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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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차대전이 끝나고, 남아도는 비행기와 개발된 수종의 화학물들로 뭘 또 죽여볼까하던 시절 1950년대 미국의 이야기다. 전쟁의 댓가를 그렇게나 크게 치뤘지만, 본토에서 전쟁을 겪지 않았기 때문일까.
여튼 그 시절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세대들에게도 중요한 것들을 말하는 책이다.
그 시절의 DDT와 지금의 가습기 살균제, 반도체 공장의 발암물질들, 유해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유해하지 않다고 말하는 생리대 등등,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실제적인 유해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멸종시키려는 생물들의 존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 알아낼수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박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위험하다. 그 사람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일부 산업군의 이익일 뿐 아닐까.

화학 살충제를 뿌려대고 산림을 파괴하고 하천을 오염시키고 땅을 못쓰게 만드는 것들은, 당장의 일이 아니라도 외면하면 안되는 일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현재에도 우리에게 어떤 치명상을 입힐 지 모를 미지의 미세먼지들이 중국에서 날아오고 있으니까.

예시들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숨을 쉬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기분탓인지 속도 울렁거린다.

매우 아름답게 리커버된 판형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이 책 표지를 이렇게 아름답게 할 일인가 싶어서 헛웃음도 났다.

자연자원의 고갈, 오존층의 파괴, 지구 온난화, 해양수산 자원 남획, 불공정한 해외무역, 열대우림 파괴, 생물의 멸종.... 에 대한 레이첼 카슨의 통찰은 소름끼칠 정도다.
아마 먼 미래에서 타임랩스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진지하다)

- 인간은 미래를 예견하고 그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지구를 파괴함으로써 그 자신도 멸망할 것이다. - 알베르트 슈바이쳐

나는 인간이라는 종에 관해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나도 교묘하게 행동한다. 인간은 자연을 투쟁의 대상이자 굴복시켜야 할 상대로 인식한다. 인간이 이 지구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대하는 대신 지구에 순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생존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 E.B. 화이트

- 그녀는 기사에서 굴 양식과 채취방법의 변화, 폐기물의 해안 투기 규제 등을 강조했다. 기사에 ‘R.L. 카슨’이라고 서명했는데, 독자들이 필자를 남자로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 17

- 아마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다. 지성을 갖춘 인간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그 이유를 살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 33

- 문제는 우리가 천적 구실을 하는 동물을 모두 죽인 후에야 비로소 그 동물이 맡고 있던 조절 기능을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숲을 지나가면서도 그 아름다움과 경이를 모르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낯설고 때로 무섭기까지 한 생명의 힘을 잘 알지 못한다. - 277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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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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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흔들림없이 애정하는 작가 이장욱.
핀 시리즈에서도 그 점은 변하지 않는다.

잊고 있던 어떤 지점들을 환기시켜주고 흐트러진 것들을 바로잡게 하는 시간들을 제공하는 소중한 시들이다.

- 초중고등학교 때는 우주의 신비를 배웠지.
공부도 열심히 했고 연애도 했는데
또 독재자를 뽑았구나.
(...)
아아, 유물론이 옳았다.
춘천에서 나는 죽어가는 시절의 고독을 떠올리고
사후의 무심을 생각하고
길거리의 개들과 눈을 맞추었네. - 생활 세계에서 춘천가기 중

- 사람들은 비추어지지 않는 거리를 걸어갔다.
나는 거리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미친 듯이 바라보았다. - 비반영 중

- 이상하게도 아이의 기억 속에는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 동물들은 한 마리도 없었는데,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 동물들에게도 아가리와 이빨과 침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들이 동화나 애니메이션 속의 부드럽고 귀여우며 우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 끊임없이 인간을 경계하고 인간에게 적대적이며 인간이 섣불리 이해할 수 없는 먼 존재라는 것을 아니는 직감으로 알았다. - 동물원의 시 중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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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마카롱 에디션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마이클 슬레이터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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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삶에 대한 힌트를 얻어 철저한 금욕주의자이며 베푸는 방법을 알게된 삶을 살게되는 스크루지.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대한 단편들.

어쩌면 순진한 도덕주의자의 이상들이 그려진 이야기들이다. 누가 요새 이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단 말인가. 그러나 기본적으로 갖추고 살아야 할 쉽게 간과되는 덕목들이다. 그래서 잊을 만 하면 이런 이야기들을 읽어야 하는게 아닐까.

크리스마스를 딱히 기념하지도 않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장소불문 시도때도 없이 거리에 범람하는 캐럴도 좋아하지 않는데, 요 근래 자꾸 연말 분위기의 책들을 읽고 있다. 기분탓 일 것이고, 원래 독서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외면에 가까울지도) 해본다.

