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네덜란드 사람 식모가 되려는 거야?"
"식모가 아니라 첩이 되는 거야. 이제 나를 냐이**라고 불러."
"제기랄! 대체 왜 첩이 되겠다는 거야?" 마 게딕이 소리를 질렀다.
"안 그러면 어머니랑 아버지가 개밥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널 사랑하는 걸 몰라?"
"알아."
마 게딕은 여전히 마차를 따라 달리던 중이었다. 소년과 소녀는 이별을 한탄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눈물의 유일한 목격자는마부밖에 없었다. 사람 좋은 마부는 둘을 달래보려고 했다.
"가질 수 없다고 사랑할 수 없는 건 아니란다." 

**냐이.식민지 시기 네덜란드인의 원주민 첩

 "무인, 이것들은 모두 네가 가져." 데위 아유가 축음기와 레코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럴 순 없어요. 주인님 물건인걸요."
"망자는 음악을 듣지 않는단다. 내 말을 들으렴."

진짜 미친 짓은 수용소에서 만 2년을 보낸 후에 시작되었다.
일본군이 열일곱 살에서 스물여덟 살 사이인 여자들의 명단을만들기 시작했다. 데위 아유는 벌써 열여덟 살이 됐고 곧 열아홉살이 된다. 올라는 열일곱 살이었다. 처음에는 더 힘든 노동을 시키려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아침 군용트럭 몇 대가 강맞은편에 서더니 장교들이 연락선을 타고 블루던 수용소에 왔다.
여러 차례 수용소에 와서 시설을 점검하고 새 규칙이나 명령을전달하던 자들이었다. 이번 명령은 열일곱 살에서 스물여덟 살사이인 여자들은 모두 앞으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넌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 아무 걱정도 안 돼?"
"근심은 무지에서 오지." 데위 아유가 대답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알지?" 올라가 물었다.
"응, 우리는 창녀가 될 거야."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만 데위 아유만 감히 그 사실을입 밖에 낼 수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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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괴물 같은 아기와 수의를 뒤집어쓴 산모가 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가까운 동네뿐 아니라 멀리 시골 마을에서도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소문은 예언자의 탄생쯤으로부풀려져 예수의 탄생과 잔틱의 탄생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까지 했다. 들개들의 울부짖음이 곧 동방박사가 본 별이고 수의를 둘러쓴 산모가 기진맥진한 마리아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하느님이나 다른 신들만큼이나 자식 보는 걸 좋아하니 말이야.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낳고 판두 의 두 아내가 신들을 낳은 것처럼 말이지. 내 자궁은 악마가 씨를 뿌리는 곳인지라 악마의 자식들을 낳았지. 그런데 로시나, 이제 그것도 지겨워겼어."

"어미 소가 벌써 팔짝대는 제 새끼를 만난 꼴이로다." 알듯 모를 듯한 소리를 하더니 잔틱에게 탁자 위의 커피를 좀 마셔도 되겠느냐고 예의바르게 물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네 에미다. 그 목소리에는 딸이 자신이 바랐던 그대로 만들어졌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로시나, 네가 벌써 마흔이라니. 좀 있으면 늙고 쭈글쭈글해 지겠네."
데위 아유는 식탁의 분위를 밝게 해보려고 애쓰면서 조용히웃었다.
"개구리처럼요."
로시나가 수화로 대꾸했다.
"코모도처럼."
데위 아유가 농담으로 받아쳤다. 이제 잔틱의 차례였다. 두사람은 잔틱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저처럼요." 짧지만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죽어보니 어떻던가?"
키야이가 물었다.
"재미가 꽤 좋더라고요. 그래서 죽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거예요."
"하지만 자네는 돌아왔잖나."
"그 얘길 해주려고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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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눈 바람 이 많은 것을 시에 집어넣으며 살았다. 철저한 나에 대한 부인이 나를 이끌고 나갔다. 아직 잘 모르겠다.
무엇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내 언어의 가장 선명한 곳 에는 쓸쓸함이 있다. 

- 연시들이 보통 편지의 형식을 띠게 되는 것은 사랑이라는대상이 자신의 바깥에 있다는 오래된 생각의 관습 때문이다.
이 지독한 산책자의 편지들은 그래서 바지가 거리를 쓸어내리는 빗자루가 되어버리는 흉측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네가 부재할 때 어쩔 수 없이 부르는 것이 노래인가? 어쩔 수 없이 의식하는 것이 죽음인가? 절대적인 나는 없는 것. 네가 있음으로써 나는 정의된다. 불만이 아니다. 물만이 아니다. 다만 네가 있어서.

삶이란나에게 이미 없는 것 같다. 다만 시간, 내 앞에 놓인 시간만이 있는 것 같으니 저곳에 두고 온 삶이라는 게 있기는 있는걸까? 잘 모르겠다. 다만 뭔가 있는데 지금 내 앞에는 없는것이다.

1950년대 후반까지 활동한 유럽의 예술가들은 얼굴이 참다.
양하고 그래서 다들 불행하다. 그것은 인간적인 불행이겠으나 예술이라는 아가리가 잡식성이라서 그런 것이다. 그것은슬픈 것도 슬프지 않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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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자신을 발설하기 위하여 대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아직 포기하지 못한 인생의 목소리는 짐승의 음성을 닮아 있다. 저 허전한 통곡은인간의 문명 속에서는 이미 사라진 것이다.

- 사물의 정연함. 나는 쓸쓸하다. 어떤 말로도 위로를 받을수 없는 지옥 안에서 랭보를 읽는 것은 아직도 내가 젊다는것을 뜻하지만 쓸쓸해서 이 세상 귀퉁이에 나 혼자만 남은듯한 마음은 시인의 마음이 아니라 이기적으로 늙어가는 한여자의 마음이다.

 ㅡ아직 길을 내지 못한 많은 언어가 내 속에는 있다. 그것뿐이다. 다만 나는 나이테를 완성하는 나무처럼 무의지를 배 워야 한다. 수많은 인간의 길에 난 언어들을 안아야 한다.

- 평생 시를 쓰는 일에 종사하면서 얻은 것은 병이고 잃은것은 나다. 이 말을 어떤 직업에다 대고 해도 맞다. 그러므로시를 쓰는 일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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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 어디에 묘지가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 모든 일상의 삶터는 묘지이다. 사막이 우리의 일상이고 열대림이 광야가 대도시가 태양계가 우주가 우리의 일상인 것처럼, 팽창하는 모든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다. 고립된 인간은 팽창을 거듭한다.

목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울음은 이 저녁에 내 목에 갇혀있다. 내 목은 내 울음의 감옥이다. 내가 나를 달랠 때 초록은 초록의 몸을 버리고 붉은 쪽으로 간다.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의 울음이 내는 발자국마다 내 생애의 여관이 선다.

- 내가 언제나 멀리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나는 다시 떠나는 것이다.

혼자서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말을 주고받는 행위 역시 대 화에 속한다. 모국어로 말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나는 내 속에 수많은 타인을 만들어낸다. 이 세상의 많은 좋은 시는 완벽한 모놀로그를 다이알로그로 만들 때 탄생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 믿음이 없다면 내가 쓸 수 있는 시는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한 시인의 탄생은 데뷔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가 일찍죽거나 일찍 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전 일생을 통틀어 시인은 탄생을 거듭한다. 시인은 매 시기마다 자신의 탄생을경험한다. 그 도저한 탄생의 고통이 시인의 탄생이다. 결국첫 탄생에서 거듭 반복되는 불규칙한 탄생이 시인의 고통의질을 완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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