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서재 - 자기만의 책상이란 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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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이 시리즈의 몇몇을 (아마 4, 5 권 정도?) 읽어보았고, 꽤 즐거운 독서였다.
이전의 아무튼은 저자를 보고 선택했다면, 아무튼 서재는 순전히 서재이기 때문에 골랐다.

책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서재에 대한 로망이 있기 마련.
몇 년전 로망의 일부를 실현해 보았으나, 실현이 끝이 아니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멋들어진 공간에 대한 욕심보다는 잘 추려낸 단정한 공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이지 체어에 관한 점만 빼면 말이다.

아직도 자신의 완벽한 서재를 소유하지 못한 목수의 이야기는 상당히 설득력있다.

여성의 독서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책 전반의 정서로 미루어 좋은 사람,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물씬 났다.


- 일반적인 소설 크기의 책을 간결히 꽂기 위한 칸의 적정 높이는 25cm이다. 이보다 높으면 책 위에 다시 책을 쌓게 되며, 이보다 적으면 책을 꽂고 뺄 때 손가락이나 책 끝이 걸려 불편하다. 시집과 작은 판형의 소설에 맞는 칸의 높이는 23cm이다. 엘르나 보그같은 잡지를 위한 칸의 적절한 높이는 32cm이다. 또한 책장의 가로판은 하드우드(오크나 월넛과 같은 활엽수 종류의 나무)를 기준으로 두께 2cm의 목재를 쓸 경우 최대 90cm마다 세로판을 세워주는게 좋다. 90cm가 넘으면 가로판이 책의 무게를 견디기 못하고 아래로 휜다. - 31

- Keep your desk neat, clean and .... empty.- 41

- 적은 돈을 써도 ‘사치’인 물건이 있고, 많은 돈을 써도 ‘럭셔리’인 물건이 있다. 패션 디자이너 샤넬의 말처럼 럭셔리의 반대말은 빈곤이 아니라 천박함이다. 우리는 사치를 천박함이라고 부른다. 럭셔리와 천박함의 경계를 나는 ‘취향’이라고 본다. - 49

- ‘여성과 독서’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독일 작가 슈테판 볼만 역시 “확실한 것은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것과 남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 사랑의 불가능함을 깨달은 여성들은 사랑 너머의 어떤 것을 바라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유와 독립’이었다. - 91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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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홈 : 가족 희비극 (페이퍼백) 움직씨 만화방 2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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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규범을 무시한 채 자신의 장인 정신만 쫓던 아버지, 어린 시절 이래로 단 한번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가 자신과 같은 질량의 외로움과 편견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서로를 사랑하게 될까?
그렇게 까지는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지만, 판타지 없이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외로웠음에도 타인에게 관대하지도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은 단지 학습되어진 결과 때문일까.

친한 이웃이 찾아와 아버지와 딸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부자연스럽군’이라고 말하는 가족,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아담스 패밀리’가 떠오르는 가족.
세상에는 그런 정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가족이 있는 것이다.
정상가족을 꿈꾸는 것이야 개인의 자유이겠으나, 꼭 이루어내지 못한다하여 불행할 것도 결핍이 될 것도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벡델 테스트의 그 벡델이어서 더 끌렸다.
코믹스지만 코믹하고는 거리가 멀고, 진지하게 인생의 한 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수많은 고전들 덕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 죽음은 본질적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웃음도 반드시 부적절한 반응만은 아닐 것이다. 방금 전까지 여기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 아닌가. 황당하고 기막힌 일이다. 카뮈가 정의하는 부조리, 우주의 불합리함과 삶의 무의미함 또한 여기에 해당도리 수 있겠다. - 53

- 어찌보면 아버지의 끝은 내 시작이라 할 수도 있다. 더 정확히 쓰자면 아버지가 버텨온 거짓의 끝이 내 진실의 시작이라고 해야겠다. - 123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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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
나오미 앨더만 지음, 박소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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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완고한 유대 사회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서야 찾아온 고향, 떠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꽉막힌 문화.
그것을 어쩌려는 이야기다.

