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강 108 -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강원도 108선
윤재진 외 지음 / 꽃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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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생활을 하시는 엄마는 밤낮을 좀 거꾸로 알고 계신다. 늦은밤까지 계시다가 새벽녘에 잠드시거나 아니면 며칠에 한번 이른 저녁부터 시계 작은 바늘이 한번을 다 돌고도 일어나지 않으시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늦게 들어오는 덕에 조금이라도 엄마가 혼자인 시간이 줄어들긴 하지만, 내가 내 일에 바쁠라치면 엄마는 멍하니 곁에 계시곤 했는데, 이 책은 아주 엄마한테 아주 좋은 책이었다. 예전에 동네에 도서관이 많지 않은 시절 내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멀리 있는 도서관까지 다녀주던 엄마가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깨알같은 글씨를 보기에 불편하셨는데, 이 책을 들고는 한참을 들여다 보셨다. 아주 고마웠던 10인의 사진작가들이시다.

 

부모님은 강원도를 참 많이도 다니셨다. 그저 속초나 강릉이나 오일장을 찾아 항구를 찾아 그렇게 다니셨는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 책을 보면서 아는 장소르 꽤 많으시다. 나는 그저 강원도 하면 설악산, 속초, 강릉, 남애..... 뭐 그정도 뿐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사진을 다루는 이들의 작품이라 그런지 감탄을 하면서 책을 봤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은 세계에도 많지만 우리나라에도 많터라. 젊은 시절에 돌아다녀야 할텐데.. 이제는 조금만 바쁘게 일을 할라치면 다리에 붓기가 생기니 참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작게나마 이 책으로 눈요기를 하니 다행이었다.


강릉에는 커피거리가 있다고 했는데 커피를 좋아하면서 커피에 대해선 잘 모르고, 그렇다고 유명한 커피를 마셔보지도 못한 내게 참 이끌리는 곳이다. 거장의 품격이 느껴지는 커피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마치 책을 보고 있으면 커피향이 나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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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계곡"과 "이끼 폭포"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처음 들어봐서 인지 한참을 넋을 놓고 보았다. 정말이지 죽기전에 한번은 보러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도 예쁜 계곡 보고만 있어도 한여름 더위는 힘껏 날릴수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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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바쁘게만 살아온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괜한 피곤함을 거뜬하게 날려보낼수 있는 아주 힐링이 제대로 되는 책인것 같다. 벌써부터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귓가를 간질이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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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독배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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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라는 책을 아직 읽지 않아서 파란머리 탐정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읽으면서 < 트와일라잇 >이 생각이 났다. 별론 연관성은 없지만 책분량에 비해 꽤 계획을 많이 세웠던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작가의 스타일도 그런지 두 장소에서 사건에 대한 트릭과 가능성들을 제시하면서 실마리를 찾아 나간다. 근데,나는 정적인 면보다는 동적인 것이 강해서 그런지 초반에는 좀 빠르게 읽다가 조금 주춤하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읽어보니 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에.. 반격이 심상치 않았다.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라는 말은 아마도 파란머리 탐정이 미는 유행어인듯. 어떤 의미의 가능성인지 쫓아가지는 못한 것은 순전히 나의 실수겠지만 말이다.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아야 할 결혼식 도중에 발생한 의문의 연쇄 독살 사건이 이 책의 중심이야기이다. 뭐가 결혼을 탐탁치 않아 보이는 신부.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내뱉는 냉랭한 기운. 아니나 다를까, 예식도중 술잔을 가족끼리 돌아가며 마시는 중에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신랑과 신랑쪽 아버지와 신부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더니 손을 쓸새도 없이 죽고 말았다. 그들의 자리는 서로 떨어져 있었고, 중간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죽은 사람은 단 세사람과 강아지 뿐이었다. 자고로 나의 스타일은 동적인데 이 책은 사건을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논리적으로 풀어가느라 초반에 빠른 속도로 읽는 것에 비해 마무리가 조금 늦은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꽤 가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전작인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의 출간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출간된 이 책은 짧은 출간 간격에도 불구하고 전작과 비교해 여러모로 발전한 모습을 즐길수 있다고 평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발전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잘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전작이 살짝 땡기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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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김지우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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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예전에 어린 딸아이가 '네 이름이 뭐야?'라는 질문에 곧잘 자기 이름을 말해서, "어떻게 알았어?"라고 하면 "엄마가 그렇게 부르잖아"라고 했다. 그렇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니까, 항상 그렇게 불뤼었던 이름이었으니까 그 이름에 반응을 했던것이겠지. 그렇게 딸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갈때 나는 내 이름을 잃어버린것 같다. 딸아이 이름으로 부른다던가, 'OO엄마'라는 호칭을 달게 되었으니 말이다. 만약에 내가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내 본연의 이름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 석자 말고, 나는 또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는 소설가라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그래서 열심히 쓰고 또 썼다고 한다. 나는 어떤 이름을 원했을까? 지금의 내 이름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이름을 갖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완성형이 되어버리지 못한 나의 이름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소설속 그녀들이 느꼈을 불안감과 초초함, 설렘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특히나 <완벽한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을 보면서 살짝 미소도 지었고, 뭐 굳이 모든 이름을 총망라할 필요가 있을까. 그 이름이 아니어도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유리는 정말로 타고난 요리학살자이다. 뭐든 레시피대로 해도 절대로 같은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남편의 생일에는 정말로 완벽한 미역국을 끓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아내의 도리는 아닐테다. 미역국하나 못 끓인다고 아내가 아내가 아닐수도 없을테고 그리고 왜 굳이 미역국은 아내만이 끓여야 하는가. 서로 잘하는 것을 하면 되지 않을까. 청소를 잘하는 사람이 청소를 하면 될 것이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요리를 하면 되는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아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이갸기를 읽으면서 나도 어느새 위안을 받았다. 비록 내가 원했던 나의 이름의 완성본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지금 내 위치에서 수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으니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쉬운점은 아마도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아쉬움일까. 너무 어렸었기에 쉽게 접어버린 꿈이 참 미련이 남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기만의 방식대로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애썼던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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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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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경신출문예 당선작

