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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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익숙한 배우 정애리의 시와 같은 에세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원체 시하고는 친하지 않아서 시라면 움찔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의 형식이지만 에세이에 가까운 그래서 읽기 친근한 그런 책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쫓아가다보면 정말로 삶에 무언가가 스며드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항상 TV에서 보던 모습이 부드럽고 봉사를 많이 하시는 모습이어서 그런지 글에서도 그런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책을 읽다가 그녀가 2016년 난소암 진단을 받았었다는 것을 알았다. 활동중에 복막염으로 급작스런 수술을 난소암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1기여서 수술을 하고 예방차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어쩔수 없이 머리를 밀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언젠가 그녀가 건강상의 이유로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아예 배우가 교체됐었는데, 그때가 바로 이때였나보다. 치료를 다 받고 머리가 길러 모양을 잡아 정리하던 날, 왈칵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기억한다고 한다. 고통을 겪어냈던 그 날들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아프게 되면 고민이 깊어진다. 나는 아팠던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머리가 엄청나게 아파서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병원을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의사에게 별거아니라는 말을 들을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큰 병일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두렵고, 이상한 생각까지 했는데, 정말로 투병생활을 하게되면 어떤 기분일지는 상상을 못하겠다.


옹이가 많은 나무 탁자가 왜지 안쓰럽습니다.

상처를 갖고 견디며 살아온 시간이 느껴져서일까요. (p.26)


나무옹이, 그저 나무의 한 무늬일꺼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무 옹이는 죽은 가지의 조직 주위를 새로운 세포조직이 감싸면서 생긴다고 한다. 나무는 이르르 내치지 않고 한몸으로 같이 살아낸는 것이라고 한다. 글쎄... 나의 나쁜 버릇 중에 하나가 힘든일을 곱씹으며 나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이제 툴툴 털어버리고 잊어도 됨직한 일들을 자세히 곱씹으며 나에게 생채기를 낸다. 하지만 나무는 온갖 풍파를 맞으며 죽어버린 나뭇가지의 빈자리를 감싸며 내성의 힘을 갖는가보다. 아무래도 나도 내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지말고, 비바람을 견디며 나 자신을 더 소중히 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삶의 비바람을 마주한 이들에게도 따뜻한 우산을 준비해 건넬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p.271)


이야기를 마치는 마지막 그녀의 말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불가능할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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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가족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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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1월 스토킹 도서

강지영 작가의 세번째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먼저 읽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1월 독서계획을 마무리 하는편이 나을듯 싶었다. 간만에 스토킹 도서를 일찍 마무리 하게 되었네.


정신과 전문의 김인구 박사. 검은 썬글라스를 낀 여자가 찾아온다. 목사인 남편이 동성애자인 것 같다고, 신도들이 알면 큰일나니 치료하는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치료약이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진료를 마무리 하고, 김박사는 가평으로 차를 몰았다. 영국으로 유학간 딸과 뒷바라지를 위해 따라간 아내를 위한 전원주택을 마련했다. 잠시 한국에 귀국했을때 편안하게 보내라는 선물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쉰에 들어서야 자신이 레즈비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혼해준다면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여생을 즐길 생각이란다. 목사 아내의 바람처럼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꿀수만 있다면 자신도 당장 영국으로 날아가 아내에게 강제로라도 약을 먹이고 싶었다. 김박사는 스스로가 자신을 찾아왔던 수많은 화자와 조금도 다를바 없는 나약하고 세속적인 존재란 사실에 절망했고, 더이상 환자들을 진료할 용기가 없어 은퇴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의 환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김박사와 상담이 간절한 회원들이 모여 가평으로 향했다. 김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조경업체 사람들도 처음 보는 사람들로 인해 적잖이 놀랐다. 잠시 스칠 이들에게 정신질환자로 소개하고 싶지 않아 느닷없이 가족행세를 하게 된다.


의사로서 그는 존경받았다. 어쩌면 환자들이 그를 믿었기에 김박사는 자신이 기득권층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퇴를 결심하고서 보니 자신에게도 환자들과 같은 문제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를 찾아왔던 이들은 다들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서 지금의 강박증이나, 망상증, 섭식장애가 생길수도 있다. 김박사 자신도 겉으로는 저명한 의학박사였지만 가정불화로 인해 과대망상과 우울증을 가지게 되었었다. 그런데, 정신질환은 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벼이 여기고,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닌, 그를 창조해낸 박사의 이름이었다.....생략.... 이 자리에 모인 여섯명의 환자들을 괴물로 만든건, 오만과 편견으로 직조된 단단한 갑옷을 입은 세상 모든 프랑켄슈타인 박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비겁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p.320)


의사라는 신분으로 자신이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했던 김박사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 자신도 별반 다를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늘 어떤 기사를 읽었다. 코로나때문에 배달음식도 비대면이지만 주류에 대해서는 대면으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면을 요구하자, 자신은 변호사라 괜찮다며 그대로 놓고가란다. 하지만 법은 법이니 술만 도로 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변호사라는 사람이 참 품위없게 항의를 하더라. 본인이 변호사라고 해도 음식주문에 있어서 그게 무슨 상관이던가. 그런 사람들이 이 소설의 김박사 같은 가장 비겁한 프랑켄슈타인이 아닐지 싶다. 그래서 곰곰히 내 자신도 돌아봐야겠다. 나도 오만과 편견으로 둘러 쌓여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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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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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에 드는 한 생각은.. 그동안 나는 너무 자극적인 것만 읽었나 하는 생각이다. 난 범죄를 다루는 장르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장르를 읽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또 한편으로 살짝 한쪽으로 치우친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이 소설은 좀 밋밋했다.


