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디비전 1 샘터 외국소설선 10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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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삼년에 한번 책을 읽다 말고 드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다.

존 스칼지 쭉 재밌게 읽어왔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집중도 안되고....

2권까지 더불어 드랍.

2023. apr.

#휴먼디비전 #존스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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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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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장에 꼿혀있었던 시간이 상당한 이 책은 작가의 사망 소식을 듣고서야 읽게 되었다.

전후의 황폐함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불완전한 기대가 가득한 시절.
존재하는 것 자체의 무의미함과 삶에 대한 무기력감으로 사로잡힌 미쓰사부로. 그럼에도 여차저차 인간이 해야할 생의 주기 과업들은 하나씩 해놓았다. 결혼도 하고 직업도 갖고 아이도.
이 부부의 냉소와 무기력이 장애를 가진 아이로 부터 기인한 것인지, 원래 기질이 그러한 것인지, 세상이 그저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에 그런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모든 상황들이 어우러져 이야기의 분위기는 우중충하기 그지 없다.

사건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외부인이 되기를 갈망하는 화자 미쓰.
과거의 농민 봉기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혁명을- 그러나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다카.
폭력적인 선동으로 부조리를 부조리하게 들이받는 이 과정은 바로 전에 겪은 전쟁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일제 강점기 하에 강제 동원되어 일본에서 노역을 하던 조선인 부락이 이야기의 주요한 무대이고, 전후 일종의 보상안으로 조선인들에게 불하해준 토지를 독점 매입해 부를 이룬 조선인 남자를 슈퍼마켓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은 묘한 감상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해방 직후의 시절인데, 주인공 부부는 집에 온실을 갖추고 고무나무나 몬스테라를 키우는 장면이 있다. 새삼 이런 단편적 묘사에서 원예강국의 이미지를 느끼게 되네... 식덕이라 어쩔 수 없는 감상의 일부.

장남이 아니면 잉여적 존재로 전락하는 형제들에 대한 이미지가 근대 일본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도.

극도의 허무함이 주 정서인데, 그 와중에 온갖 자극적 사건들이 나열되어 있어 혼란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 눈뜰 때마다 잃어버린 뜨거운 ‘기대’의 감각을 찾아 헤맨다. 결여감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적극적인 실체인 뜨거운 ‘기대’의 감각. 그것을 찾아낼 수 없음을 깨닫고 나면 또다시 수면의 비탈길로 자신을 유도하려 한다. 잠들라, 잠들라,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 10

- 단순해, 미쓰. 골짜기 사람들은 이십 년 전에 강제로 끌려와 숲으로 벌채 노동을 나갔던 조선인들한테 이젠 경제적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라네. 그러한 감정이 암암리에 쌓여서 일부러 그를 천황이라고 부르는 원인이 된 거지. 골짜기는 말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네! - 175

- 나는 폭력에 대해 생각하면 언제나 내 조상들이 그들을 둘러싼 폭력적인 것에 대항해 잘도 살아남았고, 나라고 하는 자손에게 생명을 전해주었구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해요. 그들은 무서운 폭력의 시대를 살았으니까요. 여기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뒤에서 나와 이어지는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만큼의 폭력에 대항해야 했을지를 생각하면 아찔해요. - 269

- 작가? 분명히 그 사람들은 진실에 가까운 말을 하고서도 맞아 죽지도 않고 미치광이가 되지도 않고 살아남을지도 모르지. 그 작자들은 픽션의 틀로 사람들을 온통 기만하지. 그러나 픽션의 틀을 덮어씌우면 아무리 끔찍한 일도, 위험한 일도, 파렴치한 일도, 자신의 신변은 안전한 채로 말해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작업을 본질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어. - 294

2023. mar.

#만엔원년의풋볼 #오에겐자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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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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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를 읽고 나이든 여성 암살자의 이야기에 매혹되어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주인공의 전사 일부를 볼 수 있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받아든 책이 생각보다 얇아서 조금 실망했지만,
조각의 한 조각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건 좋았다.

정말 며칠 안되는 과거의 어느 날이지만,
그의 고난과 의지와 성장의 순간이 모두 담겨 있어서 만족했다.

자신의 주인공이 완벽하지 않아 좋다는 작가의 말까지도 좋았다.

- 늘 생각하되, 생각에서 행동까지 시간이 걸리면 안 돼. - 10

- 앞으로의 일을 하기 위해 그녀가 되어야 하는 몸, 이룩해야 하는 몸을 부단히 주입시키며 존재 자체를 전지하여 죽음의 과수원을 가꿀 것이다. - 33

2023. mar.

#파쇄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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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딩, 턴
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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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 무덤덤해지다 헤어지는 이야기.

지원과 영진은 랄라와 진이라는 별명으로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만난 평범한 인물이다.
스파크가 튀는 운명적 만남이라기 보단 현실적인 친밀감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인연.
명백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서서히 멀어지는 과정, 그 안의 지리멸렬한 감정들을 다소 쓸쓸하게 묘사했다.

사실 살아가는 일은 극적인 사건 보다는 이런 일상과 작은 웃음, 작은 분노같은 감정이 더 큰 비중이지 않나 싶다.

