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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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홀했던 전자책, 물성있는 읽을 책이 널려 있다 보니 한동안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읽어야 할 일이 생긴 김에 한달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여러권 다운로드 받았다.
물론 한달 안에 그 책들을 다 읽기는 요원하고, 자기 전 불끄고가 아니면 전자책을 잘 안보게 되는데.
이번 기회에 좀 친밀감을 쌓아볼까.

이 에세이는 입소문을 타 많이들 읽은 책이라고.
저자의 우울증 상담 내용을 서술, 딱히 어떤 결론이랄게 없는 책이지만.
군데군데 나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들이 있다.

상담이란게 필히 상담자와 내담자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한데, 두분은 잘 통과하고 있는 것 같다.
(왠.. 평가질..ㅋ)

겸사겸사 긍정적 독서.

- 합리화를 왜 부정적으로 보세요?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예요.
자신의 상처나 결정에 대해 이유를 찾는 거니까.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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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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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마키노와 요코는 제목과 같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른 정오의 공연이 끝날 무렵의 시간.
초반의 둘의 만남과 각각의 삶이 펼쳐질 때만 해도 사유할 거리들을 마구 던지는 구나.. 정말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란 하나의 토픽이 존재하는 밋밋한 곳이 아니니, 그런 다양성의 표현이라고 여기니 정말 누군가의 삶에 촛점을 맞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훼방, 오해, 결단의 결여, 차선의 선택, 새로운 정부, 비겁한 미련 등이 펼쳐지니 아... 이래서 박한 평가를 내렸던 것이 확실하게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작가는 로맨스는 아닌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하니 이 작품을 로맨스로 포장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졌다. 작가는 그저 삶을 말했지. 복잡하고 쉴틈없이 사건과 사고와 지루가 공존하는 삶 말이다.

그래서인가 이번에 읽으면서는 친구 기타리스트인 다케치의 죽음, 자릴라의 부모님의 죽음, 동료였던 언론인들의 짧게 언급되는 죽음 등에 시선이 멈추었다. 메인 스토리 주변 어느 언저리 중에서도 정말 언저리가 될 법한 죽음말이다. 작가도 그 지점에 눈길을 주었던게 아닐까 어렴풋이 확신? 한다.
그런것들이 좀 더 보였다고 어쨌든... 그리고 주역들의 로맨스는 고구마고 막장 드라마의 원류같고... 그랬다.

- 그 사람은 신이 장난 삼아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 같은 재능을 가졌어.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나 똑바로 휘이익 날면서 언제까지고 떨어지지 않는 종이비행기... 그 궤적 자체가 아름다워.

-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 운명이란 행복하든 불행하든 ‘왜일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할 뭔가였다. 그리고 답을 알지 못하는 당사자는 어찌됐든 자신이 과연 거기에 값할 만하기 때문인것인가, 라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 하지만 인간은 결국 다시 한번 운명극의 시대로 되돌아가는게 아닌가. ‘새로운 운명극’의 시대인지도 모르겠어.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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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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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호기심을 벗어난 작가의 근대적 사실주의.

도련님은 동경을 떠나 짧은 교직생활로 거쳐야할 진통이 있었던 걸까?
도련님은 끝까지 정직했을까? 솔직했을까?

고지식하고 순진하달까... 여튼 그런 청년의 모험?에서 문득 영화 <이끼>가 떠오른 것은 부임해간 시골의 학교를 구축하고 있는 극단적인 인간 관계망 때문이다.
순수하게 정의롭고 의리를 중시하는 도련님 주위엔, 남을 속여 잇속을 채우고, 미인을 얻기 위해선 뒤가 구림 꼼수를 쓰고, 타인을 배척하는 폐쇄되어 있는 순수한 악의.

인간은 관계를 맺지 않고 살기 힘든 외로운 존재지만 차라리 외롭고 말지 싶은 군상들 속에 있다보면, 도련님에게 기요의 존재가 얼마나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되는지 납득이 된다. 부모 형제 조차 의심스러운 미래를 점치는데 이유없이 자신을 믿어주는 존재라니, 그런 존재를 통해 더욱 정의롭고 싶어진 것일테다.