"이 소설은 우리에게 도래할 가까운 미래의 꿈을 미리 연습하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라는 심사평이 책 띠지를 새겨져 있다. 누군가에게는 일어난 일. 무해가 나일수도 모래가 나일수도 있는일이 아니겠는가. 탈북을 했다는 것을 숨기고 가정을 꾸렸던 무해. 그녀가 초로기 치매를 앓는다는 것을 모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어느날 엄마 무해가 길을 잃어버린 것을 계기로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알았다.


내게는 할머니 한분밖에 계시지 않았었다. 부모님이 거의 막내셨기 때문에 그리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떤 분이셨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친할머니도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기억이 없다. 다만, 기억이 나는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를 보며 나보다 한살 많은 조카 이름을 불렀던게 싫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을 큰집에서 보내셨던 할머니가 그래도 나를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가 나를 못알아봤다는게 싫어서 그 어린 마음에 할머니를 외면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미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그랬다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치매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렇다고 겪어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어쩜 무해의 이야기가 모래의 이야기가 내게는 낯설고 혹시나 나에게 다가올 미래일까봐 두렵기도 하다.


초로기 치매라는 진단을 받은 무해는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에게 알리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그녀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면 아무도 모르는 그녀의 삶이. 본인은 잊더라도 남이 기억해준다면 그 사람의 흔적이 세상에 남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미래에 기억을 잃는다 해도 가장 사랑만은 기억하길 바란다. 모래가 엄마 무해를 꼭 끌어안은 것도 그런 바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조국을 떠나 압록강을 건너고 숨어 살아야만 했던 지난날. 남한으로 와서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또 받았던 그 시절들.. 어쩌면 지난날들을 잊는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안타까울수도 있겠지만 무해의 이야기가 더욱더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것이 그녀의 신분탓인지도 모르겠다. 모래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한결 편안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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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하얀 카페 심쿵 레시피 푸른숲 어린이 문학 9
박현정 지음, 신민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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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로 우주가 춤추는 집!

모퉁이 하얀 카페를 찾으세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레시피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은하수 다리 건너 너럭바위 골목의 발자국을 따라오세요.


책을 읽다보면 "모퉁이 하얀 카페"를 찾아가야하는 사람은 허언증이라고 놀림받는 해진이도 아니고, 됐고 대마왕인 동권이도 아니고, 발레를 하는 선유도, 그리고 이미지 때문에 속내를 감추는 나라도 아니고, 바로 내가 가야할것만 같다. 여기 아이들처럼 하얀 카페에서 위로가 되는 나만의 음식을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어린 시절엔 그 나름대로의 고민도 있었다. 물론 어른들이 보면 우스워 보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난 아이들을 잘 이해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될테다 했지만 나도 어른이 되니 똑같아 진다. 아이들도 그 나이또래에 심각한 고민이 있을텐데 '니가 뭘 알겠니.', '그것도 무슨 고민이라고..' 하면서 매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요즘 들어 부쩍 느끼게 된점은 아무래도 동화는 어린이들이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그야말로 올챙이적을 생각못하는 어른들이 읽어야만 할것 같다는 것이다.


발레를 하는 선유. 남자답지 못하게 웬 춤이냐며 사람들이 놀리지만 그래도 선유는 발레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선유가 발레를 하는 것에 탐탁지 않았던 아빠도 한때는 학교에 일일교사로 와서는 나비고치를 보여주면서 힘들게 나오려는 나비를 도와줘서는 안된다고 했다. 만일 도와주게 된다면 날갯짓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맴 돌다가 죽어버린다고 했다. 딱딱한 고치를 뚫고 나오면서 날개에 힘이 생겨야 하는데 고치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준 나비는 날개 힘이 부족해서 혼자 살아갈수가 없다고 했다. 따라서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용기를 내서 혼자 해내야 하는게 있으며, 그 과정을 잘 견뎌야 힘이 생겨서 멋지게 성장할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선유에게는 다른 잣대를 대고 마는 우를 범했다.


그래서 몸이 힘든날, 마음이 힘든날. 나도 모퉁이 하얀카페에 찾아가고 싶다. 한번 찾고나면 다시는 찾을수 없을지 모르지만, 아니 어쩌면 초대장을 들고 가지 않아서 찾을수 없을지라도 이 동화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린시절 혹은 내 아이의 마음속을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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