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로 K
돈 드릴로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3월
평점 :
언제고 읽어봐야지 벼르고 있던 돈 드릴로를 드디어 읽었다.
대략의 줄거리를 미리 보고 흥미롭다 여겼는데, 실제로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서양인의 시각으로 버무려진 오리엔탈리즘이 느껴지고... 뭐 그랬다.
그러니까 그 오리엔탈리즘이란게 도교적이면서 사이비 종교의 어떤 면을 묶어논 것이랄까.
담고 있는 철학이 그럴듯 한데도 오묘하고 애매한 무엇이 탄생한듯.
좋다..라는 기분으로 책을 덮어놓고 리뷰는 삐딱한 이율 모르겠다. -_-;;;
아티스의 직면한 죽음을 계기로 한데 모인 가족, 로스와 제프리. 살가운 적 그다지 없는 로스는 새엄마 아티스의 인위적 죽음을 받아들이라 하면서 슬쩍 자신의 미래도 이럴 것이라 전한다.
기약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인간이 꾸는 가장 무리한 꿈을 꾸게 하는 것.
결국 개인이 선택하는 죽음에 타인은 방관자, 관찰자, 선의의 조력자 이 외에 어떤 포지션이 가능한가. 아무런 선택지를 주지 않고 받아들이라고 강제하는 모습이 내내 불편했다.
실제로 이런 선택적 죽음에서 멀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런 선택적 죽음은 자본의 논리와 결코 뗄수가 없다는 점. 선택지는 자본가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대비할 수 없다라는 점이 죽음이라는 현상의 성질인데, 이 이야기에서는 그 부분이 선택적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제프리의 심리 변화가 보여진다.
이 지난한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그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연장된다.
이 죽음의 프로그램이 수행되는 기지(?)는 파스텔 톤의 색채를 가지고 있는데, SF에서 왕왕 등장하는 이 파스텔 톤이 은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무해하다는 시그널인지, 자연의 성공적인 인공화에 대한 제시인지... 뭘까? 왜 얼핏 성공적으로 보이는 미래의 색은 파스텔톤 아니면 백색일까.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책 덮고 한달이 지나서야 하고 있는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세상의 끝을 소유하고 싶어 하지. - 11
-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소멸이라는 패턴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뿌리 - 죽음에 홀려 있는 - 로 돌아 갈 거예요. 죽음은 고치기 힘든 버릇이니까요. - 80
- 명백한 살인인가요? 아니면 지독하게 때 이른 조력 자살의 한 형태인가요? 아니면 철학자들이 분석해야 하는 형이상학적 범죄인가요? - 123
- 나는 이 밤낮이, (모두의) 미래가 과거보다 나쁠거라는 널리 퍼진 믿음에 대한 (우리의) 숨죽인 철회명령이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 208
2019. apr.
#제로k #돈드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