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른 아버지
이주란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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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라고 말하는 모든 이야기들.

불행은 평범하고 사소하다. 시작도 끝도 그렇다.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엄청 마음에 들어버렸다.
앞으로의 책도 무척 기다려질.

- 조금만 더 하고.
딸이 말하면 윤희는 괜히 걱정이 앞섰다. 공부라도 잘해야 나중에 밥은 먹고 살텐데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넌 엄마처럼 살면 절대 안 돼. 윤희는 속으로 생각했는데, 그 말을 딸에게 직접 듣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15

- 나도 꿈을 갖고 싶다. 나만 꿈이 없다. - 79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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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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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주변을 병들게 하는 마성의 캐릭터, 도리언 그레이.

아름답고 순수하던 젊은이는 기꺼이 그의 트리거가 되어주는 헨리의 도움으로 내면의 사악함을 극한으로 끌어낸다. 자신이 원인이 된 불행들을 태연하게 관망하는 어린아이의 악의같은 면들이 강도와 횟수를 더해가며 펼쳐진다.
과연 도리언 그레이는 그의 생 어느 한 순간 후회와 속죄의 마음을 가진적이 있었을까? 생각해봤지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편리하게도 죄책감과 내면의 추함을 쭉쭉 흡수해주는 자신을 꼭 닮은 초상화가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든든한 뒷배가 있으면 인간이란 오만해지고, 시야가 좁아져 자신에게 씌워지는 불명예를 알아보지 못하니까....
실제하는 사람인 도리언과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초상화에 이중성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초상화는 순순히 본체의 악과 추를 야운삼아 충실히 늙어가고 흉해지기만 했을 뿐이었고,
그보다는 도리언, 바질, 헨리의 관계가 흥미로운데,
범인과 악인에 대한 가차없는 환상으로 읽기보다는 세명에게 골고루 위임되어 있는 인간의 못나고 모자란 면면들이 퍽 공감된다.

당시의 사회와 문화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나 콕 찝어 남는 지점은 아무래도 ‘완전무결한 생에 대한 욕망’인 이야기다.

- 당신만의 삶을 사시오! 당신 안에 있는 경이로운 삶을 살란 말이오! 무엇하나 잃지 마시오. 항상 새로운 감동을 찾아 나서시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시오.... 또 하나의 새로운 쾌락주의, 이것이 우리 세기가 원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당신은 그 쾌락주의의 가시적인 상징일지 모릅니다. (...) 헨리 워튼 경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젊음에 대해 이상한 칭찬의 말을 늘어 놓더니, 이어서 그것이 얼마나 짧은지 경고하는게 아닌가. 그 말이 그를 흔들어 놓았다. - 42

- 도리언, 그게 차이야. 아무렴 큰 차이지. 사람들은 대부분 산문 같은 삶에 너무 과도하게 투자하는 바람에 파산하지. 그러나 시로 인해 파멸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명예로운 일이야. - 87

-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을 잘못 이해하며, 더욱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은가. 경험은 윤리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것은 그저 사람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에 붙인 이름에 불과하다. 대체로 도덕론자들은 경험을 교훈의 양식으로 간주해왔으며, 인격 형성에 특정한 윤리적 효력을 지닌다고 주장했으며, 우리가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무엇을 피해야하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칭송해 왔다. 그러나 경험에는 행동을 유발하는 힘이 없다. 그것은 양심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계기가 되지 못한다. 경험이 실제로 증명해 보이는 것은 고작해야 우리의 미래가 과거와 똑같은 것이 되리라는 사실이고, 한 때 우리가 저지른 죄를 혐오하면서도 그 죄를 거듭하고, 그것도 기꺼이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 95

- 난 지금 그 어떤 것도 인정한다, 인정 못한다, 이렇게 말할 수 없어. 그건 인생에 대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거든. 우리가 지닌 도덕적 편견을 내세우자고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것은 아니잖나. - 120

- 영원한 젊음, 다함이 없는 열정, 은밀하게 찾아오는 쾌락, 미친듯한 기쁨과 거침없는 죄악. 그는 이 모든 것을 다 누려야 했다. 그리고 그의 불명예의 모든 짐은 초상화가 대신 짊어지고 가야했다. 이것이 선택의 전부였다. - 167

