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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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감호형이라고 하면 단순히 교도소에서 치료 받으면 보호를 받는 것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치료감호형을 받게 되면 치료감호소, 즉, 국립 법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질환자 이면서 범죄자이다. 그래서 제목에 어느정도 공감을 할수 있다. 무섭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 애처롭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환자들이 그렇게 애처로와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이도 있겠지만, 치료를 꾸준히 받았다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을테고, 피해자도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부터 우리는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을 "미쳤다"라 치부하면서 상대하지 말거나 오히려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던 것 같다. 그리고 정신과 진료 이력이 남는 것을 두려워해 보험처리를 하지 않거나 꺼리기도 했었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할 정도로 일을 키우기도 했던것 같다. 적극 치료를 한다면, 그들의 더 큰 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블루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예고없이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옹호하자는 것도 아니다. 한때,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사건들의 가해자들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문제가 생겼고, 제대로된 치료가 병행되지 않았기에 범죄로 이어진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불우했던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사람들도 있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상응한 벌을 받는게 당연한 것일테다. 하지만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명확한 인식이 없다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죄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사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정신이든 몸이든 아프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이 치료감호소에 있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질환을 인정받아 감형해줘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만약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면(다른 질병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절한 치료로 사회에서 격리한다기 보다 복귀할 수 있도록 해줘야 싶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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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4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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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004

「어쩌다 가족」, 「마더메이킹」, 「피도 눈물도 없이」, 「바통」, 「판다가 부러워」, 「가족의 발견」,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집이다. 살짝 유쾌한 면도 없지 않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참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어쩌다 가족」에서 나오는 가족은 참 묘하다. "정리를 하자면 이유정씨와 최성태씨는 부부였다가 이혼 한 후 이유정씨는 빅토르씨와, 최성태씨는 루드밀다씨와 재혼을 하셨네요. 그리고 빅토르씨와 루드밀다씨도 원래는 부부였는데 이혼하고 재혼한거고요. 두 부부가 서로 상대방과 재혼한 셈이군요."(p.8) 어찌되었길래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더군다나 두 부부는 함께 산다. 뭐 이런 경우가 있나 하면서 이야기를 읽어봤는데, 지금 이 사회를 제대로 풍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세상 돈을 아끼고 모으면 집을 살수가 있을까. 유정과 성태는 사내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초부터 무리를 해서 집이라도 사둘걸, 게다가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 아파트는 7년차 부부까지란다. 두 사람은 이제 결혼한지 7년하고 막 한달을 넘어섰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우크라이나에서 사기 이민을 온 빅토르와 루드밀다와 은밀한 거래이다. 그래서 조사관을 속여야만 한다. 과연 그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의 악전고투가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유쾌해 보이지만 씁쓸한 뒷맛은 어쩌나 싶다.


또한 「판다가 부러워」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전세대란이다. 퇴근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왔어도 벌써 누군가 선수를 친다.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던 기사를 본적이 있다. 참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주거공간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니 말이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더 가관이다. 집에서 도망나갔던 고양이는 임신을 하고 돌아와서 새끼 4마리를 낳았다. 졸지에 반려묘 다섯마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인공수정까지 실패로 임신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극적으로 전세 계약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계약서 말미에 있는 조항 "육아금지", 그리고 "애완 동물 사육금지". 그런데, 이삿날 부동산 안에 퍼지는 짜장면 냄새와 함께 번지는 돼지기름 냄새로 헛구역질이 났다. 설레이는 남편의 눈빛과 날카로운 집주인의 눈빛 어떻게 해야 하나.


참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남보다 못한 가족 이야기. 그나마 발랄하고 유쾌한 저자의 필력이 아니었다면 우울할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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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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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얼마 안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p.263)"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작가는 태영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하욱과 영임의 이야기부터 한나의 이야기까지 우리는 "결혼"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 의미가 변해왔는지 알수 있다. 과거(아주 오랜 옛날)에도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얼굴도 보지 않고 어른이 정해주는 그런 결혼을 했다. 혼맥은 세력의 결집일테다. 현대로 넘어오면서도 아직까지도 마치 자유연애를 표방하면서 그런 결집을 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 내가 조금 더 젊었을때도 사랑의 종착점은 바로 결혼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상도 변했다. 그렇다고 결혼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좀 더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쨰 정리가 묘하다.

