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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평점 :
<미 비포 유>를 통해 알게 된 작가 조조 모예스. 처음에만 해도 긴가민가 하는 심정으로 책을 들었었다. 아마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책이 아니라, 베스트셀러에 등재되고 한순간에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책인지라 호기심에 선택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읽을수록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했고, 또 제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살아가게끔 하고, 상대방을 의지하고 바라보게 하는 것이 결국은 사랑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작가인지라, 그녀의 작품을 그후론 무조건적으로 잡아들게 되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 역시도 사랑의 또다른 이야기다.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냈거나, 기약없이 기다리는 자에게 남겨진 그림이라는 매체가 그녀들을 얼마나 강하게 만들었는지. 또 그때문에 그녀들이 얼마나 좌절하고 당황스러웠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소피와 리브는 서로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여인이다. 결코 접점이 없어보이는 두 여자가 그림때문에 오랜 시간의 터널을 지나 연결된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제1차세계대전중이던 그 시기에. 남편을 전쟁터로 떠나보낸 소피는 가족들을 건사하며 호텔을 운영한다. 그곳에 들이닥친 독일군들. 매일 그들의 식사를 차려야 하는 소피로써는 이제껏 마을주민들과의 평판도 신경쓰이고, 또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도 위협받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한 상황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살아남아야 했었고, 남편을 무한정으로 기다리는 마음으로 버텨야 했다. 남편이 그녀에게 남긴 소피의 초상화. 전쟁때문에 초상화속의 소피가 현재의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변해있지만 독일사령관은 초상화에 빠져들었고, 또 그 초상화의 모델인 소피에게도 매력을 느끼는 상황에 다다른다.
전쟁은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그렇기에 남편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속에서 소피는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뤄질지 여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다음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소피가 살았던 시대에서 100년이 흐른 런던의 리브에게 넘어온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도 만만치 않은데,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경제적인 허덕임이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삶을 지탱하게끔 하는 것이 신혼여행중에 남편에게 선물받은 초상화다. 그녀는 이 그림을 보며 지난 세월에 대한 추억과 함께 떠나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을것이다. 그랬건만, 그 초상화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나타난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이 리브에게 새로운 사랑을 느끼게 해준 폴이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그들의 관계는 더이상의 진전이 없고 그림의 소유권에 대한 법정소송이 진행될 경지에 이른다.
리브는 그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그 오랜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초상화가 어떤 연유로 이렇게 멀고 먼 지역으로 흘러왔는지에 대한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소피에게 있어 그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었는지를 깨달아가면서, 무조건 뺏기지 않겠다 했던 리브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