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반적으로 중고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값어치가 없다고 대신 처분해준다며 싼값으로 후려치지 않던가. 예전에 1년 조금 넘게 쓴 장과 책상을 재활용센터에 팔아볼까 했더니, 구매할 수 없다고.. 어차피 버려야 할거 그냥 가지고 가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래 쓸 물건이 아니라 재활용 센터에 알아봤었는데, 비싸게 팔더라. 이럴꺼면 그냥 조금 보태서 새 상품을 사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긴 책도 나눔을 한다고 당근에 올리면 헌책방에서 싣고 간다더라.

그런데 이 중고상점은 정말 수상한 건 맞는것 같다. 항상 제품을 비싸게 사온다. 점장인 가사사기는 상점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체크메이트'를 외치며 중고상품과 관련된 사건에 추리를 해나간다. 그 추리는 항상 어긋나긴 하지만... 장사수완은 없는 히구라시는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오히려 이 상점은 중고상점보다는 탐정사무소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 책 2011년에 <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단다. 가사사기가 점장이긴 하지만, 화자도 히구라시이고, 사건을 제대로 풀어나가는 것도 히구라시이기 때문에 예전 질문보다 지금 제목이 더 어울린다.

이런 중고상점이 있다면 헌가구던 헌 책이던간데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고객님의 프라이버시까지 지켜주는 매력적인 중고상점은 오늘도 정상 영업중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23년 9월 1일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시작된 조선인 학살. 그러고 보니 올해가 100주기가 되었다. 나라 잃은 백성들은 괴소문에 이유도 없이 스러져 갔다. 예전에 <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 >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당시의 참상을 글로 읽으면서도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 >이라는 책 덕분에, 더 사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23년 간토 카타콤베. 민호와 다카야는 나란히 언덕을 오른다. 이 두사람은 역사적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타임슬립 기술을 이용하여 과거로 파견된 조사단의 일원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그들은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졌다. 다카야는 자신의 증조할아버지가 히로시마에서 피폭을 당해 사망한 일을 시작으로 전쟁과 학살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피력했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격이라고 보여지는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그 일로 전쟁과 학살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조선을 필두로 동아시아에 행해진 과거 일본의 행태에 대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역시 한국인을 자극하기에 알맞은 소재같다.

다카야는 민호에게 말한다. "너는 거기에 도착하면 죽을꺼다. 너만 없었으면 내가 이런 형벌을 받을 리가 없다." 이 말을 들은 민호도, 읽고 있는 나도 도무지 다카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민호는 1923년에 조선인 노동자 '달출'을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호도 뜻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다. 민호는 죽음과 함께 2023년 간토 카타콤베로 돌아온다. 하지만 다카야는 돌아오지 못했다. 미래로 소환되기를 희망하며 소극적으로 살며 100년을 지내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순간 2023년으로 돌아와 민호와 마주한다. 다카야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민호는 자신이 과거에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왜 다카야는 즉시 소환되지 못한 것일까. 그는 오롯이 100년을 기다려야만 했을까.

1923년 당시의 달출과 평세는 조선인 노동자로 학살의 현장에 서있다. 모두가 겪은 자연재해지만, 그 공포를 어디론가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바로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을 위협한다는 유언비어였다. 일본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며 자경단을 꾸리고 조선인들을 학살한다. 또한 일본사회에서도 천대받던 부락민과 장애인등도 함께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미야와키와 사요같은 일본인들도 볼 수 있다.

