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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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가상의 세계에 대해 읽게 되었다.
유사 소재는 연달아 읽기 피하는 편인데, 구병모 작가의 신작이라 미루기가 어려웠다.

익인과 공존하는, 그러면서 분리되어 착취하는 세계의 이야기다.
그 착취는 익인의 타고난 선함으로 가능한 것이고, 착취에 익숙해진 교만한 인간의 탐욕이 사건의 빌미가 된다.
역시 인간 존재가 나쁜 것이다. 자연계의 유일한 에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익인과 인간 사이 태어난 비오도 처음에는 에러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외형의 다름은 차별과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참 교훈적이고 당연한 이야기.
그 당연함이 좋은 이야기이다.

글로 읽었는데 일러스트를 본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무언가는 옳고 바람직하다거나 다른 것은 그릇되었음을 말하지 않아. - 348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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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03-25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쯤 읽었는데, 영화같아요. 상상하느라 읽는속도가 안남요~

hellas 2019-03-25 08: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는 애니메이션 같았어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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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고른 책이다.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린 여러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섹션으로 나누어진 미래의 계급사회, 특출난 인재들을 육성하는 학교 같은 설정 들..
아마도 작가 역시 미래에 대한 낙관이 없었구나 싶은 지점이다.
철저하게 계급화되어가는 사회가 결국은 눈에 보이는 장벽마저 만들어 낼 것이라는 비관.
장벽 간의 이동은 자유의지로 될 일이 아니라는 예언말이다.

어쨌든 기본 설정이 낯선 것이 아니어서 진입과 상상이 쉽고, 미성년인 주인공 캐릭터들의 의도된 듯한 순수함음 차별과 편견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악의 없고 무해한 인물들의 서사가 지루해질 무렵 이 이야기의 본질이 드러난다.

오류라는 오명에서 도망치려는 발버둥이 이야기를 진창으로, 한 가족의 타락으로 이끈다. 최고임이 증명되는 자들만이 세계를 이루는 곳은 최고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이 죽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진실을 추적하는 멈춰있지 않은 인간이 자만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진 외곬수라는 것, 그 자는 결코 진실을 알수 없다는 점도 무척 역설적이다.
해피엔딩은 없다. 새로운 세대에 악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순식간에 타인을 압도하는 성장을 한다. 암울하지만 마음에 드는 결론이다.

정의의 실현은 나의 유전자 트리가 붕괴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하찮은 일. 종의 기원....
모든 종은 사실 자신의 유전자를 지켜내는 일에 전투적으로 임하고 있고, 전쟁처럼 보존시킨 유전자와 그것이 품고 있는 악이 같은 방식으로 지켜지고 대물림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봐오던 대로.

다른 장르로 재탄생 된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몹시 어둡고 우울한 미래 세계가 기대되는 바다.

- 나는 법을 만드는 일과 울타리를 치는 일은 원시적으로 동질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법을 처음 제정했던 인류의 정신과 자신의 집에 처음으로 울타리를 둘렀던 인류의 정신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거지. - 163

- 교수님은 법 제정을 모두의 집에 공평하게 울타리를 쳐주는 일에 비유하셨지만 현실에서 누구의 집에 어느 정도의 범위와 높이로 울타리를 칠지는 1지구의 식견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다른 지구의 삶은 전혀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이 외딴 프라임스쿨에 앉은 눈 먼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요. 그렇다면 거기에 ‘이상적인’이라는 문구를 붙여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 165

- 뭐가 위선이라는 거야? 자기가 있는 곳을 비판하는 게? 내가 보고 있는 세계를 비판하지 못하면 도대체 뭘 비판할 수 있는데? 천국을 비판할까, 있는지 없는지 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냐고? 너희들은 지옥에 떨어질까 무서워서 그런 생각도 못하지? 너희들이야말로 똑똑히 들어 둬. 내가 위선자라면 너희는 머리가 굳은 머저리들이야. 위선자는 최소한 뭐가 옳고 그른지라도 알지만 너희 같은 머저리들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런 걸 따져 볼 생각조차 못하지. - 169