에이제이는 앨리스 섬에서 서점을 운영한다. 몇해전 아내 니콜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래서 그런지 매사에 까칠해보였다. 마치 삶에 의욕이 없는 것처럼..어밀리아는 나이틀리 출판사에서 일한다. 그들의 첫만남은 꽤 인상적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어밀리아였다면 돌아서면서 엄처어 욕을 해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까칠한 에이제이에게 '책에 둘러싸여, 그런 것들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는 편지와 함께 마야라는 아기가 왔다. 마야가 오면서 에이제이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밀리아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용돈을 모아서 책을 사고, 책을 산날 다 읽어버려서 너무나도 아쉬워 했고, 또 다른 책을 사기 위해서는 용돈을 모아야 했던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책을 구입하면 서점 사장님은 항상 예쁜 포장지로 책을 포장해주셨다. 한동안은 그래서인지 소설책이어도 신학기에 교과서에 책 비닐을 씌우듯 그렇게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책이 구겨지면 참 맘이 아프다. 요즘에는 온통 대형서점 투성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서점이 한둘 없어지거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물론 찾아보면 작은 특색있는 서점들이 있지만 아직은 여유롭게 찾아갈 시간이 그리 많치 않다. 그리고 부담없이 갈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우선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들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는수밖에...


"서점은 올바른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당겨(p.308)",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무척 좋아할 것 같다. 그래야 내가 올바른 종류의 사람이 되니 말이다. 하지만, 가끔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어떤 날은 정말로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건지, 그냥 유행따라 읽는건지, 책을 그저 수집만 하는 헌터인지 도무지 나를 모르겠다. 하지만 "아일랜드 북스"라면 내가 책에 대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밋밋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책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게 해준 책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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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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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접시가 깨진다. 시작부터 아마도 이 이야기의 끝을 말해주는 복선일까. 행복한 신혼인 히데오와 에리는 각기 다른 꿈을 꾼다. 에리의 본명은 가와사키 사키코, 그녀는 남편을 잃었다. 어릴적 엄마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열살때 아빠마저 뺑소니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어린 사키코는 친척집을 전전하다 독립을 했고, 남편인 다다토키를 만났다. 일찍 부모님을 잃은 공통점을 지졌던 다다토키는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런 다다토키가 죽고 말았다. 그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히데오는 오히려 다다토키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풀려나게 된다. 남편이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다고만 믿었던 사키코는 공범이 아니냐는 오해와 함께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가고 있었다.


이 소설이 왜 "작열"일까 생각을 했다. 어떠한 삶도 이글이글 타오를 만하지 않았던 것만 같은데 말이다. 과연 성형수술까지 하면서 남편의 복수를 하기위해 히데오에게 접근한 사키코의 삶이 "작열"한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역자후기를 읽고 나서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작년에는 유난히도 더웠다. 시끄러웠던 에어컨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견딜수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작열하는 태양아래 답답한 마스크까지 챙겨쓰며 보내왔었다. 그런 더운 여름 맘편히 쉴수 없는 공간 하나 없는 삶을 살았던 이에게 붙혀주는 그런 제목이 아니었을까.


살짝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보이는 막장의 냄새가 나기는 했으나, 어쩜 더 인간적인 것 같기도 하다. 죄를 짓고도 오히려 뻔뻔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 어찌보면 뉘우침도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지 않던가. 피해자의 가족들을 위해서 정말로 그들이 납득할 만한 죄의 댓가를 받고 참회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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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배신 스토리콜렉터 84
로렌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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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제이미의 생일 이튿날 테스는 병원에서 눈을 떴다. 그녀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난 병원에 있어. 칼에 찔렸어. 당신은 살아 있어. 제이미가 실종됐어.(p.7)라는 4가지였다. '테스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으로 이야기는 제이미의 생일 55일전으로 돌아간다. 중간중간 엘리엇 새들러와 테스와의 녹취록이, 그리고 테스의 남편 마크의 형인 이안과 사별 전문 상담사 셸리의 증언이 첨부되며 사건의 진실에 한걸음씩 독자들이 다가갈수 있도록 한다.

테스의 남편인 마크는 프랑크프루트로 출장을 가는 중에 조종사가 고의로 비행기로 추락시킨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부터 아들 제이미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충격을 받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도 찾아보니, 우울증인 부조종사가 일부러 비행기를 알프스 산맥에 추락시켜 승객전원이 사망했던, 2015년쯤 일이었다. 그때 탑승객 전원 사망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비행기에는 여행을 가거나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거나 제각기 사연을 담고 여유롭게 탑승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부기장 한사람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로 인한 그 가족들의 고통은 참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의 테스도 바로 그러했다. 중간 중간 언급 되는 이야기를 보면 어떤 반전이 일어날까 예측하다가도 아니면, 다른 일인가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변함없는 사실은 테스 그녀는, 그리고 그녀의 가정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동생이 돈을 빌려갔다며 돌려받았으면 하는 형 이안과, 자신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경험이 있어 사별 전문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는 셸리, 그리고 테스를 괴롭히는 낯선 사람들... 이야기는 테스가 마크와 대화하는 형식이 곁들어진 독백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그녀의 불안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다 읽고나서 왜 이 소설의 제목은 완벽한 배신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로 있음직한 이야기들인데, 어떤 의미에서 배신이였을까. 하지만 배신이 맞긴 맞다. 모든 것이 다 잘 해결이 되리라 믿었던, 항상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그런 배신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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