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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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하고 맹렬하게 달려드는 여자 신도 요리코와 조직 보스의 딸 쇼코의 이야기.

모든 면에서 남성이 우선시 되는 세계에서 이 두 여성에게 일말의 도움을 주는 사람은 조직 안의 재일 한국인이라는 점도 무시 못 할 설정이다.

소수성을 가진 이들의 연대.

슬라브 민화의 마귀할멈 '바바야가' 엄청 강하고 사람들은 무서워하는 대상이나 여자아이가 간절히 부탁하면 도움을 주는 캐릭터라니 첩혈쌍녀 시리즈에 어울리는 캐릭터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

- 시쳇말로 운명을 함께하는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게 상대방은 어디까지나 남이라는 의식이 분명히 있었다. 두 사람이 하고 있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도망이다. 서로 으르렁거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만큼 애착이 깊다는 말이다. 쇼코가 만약 살해되기라도 하면 신도는 남은 인생을 다 던져 복수할 것이다. 쇼코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동기와 감정에는 역시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사랑은 아니다. 사랑하지 않으니 미워하지도 않는다. 미워하지 않으니 같이 있을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내년에도, 아마 죽을 때까지도. - 171

2024. jun.

#바바야가의밤 #오나티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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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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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지극히 리얼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글을 읽는데 좀 지친 상태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들 임에도 큰 흥미를 끌지 못한 채 읽어버리기만 한 것 같다.

어디에선가 자신의 삶과 운명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 겨우 스물하나였던 나는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내면의 균열이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예감은 하고 있었다. 상해야 한다면 돌이킬 수 없게 상하고, 다쳤다면 그 다쳐버린 상태를 내보일 수 있는 무른 마음을 갖는 것. 하지만 그때는 그런 마음의 형질을 헤아릴 수가 없었고 너울처럼 나를 덮는 나쁜 상태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 견고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 13,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 꼬마가 담장 너머로 홀짝 넘어간 뒤 더는 달아나지 않고 대치하면서, 기오성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여러 압력들이 생각난 그는 당황했고, 꼬마가 재차 묻고 나서야 페퍼로니에서 왔어, 라고 답을 했다고 했다. 페퍼로니가 뭐였는데요? 함께 출연한 게스트가 묻자 그는 글쎄요, 하더니 잠시 말을 끌었다. 그러고는 결국 아무 데서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라고 했다. - 160,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2024. jul.

#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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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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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주인공들의 색채가 얕아서인지 심심한 편이었다.

애초에 사형수의 원죄를 무엇 때문에 그토록 믿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고.

상해치사로 복역하다 출소한 준이치에게 유족에게 찾아가 사죄하라는 대목에선 으악하는 기분이 되었는데....
일본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가? 유족이 과연 가해자를 다시 보고 싶을지... 게다가 준이치는 사실 죽은 자에게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데...

난고가 자신의 직업 탓에 행한 사형실행에 대한 자책이 결국 죄인으로 수감되는 결론으로 이끄는 걸까? 그렇다면 너무 가혹하다.

어쨌든 내면의 방향이 조금 다른 이야기라 몰입이 덜 되는 경향이 있다.

- 법률은 옳습니까? 진정 평등합니까?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 367


2024. jul.

#13계단 #다카노가즈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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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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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주인공들의 색채가 얕아서인지 심심한 편이었다.

애초에 사형수의 원죄를 무엇 때문에 그토록 믿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고.

상해치사로 복역하다 출소한 준이치에게 유족에게 찾아가 사죄하라는 대목에선 으악하는 기분이 되었는데....
일본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가? 유족이 과연 가해자를 다시 보고 싶을지... 게다가 준이치는 사실 죽은 자에게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데...

난고가 자신의 직업 탓에 행한 사형실행에 대한 자책이 결국 죄인으로 수감되는 결론으로 이끄는 걸까? 그렇다면 너무 가혹하다.

어쨌든 내면의 방향이 조금 다른 이야기라 몰입이 덜 되는 경향이 있다.

- 법률은 옳습니까? 진정 평등합니까?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 367


2024. jul.

#13계단 #다카노가즈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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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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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는 부모, 글을 써야 하는 작가. 두 가지의 정체성이 써 내려간 일기.

착실하게 때로는 의욕 부진으로 띄엄띄엄 써 내려간 일기가 하루하루 채워나간다는 개념 없이 지내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자라나는 아이를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도 일면 이해가 되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어서 그럴까 관조하게 되는 그런 기분.

그러나 늘 재미있게 읽게 되는 작가라 살짝살짝 웃으며 읽게 된다.


- 처음 일기를 쓴 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흔적 없이 사라진 하루들이 쌓여서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됐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를 먹었다. 인쇄가 잘못된 책처럼 인생의 페이지가 듬성듬성 비어 버린 기분이었다. 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일기를 쓰자,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자, 기록이 다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 16

-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만 같은 시간과 경험이라도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생각. 말하자면 모든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 53

- 어제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서, 내 일기는 있었던 일들과 그것에 대한 약간의 코멘트, 그리고 푸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스타일을 조금 바꿔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깊은 사유와 성찰, 전망과 고뇌... 같은 것을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치만 음, 쓸 수 있었으면 진작에 쓰지 않았을까? - 190

-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생각하며 남아 있는 다음 마감들을 생각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지금 내 심정에 꼭 맞는 표현을 며칠 전 박서련 작가가 쓴 2017년 5월 6일의 일기에서 발견했다. 이런 표현이다.
어떤...... 막막함이...... 중첩되었다. - 211

- 스톡홀름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던 악셀 린덴은 어느 날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 목장으로 내려가 양을 치기 시작했다. 목장 생활을 시작하고 두 번째로 맞은 봄, 5월 6일의 일기를 린덴은 이렇게 썼다.
다들 느끼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속 불가능하다. 이 세상에 지속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세상이 지속 가능했던 적도 없다. 그런데 다들 별일 아닌 척한다. 좋은 생각이 있는 척, 바꿀 수 있는 척한다. 왜들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내말이. - 212

2024. aug.

#매일쓸것뭐라도쓸것 #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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