- 제목만으로도 완벽한 책이니까. 종의 기원이라니, 꼭 이 세상 모든 질문의 해답이 되는 문구같지 않니? 업무를 보다 보면 가끔 그 문구를 입력할 일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꼭 내가 인류의 비밀을 푸는 학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단다. - 346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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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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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름붙이는 것, 그것을 제대로 말하는 것, 그 중요함을 이야기 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되어있듯이, 여러 설화의 유형들 중에서도 ‘주인공이 초자연적이거나 위협적인 원조자의 진짜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를 물리치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정확하게, 에두르지 않고, 저격하듯 그것을 가리키고 이야기해야 모두가 손끝이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는 법이니까.
실체가 그것인 양 정의가 그것인양 꾸며내 세상에 만연한 허구들은 깨뜨려야 한다.
진실인 척 위장하고 있는 이야기들로 인해 숨겨진 이야기들이 폄훼되기 때문이다.

비탄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 또 우리는 눈을 멀게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미국 내 상황에 대한 글들이 무척 많지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여러 케이스가 공감을 일으킨다.
이 책은 리베카 솔닛이 여성문제에만 국한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결국은 인류의 정치적 올바름, 인간의 선한 본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고, 그에 앞서 인류의 반의 문제를 조금 더 숙고하고 있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정말이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 그래서 여성에 대한 끔찍한 수준의 가정폭력과 성폭력은 서로 아무런 관계없이 뿔뿔히 흩어진 이야기, 사소하고 보도되지 않는 낱낱의 이야기로만 머물러 있었다. 우리는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이야기를 재구성함으로써 여성들이 만성적으로 공격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만성적으로 거짓말하고 망상에 시달린다고 말할 수 있다. 후자라고 말하면 현 상태가 안전하게 지켜지지만 전잘고 말하면 와해되니까. 여기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무너뜨리는 일이 가끔은 건설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 13

- 일단 우리가 이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면, 그때부터 우리는 비로소 우선 순위와 가치에 대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잔학함에 대한 저항은 그 잔학함을 숨기는 언어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격려encourage는 말 그대로 용기 courage를 불어넣는다는 뜻이고, 분열 disintegration은 말 그 대로 통합 integration을 잃는다는 뜻이다. 언어를 정확하고 조심스럽게 쓰는 것은 의미의 분열에 대항하는 방법이자 우리가 사랑하는 공동체를 격려하고 우리에게 희망과 전망을 불어넣는 대화를 독려하는 방법이다. 모든 것을 그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일,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하려고 애쓴 일이다. - 15

- 우리에게 좋은 남자라고 불리고 싶은 듯한 많은 남자들은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하다. 그들은 자신은 이런 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거듭 말한다. 하지만 무지는 일종의 용인이다. 우리 사회가 피부색을 따지지 않는 사회인 척하는 것이든, 여성 혐오 따위는 진작 극복한 옛일에 불과한 사회인 척하는 것이든 마찬가지다. 무지는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죽는지, 왜 그러는지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요즘처럼 이야기들이 터져나온 것이 처음도 아니라는 사실을 무시하거나 잊는 것이다. - 28

- 각각의 행동은 어느 한 남자의 혐오나 부당한 권리의식에서, 혹은 둘 다에서 생겨났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들은 결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그런 행동들이 누적되면, 여성이 사적, 공적, 직업적 영역에서 움직이고 말할 공간을 축소시키는 효과, 여성이 힘을 얻을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많은 남자들은 직접 공격을 자행하지는 않겠지만, 마침내 몇몇 사람들이 지적하기 시작했듯이 그런 남자들도 이 상황으로부터 혜택을 입는다. 이 상황이 그들의 경쟁자를 일부 제거해주고, 늘 평평하다고 말하는 운동장에 실은 마리아나 해구만큼 깊은 함정을 파놓았기 때문이다. - 31

- (아렌트가 말한) 이른바 ‘악의 평범성’은 남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모르는 것, 자기 자신과 대화할 줄 모르는 것, 혹은 세상과, 도덕적 세상과 대화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떠올릴 줄 모르는 것을 뜻한다. - 47

