분하게 몸가짐을 조심하라, 여자 몸은 잘못됐다는 왜곡이 숨어 있다. 그래서 생리대 광고는 계속 ‘깨끗해요’를 연발하고 질 세정제는 유독 ‘악취와 청결’을 강조함으로써 여성들의 ‘불결콤플렉스’를 조장한다. - 49.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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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8-12-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어디서 넣더라. ㅡㅡ;;;
 
흉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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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그로테스크한 단편들.
예상할 수 있는 극한의 상황을 상정하고 읽다가 들어맞는 순간의 쾌감이 있다.

매우 절망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 점이 조이스 캐럴 오츠의 가치가 아닐까. 현실위에 엄연히 존재하는 절망들에 대한 이야기. 차라리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고 싶은 직설적 표현들이 더불어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가치 말이다.

<정상 참작 사유>가 무척 강렬했다. 때문이다.라는 반복이 주는 강렬함과 극단적인 선택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서 외롭고 지치고 두려워하는 여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략 20여년 전의 작품이지만, 너무 공감되는 소재들이어서 그렇다. 이 단편 뿐 아니라 책 전체가 그랬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각색한 <블라이저택의 저주받은 거주자들>이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기도 한데, 원작에서 이미 퇴장한 이들을 ‘전환’한 자들로 소환하는 점도 흥미롭다.


- 예수님은 너도 사랑하셔. 너도 알지, 그렇지 멜리사? 어머니는 나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나는 안다고 했다. 울고 있어서 웃을 수 없었다. - 46, 흉가

- 존 던의 시 <유골>에 나오는 유명한 시상 “뼈 옆의 밝은 머리카락”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엄청난 공포가 밀어닥쳐 숨이 턱 막혀 왔다. 강의실을 뛰쳐나가 건물 밖으로 도망쳐 나가고 싶었다. 마치 악마가 나타난 것 같았다. 악마가 그녀의 얼굴에다 숨을 내쉬고 밀어대고 저 밑으로 끌어내리려 하는 것만 같았다. 질식할 것이다. 파괴될 것이다. 실체적인 고통이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같은 건 전혀 없었는데도 그 감각은 그녀가 평생 겪은 그 무엇보다도 끔찍했다. 왜 그토록 겁이 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 57, 인형

- 하기야 사교 모임이란 원래 그런 식이다. 비록 다 같이 불행한 운명을 앞둔 처지라도 모임에서 기발한 농담, 고마워하는 웃음, 유쾌한 유대감을 나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사람의 인격이란 얼마나 희한한가. - 61, 인형

- 많은 것의 이름을 잊었지만 그리 슬프지 않았다. 이름들을 모르니 그 이름들 너머 영영 얻을 수 없는 허깨비같은 것들에 대한 갈망도 줄어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실명 상태도 한몫했다. 눈이 멀어서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스러웠다! - 160, 하얀 고양이

- 웃을 수 있었다면 웃었겠지만, 침묵으로 위엄을 지킬 수 있으니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 161, 하얀 고양이

- ‘웃는’ 능력은 곧 ‘사는’ 능력이지. 두 가지는 동의어라네. 180
하니만 나는 ‘행복’해지고 싶지 않아, 나는 ‘알고’ 싶어. 231, 모델

- 하얀 이를 몽땅 드러낸 그의 함박웃음은 그녀를 너무 심란하게 해서 차마 마주 볼 수가 없었다. 다른 엄마들도 모두 자기 자식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까, 그녀는 의아해졌다. ‘내가 과연 자격이 있나?’ - 265, 가해자

- 죄책감이 곪으면 결백한 자 마저도 망가지게 마련이니, 조심할 것! - 278, 가해자

- 어처구니 없게도 그녀의 안에서 여성적 본능이 발동해, 자신이 남자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는 데에 죄책감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데 그녀가 일조했다는 무슨 합리적인 근거라도 있는 것처럼! - 313, 상변화