영임과 하욱은 결혼이라는 틀에서 완벽한 모습을 꿈꿨다. 사랑이 들해도 상관은 없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욱의 쌍둥이 형의 아이들 중 막내를 입양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영임이 임신을 하게된다. 그들에게 입양된 조카 태윤의 입지가 참 곤란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녀의 방황은 시작되었을까. 어른들의 결정에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못했던 태윤. 태윤을 바라볼때 지금의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한나의 사랑은 등장인물 중에 가장 진화하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서로의 신뢰나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태도도 가장 성숙해 보인다. 결혼이라는 틀에 매이지 않고,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사회로의 변화를 잘 표현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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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불편하게 - 지구를 지키는 일상 속 작은 실천들!
키만소리 외 지음 / 키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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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일러스트 작가가 전하는 지구를 지키는 일상 속 작은 실천들

지구를 지키는 일상 속 작은 실천 이야기답게 이 책은 친환경 용지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제작되었다고 한다. 표지부터 초록초록 하니 안그래도 상큼했는데 시작부터 아주 기분이 좋다.


이 책은 내일도 실패하겠지만(by 김한솔이), 초록 빛 일기(by 히조), 게을러도 조금씩(by 요나킴), 고양이를 좋아하세요?(by 고양이다방), 너네만 지구에 살고 있나?(by 고센), 선택적 미니멀리스트(by 메르시온)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완전히 편하게는 아니어도 조금만 아니 적당히만 불편하게 지낸다면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수 있지 않겠는가. 비건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에도 읽어는 봤지만, 당시에는 참으로 공감을 했었는데, 오늘도 나는 육식을 했다. 도저히 그 좋은 것을 끊을수는 없다. 나는 의지박약인가? 하지만 이 책에서는 꼭 완전한 비건이 힘들다면 육식을 하는 횟수를 줄여볼 것을 제안한다. 얼마나 공감가는 이야기인지. 이 정도의 불편함은 뭐, 불편함이 아니지. 그런데 꼭 지구를 위한 것만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만 적당하게 불편하다면 모든것이 편해지지 않을까.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도 조금만 적당하게 불편을 감수했다면 이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또한 "눈을 잃어가고 있는 새들" 이야기는 정말로 쇼킹했다. 언젠가 한밤중에 별을 보러 간적이 있었는데, 하늘을 보던 선생님이 새가 날아간다는 말을 해서 "이 한밤중에 새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새들은 달과 별을 보며 방향을 찾아 날아다닌다고 하는데, 도시의 간판과 조명의 불빛 때문에 철새들은 길을 잃거나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체력이 다해 탈진하기도 한단다. 전혀 몰랐던 이야기였다. 인간이 편하자고 그들을 눈뜬 장님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사실 코로나로 외출도 힘들게 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힘이 드니 잘 시켜먹지도 않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 시작을 했다. 한번 시켜 먹을때마다 나오는 1회용기가 참.. 많기도 하다. 지금의 이 편안함이 결국에는 부메랑처럼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올터인데 말이다. 느끼는바가 참 크다. 함께 사는 세상 나도 조금만 적당하게 불편해 하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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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소녀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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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브룩스 신부는 채플 크로프트라는 작은 마을의 교회로 발령 받아 15살의 딸 플로와 이사를 오게 된다. 우선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혼란스러웠던 것이 당연스레 신부라 일컬어져서 잭이 남자인줄 알았다. 그런데, 딸을 둔 엄마인 것이다. 목사를 오역했나 하고 고민했는데, '로만 칼라' 이야기가 매번 나와서 검색을 했더니 성공회에는 여성 신부도 있더라. 역시 종교에 대해서 무지하다보니 혼자서 오역입네, 어쩌네 했네. ^^;;

사실 작은 마을일수록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좀 있으리라 싶다. 아무리 신부라 해도 사람들이 경계심을 보이는 장면들이 몇몇 눈에 띄기도 한다. 그리고 시작을 장식했던 30년전 사라진 아이들의 기사. 그저 마을속에 비밀로 혹은 아픈 진실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로만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이런 반전을 선사할런지는 미처 예상을 하지 못했었다. 잭은 전임 신부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고, 플로가 새로 사귄 친구 리글리가 왠지 탐탁지 않기도 하다. 신부님이지만 자식 문제에 대해서 울컥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다 느껴지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회에서 납골당이 발견되면서 무언가 마을에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 책의 초반에는 조금 늘어지는 감은 있었지만, 후반부 진실이 수면위로 올라올 때는 거침없이 책장을 넘길수 있게 된다. 어쩌면 후반부의 반전을 위한 초석일수도 있었지만, 나같이 성격이 조금 급한 독자에게는 다소 첫시작이 무료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면에서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특히나 "악마의 가장 휼륭한 계략은 존재하지도 않는 척하는 것이다."(p.469)라는 말은 어쩜 올해 읽은 책들의 대사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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