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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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는 꽤 오랫동안 이 소설을 집필했다. 4대에 걸친 대서사시라고 하니.. 2권에만 담아내기가 너무나도 방대한 이야기가 아닐까도 생각된다. 아마도 소설은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나서 다시 주목받는것 같다. 게다가 한글 번역본 계약이 만료되서 출간이 안된다고(다른 출판사에서 계약했다고도 하는데) 중고서점에서도 책값이 꽤 뛰었었다. 원래 유행처럼 지나가는 책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웃님께서 읽으시는 걸 보고, 그냥 한번 읽어봐~ 하면서 엄청난 예약대기줄에 편승했었다. 1권을 읽은 느낌은... 왜 이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나서야 주목을 받았느냐가 참 아쉽다. 그냥 그 이야기 자체로도 꽤 흥미롭기도 한데 말이다.

드라마에서 소개될때도 책날개 부분에서도 모두 그녀는 "선자"라고 하는데, 정작 책 본문에서는 그녀를 "순자"라도 부른다. 작가가 한국계 1.5세대 미국작가이기도 하고 번역을 하면서 오류였을까. 어제 급하게 반납을 하다보니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찾아봐야겠다. 어쨌든 나는 순자로 읽었으니 순자로 표기하는게 맞을듯 싶다. 약간의 장애를 갖고 태어났던 아버지 훈이. 자식에게도 장애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위로 여러 아이들을 잃은 끝에 얻은 순자를 아버지 훈이는 매우 아꼈었다. 일제 강점기 마지막에 여인들에 지위를 생각해보면 자신감이 넘치는 인상을 받은 순자의 성품은 아마도 아버지에 기인했을 듯 싶다. 아버지 훈이가 장애였던 탓에 아무도 순자에게 혼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가운데, 재일교포 사업가 한수를 만난다. 이때 순자는 열일곱이었고, 한수는 서른 넷이었다. 대번에 미친놈이란 욕부터 튀어나왔다. 뭐.. 한수의 사정을 이해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더는 말 안하겠음... 순자는 임신을 했고, 한수의 아내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그녀에게 일본에 아내와 세딸이 있어 결혼할 수는 없지만 뒤를 봐주겠다는 한수의 고백은...진짜로 멱살잡이 대신 해주고 싶었다. 오사카에 부목사로 일하러 가는 백이삭은 순자의 집에 머물렀다가 몸이 아파 몇달 신세를 진다. 자신을 따듯하게 보살펴주었던 순자 모녀에게 자신이 순자와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순자는 이삭과 오사카로 떠나 일본에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일제강점기 끝무렵에 일본에서의 조선인의 삶은 어땠을까. 그다지 녹록하지는 않았을 테다. 순자는 몰랐지만(물론 나도 몰랐다.) 순자가 그래도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수가 조용히 그녀를 도왔기 때문인데 말이다.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은 아무래도 2권까지 읽어봐야 조금이나마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초반에 한수의 행동때문에 엄청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묵묵히 순자의 가족들을 돌봐주는 것 보면 나름의 생각이 있는것 같기도 하고.. 어서 2권을 읽고 이 감정을 정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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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올 때마다 - 김유명 강석현 최용준 시집 마음시 시인선 8
김유명.강석현.최용준 지음 / 마음시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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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단어를 보고서도 사람들은 제각각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각각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랑에 관한 세 시인의 각자 다른 색채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원래 해설은 잘 안보는 편인데 '시집'에 있어서는 해설을 조금 보는 편이다. 워낙 시에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시라면 조금 축약된 짧은 것보다는 산문처럼 긴 아이가 좋다. 그런데 이 책은 해설을 보니 어느정도 공감을 했다고나 할까.. 아닌가.. 제목이 < 당신이 올 때마다 >이기에 그냥 마음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읽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래서 제목이 중요한가?

미련이라는 꼭지 하나 보태면

이젠 그렇게 희미한 그날들

언제나 함께하자던 그 약속

무뎌지려고도

억지로 잊으려고도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 우리가 잊고 잃은 것 -

이제사 앞에를 다시 읽어보니 사랑하던 이와 헤어진건가 보다. 뒷부분만 읽어보고 속상했던 기억을 잘 잊지 못하고 곱씹으면서 나를 무척 괴롭히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딘지 나를 보는거 같아 "잊다가 잃고 잃다가 잊는다 / 이번 생에도 끝내 알아채지 못한다"라는 부분을 메모해놨는데, 역시 글을 읽으면 한 개의 글을 읽으면, 읽는 이들에 따라 혹은 같은 사람들이라도 그날에 감정에 따라 느끼는게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서 다시 읽게되면 다른 감정이 생기는 지도 모르겠다.

흔들리지 않고 달리는 생은 없다

- 원래 그래 -

그렇다... 흔들리지 않고 달리는 생은 없다... 매우 공감가는 이야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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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다가 잃고
잃다가 잊는다

이번 생에도
끝내 알아채지 못한다

- 우리가 잊고 잃은 것 - - P37

흔들리지 않고 달리는 생은 없다

- 원래 그래 - - P104

아프지 마라 원래 그런 것이다
다르다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특별함이다
그저 네 자리가 아닐 뿐이다
차가웠던 돌이 따뜻해진다

- 돌 -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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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든 썩어빠진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야. 아주 나쁜 사람을 보고 싶니? 그럼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성공을 안겨줘 봐. 언제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한번 보는 거야."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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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라진 뒤에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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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가끔 그러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세상 많이 좋아진 거라고. 그런데 그게요. 어른들이 한 일이 아니에요. 죽은 아이들이 한 일이야.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씩 세상이 변해가는 거예요"(p.139, 140)

얼마전에 또 한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체험학습을 간다고 떠났던 아이는 차가운 바다 속에서 부모와 차에 탄채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왜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씩 세상이 변해가는구나.

소녀는 아이 아빠가 누군지 잘 몰랐다. 임신을 한 걸 알았을때, 부모는 도움을 요청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도 방임되고 있었다. 좋은 부모에게 아이를 입양시켜주겠단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고, 소녀는 떠났다. 소녀가 낳은 딸은 남자의 손에 키워졌다. 그 곳에는 다른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 아이들 모두 세상에 흔적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여기서 사육되다가 입양되거나 장기적출을 당했다. 하지만 소녀의 아이는 영특했다. '아이'라는 이름을 받고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이것이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 믿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접하게 된다. 너무나도 속상하다. '아이'는 장애가 있는 남자아이 '도우너'를 데리고 그 지옥같은 곳을 탈출한다. 그리고 학대받거나 방임으로 힘든 아이들을 구조(?)한다.

작가는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을 계기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찾아보니 나도 기억이 나는 사건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거기서 멈추게 하지 못했다. 반복적으로 사건은 발생했고, 많은 아동들은 짧은 삶을 고통만 알다가 떠나갔다. 왜 우리는 아이들이 사라진 뒤에야 현실을 직시하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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