- 가브리엘은 또 신의 피조물 중에 가장 연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존재인 여자들이 슬픔과 역경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경우를 자주 보았는데, 그것은 그들이 마음 속에 애정과 헌신의 마르지 않는 샘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 50,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

- 내 마음 같아서는 그냥,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떠들고 다니는 놈들은 푸딩과 함께 푹푹 끓인 다음 호랑가시나무 가지로 가슴을 푹 찔러 파묻어 버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싸지! - 72, 크리스마스 캐럴

- 인간의 아이들이지. 나에게 마달려 제 아버지로부터 구해 달라고 하고 애원하고 있다. 사내 아이의 이름은 ‘무지’이고 여자 아이의 이름은 ‘궁핍’이다. 이 두아이를 경계하라. 그리고 이 두 아이와 비슷한 것들을 경계해라. 그러나 무엇보다 이 사내 아이를 경계해야 한다. 내 눈에는 이 아이의 이마에 적힌 ‘파멸’이란 글자가 보인다. 그 글자가 지워지지 않는 한 이 아이를 경계해야 한다. 물리쳐야 한다. - 155, 크리스마스 캐럴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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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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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작가가 쓴 노년의 이야기는 삶의 경험과 지혜가 가득해서, 일종의 잠언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도 하지 않고 앞으로 놓인 인생을 가는 자의 고독하고 장엄한 발걸음을 보는 듯 하다.

생을 반추하는 이의 사색의 깊이와 사투리가 주는 매력을 제쳐 놓고 보면, 인상의 막막한 고독이 압도적이라서 재미를 느끼기 이전에 숙연해진다.

- 인간의 감정에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있다고, 모모코씨는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은 그 에너지로 인해 튕겨 나가는 팽이처럼 회전하기 마련이다. 굴러간 곳이 좋았는지 어떤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그저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모모코씨는 자신을 움직이게 한 에너지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싶다. 그 에너지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끝까지 지켜보리라. 어쨌든 당사자이므로. - 49

- ‘인간은 어떤 삶을 살건 고독하다.’
그리 대단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여태껏 살면서 절실한 깨달음을 얻은 적도 있었고, 그렇기에 고독도 별것 아니라고 스스로 타일렀다. 이미 충분히 길들여졌으니 외로움쯤이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까짓 쓸쓸함이 별건가, 하고 얕잡아 봤던 것이다. 근데 이럴수가. 길들여져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고 여겼던 고독이 미쳐 날뛴다. 대체 어제의 나와 무엇이 달라졌나. - 56

- 생각해보면, 확장없는 삶이었다. 보는 것에, 응시하는 것에만 국한된 인생이었으니까. 자문하고 자답만 하는 인생. 질문의 내적 소비랄까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랄까, 물 고인 웅덩이 같은 삶이었다. 남에게 뭘 시키지도 않고, 하물며 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이. - 66

- 온 몸이 잡아 뜯기는 슬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슬픔을 입에 담고, 슬픔을 안다고 생각했다. 안다고 여긴 건 머리로 생각한 종이처럼 얄팍한 이해였다.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전부 이렇게 머리로만 이해한 얄팍한 것이었을까. 몸서리가 쳐졌다. 이제까지의 나를 더는 신뢰할 수가 없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세계가 있다. - 113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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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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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기획한다는 것, 엄청난 음모와 반인륜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미 수만가지의 재난을 기획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재난의 안에 있을지 밖에 있을지 선택할 수도 없이, 견고하게 구축된 듯 보이는 안전망의 작은 틈에 푹하고 발이 빠질지 모르는 것.

클라우드 나인을 찾는 이야기로 만들수도 있었지만, 작가의 선택은 그것이 아니었다.
구조 안의 개인들을 조명하면서 그들의 무력함과 순진한 악의를 드러낸다.
조직의 중심에서 밀려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떠밀리듯 떠난 출장지에서는 그곳의 사람들을 중심 밖으로 밀어내는 일에 한 역할을 하는 요나. 그래서 그들을 잘 밀어내고 다시 중심으로 가는 욕망의 인물이 아니다보니, 이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생겼다.

학살의 책임자가 없었다고 본문에 나오지만, 우리는 그 책임자의 얼굴을 분명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순진하게 상황을 모르는 사람, 눈칫껏 알아챘지만 외면한 사람,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돈을 흐름을 타고 기획하는 사람.
학살당한 자를 제외하고 그 모두가 책임자이고 재난의 성적표를 받을 자들 아닐까.

우울하고 할 말이 많아지는 이야기다.

- 문장을 읽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 사이에 얼마 만큼의 거리가 있는지 아직 요나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 161

- 카메라 속에는 그 모든 것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잇었지만, 5박 6일 동안 찍힌 것과 그 이후에 찍힌 것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금이 있었다. 그러나 진짜 재난은 두 세계 어디에도 찍혀 있지 않았다. 무이의 재난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있었다. 그것도 사진 따위로는 찍을 수 없는 형태로 존재했다. - 163

- 사람들은 과거형이 돈 재난 앞에서 한없이 반듯해지고 용감해진다. 그러나 현재형 재난 앞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것이 재난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방관하거나, 인식하면서도 조장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싱크홀은 저편 사막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 175

- 이 계획에서 직접 누군가를 칼로 베거나 구덩이에 밀어 넣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희생되는 사람들은 정보에서 소외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일은 많은 사람들을 구덩이에 매몰할 것이다. 그 일에 대해 사람들은 침묵했다. 어찌 보면 이것은 누군가가 말한 대로 학살의 한 형태였으나, 학살의 책임자는 없었다. 모든 것이 분업화되어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열중했다. -182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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