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비밀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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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화 예정이라고 하던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나? 꽤 흥미로울 것 같은데 말이다. 전직 육군 파일럿인 마야. 그녀의 남편 조는 살해당했다. 현장에 있었지만 마야는 그를 구하지 못했다. 어린 딸과 남은 마야. 시댁은 꽤 부잣집이다. 시댁일을 계속 도우면서 조의 보모를 했던 로사의 딸 이사벨라가 마야의 딸 릴리의 보모이다. 이제부터 릴리는 마야가 지켜야 한다며 친구는 내니캠(보모용 몰래 카메라)을 설치했다. 어느날, 내니캠을 살펴보던 마야는 영상속에서 남편 조를 발견한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사벨라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며, SD카드를 훔쳐 달아난다. 게다가 남편을 살해한 총알은 4개월전 언니를 살해한 총알과 똑같았다. 도대체 언니와 남편의 죽음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마야는 이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분명 내 앞에서 살해당한 남편이 비록 영상이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면 정말로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게다가 군에서 있었던 일로 마야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기도 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린 딸에게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만 같다. 게다가 언니의 아이들은 끝까지 챙겨줘야만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쩌면 나는 무너지고 말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다가가려 그녀는 꽤 고군분투 한다. 진실이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사실 사기당한 느낌.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에드거상, 세이머스상, 앤서니상)을 최초로 모두 석권한 스릴러 소설의 거장인 작가에게 나는 완전 KO된 느낌이다.

예전에 할런코벤의 작품을 만났었는데, 왜 그때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까. 너무 늦게 만난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당분간 할런코벤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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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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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양조장 공사하는 날이었다. 아주 오래된 감나무는 조금만 건드려도 가지가 부러지므로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오후 2시가 넘었을 무렵, 양조장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그 곳에서 어린아이의 뼈가 발견되었다. "좌부동자(일본에 전해 내려오는 정령적인 존재)"다. 양조장에는 좌부동자가 산단다. 좌부동자를 볼 수 있는 건 야마오 가문의 당주뿐이지. 좌부동자를 본 사람만이 당주자격이 있단다. 긴카의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이야기.. 좌부동자를 비로소 만났다.

이야기는 궁금증을 안은채 과거로 돌아간다. 어린 긴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부모님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빠는 가업인 간장 양조장을 이어받게 되었다. 아빠는 양조장의 후계자였지만 화가가 되고자 가출을 했었다. 하지만 화가로서도 그리 성공하지 못했고, 할머니의 부탁으로 그 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양조장에는 할머니와 긴카보다 한 살 많은 고모 사쿠라코가 있다. 할머니는 엄격해 보였고, 사쿠라코는 고모라고 부르지 말라며 까칠하게 군다. 긴카의 엄마는 음식 솜씨는 좋지만 도벽이 있다. 엄마의 도벽으로 인해 긴카는 누명을 쓰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그러던 중 긴카는 좌부동자를 보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갑작스레 사쿠라코을 통해 자신이 아빠와 결혼하기전 엄마가 데려와 야마오 가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존재라는 비밀을 알게된다.

당시의 일본은 잘 모르지만, 그들도 혈연이라는 것과 가업을 잇는 것에 대해 꽤 민감한 것 같다. 아들이 없으면 데릴사위를 데려와 가업을 잇게 한다. 그러나 긴카는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겉돌게 되는 것만 같았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사쿠라코는 가출을 감행하고, 이젠 양조장을 떠나도 된다고 할머니는 말하지만 긴카는 양조장에 남아 아버지를 대신에 간장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이 소설은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족사 소설이자, 긴카의 성장소설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비밀들을 가지고 있다. 완전하게 완벽한 사람들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점차 성장하고 타인들을 품어가고 있는 긴카를 쫓고 있으면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책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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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스 탐정 길은목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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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몽블랑 도서

간혹 수녀님들 사이에서 복장이나 베일이 살짝 다른 분들이 계셨는데, 그 분들이 "견습 수녀"였던가 보다. 그냥 왜 다를까라고 생각은 하고 지나쳤던 것 같다. 이렇게 또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 이 소설은 암울한 미래 시대이다. 어쩌면 그 미래가 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구의 해수면 상승했고, 상습 침수지역과 그렇지 않은 메가시티가 존재한다.

날개를 펼친 악마의 사진을 가지고 있던 길은목은 벌로 수도원 후원에서 일하고 있을때, 원장수녀님의 호출을 받았다. 난민촌과 침수지역에서 3주만에 연달아 발생한 다섯 명의 죽음에 대해 은밀히 조사할 것을 제안받는다. 벨라뎃다 수녀는 네 번째 투신 사건 후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켰고, 조만간 다른 죽음을 예상했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선한 사람'이었다는 것.

길은목은 떠나왔던 침수지역에 10년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비밀 하나까지.. 그들은 스스로 자살을 한 것일까. 아니면 죽임을 당한 것일까. 길은목은 꽤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리하기까지 하다.

