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조금 바꾼다 - 삶을 가꾸는 히데코의 소중한 레시피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강진주 사진 / 마음산책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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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펀딩에 참여한 책.
이번으로 서너번 참여한 것 같은데, 딱히 성공 사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 불필요한 것들에 집착하기 때문에
삶이 복잡해지고 고달파지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딱 이 책에 있었고, 맞는 말이다.

새로운 책에 대한 호기심은 좀 접어야 겠다.
큰 동요없이 후루룩 읽게 되는 책이었다.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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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학선 16
백남룡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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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교훈적이고 도덕적이고... 뭐 그런 단어들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건전한 경제 도덕 생활, 사회륜리 생활, 화목한 가정 생활(10)을 완성하기 위한 동네 히어로 캐릭터의 판사 동무가 종횡무진 활약한다.
선반 기술자 남편과 예술단 가수 아내의 불협의 가정을 중심으로 여러 가족들의 일면을 보여주니, 북한이 피부로 느껴지게 된다.

북한의 현대 소설이 이리도 교훈적인 내용을 담는 것, 인민을 계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거니와, 비슷한 시기의 남쪽 소설들도 뭐 크게 달랐나 하면 그런것 같지는 않다.
다만 ‘미국놈들의 폭격에 부모를 잃은(75)’ 캐릭터도 깨알같이 등장하니 ‘북’이라는 조건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한다.
오히려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적극 독려되는 공산주의의 모습이 젠더의 견해차 보다는 세대의 견해차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사회적 인정욕구가 큰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나이든 지도원에게 판사가 준엄한 꾸짖음을 내리고 지도원은 깊이 반성하며 시정케하는 모습이나, 연구의 어려움을 겪는 선반공에게 양질의 모래를 퍼다주기 위해 차가운 강물에 발을 담그는 판사의 모습이나, 제대로 된 논공행상을 하지 않은 비리 공무원을 꾸짖는 판사의 모습 등은 판사와 변호사와 검사의 역할을 동시에 주고 있는 듯도 보인다.
근대적 사고와 가부장적 사고를 구태한 것으로 여기고 사회주의 사회의 모범을 향해 굳건히 인민을 인도하는 판사에게 화이팅 하라고 전하고 싶고, 판사라는 존재가 아닌 이웃으로 벗으로 다가서고 싶은 그 마음은 잘 알겠으나 나는 사양하고 싶고.... 뭐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해설에서 북한 소설은 러시아, 중국, 유럽(물론 북미 남미도)의 영향없이 발전해온 특이한 겨레말 소설이며 독자성이 있다고 평하였는데, 타 문화와의 교류와 영향이 없는 것이 과연 긍정적인가 의문이 든다.
상호작용과 비판, 수용은 문화의 중요한 요소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이익과 인민의 교화에만 목적이 있는 특이점은 있겠으나, 긍정적 문화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동네 해결사 판사를 존경해 따르는 착한 공동체가 과연 존재할까 싶고, 한편 그런 순수한 세계가 있으면 싶기도 하고... 뭐 그랬다.

‘리혼’을 주제로 만난 북한 소설은 그런 생각들을 남겨 준다.

- 낡은 과거가 여기에 무슨 상관이 있어요. 생활은 오늘이고 앞에 있어요. - 63

- 남편과 갈라지는 것은 단순히 법정에서 판결과 실무적 수속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였다. 순희는 자기가 마치 도덕의 저울대 우에 올라앉아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의 가정이지만 가정을 해치는 일은 개인의 일이 아니였다. 마을과 주위와 직장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사회적 일이였다. 그래도 기어이 욕망을 실현하자면 녀성의 아름다움과 명예인 정신도덕적인 모든 것을 잃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사회라는 큰 가정에서도 쫓겨나야 할 것만 같았다. - 168

- 삶의 참의미를 묵살하는 거나 같지 않습니까. 가정불화가 있다 해서 녀성에게 그런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처벌을 주 수는 없습니다. 재능은 사람의 인격을 구성하는 데서 주요한 부분입니다. 재능이 피여나는 길을 막는 것은 우리 법이 허용하지 않습니다. - 171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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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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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르틴 베크 시리즈인 <로재나>를 흥미롭게 읽고도 후속 독서를 이제야 하게 된다.
자꾸 읽고 싶은 책들이 끼어드는 통에.