- 공포 소설의 한 가지 특징을 꼽는다면, 우리가 그것을 빨리 읽게 된다는 것이다. 점점 차오르는 두려움 속에서 평상시의 회의주의는 완전히 유보한 채로, 의심할 것도 없이 우리는 그 안에 사는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앞으로 계속 가는 길 외에는 다른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동화와 마찬가지로 그로테스크와 공포 예술은 우리를 아이로 되돌려 놓고 우리 영혼에서 무언가 원초적인 것을 환기시킨다. 공포는 외적으로 보면 가변적이고 복합적이고 무한하지만, 내적으로는 접근 불가능하다. 다만 그 진상을 추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토록 밝은 바깥세상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치열하게 상호 작용하며, 서로를 이름과 직업과 역할과 공적인 정체성을 갖춘 사회적 존재로 인지하면서 대체로 이 세계를 ‘집처럼’ 여기고 살고 있는데, 구태여 추측하려 들지 않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 조이스 캐럴 오츠.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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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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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사망한 작가 헨리 제임스. 한국사 연표에 비교해 보면 정말 아득한 시절의 작가인데, 무척 현대적인 느낌의 소설이다.

초현실적인 현상, 인간의 아수라같은 심리, 규정하기 어려운 선과 악의 경계, 드러나지 않은 비밀들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이야기다.

전임자가 이루어 놓은 아름다운 아이들과의 공고한 세계에 들어가려는 주인공은, 그들의 신뢰에 질투를 하고, 앞선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과 소유욕, 완벽을 향한 편집증으로 불행을 완성하기 위해 준비된 모든 것위에서 스스로 파멸한다.

아이들을 세계로부터 단절시키려는 행위가 얼마나 헛된 일인가. 아이들은 결국 자란다. 어린아이가 이야기의 주체가 될 때 언제나 충분히 예견되는 불안의 요소다. 언제나 후대는 세계를 부수고 성장한다. 그를 저지하려는 애처로움은 독자에게 연민과 조소를 얻게 될 뿐 아닐까.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가 존재하는 듯 애매모호한 표현들이, 다중적인 심리를 부각하고 덕분에 모든 것을 의심하는 읽기가 된다. 과대망상에 빠진 선생이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지만, 애초에 이 판을 기획하는 자와 불행한 희생자가 되는 사람들을 방관하는 블라이 저택의 사용자들도 신뢰할 수 없다.
개인의 맹목적인 도덕적 믿음이 한계치를 넘어서면 타인의 불행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실이 가장 크게 보였다.

단순하게는 심리 스릴러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요소들이 다채롭고 매력적이다.

- 만일 어린아이 하나가 나사를 한 번 더 죄는 효과를 낸다면, 어린아이가 둘일 경우 어떻게 되겠어요? - 8

- 생각해보니 내가 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군요. 매혹을 당하려고. - 24

- 나는 동료와 함께 끝까지 일을 견뎌내려고 했으며, 분명히 뭔가에 홀려 그런 노력에 수반되는 파장과 함께 무척 힘든 관계를 쉽사리 풀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몰입과 동정이라는 거대한 물결 위로 높이 솟아올랐고, 무지와 혼란과 자만에 빠져 세상 교육이래야 겨우 걸음마 단계를 밟았을 뿐인 이 사내아이를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 37

- 나의 일을 막중하고도 단순하게 여긴다는 것이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돌이켜보면 나 자신을 칭송하기까지 했다고 고백하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해 고곳에 있었으며, 아이들의 가련한 처지가 갑작스레 너무나 뚜렷이, 이들에게 헌신하려는 내 마음에 깊고 지속적인 아픔이 되었다. 우리는 실로 세상과 단절되어 함께 위험 속에 뭉치게 되었던 것이다. 아이드레게 나밖에 없었고, 나에겐 그들만이 전부였다. - 68

- 그 아이들은 지금까지 착한게 아니었어요. 겉으로 나쁜 짓만 하지 않았을 따름이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건 쉬운 일이에요. 아이들은 나름의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 아이들은 내 소유도, 우리 소유도 아니에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소유랍니다! - 113

- 어떤 것도 선생님의 지금 태도보다 우아할 순 없겠죠. 우리가 지금 응당 외롭다고 한다면, 가장 외로운 편은 선생님이 될 테니까요. - 188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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