‘나’는 매우 삐딱한 존재면서 내면은 올바름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다.
그의 투덜거림에 그럴바엔 숨도 참고 쉬지 말지? 싶은 마음이다가도 너무나 익숙한 그의 투덜, 불만, 불용의 자세를 보면... 아차... 이건 나랑 매우 비슷하다..라는 기분이 된다. 그래서 차마 싫어지지 않는지도 모를 캐릭터다.

그러고 보니, 수상쩍은 시골 사람들에게서 뭔가 있어... 수상해... 느낌이 좋지 않아... 살인이 벌어질거야...라는 생각과
기요가 베푸는 애정을 보면서는 뭔가 있어.... 친모가 아닐까... 불륜인 것이다... 라고 생각한 나를 돌아보며 웃음이 났다.
그 시대를 너무 복잡하고 미묘한 현대에 끌어와 과한 상상을 한 것이다. 온갖 현란한 시나리오에 노출된 환경때문이다. ;;;;
그렇기 때문에 결국 기요와 한집에서 짧지만 행복하게 살게 된 것에 안도했다. 집 장만도 채 하기 전에 그녀가 죽을까봐 노심초사했다. 이 또한 나의 이상한 감상이다.


- 하지만 기요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완전히 사랑에 빠져 있음에 틀림없다. 원래 지체있는 가무 사람이라 하더라도 교육을 받지 못한 할멈이라 어쩔수가 없다. 단지 이것만이 아니다. 호의적인 눈은 무서운 것이다. 기요는 내가 장래에 출세하여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공부를 하는 형은 얼굴만 허여멀거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거라고 혼자 단정짓고 있었다. 이런 할멈이고 보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영락할거라 믿고 있다. 나는 그때부터 특별히 뭐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기요가 “될 거다, 될거다”하는 바람에 역시 뭔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스럽다. - 21

- 학생의 모범이 되라는 둥 학교의 사표로서 존경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둥 학문 이외에 덕으로 학생들을 교화하지 못하면 교육자가 될 수 없다는 둥 터무니 없는 주문을 마구 해댔다. 그렇게 훌룽한 사람이 월급 40엔을 받고 이렇게 먼 촌구석까지 올 리 만무하지 않은가. 인간이란 대개 비슷하다. 누구든 화가 나면 싸움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함부로 입도 놀리 수 없고 나다닐 수도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어려운 역할이라면 채용하기 전에 이러저러하다고 미리 알려주었어야지. 나는 거짓말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속아서 온 거라며 포기하고 이쯤에서 과감하게 거절하고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 32

- 간혹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 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지 마라,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큰 맘 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비법, 또는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 등을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당사자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빨간셔츠가 호호호호 하고 웃은 것은 나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기요는 이럴 때 절대 웃는 법이 없다. 무척 감동하며 들어준다. 기요가 빨간셔츠보다 훨씬 훌륭하다. - 76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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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성 짙은 새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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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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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잉카, 벨리시아, 롤라, 오스카 데 레온 가의 놀라운 삶 이야기.

3대에 걸쳐 도미니카 공화국의 역사를 뚫고 나오는 대서사이다.
성녀에 근접한 라 잉카와 그녀의 생명력 강한 타락한 딸, 타락한 딸의 요즘 자녀들. 되게 평범한 구성이지만, 독재와 혁명, 환상성이 끼얹어지니 매우 강력한 이야기가 된다.

후진국의 독재자의 나라, 가족의 결속이 중요한 문화인 나라라는 배경은 피부색 다르고 기후가 다른 지역 일지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넘쳐나기 때문이겠다.

세대에 걸친 어떤 ‘저주’에 얽혀있는 가문, 그 안에서 가까스로 찾아가는 삶의 희열의 순간... 흡인력이란 이런 것인가 다채롭기 그지없어.....

그런데.

작가여, 전형적인 남성성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폭력적이고 억압하는 문화를 비판하고 싶은거 아니었나?

