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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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작 다섯페이지를 읽고서 욕을 한바탕 해주고 싶었다. 무지몽매한 인간들에게 말이다.


모든 여성이 하루에 100단어만 말할 수 있도록 통제된 세상이 되었다. 여성들은 여권도, 말도, 그리고 돈도 가질수 없었다. 삼종지도(三從之道)가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까.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혼인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여자가 남자를 따르는 세 가지 길이라는 이 말이 현재에 일어나고 있다면 너무 성질이 날것만 같다. 얼마나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이런 세상을 꿈꿀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 동물들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워도 화려한 모습으로 택한다. 그래서 보통 암컷보다 수컷이 예쁜 동물들이 많아. 오로지 인간만이 여성을 상품화 시키면서 억압시키려 한다. 모든 결정권은 남자에게 있고, 여성은 그저 순종적으로 집안일만을 해야 한다. 우유를 사놓아 달라는 스티븐. 그의 건방진 태도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건 여자들이 할 일이라고. 내 앞에 있었다면 입을 틀어막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느날 진 메클렐런 박사는 정부로부터 실어증 치료제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저 힘없고 손목에 카운터를 달고(100단어 이상이 되면 전기가 통하는)있는 우리의 주인공 진은 신경학과 언어학의 권위자였다. 이 순간 거보라. 능력 없는 것들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자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여성을 단순화 시켜 자신들의 밑에 두려 했다면 진에게 연구에 참여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이 이야기가 소설속 이야기라서 그나마 어떤 식으로 이 말도 안되는 사회를 뒤집을 것이냐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는 했다. 분명 허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암울한 끝맺음은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또 문득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이야기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는 소설속 허구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직도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절반이 조용이 입다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 이 책은 꼭 여성에 대한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테다. 인종 차별 뿐 아니라 흔히드 금수저 흙수저라고 일컬어지는 계급간 불평등, 권력을 가진자와 아닌자의 불평등, 동물들에 대한 불평등.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라고 하는 이들의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함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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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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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유괴한 부부, 4명의 아이들에게 수술을 했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15명의 아이들은 집 마당에 묻혔다. 그로부터 26년후 변호사 니노야마 아키라는 괴물 마스크를 쓴 사람에 의해 피습을 당한다.


처음부터 참 강렬하게 시작을 한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는 예나 지금이나 치가 떨린다. 분명 초반에 나온 사건은 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처음에는 "도끼를 든 괴물 마스크 vs 사이코패스 변호사"라는 책 표지의 글 때문에 사이코패스 변호사가 끈질기게 범일을 찾아 나서는, 그런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여온 사이코패스 변호사 '니노미야 아키라'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괴물 마스크를 쓴 범인을 추격하는 이야기이다.


"너희 같은 괴물들은 죽어야만 하니까."라면 위협을 가하는 범인. 하지만 다른 사람이 등장하자 아키라에게 도끼를 던지곤 도망간다. 도끼를 머리에 맞은 아키라는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사가 시작되고 그러면 이 녀석을 죽일수 없다는 생각에(역시 사이코패스 아키라) 얼른 지갑의 돈을 입안에 쑤셔넣고 살인미수가 아닌 강도 사건으로 둔갑시킨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아키라는 머리속에 칩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갑자기 뇌가 사라진 살인사건들이 발생하게 된다. 과연, 이 끔찍한 살인사건과 아키라의 상해 사건이 연관이 있을 것인가. 또한 앞선 아이를 유괴했던 사건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처음에 표지를 봤을 때는 참 특이한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읽다보니 관련이 꽤 싶은 표지다. 뇌가 사라지는 살인사건이라니. 참 별난 세상 별난 사건들이 많다. 특히나 이 책 중간에 이야기가, 까만 내지로 되어 있는 부분에 있다. 나무꾼의 흉내를 내는 괴물. 어느 누구도 나무꾼이 괴물이라고 깨닫지를 못했다. 자신을 집으로 들여보내달라고 하고선, 집에 들어가면 사람을 먹어치운다. 그런데 책방의 한스가 묻는다. 괴물같다고, 괴물은 나는 괴물이 맞다고 한다. 하지만 한스는 당신은 나무꾼이 될 수 있는 괴물이 아니라, 괴물이 될 수 있는 나무꾼이라 평소에 나무꾼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괴물은 혼란이 왔다. 나무꾼으로 있는 시간이 많으니 괴물로 변할수 있는 나무꾼인지, 나무꾼으로 변한 괴물인지 알수가 없었다.


