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박희종 지음 / 메이드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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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절반이상을 살아온 아파트. 물론 아파트의 편안함도 있지만, 가끔은 전원주택을 꿈꾸기도 한다. 돈을 모아 외제차를 포기하고 타운하우스를 매입한 준호의 선택은 탁월 그 자체 인것만 같다. 사람들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내게는 집이 우선인것 같다. 자의적은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었던 준호는 이제부터 조금씩 자기만의 공간을 꾸며 나갈 것이다. 그렇게 첫날을 보내고 출근하기 전날, 아뿔싸. 전날 라이트를 켜두느라 자동차가 방전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왠지 낯익은것 같은 옆집아저씨의 도움으로 다행히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뒤늦게 그가 누군지 생각이 났다. 바로 "트러스트의 강하준!" 연예인이 내 옆집에 산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보이는게 전부가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군다나 연예인들은 화면에서는 화려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면모를 볼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언젠가 나도 의도치 않게 한 연기자를 학부모로 만나게 된 적이 있었다. 꽤 카리스마가 넘치던 배우였는데, 자식일에서는 허리를 펴지 못하더라.

어쩜 나는 준호처럼 아무리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내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면 불편할 것만 같다. 하지만 준호는 조금씩 그에 동화되어 가면서 스스로의 삶에 변화를 맞이한다.

결정은 내렸지만 불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안정적인 레일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출발해서 정해진 역으로 달려가는 완행열차처럼, 빠르지는 않아도 막히는 일 없이, 놓치지만 않으면 특별한 사건도 없는 그런 여정을 지나왔다.(p.199)

사실 나도 내 꿈과는 살짝 다르지만 그래도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준호와 같은 나이였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과연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릴수 있었을까. 인생은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는 안개속인 것 같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냥 직진대로를 걸어가고 있을까. 아니면 곁가지 길로 살짝 돌아가고 있을까. 인생은 언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더 재밌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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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타로 한국추리문학선 11
이수아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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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죽었다. 그 옛날 엄마가 살해당했던 것처럼.. 그 일로 범인이었던 아버지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살해수법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된 것을 보면 범인은 따로 있는것 같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동생 서희가 아니었다. 이 사람이 동생이 아닌걸 살인자가 알게되면 동생을 찾아 나설것은 분명하다. 그러기전에 서희를 먼저 찾아야만 한다.

전직 경찰이었던 서란은 동생을 룸살롱에서 봤다는 제보를 들었다. 하지만 룸살롱에는 들어갈수가 없어서 접근이 쉬운 것을 찾은 것이 바로 타로마스터였다. 아직까지 한번도 타로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꽤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나의 카드를 여러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점이 너무 재미나고 소설이라 맞아떨어지는 건지 아니면 원래도 그런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동생이 사라지고 난 다음 동료경찰이었던 유한과 이혼한 서란.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사건으로 투탁거리는 두 사람을 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이다.

이 책은 꽤 입에 착 감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가독성이 뛰어났다. 원래 연쇄살인이 일어나게 되면 분위기가 암울해지기 마련인데, 유한과 서란의 티키타카가 꽤 유쾌함을 더해준다. 그나저나 이 이야기에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는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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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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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이예요. 해바라기 할 때 '해'를 써요" 해진은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늘상 "혜진"이라고 잘못 부르지 않게 '해바라기 할 때 해를쓴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해진은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잭 니콜슨처럼 생활에는 규칙이 있다. 목조계단에서는 가장자리를 밟아 소리나지 않게 한다. 욕실에서도 꼭 양치질을 먼저하고 세수를 나중에 한다. 비누거품을 씻어낼 경우 물은 꼭 열아홉번 끼얹어야 한다. 더 적지도 많지도 않은 꼭 열아홉번이어야 한다. 그리고 길을 걸을때 절대로 맨홀뚜껑은 밟지 않는다.