과거는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당시의 공포로 인간들이 얼마나 흉악해 질 수 있는가를 보고, 반성하며 그들을 위로할 때 한층 더 성숙한 인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도 여전히 당시 희생된 조선인들에 대한 어떤 추모도 하지 않는 도쿄도지사에게 추도문을 보내라고 요청하는 시민단체는 "과거를 똑바로 직시하며 반복하지 않도록 전승하기 위해 100주기를 기점삼아 한번 더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 소설은 참 생각할 게 많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근데 조센징은 어떻게 생겼어?
도깨비처럼 생겼어?
뿔이 있대?
아버지가 그러셨어.
아주 질이 나쁜 놈들이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대.
더럽고 냄새나고 못생겼고 화를 내고 있고 폭탄을들었대.
일본인들을 죽이고 다니느라 온몸이 피범벅이래!
징그럽고 거짓말도 하고 불을 지르고 털이 많대 - P2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텔 피베리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자키 준페이. 그는 교사였다. 불미스러운 스캔들로 교사를 그만둔지 4개월째였다.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던 기자키에게 친구인 스기시타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라 제안했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작은 호텔인데, 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긴 해도 값도 저렴하고 호텔안헤 풀장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단.. 손님이 머물 수 있는 건 단 한번뿐. 재방문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 좋은데.. 작년에 한번 방문했던 어느 호텔에서 계속 재방문 이벤트 문자를 보내서 꽤 짜증나 있었는데 말이다.(물론, 스팽문자로 지정해놨다.)

하와이에 도착한 기자키는 , 구와시마와 호텔을 운영하는 가즈미의 차를 타고 호텔 피베리에 도착한다.지금 묵고 있는 사람은 일본인 셋. 다른 투숙객과도 자연스레 인사하며 함께 함께 킬라우에와 화산에 다녀오기도 한다. 기자키가 피베리를 잠시 떠나 있을때, 투숙객 한사람이 수영장에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때문에 예약도 취소가 되면 투숙객들도 동요한다. 그리고 얼마후 호텔을 떠났던 한 사람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기분전환을 위해 떠났던 여행에서 이런 사건을 맞닥뜨리면 참으로 난감할테다. 기자키와 호텔 주인 가즈미와의 묘한 관계가 유지되는 가운데, 낯선 곳에서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있게 되기 마련이다. 기자키도 불미스러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휴가지에서 만난 살인사건이라는 말에 꽤 이끌렸었다. 미스터리한 비밀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어딘가 묘한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살인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어수선하지도 않다. 차분하게 진행되면서도 자꾸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마도 작가의 매력인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4 (양장) - 약속 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계창훈 그림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디오 북으로 짬짬이 읽다보니.. 흐름을 알겠으나.. 정확한게는 모르겠네.. 이뤈^^;; 원래 복잡하면 메모를 하면서 읽는데, 집안일을 하면서 듣거나 길을 걸을 때 듣다보니... 참으로 난감할세.. 하지만 대충 이야기는 아니 다행~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앤과 길버트의 달달한 연애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으나 각자의 미래를 위해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그런데 길버트의 편지는 보지 못한 것 같은데...(오디오북으로 인한 폐해랄까) 앤은 서머사이드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게 충격이다. 1편의 이야기가 전부라고 믿었던 시절이 너무나도 길었기 때문이었을까? 10권 분량이라는 것에도 놀라웠고, 앤과 길버트가 결혼한다는 것도 놀라운데, 앤이 교장선생님이라니... 그냥 앤은 언제나 말많고 엉뚱매력을 가진 소녀여야 하는데 말이다. 1권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앤을 느낀 2편부터 아직까지 낯설고 적응중이다...(나중에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어쩔라고 이러나...) 길버트는 잠시 교사 생활을 하고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 당시에는 이런 식의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잠시 교사 생활을 하며 돈을 모아 대학을 진학하는.. 아마도 정확하게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고나 할까. 지금처럼 통신수단이 발달한 때가 아니기 때문에 편지를 쓰거나 애번리로 돌아올 때 만나게 된다. (달달모드는 다음편에 기대)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러지는 못하다.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앤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에서 불러온 것이라 조금 아쉽기만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만큼의 언어"를 내뱉는다고 하니.. 뭐 그런 경우라 생각하면 되겠지.

이 책의 원제는 < 약속 >이 아닌 < Anne of Windy Willows > 라고 한다. "Windy Willows'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버드나무집, 즉 앤이 서머사이드에서 하숙한 집의 이름이라고 한다. 하숙한 집은 거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바람결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버드나무가 있는 집은 어딘가 모르게 마음에 평안을 주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