"내가 밥을 먹을 때 왜 사키가 웃고 있었는지, 내가 다쳤을 때 왜 사키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는지 알게 되었지. 사람의 마음을 느끼게 될 때마다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됐고 행복이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됐지. 그때까지 쾌락과 분노 두 가지밖에 없었던 인생에 처음으로 살아갈 의미가 생긴거야."(p.232)


괴물로 변할수 있는 나무꾼일까? 나무꾼으로 변한 괴물일까? 누구한테 물음의 답을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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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벙커X - 강영숙 장편소설
강영숙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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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가뭄, 해일, 황사, 바이러스 등의 소재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여러차례 다뤄온 작가라고 한다. 나는 이번 <부림지구 벙커 X>에서 처음 만난 작가님이다. 이번 <부림지구 벙커 X>는 네번째 장편소설로 지진이 휩쓸고 간 도시의 모습과 벙커 속에서도 끈질기에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진이라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생소한, 아니 어쩌면 나에게만 생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간혹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이 발생했고, 몇해전 경주, 포항지역에 다소 큰 지진이 발생하여 멀리 떨어진 우리 동네 경기 북부지역에서도 그 진동을 가족들은 느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무딘 신경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진으로 인해 부림지구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화분에 꽃힌 풀처럼 땅속에 박혀 있다가 구출된 유진은 부림지구 벙커에서 정착해 살고 있다. 정부는 부림지구를 오염지역으로 판단하고 고립시켰고, 오염지역의 이재민들이 부림지구를 떠나 근처의 N시로 이주하기 위해서는 몸에 생체인식 칩을 주입하고 '관리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러길 바라지 않는 사람들은 부림지구 벙커에 남게 되었고, 간간히 제공되는 생존키트로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데 없다.


그냥 이주시키면 될 것을 왜 굳이 생체 인식칩을 주입하려 하는 것인가? 이것은 또 다른 차별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감염병이나 다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관리대상'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마치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의 다른 이면을 보는 것만 같다. 어쩔수 없이 지금의 확진자들을 동선을 공개하고 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관리대상이라고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아시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이나 자가 격리하고 있는 사람들의 집에 "한국사람의 집"이라는 스티커를 붙히는 듯한 행위는 그릇된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부림지구는 한때 제철단지로 잠깐의 번영을 누렸지만, 지금은 대도시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모인 지역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더더욱 재건을 신경쓰지 않고 부림지구를 오염지역으로 고립시키고 방치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 혹은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다소 이해할 수 있으나, 대구 지역의 봉쇄라는 막말이 나왔을 때는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고(그럴 생각도 없었겠지만) 전염병으로 인한 우려에 목소리에서 일부 사람들이 언급했다고는 하나 폭발적인 확진자의 증가로 공포스러울때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위로하고 함께 이겨나가야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일 터이다.


그럼에도 부림지구 벙커에 사는 사람들은 소설 속 정부의 지침에 반하고 그곳에 남고 일상을 이어간다. 함께 생활하던 노부부의 아내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그 노부인은 결코 혼자서 먼길을 떠난것 같지는 않다. 몇 안되는 사람이지만 부림지구 사람들이 함께 했으니 말이다. 부디 부림지구 벙커에 남은 사람들에게도 차별이 아닌 인정의 손길이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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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시아의 친절한 프랑스 펀치니들 - 기초부터 차근차근 펀치니들 소품 만들기
레티시아 달비스 지음, 김자연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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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적인 활동보다 정적인 활동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뜨개질, 십자수, 비즈, 테디베어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더 눈에 띄는 책이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자수법인가보다. 뭔가 수건처럼 오통도톨하게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바늘도 신기하게 생겼다. 바늘 몸통으로 실이 통과해서 천을 펀칭하면서 자수를 완성하는 것 같다. 사진으로만 있는 설명이어서 동영상을 찾아서 봤는데, 앞에서는 펀칭을 하면서 반복적인 동작을 해주는 그리 어렵지 않은것 같은데 뒤에서 어떤 원리로 고정이 되는지 궁금하다. 다른 자수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재료비가 좀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아 손쉽게 할 수 있다. 유트브 채널 "The oxford company"에 가면 펀치니들을 하는 방법에 관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막히는 부분이 있거나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동영상을 찾아 하다 보면 초보자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겠다.