해진은 학교를 자퇴했다. 학교에 다닐수가 없었다. 그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성격탓일까라는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해진의 비밀을 알고서 너무나도 마음아팠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해진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싶을뿐이다. 절대로 해진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잠들지 못해서 불면증 편의점을 확장하는 사장, 외출이 싫은 극작가, 비행기를 타지 못해 7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영국인, 우체통을 지킨다며 매일 편지를 써넣는 초등학생, 수녀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배우 지망생,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 같은 만초. 혹시나 마지막에 식스센스급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닌가 긴장하면서 읽어나갔지만 그냥 지극히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요즘 같은 세상 고민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말하고 들어주는 힘, 그 힘은 때로 누군가를 살리기도 한다. 웃게 하기도 하고, 변화와 용기와 의지를 끓어내기도 하며, 지치지 않게 다독여주기도 한다. 웃는 이유가 아닌, 우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작가의 말 중, p.286)

이상하다기 보다 마음이 아팠던 해진이 제일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인 것만 같다. 아니 우체통을 지키고 싶었던 다름이었을까?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남들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것만 같다. 어쩌면 우리가 세상사는게 힘든건 어렸을적 동심을 잃어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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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이 과학이야! - 과학력이 샘솟는 우리 주변 놀라운 이야기 과학하는 10대
신방실.목정민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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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에 동감! 우리 사회는 과학과 기술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명연장의 꿈도 이루었고 생활도 윤택해졌다. 하지만 요즘은 "나중에 써먹지도 못하는거 왜 배워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중에 써먹지는 않아도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었을꺼 같긴하다. 나야, 워낙에 과학을 좋아하고 무뎠기 때문에 "어렵다, 하지만 한다"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4가지 분야에 이야기를 다룬다. 어찌보면 교과서보다도 꽤 쉽고 재밌게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거울의 반사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처음 현대적인 엘리베이터가 등장했을 때 고객들로부터 엘리베이터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컴플레인이 많았다고 하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설치함으로써 해결했다고 한다. 심리학중에 '거울 자아 이론'이라는게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 혹은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거울삼아 거기에 비친 나를 흡수해 자아상을 형성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p.54) 그냥 내 모습을 점검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줄이야.​


또한 냉동인간이라는 것은 미래에 있을 하지만 아직 아닐꺼라 생각했었는데, 이미 전 세계적으로 400여구의 냉동인간이 있다고 하니 꽤 놀라웠다. 냉동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혈액을 빼내고 동결방지제를 주입한다고 하는데, 과연 나중에 깨어날 수 있는 '그 날'이 올수 있을까 의문이다.​


예전에는 과학자를 장래희망으로 말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과학자가 별로 인기가 없다. 참으로 아쉽다. 과학과 기술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발전하며 우리의 삶의 질을 더욱더 향상시킬 것이다. 그야말로 이 제목처럼 세상 모든 것이 과학이다. 조금더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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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의 불편함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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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이면서 그녀의 첫소설이다. 작가도 주인공 '야스' 처럼 오빠를 잃은 경험이 있다. 가족을 잃은 상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려 6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이라고 한다.

나는 열 살이었고 더 이상 코트를 벗지 않았다(p.8)

이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을 한다. 과연 야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큰오빠 '맛히스'는 동네 스케이트 대회에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같이 가도 되냐는 야스의 질문에 오빠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하고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전 야스에게 손인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오빠의 마지막 인사였다.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호수 반대쪽 얼음은 너무 약했고, 오빠는 그렇게 가족 곁을 떠났다. 그 날 이후 야스는 코트를 벗지 않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실감.. 어린 야스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글을 읽으면서 사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이해했지만 야스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도달했을때, 충격적인 결말을 보고 나서 어리지만 형제를 잃을 야스의 상실감을 왜 진작에 깨닫기 못했을까 나를 책망했다. 아마도 야스의 부모도 그렇지 않았을까. 자신들의 상실감을 감당하기에도 벅차 미처 다른 아이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떠올랐다.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며 여느날과 다름없이 문을 나섰지만 끝내 맛히스처럼 돌아오지 못했을 때, 그 소식을 전해들을 때의 그들은 어땠을까. 주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잊을수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던 이유가 작가 자신의 경험때문에 힘들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한발 물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생생히 경험하는 소설이다"라는 부커상 심사평은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동의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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