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안전가옥 오리지널 26
엄성용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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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은 피곤했다. 선오의 꿈을 꾸었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절친이었지만, 졸업을 하고 난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선오는 현재 잘 나가는 연예인이다. 회사 업무에 치여 정신없는 지금... 그런데 선오의 전화가 와 있었다. 새벽엔 온 부재중 전화, 어쩐 일일까.. 전화를 걸까 고민했지만 그만뒀다. 개인 메일함에도 선오의 메세지가 있었다. "여전히 외우고 있어. 네가 써 준 모든 대사들" 7년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일까. 고민하다가 아침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TV 화면 밑에 떠 이는 속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선오가 죽었다.

로맨스 소설 작가로 성공한 아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실, 선오와 문혁, 아린은 고등학교 시절 절친들이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문혁만 자신의 꿈인 연출을 포기했었다. 문혁에게 새벽에 메세지를 보냈다는 사실은 안 아린은 그에게 선오를 좋아하는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멤버들을 소개했고, 그들은 선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선오의 죽음에 숨겨져 있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소설은 사랑하는 연예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려는 팬들의 활약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꽤 위험할 것 같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이다 보니.. 살짝 위법성을 띤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비아라는 혐오감과 공포를 극대화 해 죽음으로 몰고가는 약물이 등장한다. 사실 이런 일들이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도 터무니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니 말이다. 또한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예술고 시절 이야기에서 또 다른 한 축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순수했던 자신의 꿈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은 많다. 어떤 이들은 우직하게도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나쁜 유혹에 빠져 스스로를 타락시키기도 한다. 때론 어떤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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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맛길 행복이 머물렀다 -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음식 이야기
김수경 지음, 이갑성 사진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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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주관적인 느낌이 가득하기에 누군가에겐 맛있지만 누군가에겐 맛이 없을 수도 있다. (p.9)

꼭 한번 가봐야 한다는 맛집도 내 입맛에는 아닐때가 있다. 그래서 맛집도 사실 100% 믿으면 안된다. 아마도 그건 맛에는 주관적이며 추억이 깃들면 자신만의 그런 맛집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맛길'은 개인적인 소유가 될 수 밖에 없을듯하다. 엄마는 요리를 참 잘하셨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것은 어느 하나 맛없는 것이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 만드는 것에 손을 놓으셨고, 온전히 내 일이 되었다. 오랫동안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던 엄마는 주방에서 은퇴할만도 했다. 나는 엄마의 맛을 쫓았다. 어떤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엄마의 맛을 쫓아서 만드는 것 같다. 이리 저리 만들다 엄마가 해주던 맛이 나면 성공한 듯 기뻤다. 어쩌면 그 사이 행복이 잠시 머물다 가는 것만 같다.

만약에 이 책처럼 추억이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면 생각나는 것이 엄마가 만들어준 빵이다. 내가 어렸을 때 카스텔라도 해줬고, 어느날은 찐빵도 해주셨고, 이름은 모르지만 맛난 빵도 해주셨다. 그런데 어느날 깨달았다. 엄마가 해주던 빵들은 다 똑같은 빵이었다. 그래도 엄마가 해주던 빵이 좋았다. 이제는 더이상 맛 볼 수 없는 빵..

이 에세이에 담긴 음식들을 보면 괜히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 이런 책은 참 위험하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추억을 이야기할 때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기도 한다. "뭔 맛인지 모르고 먹다가 뭔 맛을 느껴버리는 평양냉면"을 읽을 때, 문득 대학교 근처에 맛집으로 소문난 냉면집이 기억난다. 꽤 맛있다고 해서 한번 먹으러 갔었는데, 나는 정말 맛이 없었다. 그냥 냉면은 다 같은 냉면인데 왜 여기가 맛집일까 했는데, 그 집이 평양냉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먹게되면 그 맛을 느끼게 될까. 갑자기 그 집 냉면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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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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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근하게 끓여내는 곰탕.. 언젠가 김혜수 배우님이 등장하는 드라마 "곰탕"이야기를 얼핏 보고선 그 드라마를 보려고 했었다. 우연하게 비슷한 시기에 이 책 < 곰탕 >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이 소설이 드라마의 원작이라 생각했다. 한동안 위시목록에 적어놓았다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김혜수 배우님이 맡을 배역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아뿔사!!! 그냥 제목만 같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드라마 "곰탕"은 다음에 보는 걸로~

수많은 위시목록에서 불현듯 이 책을 꺼내들은 이유는 부제 '미래에서 온 살인자'때문이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눈길을 확 끄는 이 문구를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700여페이지의 분량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재미있다. 과연 내가 좋아할만한 이야기였다.