김아직이라는 작가는 처음 만난다. 사실 궁금한데, 이런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라면 물론 취재도 잘해야겠지만 기본적인 재능은 타고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배경이라든지, 앞에 뿌려놓았던 떡밥까지 회수하려면 꽤 치밀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도무지 평범한 독자인 나로서는 그냥 쫓아가며 읽기에 바쁘니 말이다. 이 소설에는 살인사건을 쫓는 견습수녀 탐정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미래에 정말로 닥칠지 모르는 암울한 현실. 3년여를 보낸 팬더믹 상황이나 엄청난 고온 현상으로 서서히 빙하들이 녹아들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현재의 세계. 그리고 굳이 침수지역, 난민촌, 메타시티를 구별하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계급의 구분까지.

길은목은 현재 견습수녀이지만 곧 정식 수녀님이 될테고, 수녀님들도 자신의 재능을 묻어두면 안되는 것 아닌가. 다시 노비스 탐정 길은목의 활약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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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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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는 웹드라마로 먼저 만났다. 한석규, 김서형 두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사실, 처음에는 무슨 제목이 이런가 하고 보지 않았었는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이 책의 부제는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이다. 제목에서 짐작이 되듯이 조금 슬픈 사연이다. 가족을 먼저 떠나 보낸다는 것은 참 마음 아플테다. 하지만 드라마나 책에서나 다른 여느 시한부 삶을 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하고는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우선 드라마와는 설정(?)이 살짝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두 부부가 별거중이고, 아들은 이제 막 대학을 진학했다. 아내는 대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남편에게 자신의 병간호를 부탁한다. 거절할 줄 알았던 혹은 어렵게 수락하리라 생각했는데, 남편은 선뜻 알았노라 수락하며 아내를 위한 음식을 만든다. 엄마의 병을 몰랐던 아들은 갑자기 등장한 아빠가 불편했고, 늦게서야 엄마의 병을 알게되었다. 어쩌면 드라마적 요소가 필요했던 듯 가족간의 화해까지 가미되었다.

하지만 실제 강창래 작가님은 별거는 안하신거 같은데...(자세히는 모르겠음), 등장하는 아들은 30대 초반(?)인거 같은데,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아내분의 투병에 관련된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다.. 마치 요리 레시피를 써내려가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야기로 짐작할 수 있다. 투병중인 아내 때문에 무염무당 음식을 만든다. 음식이라곤 라면을 끓이는 것밖에 모르던 남편은 아내를 위해 부엌일을 시작했고, 레시피를 숙지하고 음식을 만들어도 뒤돌아서면 머리속이 하애져서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글을 읽는 독자들도 슬픈 냄새를 맡았고, 한 편집자가 책으로 엮어 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겠지.

드라마를 먼저 봐서 그랬는지 책을 읽는 내내 한석규 배우가 나레이션을 하듯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최대한 책 이야기를 드라마에 반영을 했던 듯, 읽는 에피소드마다 낯설지 않았다. 원래 영상물과 책은 함께 읽지는 않았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궁금했고, 소설인줄 알았으나 에세이였고, 담담하면서도 자꾸만 끌리는 매력 있는 이야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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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거짓말 요다 픽션 Yoda Fiction 2
정해연 지음 / 요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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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파동 재개발 지구에 있는 폐가에서 남학생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더군다나 학생의 손톱은 없었다. 강력계 형사 미령과 은호는 사건을 살펴 보던 중 인근 CCTV에서 한 여자아이가 달아나는 장면을 찾게 되었다. 간격을 두고 그녀를 쫓아가는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는 미령의 아버지였고, 그가 쫓아가는 소녀는 미령의 딸이었다. 20년전 의절한 아버지가 왜 나타났을까. 형사들은 미령의 집으로 가서 그녀의 딸을 살해하려는 아버지를 현장에서 체포한다.

과거 죽은 남학생과 딸아이 사이의 일을 알고 있는 미령은 딸 혜리의 손에서 공격흔을 발견하고, 혜리가 범인임을 직감한다. 형사이지만 또 딸과 관련된 일이라 미령은 꽤 혼란스럽다. 수사의 화살이 혜리에게 향하지 않도록 미령은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동료 은호의 시선은 자꾸만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에 익은 사건들을 볼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주거 침입, 강간미수 그리고 촉법 소년.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범죄들의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피해자들의 겪는 고통은 엄청나다. 그야말로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미령은 형사였다. 형사의 신분으로 사건의 진실을 직감했으면서도 딸을 보호하려는 행동은 실제로는 피해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참담함 때문에 나설수 없는 좌절감 등을 짐작케 한다.

은호가 사건의 진실을 확신하고 나직히 내뱉는 "서글픈 진실요"라는 말이 마음이 아프다. 진실이 서글퍼진다는 것은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아닐지.. 적어도 법의 테두리에서 모두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 '서글픈 진실'은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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