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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평점 :
어디라고 특정할 것도 없는, 핍박받고 저항하는 모든 세계의 이야기.
이런 불행의 감정을 보편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인류의 비극이다.
아이다와 사비에르의 사랑이 억압된 자유를 쟁취하려는 몸부림이 되고 그들의 절박함과 세계의 절망적임을 더욱 강조한다.
작가는 팔레스타인 작가에게 이 책을 헌정했고, 인용에도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누구를 위한 발화인지 모호하지 않은 책이다.
-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 이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파농, 32
- 아무리 좋은 법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어설픈 구석이 있다. 그래서 그 적용을 놓고 논쟁과 문제 제기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실천이 법의 어설픔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한다.
불의를 합법화하는 악법들이 있다. 그런 법은 어설프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법들이 적용되면 그 법들이 강요하려는 바로 그것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법들에 대해서는 저항하고, 무시하고,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물론, 동지여, 그런 법들에 대한 우리의 저항은 어설프다! - 39
- 희망과 기대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저 지속되는 시간에서만 차이가 있는 줄 알았죠. 희망이 좀 더 멀리 있는 일을 기다리는 거라고 말이에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내가 알게 된 건 그뿐이 아니에요. 몸이 하는 기대도 그 어떤 희망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나의 기대처럼요. 그들이 당신에게 이중종신형을 선고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은 믿지 않게 되었어요. - 40
- 이백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미국이, 자유라는 미명 아래, 전 세계를 가난으로 채우려 기획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 제국은 오늘날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큰 위협입니다... - 차베스, 2006.7.27. 모스크바
-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그가 말했어요.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점들이지. - 65
- 사실을 말해 줄까? 단어들이 괴롭힘을 당한 나머지 정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민주주의, 자유, 진보 같은 단어들은 그들만의 독방으로 돌아가면 알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다른 단어들도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던 제국주의, 자본주의, 노예제 같은 단어들이, 거의 모든 경계면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고, 이전 그것들이 있던 자리에는 세계화, 자유시장, 자연법칙 같은 사기꾼들이 활개를 친다.
해결책 : 가난한 자들의 저녁 대화. 거기에서라면 일말의 진실이 말해지고 지켜질 수 있다. - 70
- 그들이 당신을 잡아가기 전에는 미래에 대해서 거의 생각하지 않았어요. 부모님 세대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싸운다고 하셨겠죠. 우린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기 위해 싸우는 거에요. - 95
- 어떤 역사도 침묵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역사를 아무리 많이 점유하고, 깨부수고, 그에 대해 거짓말을 하더라도, 인간의 역사는 입을 다물기를 거부한다. 무관심과 무지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시간은 현재의 시간 속에 계속해서 째깍째깍 소리를 내고 있다. - 104,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우루과이 언론인
- 자발적 용기는 젊은 시절에 시작되죠. 나이가 들며 생기는 건 인내예요. 세월이 가져다주는 잔인한 선물이죠. - 105
- 이런 텅 빈 밤에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나면, 커다란 무언가가 내게 찾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침묵은 언제나처럼 압도적이죠.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의 응답이 아니에요. 있는 건 항상 나의 말뿐이었죠. 하지만 나는 채워져요. 무엇으로 채워지는걸까요.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겐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 183
- 죽은 자들이 우리들의 노래를 침묵의 주머니에 담고 나면, 침묵에 변화가 일어나죠, 그건 더 이상 멀리 떨어진 침묵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침묵, 함께 나누는 침묵이 되는 거예요. 아미테라, 빅톨, 야하, 에밀, 자카리아, 수잔, 나시, 발렌티나, 세자르의 침묵이 당신과 나처럼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지는 거죠. - 198
2025. jul.
#A가X에게 #존버거 #열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