스웨덴이 배경인 소설이지만 이번 편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마르틴 홀로 헝가리에서 수사(라고 쓰고 얼쩡대기라고 읽음)를 한다.
아직 비행기 안에서 흡연이 가능하고 보고서는 타이프로 치던 시절의 경찰 시리즈 물이고 사건이라는게 존재하는지 조차 모호한 상태로 187페이지까지 읽어야 한다. 그 지점까지 이르러야만 제 발 저린 범법자들과 ‘드디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다. 그것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묘미!
사건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오랫동안 진척없는 수사(라고 쓰고 돌아다니기라고 읽음)가 계속되지만 그것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묘미! 라고 한 번 더 말해 본다.

그리고 나는 다음 시리즈 읽어야 겠다. :)

- 이 사건에는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점이 있었다. 분명히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점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 100

- 경찰은 직업이 아니지요. 사명도 절대로 아닙니다. 저주입니다. - 195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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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노인의 일기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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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발 아래 다다른 노인은 더 이상 염치고 체면이고 없다.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인 여인을 눈 앞에 두니 인륜따위는 하찮았을지 모른다.
이 늙은이가 과연 미친걸까? 라는 의문은 금새 지워졌다. 미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사쓰코만을 제외한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뿐 아닌가.

정작 이 미친 것만 같은 노인네의 바람에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 며느리는 무슨 마음일까?
병든 노인네를 골려주고 싶은 나쁜 마음인가? 그런 노인네라도 연민을 가진 휴머니즘?

이 미묘한 정서의 이야기를 일본색이라고만은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니자키를 쭉 읽어오면서 퇴폐에 대한 어떤 의미를 조금 갖게 되었는데, 그런 나조차도 그 범주에 욕망에 이글대는 노인을 넣어보진 않은 것 같다. 이것도 편견이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처절하기도 하고, 그냥 변태 노인네 같기도 한 어떤 생.

다 읽고 나니. 표지가 참으로 적절하게 변태적인 포인트를 잘 담아냈다.

- 만약 지금 세상에 오덴과 같은 여자가 나타난다면 오히려 그런 여자의 손에 걸려 죽는 것이 행복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사람을 잡는 듯한 수족의 통증을 견디며 사느니 차라리 눈 딱 감고 잔혹하게 살해당했으면 한다. - 36

- 승리하여 의기양양한 사쓰코의 얼굴을 보니, 아픈 것이 몹시도 즐겁다. 말년의 거처 따위를 짓느니 이게 훨씬 더 좋다. - 88

- 어머니가 돌아가신 1928년에서 햇수로 33년 후에 아들이 이런 미치광이가 되고, 이런 손자 며느리가 자신의 집안에 들어오게 되리라고 꿈에라도 생각하셨을까? 나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97

-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부상을 당해도 억울하지 않다.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죽음을 초래하더라도 오히려 바라는 바다. 하지만 그녀에게 짓밟혀 죽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개에게 짓밟혀 죽는다면 그것은 견딜 수 없다. - 113

- “어때? 이 얼굴?”
“참, 뭐라 말할 수 없이 늙고 추한 얼굴이군.”
나는 거울 속의 얼굴을 보고 난 다음 사쓰코의 자태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 둘이 같은 종류의 생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거울 속 얼굴을 추악하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사쓰코라는 생물은 더욱 더 한없이 우수해 보였다. 나는 거울 속 얼굴이 더 추악해지면 사쓰코가 지금보다 더 우수해 보였을 텐데, 하며 유감스러워했다. - 117

- 어차피 나는 신불을 믿지 않는다. 내게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있다면 사쓰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쓰코의 입상 아래 묻히는 것이 내 소원이다. - 165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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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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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복수라니... 아니다. 비장한 슬픔이 남았다.
우연히 읽기 시작한 몇 페이지를 멈출 수 없어 끝까지 읽었다.

완전 허구가 아니라는 현장성 때문일까.
반목하는 대상이 무엇이든(이념, 성적지향, 가치, 성별, 자본 등등) 그 모든 몸부림이 ‘삶’앞에서 그리 중요할까 묻는것 같다.
대체 전쟁의 쓸모란 무엇인가. 살육, 파괴를 통해 나도 너도 모두 부서지고 망가지는 파멸의 욕구일까.

새가슴에 편집증적인 알베르와 통제불능의 반골 에두아르.
그 두 전우의 이야기도 그들에게 얽힌 가족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가장 눈길이 머문 캐릭터는 조제프 메를랭이다. 비호감의 완성형이며, 내부고발자이며, 양심을 깨우는 인물.
그의 감사와 보고로 완성되는 두 남자의 복수는 어쩐지 ugly God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쨌든 악인은 댓가를 치르고, 주인공은 평안을 얻었다.
나는 에두아르의 죽음에 몹시 안도했다. 골칫거리로서 잘가라 안녕의 의미가 아니라, 세상과 반목하느라 지친 그의 안녕을 빌어주는 의미에서 말이다.