사실 이 책은 오래 전 부터 여러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던 그야말로 책장 안 터줏대감같은 묵혀놓은 책이었다. 이제 좀 읽어볼까 싶은 참에 작가 주노 디아스가 ‘미투’ 가해 지목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쨌든 읽었고.... 이렇게 마음에 드는 서사를 완성한 남성 작가가 추행으로 고발되었고... 나는 이 아이러니, 현실의 양면을 어찌 생각해야할까를 또 고민해 봐야만 했다.
작가와 작품은 절대 별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 터라 더욱... 만족스러운 책이어서 더 씁쓸한 것.
..........

- 도미니카 가정에서 완벽한 딸이란 완벽한 도미니카 노예를 좋게 부르는 말일 뿐. 평생 자식이나 세상에 대해 긍정적인 말이라곤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엄마 밑에서, 언제나 의심뿐이며 자식의 꿈 같은 건 갈가리 찢어놓고 짓밟는 엄마 밑에서 자란다는 게 어떤 건지 당신은 알지 못한다. (...) 아이가 자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저항하지 않으면 나라는 존재를 깡그리 죽여 없애는 그런 엄마. 하지만 나도 이제 괜찮은 척하지 않을 테다. - 74

- 그녀 세대는 앞으로 혁명을 시작할 세대였지만, 당시에는 산소가 부족해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아무런 의식이 없던 사회에서 의식에 다가가던 세대.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합의하고 선언했으나 늘 변화를 갈망했던 세대. 생의 막바지에, 암이 그녀를 산 채로 집어삼킬 때 벨리는 그들이 당시에 얼마나 덫에 갇힌 심정이었는지 말하곤 했다. 마치 바다 밑에 갇힌것 같았어. 그녀의 말이었다. 빛도, 아무것도 없이 대양 전체에 짓눌린 기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기분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저 위에 세상이 있다는 것조차 있은 채. - 103

- 인생이란 그런 거다. 아무리 열심히 행복을 모아봤자 아무것도 아닌 듯 쓸려가버린다. 누군가 나한테 묻는다면, 난 세상에 저주 따윈 없다고 대답하겠다. 삶이 있을 뿐. 그걸로 충분하다고. - 246

-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는게 믿어져? 두 사람의 마지막 토요일 밤 밀회에서 그가 경이롭다는 듯이 물었다.
난 믿어져, 그녀가 뱃살을 움켜쥐며 슬프게 말했다. 우리는 시계니까, 아벨라르. 그 이상은 아니지.
아벨라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이상이야. 우린 경이로운 존재니까, 미 아모르. - 280

- 지금 내가,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 롤라와 통화하면서 오스카가 말했다. 정확한 단어는 아마 위기겠지만, 눈을 뜰 때마다 떠오르는 건 분노야. 오스카가 학생들을 아무 이유없이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어머니에게 꺼지라고 소리 지르고, 단 한줄의 글도 쓰지 못하고, 삼촌 방에 들어가 벽장에서 콜트 권총을 꺼내 제 관자놀이를 겨냥하고, 기차역 철교를 생각한 게 모두 이때였다. 침대에 누워 남은 평생 엄마가 자신의 밥을 지어줄 - 오스카가 없는 줄 알고 엄마가 삼촌한테 얘기하는 걸 들었다 - 끔찍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것도 이 때였다. 엄마는 말했다. 그럼 어때, 녀석이 곁에 있기만 해도 난 만족이야. - 314

-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했는데도 충분하지 않았어. (...) 롤라는 그 끔찍한 땅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노라 맹세했다. 우리가 아직 연인이던 마지막 며칠 가운데 어느 날 밤, 롤라가 말했다. 우리 모두가 천만 명의 트루히요야. - 377

- 그 오랜 기다림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건 이본이었다. 뭐라고 부르지? 글쎄,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말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게 바로 이런 거로군! 젠장! 이렇게 늦게야 알게 되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걸! 이 아름다움을! - 389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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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1-0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퓰리처상 받은 작가인데 미투로 날아가 버렸네요...

hellas 2019-01-03 22:38   좋아요 0 | URL
퓰리처를 받았든 말든. ㅡㅡ 처신을 그렇게 했다면 작품으로 독자를 설득하는 일? 그게 잘 될리가.... 있을까 싶네요. 미투 때문이 아니라 작가의 행동 때문에 망하는 거죠 뭐. ㅡㅡ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