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은 그냥 튀어나오는 게 아니요. 살지 않으면 나오지 않 지, 아이처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면 그냥 울어버리면 되는 거지. 그렇지만 서른 넘은 남자가 울면 누가 젖을 주겠어. 기침은 그런 거야. 아내가 울지 않았던 것은 내게 젖을주기 위해서였다고,

아내의 몸속으로 눈물의 길이 보였어. 눈물은 그 방에서 만들어지던 거였나 봐. 풍선 속에 물을 담아놓은 것처럼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어 밑으로 빠진 그게 나를 향해 주먹을 날리더군, 아내는 내가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것마저 떼어주려고 사흘 밤낮을 지나새나 울었던거요. 도망이라도 가지. 평생 병치레만 하고도 빚이 남아 있는 거기에서 도망이라도 가지. 아내는 버릴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었던 거요. 차라리 나처럼 오줌이라도 지리지. 그 무거운 빈방을 차고 다니느라 밤마다 그리 허리가 아프다고 돌아누웠던 거요.

박하향이 나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박하향은 머릿속을헤집으며 구멍을 뚫었다. 머리를 치고 귓구멍을 쑤셔봐도 그것은 메워지지 않았다. 나는 문을 잡고 흔들었다. 문 안에는양말 공장에서 만난 절름발이 아저씨가 신음하고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처럼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랬어요."
‘아저씨의 목발은 죽은 나무에 기대어 뿌리를 뻗고 자라난나무 같았다. 사람들의 발이 되기 위해 자라난 발나무였다.
발나무의 겨드랑이에는 내가 신고 있는 것과 똑같은 양말이둘둘 감겨 있었다.
"아저씨처럼 절름거리며 걷기 싫었어요. 바쁘게 돌아다.
니면 용서가 될 줄 알았어요. 그렇게 살아도 되는 줄 알았어요"

- 비슷하지만 달라. 색이 안 보이면 소리가 더 잘 들려, 빗방울이 떨어지면 그것들이 울리거든. 천 개면 천 개로 순서없이 계통 없이. 바흐의 음악이 아름답다지만 어떤 음악이 이렇게 다 다른 순간을 연결할 수 있겠어?
- 네 이야기는 들리는 게 아니라 스미는 것 같아.
-나도 그래. 네 목소리도 빗방울처럼 스미곤 해.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그랬지? 우리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이 내게 스며들었어.

 - 사람들은 수많은 꽃들을 보지만 우리는 지렁이도 보자.
 꽃들 하나하나처럼 다 다른 수천의 지렁이가 있는 거지. 그렇게 사랑하고 싶어. 하나가 사라져도 하나 속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거. 나를 자르면 네가 되는 거야. 보고 싶을 때는 그렇게되살릴 수 있게.
-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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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새들이 두 발을 땅에 내려놓지 않는 건, 처음부 터 불편한 쪽을 택하는 거예요……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새에게 중요한 건 날개가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게 해주는 괴망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속에도 살기 위해서 온도를 조절하는 그 불편한 온도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외롭고 괴로운 것들, 그리운것들이 그런 온도를 조절하는 거였을까요. 그동안 내가 그걸거부하고 있었던 걸까요. 눈처럼 쌓이는 당신의 목소리는 외롭지도 않으면, 괴롭지도 않으면, 그립지도 않으면 사람은 살수가 없는 거라고 내게 말을 걸고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뭔가 굉장히 아픈데 아프지는 않고, 그렇지만 아팠어요. 당신은당신도 비슷한 것이 다녀간 것 같다고 했지요. 

그 순간이었을 거예요. 정혜 언니와 했던 그 저녁 약속, 크 레인 해체를 마치고 무사히 내려와 같이 저녁을 먹자는 그 약속이 몸속에 오래 박혀 있었구나, 그것이 쓸려나가는구나느껴진 것이, 외로워서 아픈 게 아니라, 보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니라, 여태 그걸 알 수 없어서 아픈 거였어요.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쳐버려서 외로운 줄 몰랐어요. 

 "글치. 파를 먹어본 다음부터는 눈동자가 살아난 거지. 그때부터 그 섬이 사람 사는 곳이 되더란다. 어른들 말로는 그때부터 사람들이 밤섬에 들어와 살게 됐다고 했어. 그래서 옛날부터 파를 먹어야 사람이 되는 거라고 안 하든, 파라는 게아무 맛도 안 나잖냐. 근데 그 아무 맛도 아닌 게 안 들어가는데가 어딨냐? 그게 파 맛이다. 아무 맛도 안 나는 게."

그는 천장을 쳐다보며 대답하듯 말했다.
-알고 있었을까? 애도 안 낳은 남자가 요실금으로 거동을못해, 한 발 뗄 때마다 동전만 한 후회가 목구멍에 걸려 기침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지. 후회를 뱉어내야 했는데, 그러면오줌이 내 이름자처럼 애줄없이 질질 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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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이이제는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으니까, 나는 당분간 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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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녀는 그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 그도 다시는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 데이트를 한 날, 이 지구상의 7891 커플이 마지막 데이트를 경험했으니까. 그건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러니까 괜찮을 것이 다. 

아서는 한번도 그녀에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아서뿐만이 아니라. 그때 그녀를 알았거나 만났던 모든 사람들, 그게 여자 .
든 남자든 아무도 그녀에게 그런 걸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 시걸 그녀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어떤 불경을 저지르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걸 상실하는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한번도 만져본 적이 없고 가져본 적도 없고 심지어 바라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그러한 것들 때문에 상처를 받았었다고,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그런 상실에 대해 궁금증 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심지어 그것이 신일지라도 자신을 저주할 수도, 축복할 수도, 긍휼히 여기거나 용서할 수도 없으리라고 생각하며, 반딧불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초점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안경을 고쳐 썼다. 

하지만 나는 아줌마에게 그걸 하기 싫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대체 왜? 나는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지나친 선의로 똘똘 뭉쳐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런 선의를 거부할만큼의 배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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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도 그래 나도 아보카도 알레르기가 생겼어.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말이야."
"그래?"
나는 제이가 방금까지 맛있게 먹은, 식탁 위에 있는 아보카도 연어롤을 바라보았다. 제이를 제외한 우리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그녀에게 "너 방금까지아보카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날 밤 그녀에게 다른 말을 하지 않은건, 우리가 그저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리라고

어쩌면 나는 분실물 찾기 전문이 아니라, 오히려 분실물 ‘발견하기 전문인지도모른다. 결국은 그게 그거겠지만, 

"나는 아침 7시를 잃어버렸어요."

이봐요, 때로는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것으로 놔둬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것은 그저 잃어버린 것으로, 마음이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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