- 이 전쟁이 곧 끝나리라 믿었던 사람들은 모두가 오래전에 죽었다. 다름아닌 전쟁으로 죽었다.

- 윗대가리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칼자루를 쥐기 위해, 최대한의 땅을 확보해 두기를 원한다. 30미터만 더 정복하면 이 전쟁의 결과가 완전히 바뀐다고, 어제 죽는 것보다 오늘 죽는게 더 값진 일이라고 주장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사람들 아닌가.

- 모두가 결정적인 분노로, 복수의 일념으로 무장하고서 적을 향해 돌진한다. 사실 이것은 휴전의 전망이 낳은 역효과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너무나도 고통을 받아 온 그들은 전쟁이 이렇게 끝나려는 것을,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죽었고 이렇게 많은 적들이 살아 있는 상태로 끝나려는 것을 보고는 모조리 학살해 버리고 싶은, 이번에는 완전히 끝장을 내버리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혔다. 누구든 사정없이 쑤셔 버리리라.

- 이틀 후, 그도 살인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4년 동안이나 전쟁을 치뤘으니, 이제 그럴 때도 되지 않았는가.

- 수첩을 뒤적이면서 알베르는 가슴이 꽉 조여 왔다. 이 모든 것 안에 죽은 이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상자도 없었다. 시체 한 구 보이지 않았다. 오직 산 자들만이 있었다. 이게 더 끔찍한 이유는, 이 모든 그림들이 절규하듯 외치는 것이 단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조금 있으면 죽을 것이다.>

-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을 이 억울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모두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상황을 책임져야 했다.

- 그게 바로 전쟁의 좋은 점이죠.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들 주위에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프라델은 질문을 대신하여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전쟁에서 우리는...... 진정한 본성을 드러내게 되니까요. 알베르가 힘들게 말을 끝맺었다.

- <국민복>을 내놓은 정부가 이와 동시에 5프랑 짜리 <국민 앰플>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국민 빵>, 혹은 <국민 석탄>, <국민 신발>, <국민 월세>, 그리고 심지어는 <국민 일자리>도 내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알베르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빨갱이가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조금은 어리석은 향수에 빠져드는 자신이 바보같이도 느껴졌지만, 이렇게 신발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왼손은 붕대로 칭칭 감은 꼴을 하고서, 너무나도 빨리 추억이 되어 버린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며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스스로가 무국적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날 저녁부터는 불한당이었고, 어쩌면 살인자일지도 몰랐다. 이 끝없는 추락이 도대체 어떻게 끝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 페리쿠르 씨는 쉰 일곱살이었다. 그는 부자였다. 또 세상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는 그 어떤 전쟁에서도 싸우지 않았다. 하는 일마다 성공했다. 심지어는 결혼도 성공했다. 그런데 살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 결국 모든게 이 둘로 환원된다. 쌩쌩 날아다니는 것들, 그리고 뒈져 버리는 것들.

- 알베르는 속으로 혀를 찼다. 에두아르에게 여러가지를 비난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아이디어들을 찾아내는 재주만큼은 정말 천재적이군. 특히나 재앙을 불러오는 아이디어들 말이야.

- 조제프 메를랭은 아주 지저분하고도 혐오스러운 공무원이요 실패한 공직자이긴 했지만, 그는 또한 성실하고도 꼼꼼한, 요컨대 정직한 사람이기도 했다. (...) 그에게 있어서 첫 번째 공동묘지 방문은 실로 충격적인 체험이었다. 그의 뿌리깊은 인간 혐오증이 뒤흔들렸다. 그것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지구는 늘 대재앙이나 역병으로 황폐화되기 일쑤고, 전쟁은 이 둘의 조합에 불과하다. 그를 탄환처럼 꿰뚫은 것은 죽은 이들의 나이였다. 대재앙은 만인을 죽이고, 역병은 아이들과 노인들을 죽이지만, 젊은이들을 그렇게 대량으로 학살하는 것은 오직 전쟁뿐인 것이다.

- 모든 이야기는 그 끝에 이르러야 한다. 그것이 삶의 본질이다. 심지어는 비극일지라도, 심지어는 견딜 수 없는 것일지라도, 심지어는 우스꽝스러운 것일지라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어야 하는 법이거늘, 아버지와는 아직 끝이 없었다. 그들은 원수로 헤어진 후에 다시 보지 못했다. 하나는 죽었고, 다른 하나는 죽지 않았지만, 둘 중 누구도 아직 <마지막>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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