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결혼
타야리 존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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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결혼...이라니 참으로 블랙유머인 제목이다.

미국에서 부당한 일을 겪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결혼이라는 말의 줄임.

중범죄의 누명을 쓴 남편과 죄수의 아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사이에서 고뇌하는 아내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담아냈다.
사랑으로 견딜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고, 의무감과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아내의 입장에 더 공감이 가는건 어쩔 수가 없다.
감옥에 갇힌 남자의 편집증적인 집착은 충분히 이해가 되도고 남지만 말이다.

인권에 대해, 삶과 결혼에 대해, 의무와 책임과 그 이상의 이상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다.

왜 여러 명사들이 이 책을 추천했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 네게 일어나는 일이 다 네 소관은 아니야.
기껏해야 반 정도만 너와 상관이 있지. 네 일이 아니야. 너만의 일이 아니야. - 클로디아 랭킨

- 난 누군가가 죽음으로써 내가 일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자꾸 일깨우지 않을 것이다. 극장에 간 로이 3세가 <스타워즈>든 뭐든 영화를 보려다, 자기가 팝콘을 먹으며 거기 앉아 있는 것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얻어낸 권리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말은 일절 하지 않겠다. 아니, 너무 많이 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21

- 이 상황이 엄청난 실수이자 대단한 오해임을 모두가 알게 되겠지. 다들 충격을 받겠지만 결국에는 진정할 거다. 나는 남편을 데리고 법정을 나가게 되리라고 굳게 믿었다. 집에 무사히 돌아간 후, 사람들에게 미국에서 흑인은 그 누구도 진정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게 될 거라고. - 64

- 뱅크스 아저씨가 1차 항소를 준비하고 있어. 상황이 더 나빴을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라더라고. 경찰과 마찰을 일으켜 해명할 기회도 없이 죽은 사람도 많으니까. 경찰의 총알에는 항소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 적어도 그건 다행인데, 참 보잘것없는 다행이네. - 75

- 결혼은 그런 거잖아. 지금 우리에겐 결혼생활이랄 게 없어. 결혼은 마음의 문제를 넘어선 삶의 문제니까. 그런데 우리에겐 함께하는 삶이 없어. (...) 지난 세 번의 면회 시간 내내 우리는 서로에게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넌 내가 사는 얘기를 견딜 수 없고, 난 네가 사는 얘기를 견딜 수 없어. - 122

- 이제 미스터 대븐포트는 자기 딸보다 로이에게 더 충실했다. 어떤 면에서는 흑인 사회 전체가 로이에게, 이제 막 십자가에서 내려온 남자에게 충실했다. - 269

- 고통은 있었다, 맞다. 하지만 나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법을 알아냈다. 고통을 느끼는 대신 셀레스철과 나를, 이 재앙을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를 생각했다. 우리는 대화로 풀 수 있다고,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로이가 겪은 일에 대해 누군가는 보상을 해야 했다. 그 여자가 겪은 일에 대해 로이가 보상했던 것처럼. 누군가는 항상 보상을 한다. 총알에는 맞을 사람 이름이 쓰여 있지 않다,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복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마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은 저 어딘가에서 무작위적이고 치명적으로 생겨난다. 마치 토네이도처럼. - 380

- 우리는 노력했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겠지. - 414

2023. jun.

#미국식결혼 #티아리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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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담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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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인간의 위치가 전복된 종의 기원.

치밀한 상상력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김보영 작가의 이야기는 늘 그런 놀라움을 준다.

스물다섯, 서른, 마흔여덟에 완성된 세편의 연작 소설은, 그만큼의 세월 만큼 깊이 있게 세상의 여러 현상들을 담아 냈다.

멋진 이야기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케이의 눈앞에 있었다.
(...)
케이는 한순간에 깨달았다. 모든 로봇음 모조품이고 불완전품이며, 이 완벽한 생물을 흉내 낸 그림자일 뿐이었다. 케이의 눈앞에 있는 것은 완전체였고 이데아였으며, 예술가들이 평생을 바쳐 추구하는 ‘성스러움’, 이제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은 줄 알았던 ‘신성’ 그 자체였다. - 147

- 사랑하는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이 사랑이지, 이롭지 않은 사랑은 학대에 불과합니다. 인간을 가장 이롭게 하는 것은 바로......
바로?
...... 좋은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 258

- 살아 있다. 나무나 풀과 똑같이. 로봇과 똑같이. 살아 있으므로 로봇과 같은 자격이 있다. 살고자 최선을 다할 자격이. 비록 이 생명 전체가 무가치하고,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다해도. - 286

2023. aug.

#종의기원담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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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문학동네 플레이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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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사건과 사고.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과,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

결국 뒤끝이 좋지않은 진실과 마주해서 딱히 기분이 좋은 독서는 아니었다.
그냥 한번 밀쳤을 뿐이라고....
어처구니가 없는 한마디라고나 할까.

- 나쁜 놈은 벌을 받아야 하는 거니까요. 누가 나쁜 놈이든 벌을 받아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야 하는 거니까요.
주희는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나쁜 놈이 한 나쁜 짓은 그냥 지나가면 안 되는 거니까. 하늘이 할일을 안 하고 있으면 사람이 해야 하니까. 하늘에서 내리는 벌 말고, 벼락 같은 거 말고, 교통사고 같은 것도 말고, 사람이 하는 거 말이에요. - 162

2023. jul.

#더게임 #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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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
오경철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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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지만, 세상엔 환멸을 느끼는 것같은 편집자의 글.

책을 만드는 일이 일면 괴롭고, 외롭고, 번다한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인것 같다.

신형철 평론가의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과 관련되 모든 것에 엄격해진 사람의 어떤 정직한 사랑”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게 아닌지.

-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에 대한 우려나 걱정의 말 같은 것은 거의 적지 않았다. 책을 읽자는, 혹은 책을 사라는 말들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거나 사는 것이 소수의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인간들의 도락이 되어버린다해도 그것 때문에 세상이 망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책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 19

- 책을 좋아하지 않은 적은 없다는 것이 고단한 날 나의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 32

2023. aug.

#편집후기 #오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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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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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이들의 행진.

그 불안이 막막하다는데서 오는 더 큰 불안.
행진이라는 단어로 기운을 좀 내보려는 발버둥이 느껴졌다.

서글픈 마음으로 읽게 된다.
아마도 우울해서 인것 같다.

- 우리는 동시에 문장을 쓰고, 언니는 아마도 걷고 있을 것이다. 내일은 멀고, 우리의 집은 더 멀고, 민들레 꽃씨가 날아와 우리 머리 위에 내려앉는 꿈은 가까운 그런 밤이었다. - 48, 미조의 시대

- 언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게서 다짐을 받아냈다. 우리, 할 말은 꼭 하고 살자. - 185, 연희동의 밤

2023. jul.

#젊은근희의행진 #이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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