2063년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해졌다. 자유롭게 안전하게 보다는 죽을수도 있었다. 우환은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서 자랐다. 고아원에 나와야 했을때는 곰탕집 주방에서 일했다. 이 식당에서 파는 곰탕은 정말로 맛이 없었다. 노린내도 심했다. 사람들은 그것이 고깃국 냄새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우한은 시간여행을 가서 '곰탕 맛을 배워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곰탕 맛 때문에 목숨을 건 여행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우한은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한은 20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일행중 모두 죽고, 우환과 화영만이 살아남았다. 화영은 누군가를 죽이러 왔다고 했다.

순희는 학교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등장한 한남자. 그런데 이 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순희는 이 사람을 죽인 용의자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사건이었다. 곰탕 한그릇 먹이러 갔던 순희의 아버지는 그저 피묻은 교복을 가지고 돌아왔다. 우환은 곰탕집 주인이 가져온 피투성이 교복을 빨다가 이름표를 보았다. '이순희'.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이름하고 같았다. 혹시 이 사람이 내 아버지였을까.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닐까. 자꾸만 우환은 순희가 신경이 쓰이게 된다.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제목이다.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된 드라마와 이름이 같아서 뭉근하게 끓여내는 곰탕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것일까. 하지만 이 소설은 꽤 재밌다. 암울한 미래세상에 암담한 현실보다는 과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했던 사람들. 젊은 화영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모두 2063년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고용되었었다. 어떤 노인의 제안을 받았다. 12명을 죽인 살인자를 죽여야만 돌아갈 수 있는데,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곰탕의 비밀을 알아낸 우환은 미래로 돌아가던 중 현재에 남기로 마음먹고 배에서 내렸다. 약을 먹고 자고 있었던 나머지 12명의 사람들이 죽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순간... 이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들이 궁금해서 이 책을 도무지 놓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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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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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안전가옥 쇼트에는 강화길 작가의 「깊은 밤들」, 「비망(備忘)」, 「산책」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모녀 이야기이다. 엄마를 닮지 않으려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는 모녀의 모습이 보인다.

특히 「비망」에서는 이혼후 딸을 혼자 키웠고, 끊임없이 전남편과 위자료 때문에 싸웠던 그녀, 게다가 지난 1년간 집에서 나오지 않았던 그녀가 한걸음 내딛어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딸을 이해하는 이야기이다. 제목 '비망'은 한자를 찾아보고 나서 "잊지 아니 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다른 말이었는데, 이제사 생각해보니 딸아이의 바람의 잊지 않기 위한 준비를 실행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홀로 힘들게 살아왔던 엄마를 생의 마지막에서 그렇게 또 벽을 쌓고 살게 될까 걱정이 되었던 딸은 "엄마는 세상을 둘러보면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녀는 1년여를 그렇게 자신을 벽 속에 가두고 살았던 것 같다. 딸의 바람을 잊지 않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게 아닐런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꽃구경을 함께 하던 엄마가 생각났다. 말해주지 않아도 닮아만 가는 모녀인데, 왜 그렇게 짜증을 많이 냈었을까. 이렇게 못해줬던 기억만 나고 많은 것이 미안해 지는데, 더 잘해줬을껄 하는 후회만 든다. 내년 봄은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하겠지만, 엄마와 함께 했던 것처럼 딸아이와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또 그렇게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계속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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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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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은 처음 만났다. 아무래도 범죄스릴러를 좋아하다 보니 출간 당시 제목만 보고 끌렸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의 몇번의 대출과 반납을 반복하고 나서 다 읽게 되었다.

강력범죄 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 하는 이야기이다. 현재 형사들의 수사과정과 범인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서 조금 지루한감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작가의 책을 처음 읽다보니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겠고, 너무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이 아니었나 건방진(?) 생각을 했는데, 현실적인 경찰소설을 쓰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수긍이 갔다. 실제 형사들의 검거율은 꽤 뛰어난 편이다. 어쩌면 그래서 수사가 꽤 쉽게 빠르게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범인을 잡고자 하는 집요함이 끝끝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22년이 지난 사건임에도 예전 일을 재정취하면서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으면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경찰을 마주친 새로운 용의자가 도주를 시도하는 순간 '범인이다!'라는 생각에 손에 땀이 쥘 정도이니, 실제 형사들의 마음도 이럴까.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죄 동기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었다. 그런데, 어제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남들도 불행해지라고 무차별 칼을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작가가 말했듯이 한국사회의 풍경을 담은 것일까 싶다.

더군다나 작가는 도스도옙프스키의 일가견이 있다. 아니면 이 소설을 위해 그 작품들을 모두 섭렵했을까. 그나마 도스도옙프스키의 <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을 읽었다고 자부심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도스도옙프스키 독서모임을 했다는 설정과 함께 계속해서 언급되는 < 백치 > 뿐 아니라 도스도옙프스키의 작품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들 처럼 전집으로 들여놔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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