입체적인 자수법이라 아이들도 손을 자극하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펀칭 할 수 있는 천도 다양한데, 여러 원단들 가운데 아이다 원단은 십자수를 할 때 많이 사용해 보아서 왠지 더 친근한 자수로 다가온다.



가끔 자수책들을 보면 여러 작품들을 소개해 주면서 정작 마음에 드는 작품들은 도안을 제공해 주지 않아서 참 난감할 때가 있다. 도대체 그 아이는 어디서 해결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설마, 출판사에 아니면 작가에게 연락을 해서 구입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소개해준 작품들의 도안은 전부 담고 있어서 그 점에서 마음에 쏙 든다. 게다가 초급, 중급, 고급, 활용작품으로 나누어서 실력을 쌓으면 점차 어려운 작품들을 할 수 있도록 그 난이도를 조정한다.



조금 더 활용을 해서 생활 소품을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저자도 언급하듯이 재봉 기술을 익혀야 만들수 있는 것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재봉틀리 필요 하지만, 손바늘질을 해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내 경험상, 재봉틀을 사용할 줄 안다면 더 다양한 물건을 만들면서 이 펀칭 자수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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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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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공쿠르상이라 불리는 빅토르셀상을 비롯해 로망프낙상, 프르미에르플륌상, 필리그란출산사상 등 14개 문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염소들은 어떻게 엄마 배속으로 들어간 거야?"

"들어간 게 아니야. 아빠 염소랑 함께 아기를 만든거야. 서로 정말로 사랑했거든."

"아빠 염소는 하루도 안 있고 갔잖아. 서로 알 시간도 없었는데 어떻게 사랑해?"

"응, 그런 걸 바로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 거야."

- 본문 中, p.19 -


남매가 나누는 이야기를 보고 초반에 참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만 있다가 가는 아빠 염소가 첫눈에 반해 엄마 염소와 사랑에 빠졌다는...열살 소녀와 네살 남동생의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이 이야기는 참 어둡다. 하지만 소녀는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약하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괜한 트집을 잡으며 가족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고, 엄마는 마치 아무 생각이 없는 아메바 같았다. 어느날 동생 질은 아이스크림 파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기생충이 머리에 자리잡은 듯했다. 그런 끔찍한 과정을 네살 나이에 경험한 질은 따듯하게 감싸 안아줄 어른이 필요했지만 이 남매의 부모는 절대로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날 이후로 웃음을 잃어가는 동생의 웃음을 찾기 위해 소녀는 타임머신을 만들기를 원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점점 더 질은 이상해져만 갔다.


가정이라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 편안한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 아버지의 태도와 공포감에 정말 소녀가 일컫듯 아무 생각없이 단세포 처럼 움직이는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개척하고 아름답게 성장하기에 화가 나지만 끝까지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만 같다. 세상은 변했지만 아직도 구닥다리 사고방식에 사로 잡혀 아이들을 소유물처럼, 그냥 자신의 명령에만 따라야 하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억누르는 그런 인간들은 부모라는 이름을 주면 안된다.


나는 열다섯 살에 삶이 선사한 그 모든 경이로움을 보았다. 공포를 보았고,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리고 아름다움이 승리했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남들이 안전할 것이라는 곳에서 위험에 내몰리고, 아무도 손내밀어 주지 않는 곳에서 혼자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소녀가 너무나도 안쓰럽다. 열다섯 살 나이에는 공포를 보지 않아도 된다.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어린 시절의 뺨을 어루만지는 위태롭고도 아릿한 추억들은 이제 더이상 기억하지 않고 따듯한 여름날을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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