심난한 봄날 읽어서 몰입이 잘되었다.


- 지원은 쪼그리고 앉아 청소기의 먼지 통을 비웠다. 주먹만한 먼지 뭉치와 자잘한 부스러기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청소기를 청소하는 일, 물걸레를 빠는 일, 드러나지 않지만 생활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을 할 때면 산다는 게 사소하고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노동으로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 41

- 불행과 비극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는 편이 견디기 수월하다. 딸꾹질을 하다가 죽었다거나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었다는 것보다 교통사고나 암 투병 끝에 죽었다는 얘기가 모두를 의심 없이 안전한 비극으로 이끈다. - 47

- 흩어지고 사라질 웃음이지만 위로가 되었다. 마음이 무너질 때 사람을 끝까지 지탱하고 보듬어주는 게 있다면 유머와 애정일 것 같았다. - 123

- 지원은 다시 누군가와 결혼해서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어떤 종류의 평화와 행복은 실패를 지나가야만 얻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 166

2023. apr.

#홀딩턴 #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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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드는 법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안현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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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최애는 루스와 로사 조합이다.

스리파인즈의 아기자기한 주민들은 늘 사랑스럽고, 그 와중에 의뭉스러우면서 즐겁다.

클라라와 피터의 관계는 진작에 이렇게 될 예정이였다고 늘 생각해와서 놀랍지 않지만, 일단 다음편에 이어질 내용이라 또 다른 기대가 된다.

망가진 듯 보이는 살인 수사과도 뭐 결국엔 괜찮아 지겠지 싶은 확신도 있어서 생각보다 고구마는 아닌 전개였다.
견고한 믿음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과거의 그릇된 선택에 여전히 발담그고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더러운 집단들은 어디에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징그럽게도 청산되지 않는 친일 매국노 집단 처럼....

- “삼십 년 동안 죽음을 다루고 나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아나?” 가마슈가 수사관에게 몸을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수사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숙였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웠네.” - 29

- 살인을 유발하는 무언가가. 크고 명확하게 보이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대개는 아주 작은 것이었다. 쉽게 묵살되는.
그 때문에 가마슈는 자신이 면밀히,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수사관들이 연극처럼 땅을 조사하다 앞으로 뛰쳐나갈 때, 아르망 가마슈는 시간을 들였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그런 모습이 무기력하게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기, 허공을 응시하며 공원 벤치에 앉아 있기. 비스트로나 식당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듣기.
생각하기. - 175

- “보부아르는 어디 있지?” 루스가 물었다. “다른 임무니 하는 헛소리는 지껄일 생각 마시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자세한 건 말씁드릴 수 없습니다.” 가마슈가 말했다. “제가 말할 내용이 아닙니다.”
“그럼 오늘 밤엔 왜 왔어?”
“걱정하시는 걸 아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보부아르를 아끼신다는 것도요.”
“그는 괜찮나?”
가마슈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엄마 노릇 좀 해줘?” 루스가 물었고, 가마슈가 웃는 사이 그녀는 차를 따랐다. 이윽고 그는 장 기에 대해 그가 말할 수 있는 만큼 루스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는 짐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 290

- 테레즈는 자신의 미니 마우스 손을 올렸고, 가마슈는 입을 닫았다.
“둘다 틀렸어요. 당신은 멈추기 두려웠고, 난 계속하기 두려웠죠.”
“내일은 우리가 덜 두려울까요?” 그가 물었다.
“덜 두렵진 않겠지만,” 그녀가 말했다. “더 용기가 생길지 모르죠.” - 358

- 아르망 가마슈는 늘 예스러운 믿음을 간직하고 있엇다. 그는 빛이 그림자를 지우리라 믿었다. 친절함이 잔임함보다 더 강하다고. 가장 절망적인 곳에조차 선의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는 악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었다. - 409


- 루스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로사가 있던 자리의 따뜻함을 느끼며 무릎에서 오리를 들어 올렸다. 루스는 조심스럽게 장 기의 무릎에 로사를 올려놓았다.
그는 알아차리지 못한 듯 보였지만 잠시 후 손을 올렸고, 로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아시겠지만 목을 비틀 수도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알아.” 루스가 말했다. “제발 그러지 마.”
그녀는 로사의 까만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로사의 등 깃털을 어루만졌던 장 기의 손이 긴 목으로 가까이, 가까이 다가갈 때, 로사는 루스를 보았다.
루스는 로사의 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침내 장 기의 손이 멈췄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로사가 돌아왔군요.” 그가 말했다.
루스가 끄덕였다.
“기쁘네요.“ 보부아르가 말했다.
”집까지 먼 길을 왔지.“ 루스가 말했다. ”어떤 이들은 그래, 알겠나. 그들은 길을 잃은 듯이 보이지. 이따금 그들은 잘못된 길에서 헤매는지도 몰라. 그들이 영원히 가 버렸다며 많은 사람이 포기하지만 난 그걸 믿지 않아. 어떤 이들은 결국 집을 찾는 데 성공해.“ - 569

- 아르망은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은퇴할지는 몰라도 그만두지는 않을 거야. - 604

2022. sep.

#빛이드는법 #루이즈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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