여성에게는 지루하고 가혹한 의무만을 던져두고, 사회를 이루는 외피는 남성들 만이 전유하는 곳, 이런 고리타분, 그다지 즐겁지 않게 상상가능한 곳은 세계 곳곳에 여러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기에,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불복종’이라는 전복적 단어가 사용되었으나, 실상 큰 반란을 꾀하는 것도 아닌 터라 기대에 못미친다.

‘힘을 자각했다’라고 말하기 한참 부족하다.

- 그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말했다. ‘글쎄, 자기는 카리스마도 있고, 사람들도 잘 다루고, 연설하는 목소리도 좋잖아. 왜 자기가 새 랍비가 되는 건 안돼?’
나는 황당하다는 의미로 눈알을 굴렸다. ‘나는 여자잖아. 그렇게 간단한 문제야.’ - 68

- 만약 하나님이 날 벌주시고 싶다면 그러시라고 해, 그게 그 분의 권리니까. 하지만 거기 불복종하는 것도 내 권리야. - 185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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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도 못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3
김중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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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근본주의자였다.
두 손으로 번갈아 따귀를 맞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해탈과 혁명의 양안에 머리 찧을 때
나의 시 또한 종교이자 이념이었다.
지상에 건국한 천국이 다 지옥이었다.
삶은 손톱 만큼 씩 자라고 기울었다.
지구를 타고 태양을 쉰번 일주했다.
봄 새싹이 다 은하수의 축전이었다.
천국은 하늘에, 지옥은 지하에, 삶과 사랑은 지상에. - 시인의 말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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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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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 되엔 가져 본적이 없었던 여자 키티.
그녀는 어리석고 경솔하지만 순수하고 아름답다.
시대가 만들어 내는 많고 많은 여성 중 하나였지만, 감정의 파고를 넘어 ‘어떤’ 사람으로 변모하는 이야기다.

1920년대의 배경에서 여성이 스스로 성장하고 치유되는 점이 포인트가 되었다.
미성숙한 인간의 성장의 시간을 되짚는 기분으로 읽었다.

키티가 애정하는 대상은 결국 아버지도 월터도 찰스도 아니다. 낙관의 미래를 아이를 통해(딸일것임이 매우 선명하게 예견) 이루게 될 것이므로.

월터의 도덕성을 부각시킨 점이나 무력해 보이나 가정을 이끌어온 아버지의 캐릭터등도 무시할 부분은 아니고, 반면 유혹에 쉽게 무너지고 경박한 여성들이 그려지긴 하지만, 여성의 성장과 내면을- 남성 작가의 눈을 빌어서지만- 보여준 것만으로도 성과가 없지 않다.
물론 당대에는 키티의 성장을 개과천선이라 포장하고 도덕적 기준으로 이 책을 읽었겠지....

키티에게 가혹한 어머니와 복수심을 숨기지 않는 남편, 사랑이랍시고 여자를 놀잇감정도로 여기는 찰스를 던져주고, 진실된 말을 건네는 수녀들과 워딩턴을 주었으니 병주고 약주는 느낌이 없지 않다. 책임에 대한 분량을 키티에게 맡겨두고, 남편과 어머니는 죽게하고 찰스에 대한 어떤 응징도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 난 딸이었음 좋겠어요. 제가 범한 실수를 그 애가 저지르지 않도록 잘 키우고 싶기 때문이에요. 어릴 적 제 모습을 돌이켜 보면 제 자신이 싫어요. 하지만 제겐 기회란게 전혀 없었어요. 내 딸은 자유롭고 자기 발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키울거예요. 난 그 아이를 세상에 던져놓고는 사랑한답시고 결국 어떤 남자와 잠자리를 갖기 위한 여자로 키윅 위해 평생토록 입히고 먹일 생각은 없어요. - 328

- 과거는 끝났다. 죽은 자는 죽은 채로 묻어두자. 너무 무정한 걸까?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이 동정심과 인간애를 배웠기를 바랐다. 어떤 미래가 그녀의 몫으로 준비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것이 닥쳐오든 밝고 낙천적인 기백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 - 329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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