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172
조말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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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에 읽고 이제야 기록해 둔다.

- < 외국어 교본 >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어떤 고장을 지나가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슬픔이 한 번도 깃들지 않은 곳 나와 갈등하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 알 수 없는 사람들이 현관 옆에 꽃을 키우고 있어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혈육이 스며들지 않은 풍경은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 같았다 엄마와 닮은 노파는 엄마가 아니었고 아버지와 닮은 노인은 아버지가 아니었고 나와 닮은 여인은 내가 아니었다 빨간 고무통에 피어있는 접시꽃은 친숙해 보이고 담에 기대어놓은 들깻단에서 들깨가 펑펑 터진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연습해서 이루어지는 단어가 아니지만 상가에 진열해놓은 상품들과 닮은 구석이 있다 저 보석가게는 먼지만 털면 빛날 것이고 저 신발가게는 아이들이 돌아오면 붐빌 것이고 저 국밥집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서 신용을 잃었다 인근에까지 소문이 난 국숫집에 낯선 차들이 붐비고 있어서 이 고장은 대도시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의 더러운 기류 같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지나칠 때마다 내 혈육이 스며 있지 않은 풍경 때문에 아름다워 보였다 저 남자는 초등학교 동창이 아니지만 그와닮았고 저 여인은 내 자매가 아니지만 내 자매와 닮았고 나와 닮지 않은 내가 지나가고 있는 풍경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하다 내 욕망이 한 번도 깃들지 않은 곳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 닮은 사람들이 꿈속처럼 소리 없이 지나가고 있어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아무것도 없음으로 이루어가는 것이 환대일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바구니가 무거운 것에 더 깜짝 놀라는 손목이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을 들어올린다 두 손을 내밀지 않으면 맨 먼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질질 끌고 갈 수는 없다 - 환대 중

- 이게 다예요 최선을 다해서 유일한 앞모습이고 옆모습이고 뒷모습이에요 - 입체적인 비 중


2023. jan.

#이해할수없는점이마음에듭니다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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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습니까 문학과지성 시인선 561
권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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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좀 없지만,
맞는 말 일색인 시집.

아릅다고 싶은 이의 요설?

- 네가 여성스럽다고 한다면, 바로 그런 거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
이해?
이해. 그래서 감각이 열려 있는 거, 열려 있는 감각에 당당한 거.
어렵다. - 누나, 부르면, 응, 답할게, 중

- 폭력은 정치적이다.
민중은 폭력적인가. - 갑을 중

- “혐오와 차별은 어디에나 있어서, 나 혼자 아무리 올곧게 살겠다고 마음 먹어도 물들지 않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시작 중

- 악몽이 더 쉽다
쉬운 게 편해서
무섭다 - 능력과 수긍 중

2023. jan.

#아름답습니까 #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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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키코 문학동네 시인선 176
주하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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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다가오는 이유와 원인이 명확하지 않는 삶의 노래.

좋은 삶에 다다르지 못하였더라도, 부를 수 있는 한자락의 노래.

- 이룰 수 없는 꿈을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듣는 순간처럼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하나에 빠져 있던 마음
매번 속더라도 쥐어야 하는 꿈
등뒤로 구름이 흐르고
지옥까지 가지에 우리 악력은 너무 약했다 - 발로- v에게 중

- 이별하기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애처롭게도 아직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매번 만나는 자들에게 그곳을 탈출한 척 꾸며내야 하는 연극은 이번 생에 제겐 퍽 슬픈 것입니다 - 아웨나무에 부쳐 중

- 살아 있다는 감정, 몇몇은 그 유희를 갖지도 못하지
그러나 얼마 동안 질료가 되었다 - 모국의 밤 중

- 나는 이제 살길을 행복하게 갈구할 거야
역경이 오면 그땐 다시 떠돌이 개처럼 뜨거운 침을 흘리며 잠깐 경련하겠지만
그전까지 나는 모든 행복한 시간을 통틀어
그것을 전부 가지고 있는 여름이 되어 있을 테니 - 천엽벚꽃 중

2023. jan.

#여름키코 #주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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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세계문학의 숲 49
셔우드 앤더슨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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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단편집.

막막한 외로움의 연작.
그로테스크로 대변되는 환멸의 정서.

찰나의 행복?의 순간을 지나면 그저 살아가야할 나날들인 삶.

