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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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흘러가는 방식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 늦을 때까지 모른다는 것.

시간이 지나고 인연을 놓아버린 후에야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삶이 흘러가는 방식임을, 그것에 대해 이렇게 잘 이야기 할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같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좋아한다.

- 그는 그저 “그래. 그럴지도”하고 말했을 뿐이었다. 나를 지치게 만든 게 바로 윌리엄의 그런 모습이었다. 기품 있고 유쾌한 태도 이면에 존재하는 잘 토라지는 소년. 하지만 그러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는 더이상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가 더이상 내 남편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안도였다. - 49

- “내가 종종 가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느껴진다는 게 사실이야?” 윌리엄이 고개를 들었고, 그의 눈은 작아 보이고 이제 붉어져 있었다. “정말로 그런 것 같아, 루시?”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가닿을 수 없는 사람인지는 전혀 모르겠네.” 나는 그렇게 말했는데,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중 가장 좋은 말이었기 때문이다ㅏ.
윌리엄이 일어나 카우치의 내 옆자리에 앉았다.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알아?” 그가 말했는데, 농담을 해보려고 한 것 같았다.
“아무도 모르지.” 내가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오 루시.” 그러고는 내 손을 잡았고, 우리는 손을 맞잡고 카우치에 앉아 있었다. 이따금 그는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맙소사.” - 90

- 나는 스스로에게, 어머니가 나를 사랑했다고 말해준다. 어머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언젠가 그 사랑스러운 여자 정신과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소망은 결코 죽지 않아요.” - 108

- 사람들은 외롭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겐 할 수 없다. - 152

- 윌리엄은 집안에 들어와서 어머니의 방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누구도 면회는 안 돼.” 그리고 나는 윌리엄이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쓰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의 부고를 쓰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지만 윌리엄은 부고를 쓰고 있었고, 왠지 모르지마 -그후로 내내- 나는 윌리엄의 그런 행동을 존경했다.
앞서 말한 권위 때문일 것이다.
나도 모르겠다. - 184

- 내가 얼마나 끔찍한 행동을 했던가.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남편에게 나를 위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 오, 그건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 늦을때까지 모른다는 것. - 257

2022. nov.

#오윌리엄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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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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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면이라도 계속 같은 장면같고, 다른 이야기를 해도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산문.

베를린 외곽의 호숫가와 숲속 정원을 가진 오두막에서 고요하고 치열하게 여러 계절을 보내는 순간들.

조금이나마 배수아 작가를 이해해 보려고 고른 산문이었다.
그러나 뭘 더 이해한 것 같진 않다.
그저 고요함에 동요되었다.

- 처음에는 순간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것은 하나의 순간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많은 순간들이 되었다. 글은 모든 순간에 있었다. - 8

- 하나의 문학작품이 또다른 작품을 연상시키는 방식은 개인의 독서 경험에 기반한 우연이다. - 21

- 한 권의 책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나는 그 책에 담긴 모든 것을 잊기 때문이다. - 31

- 아무것도 심지 않고 아무것도 가꾸지 않았던 우리는 기적을 마주친 사람처럼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누구인가, 이 숨겨진 정원에 낙원의 씨앗을 뿌려둔 이는. 그것은 저절로 탄생하고 저절로 사라지는 생명이었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은 아니었다. 우리는 우연히 지나치던 행복한 나그네에 불과했다. - 40

- 나는 길이 보이지 않는 숲에서 방향을 잃은 채 오직 낙엽을 헤치며 가는 중이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이다. 그러나 나는 내 공포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
내 글은 아무도 모르게 달아나는 중이다. ‘글자 그대로 읽히는 것’으로부터. - 49

- 그 순간 문득 작별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특정 시기에만 국한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삶의 시간 내내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비밀의 의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일생은 그것을 위해 바쳐진 제물이었다. 우리가 평화롭게 정원의 흙 위로 몸을 기운인 동안, 당신의 몸 위로 빛과 그늘이 어지럽게 얼룩지는 그 순간에도, 작별은 바로 지금, 우리의 내부 - 숲안쪽- 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궁극의 사건이었다. - 82

- 프로페셔널한 번역가라면 언어의 전이 그 자체에 집중할 줄 알고 그것을 이루어냄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겠지만 나는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단 한 번도 프로페셔널한 번역가였던 적이 없다. 나는 오직 번역을 시도하는 독자였을 뿐이다. - 119

2023. may.

#작별들순간들 #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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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날 정도로 종이가 한장씩 안넘어가는 이상한 종이 두께. ㅡㅡ

아직 읽는 중인데 진짜 물리적으로 종이가 이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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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뒤에 쓴 유서 오늘의 젊은 작가 41
민병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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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라니(물론 조금 다른 문장임) 되게 까뮈가 떠올라서 조금 웃었다.

그러나 이 글은 웃으며 읽기에 적당한 글은 아니다.

어떤 상태에 놓여 있다는 서술자를 연민하게 된것인지 조금 헷갈렸다.

-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아니 매일 그 일에 대해 생각했다. - 9

- 문학은 제게 불행을 불행으로 말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불행을 불행으로, 슬픔을 슬픔으로. 나를 나로. 저는 그 방식을 담을 수 있는 문체와 형식에 대해 계속 고민할 생각입니다. - 68

- 나는 어떤 분야의 작가든 좋아할 사람은 이미 다 좋아한 것 같았고 한 명 한 명 흥미를 잃어 가는 중이었다. 나는 달관하고 싶지 않았다. - 90

- 나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그 누구도 슬프게 묘사하고 싶지 않다.
이 글은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훗날 더 자세히 쓰거나, 생략될 뿐. - 104

- 나는 기억하고 싶었다.
내가 쓴 소설에 기억을 묶은 뒤 망각하지 않도록.
끝없는 공포를 밀어내면서. - 122

2023. mar.

#달력뒤에쓴유서 #민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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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오늘도 짝사랑 중 - 동물을 돌보는 기쁨, 동물의 아픔을 보는 슬픔, 수의사 일일드라마
김명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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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해라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미야옹철이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
내적 친밀감 많이 쌓인 수의사의 수의사 이야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지만,
직업인으로서의 수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다.

수의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할만 하지 않을까 싶다.

첫 반려 고양이인 아톰 이야기에선,
루키와 에코가 생각나서 같이 마음이 아렸다.

- 가장 흐뭇한 순간은, 처음 반려동물과 살게 되어 첫 예방접종을 온 보호자를 대면할 때다. 초보 집사로서 수의사의 조언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초집중하는 모습, 그리고 내가 첫 예방접종을 해주었던 고양이가 노령묘가 될 때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이 모든 고맙고 반가운 설레는 순간들이 수의사라는 이 직업을 계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 76

- 49대 51의 확률에서 어느 것이 51일지를 고민한다.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의사는 늘 스스로 아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좀 더 나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 99

2023. may.

#수의사는오늘도짝사랑중 #김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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