- 바질 홀워드가 모욕적인 언사로 그에게 퍼부었듯이 정말 그 젊은이의 파멸이 자기 탓은 아닌지 궁금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고, 잠시 그의 두 눈에 슬픈 표정이 고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젊은이의 파멸이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너무나 짧은 인생인데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각자는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고, 그 삶에 대한 대가도 각자가 알아서 치러야 하는게 아닌가.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단 한 번의 잘못에 대해 너무 자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거듭해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인간과 거래하면서 운명의 여신은 결코 손해보는 법이 없었다. - 293

- 사람은 자신의 가장 나쁜 습관이라도 그걸 잃고 나면 후회를 하는게 보통이야. 어쩌면 나쁜 습관을 버리고 나면 더 애석해 할 걸세. 그 나쁜 습관들이 인간 성격에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니까 그런거야. - 326

- 세상이 우리 둘 다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때가 있었지만 그럴 때도 세상은 늘 자네를 숭배했다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걸세. 자네는 이 시대가 찾고 있는 그런 유형의 존재야. 그리고 찾아낸 것이 오히려 두려운, 그런 존재야. 난 자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조각도 안하고, 그림도 안 그리고, 자네 자신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어 내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 인생이 자네의 예술이었네. 자네는 스스로를 음악에 맞췄어. 자네가 지낸 나날이 자네의 소네트였네. - 334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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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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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정말 잘 쓴다고!!!! 너무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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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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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마지막 첫사랑? 그건 모르겠고, 부유하고 삶이 권태로운 자의식 과잉의 오만한 노인은 잘 보았다.

뭔가 불유쾌한 상황이 전개되지만 이건 아니지와 뭐 그럴수 있지의 경계에서 줄타는 느낌.
가난한 미혼모와의 관계와 신문보급소 노인과의 관계가 특히 그렇다.
그런 모호한 부분들을 노인의 예민하고 세련된 취향으로 가리고 있는 듯한.

노인과 노인을 보살피는 ‘덕’이의 인상은 윤곽이 뚜렷한데 비해, 나머지 캐릭터들은 그림자로 보이는 듯 희미한 것은 그저 내 취향탓일수도 있겠다.

자신은 강자가 아니라는 노인은 딱 그런 오해만큼 삐딱하다.
물리적으로 노인의 완력은 약함에 속할 것이고, 그래서 폭행에도 속수무책이었겠지만, 그는 사실 그 모든 것들을 상쇄할 충분히 강력한 부와 세상을 멋대로 비웃을 수 있는 자존감도 갖추었다.
죽는 순간까지 약자인 적 결코 없을 부유한 남성 노인의 모습으로...
그래서 그 쓸쓸한 마지막이 냉소와 관조라는 노인의 성격 그대로 어울렸달까.

뭐 이것 모두 취향 탓이겠거니....

- “우리도 담배 피우면서 할아버지처럼 오래 살 수 있어요.”
작은 남자아이가 다시 한 모금 길게 빨았다.
“내가 오래 살아 보니까 좋은게 딱히 없어.” - 16

- 어제와 똑같은 세계가 똑같은 방식으로 부활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끝없이 계속되었다. 노인과 세계는 이런 식으로 마주하다 둘 중 하나가 꺽일 것이다.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 23

- 배려는 강자의 미덕이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자신은 약자였고 무엇보다도 노인이었다. - 66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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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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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동아서점. 이런 저런 기회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여행 중 들른 지인이 선물로 건네주어 기쁘게 읽었다.

언제고 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바닷가의 도시에 서점이라니 낭만~~!을 기대한다면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다.

서점이라는 수익성 낮은 사업을 가업으로 이어받은 사장님의 고군분투.

소상공인의 모습 그대로이고 고민의 흔적들이 깊이 와닿는다.

오래오래 그 자리에서 아버지와 멋진 서점 운영하시길:)

- 책을 좋아하면 서점을 하지 말고 그냥 독자로 남을 것 이라는 누군가의 충고가 적어도 내겐 뼛속 깊이 와 닿는다. - 29

- 인생이 농담을 하면 우리는 책을 산다. - 179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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