- 그 시절 젊은 여자들은 자기 동네를 떠나 동부의 대학으로 공부하러 가지 않았고 사회 계급에 대한 생각은 아직 존재하지조차 않았다. 노동자의 딸은 농부의 딸이나 상인의 딸과 별로 다를 것 없는 사회적 입장에 있었고, 유한계급은 아예 없었다. 젊은 여자는 ‘참하’거나 ‘참하지 않았’다. - 95

- 그녀는 생각했고, 얼굴을 돌려 벽을 바라보고는 억지로 마음을 가다듬어, 심지어 와인즈버그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고 또 죽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용감하게 대면하려고 애썼다. - 133

- 옛것들의 유령들이 소년의 의식 속으로 슬며시 비집고 들어온다. 그의 외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삶의 한계에 대한 메시지를 속삭인다. 자기 자신과 미래에 대해 굳건한 확신을 품고 있던 소년은 갑자기 불안해진다. 상상력이 뛰어난 소년이라면 급작스럽게 문이 활짝 열리고 처음으로 세상을 내다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이 무로부터 생겨나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이미 주어진 삶을 다 살고 무로 돌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행진하듯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성숙의 슬픔이 소년을 찾아온 것이다. 살짝 숨을 몰아쉬며 그는 자기 자신이 바람에 날려 마을의 길거리를 헤매는 낙엽 한 장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다. 친구들의 허세 섞인 장담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고 살고 죽어야 한다는 걸 안다. 바람에 흩날리는 존재, 옥수수처럼 땡볕 아래서 시들어가야만 하는 존재로서. - 279


2023. may.

#와인즈버그오하이오 #셔우드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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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
김보현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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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아포칼립스지만, 조금 귀엽고, 다정하고 친환경적이며 목가적인? 이야기.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진 펜싱 소녀 원나는 시상대에 오르기 싫어 4등만 하는 아이. 그러나 마을 어른들의 다정한 돌봄으로 좌절할 틈없이 살아간다. 그러다 닥치는 좀비의 세계 속에서 살아남고, 사랑하는 멋진 소설이다.

식물인간이었고, 심한 부상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일 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추후 백신으로 부활? 할 수 있는건 좀 멋진거 같다.

그리고 아무리 귀엽고 다정한 이야기라도 등장하는 약자위에 군림하려는 자들과, 편협하고 삐뚤어진 생각에 함몰된 자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등장만으로도 너무 짜증이 났다. 안보고 싶었달까.

- 모두가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끝까지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시상대에 올라가려고. 그걸 우습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냐.
네.
원나는 조그맣게 대답했다. 잘 알고 있었다. 철종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역시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맹세컨대 단 한 번도 그런 마음을 우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 62

- 원나가 유미를 안고 일어서는데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원나, 우리가 원나를 돌아가며 괴롭혔습니다ㅏ. 미워서 그런 것 아닙니다. 나중에 말하려고 했습니다. 모두가 우리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원나가 혼자 돌아가면서 우리 모두를 괴롭혀야 합니다. 꼭 그래줘야 합니다.”
원나는 마리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원나는 알았다고,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고, 괜찮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
원나의 머릿속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맞춰졌다. 아무 때고 전화해서 귀찮게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한꺼번에 여러 개의 일을 한 적은 없었다. 곤란할 정도로 힘든 일이나 무리가 되는 일 역시 없었다. 부탁 받은 물건을 기껏 사 들고 갔더니 창고나 마루 밑에 똑같은 게 있던 적도 많았다. 모든 게 노인네들의 건망증이나 부주의함이 아니라 계획된 것이었다는 소리였다.
“원나한테 심부름 시켜야 원나가 자꾸 움직이고, 자꾸 움직여야 웃을 수 있고, 원나가 웃어야 우리가 모두 행복합니다. 그래서 그런 겁니다.” - 155

- 돌아가며 괴롭혔다는 마리아의 말이 원나의 귓가를 맴돌았다. 마을 사람 모두를 돕고 있다는 우쭐한 기분에 도취되어 있었는데 사실은 그조차도 빚진 것이었다. - 158

- 원나는 주춤주춤 움직이는 마리아의 어깨를 눌러 앉힌 뒤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은 펜싱 마스크를 뒤집어썼다. 마리아가 그랬다. 이제 원나 혼자서 마을 사람들 전부를 ‘괴롭혀야’한다고. 원나는 마리아를 번쩍 안아 올렸다.
‘진짜 가만 안 둘 거예요. 각오하세요!’ - 159

- ”그래. 꼭 만들어. 성공하면 그땐 진짜 오빠로 인정해줄게.“
사소한 욕망과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그래야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고 철종도 늘 말했다. - 240

2023. jul.

#누군가이름을부른다면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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