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 테이크아웃 18
정용준 지음, 무나씨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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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존재 둘이 모이면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다.
결국 외로움의 당위에 대해서는 누구와 나눌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을 막은 주인공이 그토록 찾아 헤맨 친구 앞에서도 입을 차마 뗄 수 없었던 것처럼.

여튼 누군가를 대신해 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다.

일러스트와 협업인 테이크 아웃 시리즈. 이번 작업은 상당히 불교적 색채랄까, 얼굴 자체도 그렇지만 분위기가 몹시 그랬는데,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2019.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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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노트 문학과지성 시인선 509
정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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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마구 질문을 던지는 듯,

전혀 공손하지 않은 야!! 라고 부르는 듯.

-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신 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 시인의 말 중

- 심장의 불수의근이 만족할 만한 해답을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이제 두근거릴 때라곤 죄지을 때 뿐. 그래서 당신은 거짓말을 시작했다.(...) 어쩌나, 요절하기에도 전향하기에도 늦은 나이. - 나는 왜 당신을 선택했는가 중

- 삶의 날카로운 틈에 죽음을
책갈피처럼 끼워 넣고 너는
그 페이지의 여백에 이상한 메모를 남겼다 - 첫사랑 중

2019.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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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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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행위로 명절의 위기와 짜증을 대면해보라고 권하던 칼럼 덕에 알게된 김영민 교수의 에세이 집이다.

역시 사람에게는 덕후의 기질이 있어야 호감이 가는게 아닐까 하는 사적 이론의 훌륭한 예시가 되는 분.

행복을 추구하다 불행에 직면하느니 소소한 근심에 집중하면 오히려 행복의 순간에 가까울 수 있다는 말이 매우 와닿았다.
물론 사람의 일이야 매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변수란 것이 나를 넘어뜨리겠지만, 삶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태도를 약간만 틀어놓는다면 즐거운 삶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 행복의 계획은 실로 얼마나 인간에게 큰 불행을 가져다 주는가. 우리가 행복이라는 말을 통해 의미하는 것은 대개 잠시의 쾌감에 가까운 것. 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새해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 오래 지속 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 23

- 왜 해석을 하지 않고서는 못 견디겠는가? 그들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쓸쓸해서 해석을 하고, 초조해서 해석을 하고,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해석을 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불안해서 해석을 한다. - 265


2019.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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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9-02-2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고 싶네요. 넘 맘에 드는 책입니다. 저에겐.

hellas 2019-02-26 19:34   좋아요 0 | URL
재미도 있지만 모음글이라 재미없는 글도 있긴해요 :)
 
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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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의 학생운동 세대의 기록.

오래 전 시절의 이야기지만 젊은이들의 고뇌, 상처는 도돌이표인가?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나로 존재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젊음은 막상 이 방법이 진정 나로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직면하면 발이 푹 빠지는 함정이 될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서 있기에는 성장을 요구하는 흐름을 온 몸으로 버텨야 하기에 더욱 혼돈스러워 지는지도 모르겠고.

각각의 자리에서 주인공인 캐릭터들은 후회하고, 성급하게 결정짓고, 머뭇거리다 결연히 뒤돌아서고 단 한방으로 삶을 마감하곤 한다.

젊은이라는 혼동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전쟁의 후폭풍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알수 있을까.

모호하고 애틋하게 읽히는 시절이다.

- 우리는 어지간해서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되도록 상대에게 다정하려고 했고, 또 실제로 다정했다. 고집을 세우고 다정함을 희생해서까지 지켜야 할 무엇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았다. - 22

- 그렇다면 적어도 한 사람쯤은 나의 모든 것을 알아줘도 좋을 것이다. 나의 약함, 그로 말미암은 괴로움, 그래서 지금 지하활동에 참가하러 간다는 것, 그런 얘기 전부를 알고 이해해 줄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 67

- 인간의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점차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을 때, 그토록 어두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면 사람이 살아서 얻는 행복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다. - 79

- 애초부터 없었다...... 사실이다. 약간의 선망은 있었겠지만, 실망은 없었다. 우리 세대는 기대와는 무관하다. 아니, 나는, 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내일 일어날 것을 미리 가르쳐주는 세계에서 자라지 않았다. 내 앞에 있는 것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실뿐이었다. 나는 사실로부터 세계란 무엇인가를 배웠다. 나하고 실망이란 것은 무관했다. - 114

- 나는 그들이 유코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지 않는 것을 증오한 게 아니다. 그들은 충분히 슬퍼했다. 어쩌면 친구인 유코의 죽음을 순수하게 슬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금 인생의 중대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무의식 중에 쾌활해지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그런 쾌활함을 증오했다. - 130

- 나는 내 속에 결코 회한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내 속에서 자기혐오가, 죄의식이, 그리고 그것과의 싸움이, 충실한 생활이 물결치듯 되살아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것을, 나의 공허함은 일시적이거나 상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동의어라는 것을 알았다. - 133

- 짐을 부쳐 텅 빈 방안에 노을이 물들었다. 이 방에서 지내는 것도 앞으로 하루 이틀이다. 그러나 그걸로 됐다. 우리는 날마다 모든 것과 이별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시야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 196

2019.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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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낙태 여행 - Journey for Life
우유니게.이두루.이민경 외 지음 / 봄알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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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확 띄는 표지. 표지만 보고도 비난할 이들이 있겠다 생각된다.
그럼에도 임신 중단이라는 단어보다 낙태라는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한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임신 중단권리에 대한 논의가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바랬었는데, 사법부의 입장을 기다리는 상태여서인지 소강... 으로 느껴지는 사회 분위기는 무겁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묻는다면 발언권을 빼앗아도 시원찮을 종교계의 의견 따위나 실어나르는 언론때문이기도 하다. (발언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성폭행에 의한 수녀들의 임신과 낙태를 종용했던 종교계의 비윤리성에 비추어 발언의 자격이 있을까 생각했을때의 문제이기도 하고, 어쨌건 당사성을 따져서의 문제라고 생각함)
법률적 논의가 그렇다는 것이지 이 책을 만들어 펴낸 이들 처럼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 고민과 행동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조금 미루다 읽게 되었는데 기대보다도 충족되는 부분이 많은 이야기다.

타국의 임신 중단권 논의가 만족스러워서는 물론 아니고, 훨씬 앞서 나가 있으리라 여겼던 국가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고, 잘 헤쳐나가는가 싶다가 덜컥 발목이 잡히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상황이 어떻든지 타국의 여성들의 생각과 움직임에 대해 열려있는 여성 인류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심이 되어서였다.

제도와 관습에 따라 사안의 정도만 다를 뿐 지구상 여성들이 겪고있는 뿌리깊은 불평등과 위협에 더 많은 관심을 나부터도 가지고 싶다는 바람.

한 권의 책으로 유럽의 여러나라 여러 운동가들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이런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부터 본받을 자세아닐까.
그들의 행동과 그 결과물을 응원한다.
사서 읽는 것으로 일 뿐이지만.

- 보부아르의 책을 읽고 느꼈어요. 사랑은 우리에게 큰 힘을 주고 우리는 다른 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타인이 자유롭지 않다면 나도 자유로울수 없으며, 나 혼자서는 나를 구할 수 없어요.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지요. - 48. 프랑스

- 시작했는데, 어떻게 멈출 수 있겠어요. - 176, 루마니아

2019.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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