- 좀 너무 많지 않나 싶은 수의 백인 남자들은 자신이 객관성을 독점하고 있다고 믿은 나머지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는 여성혐오가 전혀 없다고 장담하고, 심지어 자신은 주관성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는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의견은 아예 의견이 아니니까. - 78

- 순진한 냉소주의의 대안은 무엇일까? 무엇이든 발생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없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앞으로 벌어질 일은 보통 축복과 저주의 혼합일테고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서 펼쳐지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사적 기억은 이런 태도를 지지해준다. 간접적 결과, 예상치 못한 격변과 승리, 누적되는 효과, 긴 시간표를 언급하는 이야기들도 이런 태도를 지지해준다. - 123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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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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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가족의 여러 형태가 가시화되고 있는 사회임에도 생활 동반자법 등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성 간의 결혼 후 아이까지 태어나는 것을 정상이라 취급하는 문화가 아직도 공고하지만 이미 그 틀에서 여러모로 벗어나려는 현상과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이런 조립식 가족이야기라면 그래서 늘 호기심이 생긴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같이 살수 있을까? 성향이 비슷해서? 목표가 비슷해서?
그렇다 한들 정작 생활을 같이 해나가는 일이 쉬운 일일까?
이건 살아보기 전엔 잘 알기 어렵고, 그렇다고 여러 이유 때문에 섣불리 살아볼 수도 없는것 아닌가. 그래서 경험자의 발언이 중요하다.

그들의 경험에서 느낀 것? 재정적 요건의 중요성? 인식의 폭의 중요성? 취향의 중요성? 뭐 그런걸까.
여전히 나는 어떤 사람과 잘 맞을지 그건 모르겠지만, 그들의 삶의 표정이 풍부하고 즐겁다는 것은 잘 알게 된 듯 하다.

아, 반려 동물의 유무도 중요하다고 진심 생각했다.

- 결혼은 답이 아닌 것 같았다. 단지 혼자의 고단함을 피하자고 결혼 제도와 시월드와 가부장제 속으로 뛰어드는 건 고단함의 토네이도로 돌진하는 바보짓이었다. 나를 충분히 바보로 만들 만큼 매력적인 남자가 나타난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것도 내가 원하는게 아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10

- 자신과 다르다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를 내리지 않는 건 공존의 첫 단계다. - 35

- 제대로 된 물건이 얼결에 들어서버리자 생활이 가지런해졌다. 아름답게 잘 만든 물건의 힘이란 이토록 강력하다. 내게 있어 자취가 아닌 독신 생활은 정확히 이 책장이 들어온 날 시작되었다. - 87

- 대가족이 되면서 일이란 생기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것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야말로 가족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가족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말이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또 종종 두 배로 기뻐하며 삶의 굴곡을 지날 것이다. - 149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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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오늘의 젊은 작가 8
김엄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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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무척 좋아한다.

취향의 문제지만, 건조한것을 좋아해도 너무 마른듯한 상태는 조금 안취향.

일단 등장인물이 여럿인데 a, b, c.... 가 되고나면 구체성은 감소하고 익명성은 증가하지만, 개성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라면 안취향 되겠다.

개인적인 궁금증 중 하나지만, 작명이 고통스러워서인가, 익명성의 추구인가.

이런 장면이 있다. 씨발이라고 욕을 하면, 피곤해 라고 대답하는 것.
이게 뭐랄까.... 홍상수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이 문장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홍상수의 영화가 취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의 피로감과 무력감을 잘 드러내고 있지만, 캐릭터의 실종과 공허에 대한 이유와 설명과 결과와 등등등이 너무 내던져져 있다고 느껴졌다.

- E는 발목이 잘린 비둘기를 본 이후로 자신의 발목을 의식하게 되었다. 매일 밤 근질거렸다. 그는 발목을 돌리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 39

- 모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방적인 통보들에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다. 얽매이고 싶지 않다. 나를 그동안 살게 한 것은 자괴감이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자괴감마저 느끼지 않는다. 후회하지도 않는다. - 41

- 암전.
설정만을 보여주고 암전.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고 다시 암전.
암전.
암전은 무대 위의 유일한 개연성이었다. - 98

2019.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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