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이라가 주장하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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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해야만 존재하는 삶.

과거에 붙들려있으나 현재를 외면할 수 없었고 미래를 비관하고만 있기는 거부한 초로의 남자 페레이라.

정치에 무심하다 `주장`하지만 뭔가 츤츤대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듯.

이야기속의 델가두 부인이, 타부키가 만난 익명의 기자가 오늘 이 나라에도 존재하고 있겠지...

그리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오믈렛과 샌드위치 때문에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읽는 내내 배가 고팠다.

정치소설에 식욕을 더하다니... 의도했다면 타부키 대단하다. ㅋㅋ

알렌테주에서 사회주의자 짐마차꾼이 자신의 마차에서 학살당했고 거기 실려 있던 멜론에 온통 피가 튀었다는 그런 소식을 누가 감히 전할 용기가 나겠는가? 누구도 없다. 왜냐하면 나라 전체가 침묵했고, 침묵하는 것 이외에 달리 어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죽어갔고 경찰은 학살을 자행했다. 페레이라는 다시 죽음을 생각하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는 죽음의 악취가 진동한다고, 아니 유럽 전체가 죽음의 악취를 풍긴다고 생각했다. -p.14

델가두 부인은 광천수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했다. 그렇다면 뭔가를 하세요. 뭔가를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페레이라가 말했다. 음, 당신은 지식인이에요. 델가두 부인이 말했다, 지금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말하세요, 당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세요, 그러니까 뭔가를 하세요. 많은 말을 하고 싶었다고 페레이라는 주장한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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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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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채식주의자라니...

한장 한장 팔락이며 책장을 넘길수록 선명하고 점도 있는 핏덩어리가 막 느껴질 지경.

관능적이고 압도적이다.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한 꿈. 같은 소설.





당신은 나에게 과분해.
결혼전에 그는 말한 적이 있었다.
당신의 선량함, 안정감, 침착함, 살아간다는 게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아 보이는 태도... 그런게 감동을 줘. -p.161

어리석고 캄캄했던 어느날에, 버스를 기다리다 무심코 가로수 밑동에 손을 짚은 적이 있다. 축축한 나무껍질의 감촉이 차가운 불처럼 손바닥을 태웠다. 가슴이 얼음처럼, 수없는 금을 그으며 갈라졌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는 것이 만났다는 것을, 이제 손을 떼고 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도 그 순간 부인할 길이 없었다.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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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 (일반판) 문학동네 시인선 1
최승호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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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벽화를 보면 이런 기분이 들까.

문자에 스민 그의 피, 그의 숨결, 그의 고통, 때로 얼음의 책 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아직 얼음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 문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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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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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분간 못하는 나란 존재가 울고싸고먹고자고를 반복하던 시절 씌여진 시라니 왠지...

그 시절에 씌여지고 그때는 영문도 모르던 그 언어가 몇 십년이 흐르고 나서 나에게로 흘러든다니..

이런것이 문학인가 하는 센치한 생각이 든다.

도처에서 지난 시대의 아픈 상처가 새삼 만져진다. 과연 아물었는가? - 94년 작가의 말 중

부끄러움과 정열이 더 큰 곳으로 확산되기를 빌 뿐이다. - 78년 작가의 말 중

˝혼자 있어도 좋다˝를 ˝행복했다˝로 잘못 씀. -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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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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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랑이라...

떠난 인연의 끈을 팽개치지 못해 삶의 의지도 뭣도 다 나몰라라 하는 그런 사랑이라..

그 사랑이 자식들의 마음을 뭉그려뜨려도 어쩔 수 없는 사랑이라니..

난 잘 모르겠다.

계속해보겠다는 건조하고 한스러운 말을 기어이 내뱉고 말게 하는 그런 엄마의 사랑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

황정은. 나쁨.. ㅜㅜ 좋아서 나쁨.

세번째 황정은 작가의 장편.

뭔가 황정은 이라는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는 느낌.

올해 이효석 문학상의 `누가`에서도 그렇고, 참아내다 툭 내뱉는 감정이 참 놀랍다.

말투도 예쁜 황정은 작가, 앞으로도 예쁘게 집필하시길.

창비의 오디오북서비스는... 아이폰으로는 불가하다는 것... 타사의 폰으로 실행해보니 꽤 퀄리티가 훌륭하다.

꼭 오디오북만 아니라도 작가의 말 정도를 이렇게 서비스 하는게 어떨까...

실제적인 비용같은거 개뿔 모르므로 한번 던져본다. :)

가엾어.
어째서 그렇게 열심히 산 걸까.
애자는 나나와 나에게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준 뒤, 언제고 그런 식으로 중단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덧붙였다. 너희의 아버지는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가 특별해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니란다.
그게 인생의 본질이란다.
허망하고,
그런 것이 인산의 삶이므로 무엇에도 애쓸 필요가 없단다.
......
아무래도 좋을 일과 아무래도 좋을 것.
살아가려면 세계를 그런 것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고 애자는 말한다. 나나와 내가 어릴 때부터 그녀는 그런 이야기를 수없이 들려주었다. 애자의 이야기는 부드럽고 달다. 부드럽고 달게, 그녀는 세계란 원한으로 가득하며 그런 세계에 사는 일이란 고통스러울뿐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자초해서 그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필멸, 필멸, 필멸 뿐인 세계에서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애쓸 일도 없고 발버둥을 쳐봤자 고통을 늘릴 뿐인데. 난리 법석을 떨며 살다가도 어느 순간 영문을 모르고 비참하게 죽기나하면서. 그밖엔 즐거움도 의미도 없이 즐겁다거나 의미있다고 착각하며 서서히 죽어갈 뿐인데, 어느 쪽이든 죽고 나면 그뿐일 뿐인데.
-p.12

대단하지 않아? 보잘것 없을게 뻔한 것을 보잘것없지는 않도록 길러낸 것. 무엇보다도 나나와 내가 오로지 애자의 세계만 맛보고 자라지는 않도록 해준 것.
그게 그녀의 도시락이었어.
다만 도시락.
그뿐이었고 그 정도나 되었으므로 대단히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p.44

아파?
오라버니는 물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기억해둬,라고 오라버니는 말했습니다.이걸 잊어버리면 남의 고통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 괴물이 되는 거야. -p.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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